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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이라크는 (한국이 아니고) 베트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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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이라크는 (한국이 아니고) 베트남이야"

부시가 이라크에 '한국 모델' 갖다댄 속셈

최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 주둔 미군이 본받아야 할 모델로 주한 미군을 꼽으면서 워싱턴 정가에서는 그 배경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북한이라는 명확한 주적이 있는 한반도 상황과 여러 부족과 정파들이 갈갈이 찢겨 복잡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라크의 상황은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실현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최소한의 전략 목표를 달성하면서 대선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공화당의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달 30일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 파견된 미군이 궁극적으로 주한 미군과 같은 형태로 현지에 주둔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튿날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역시 "미군이 상호 합의 하에 그리고 특정 조건 하에 장기간 주둔하는 상호협정 방식"을 거론하며, 주한 미군 모델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기대를 재확인했다. 주한 미군 모델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관심을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부시 행정부가 말하는 주한 미군 모델이란 1953년 6.25전쟁이 끝난 이후 현재까지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면서 한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 온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이라크에서도 미군이 반영구적으로 주둔하겠다는 얘기다.

일단 워싱턴 정가에서는 주한 미군 모델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주한 미군 발언을 통해 이라크 주둔을 계속하며 지역 영향력은 유지하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심산이 드러난 셈이지만, 이라크의 혼돈 상황을 감안하면 이 역시 녹록찮은 목표가 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누가 적인데, 누구를 지켜?"
▲ 이라크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황'으로 악화된 가운데 미군 기지는 공격의 대상이 될 뿐이라는 게 중론이다. 사진은 지난 3일 자살폭탄테러 공격을 받고 폐허가 된 집을 나서는 이라크 주민들. ⓒ로이터=뉴시스

부시 행정부는 이 같은 전략적 계산으로 장기 주둔 전략을 세웠고, 여기에 주한 미군을 모델로 내세움으로써 성공적인 전쟁으로 평가되는 한국전쟁과 이라크 침공을 등가로 두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라크 전쟁이 베트남 전쟁과 비교되는 상황을 피해나가기 위한 전술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전쟁 직후 한국의 상황과 현재 이라크 상황은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주한 미군 모델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3일자는 "백악관이 '한국 모델'을 거론한 것은 미군의 이라크 반영구 주둔 의사를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오히려 두려움을 낳고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이 이라크의 실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발언으로 이라크의 현 상황은 1953년 남한보다는 1960년대 베트남이나 1980년대 레바논 베이루트 상황에 가깝다는 분석이었다.

게릴라전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미군 기지는 최고의 공격 대상이 될 텐데 한국에서처럼 안정적인 주둔이 가능하겠냐는 반론인 것이다.

신문은 "1976년 미군 장교 두 명이 사망한 '판문점 도끼살해 사건'이나 땅굴, 간첩 등 북한이 남한을 급습한 사례도 있었지만 이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인 바그다드와 안다르 지역에 비길 것이 못 된다"고 단정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댄 프룸킨도 최근 '백악관 브리핑' 연재를 통해 "남한에는 북한이라는 확실한 방어 대상이 존재하지만 내전에 빠진 이라크에는 전선이 없다"며 주한 미군 모델이 이라크에 적용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프룸킨은 "한국의 경우를 차용하려면 미군 주둔이 재난이나 침략을 막아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이라크의 경우는 오히려 미군 주둔이 테러의 대상이 돼 이라크 혼란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한 미군 모델은 부시의 대선 전략"

한편 이매뉴엘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는 주한 미군 모델 발언의 속내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이라크 전쟁 때문에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참패한 공화당으로서는 내년 대선에서 이라크전쟁이 악재로 작용하는 것을 막으면서 이라크전쟁을 통해 미국이 노리는 최소한 전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한 미군 모델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월러스틴 교수는 1일 자신이 소장으로 있는 페르낭 브로델 센터에 기고한 칼럼 '이라크 전쟁의 종결 : 두 가지 상반된 계획'을 통해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목표는 장기 주둔을 위한 미군 기지를 세우는 것과 이라크전쟁이 2008년 대선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당초 이라크를 침공했던 이유에는 이라크에 안정적인 친미정부를 세우고, 이라크의 석유자원을 통제하는 등 여러가지 전략목표가 있었지만, 이들보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중동지역 등에 미국의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영구적 군사기지를 확보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부시행정부는 2008년 봄 쯤 이라크 주둔 미군을 절반으로 줄이고 전선에서 철수한다는 발표를 한다면 일단 민주당의 공격을 피하면서 이라크 내 미군기지의 존속은 유지할 것이라는 게 월러스틴 교수의 분석이다. 이라크전쟁의 종결은 부시 행정부의 공이 되고 민주당은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은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일선 전투 업무에서 물러남으로써 미군은 이라크의 일상 정치에 참견할 수 있는 기반을 잃어버릴지도 모르고 이라크 의회에서 석유법이 발효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이라크 정치에 대한 이란인들의 연성 권력을 증가시키는 등의 불이익이 있겠지만 이라크내 미군기지만 유지할 수 있다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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