일본을 방문중인 리덩후이(李登輝.84) 전 대만총통이 7일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에 있는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해 논란이 되고 있다.
리 전 총통은 이날 오전 10시께 부인과 함께 야스쿠니 신사에 도착, 본전에 올라 신사측의 지시에 따라 참배를 마쳤다. 참배 후 호텔로 돌아온 그는 "62년만에 형을 만나게 돼 눈물이 나왔다"며 소감을 밝혔다.
리 전 총통은 방문에 앞서 "이번이 마지막 일본 방문이 될지도 모른다. 개인적 차원에서 형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한 것"이라며 사적인 참배를 강조했지만 역사문제와 관련, 야스쿠니신사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중국측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리 전 총통의 야스쿠니 방문에 앞서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베를린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이 적절하게 이 문제를 처리해 주길 희망한다. 이 씨가 어떤 인물이며 활동 목적이 무엇인지는 일본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일본측을 겨냥했다고 교도(共同)통신이 전했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대만이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던 1945년 2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일본군 병사로 전사한 리덩후이 전 총통의 친형의 위패와 영정이 놓여져 있다.
이날 리덩후이 전 총통의 야스쿠니 신사 방문으로 인해 중국과 일본의 관계도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일본 언론은 지적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의 매년 야스쿠니 참배 강행으로 냉각됐던 중일 양국 관계는 지난해 10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중국 방문과 지난 4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방일로 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일본 정부가 리 전 총통의 방일과 관련, "대만 독립세력에 정치적 무대를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한 데 이어 지난 3일 제주에서 열린 한ㆍ중ㆍ일 외무장관회담에서도 우려를 표시하는 등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규정한 중국은 "일본 식민지 경험을 가진 대만은 중국과는 다르다"는 주장을 펴 온 리 전 총통을 '독립파의 상징적 존재'로 경계해 왔으며 퇴임 후 일본 방문에 대해서도 "대만 독립을 겨냥한 움직임"으로 비판해 왔다.
일본의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관방장관은 이날 리 전 총통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그의 일본 방문은 학술, 문화적 목적이다. (참배는) 개인으로서의 행동이기 때문에 정부로서 논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8일 독일에서 있을 중ㆍ일 정상회담에 대한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 전 총통은 일본 통치하인 1923년 대만에서 태어나 1943년 교토(京都)제국대에 입학한 뒤 일본의 패전으로 귀국 후 대만대를 졸업했다.
타이베이 시장과 부총통을 거쳐 대만 토박이로는 처음으로 총통에 취임, 2000년 5월 퇴임한 그는 스스로 "22세까지는 일본인이었다"고 내세울 만큼 확실한 친일파로 2001년 4월 심장병 치료와 2004년 12월 관광 목적으로 일본을 방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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