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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을 위한 지휘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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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을 위한 지휘자가 되고 싶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5/30] 첼리스트 장한나씨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11살, 어린 나이에 데뷔해 어느새 신동에서 젊은 거장의 반열에 오른 음악가 바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첼리스트 장한나씨입니다. 지난해 영국의 클래식 잡지인 그라모폰으로부터 '내일의 클래식 수퍼스타' 20인 가운데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그녀의 연주는 나이가 들수록 깊이가 더해진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요. 최근 첼리스트 장한나씨가 지휘자로 깜짝 데뷔를 해 팬들을 만났습니다.

지난주 열린 제1회 국제 청소년 관현악 축제를 통해 지휘자로서의 첫 무대를 가진 그녀는 오케스트라야 말로 가장 위대한 악기라고 말했는데요.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첼리스트 장한나씨를 초대해 그녀가 첼리스트를 넘어 지휘자로 나서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또, 그녀가 말하는 첼로의 매력과 자신의 음악세계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첼리스트 장한나씨입니다. 장한나씨는 1982년 수원 출생으로 11살의 나이에, 세계적 권위의 로스트로포비치 첼로 국제콩쿨에서 유례없는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과 현대음악상을 모두 수상했습니다. 첼리스트로는 최연소인 12살에 로스트로포비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데뷔 음반을 녹음했고 1997년 에코음반상 올해의 영아티스트 상을 받았습니다. 로스트로비치와 미샤 마이스키에게 사사한 장한나씨는 지금까지 모두 6장의 앨범을 냈으며 미국 하버드 대학 철학과를 휴학 중입니다.


박인규 : 예전에는 장한나양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장한나씨라고 해요. 언제부터 장한나씨로 바뀌었어요?

장한나 : 저도 잘 모르겠어요. 몇 년 전부터 갑자기

박인규 : 예전에는 체리스트였는데 지난주를 지나면서 지휘자가 돼 버렸어요. 첼리스트를 제대로 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사실, 지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장한나 : 제가 대학교 입학할 무렵쯤 저희 아버지께서 성인이 됐으니? 사회에 환원을 해야 한다고 자주 말씀해 주셨어요. 제가 가장 잘 아는 것도, 잘하는 것도 음악이잖아요. 음악가로서 무슨 사회에 어떻게 공헌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저는 아이들을 좋아해요. 순수하고 진지하고 개구쟁이도 있고 장난기도 있고. 아이들이 음악을 친구같이, 친구로 알아서 본인들의 정서생활에 조금이라도 더 풍요로움을 더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어린이들한테 어떻게 음악을 친구로 소개해 줄까 생각하던 차에 오케스트라라는 악기를 꼭 소개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구요.

박인규 : 첼로 가지고는 부족하다..

장한나 :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저는 들었어요. 정말 다양한 것이 음악의 매력이고 오케스트라 하면 여러 악기가 나오는 매력도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오케스트라의 훌륭함은 100명에 가까운 개개인들이 마음을 합해서 하나가된다는 점이거든요. 그래서 오케스트라를 소개하려면 또 제가 지휘를 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해서 한 4년 전부터 지휘를 공부하기 시작했죠.

박인규 : 대학교 입학했을 때부터. 원래 스승님이 최근에 돌아가신 로스트로포비치 아니에요? 로스트로포비치 선생도 지휘자를 하셨는데 혹시 그분한테는 지휘 안 배우셨어요?

장한나 : 로스트로포비치 선생님한테는 제가 지휘하고 싶다는 말씀도 못 드렸어요. 미리는 제가 생각이 없었고 선생님께 배울 때는. 그리고 최근에 너무 아프시니까 워낙 건강하셨어요. 감기도 한 번 안 걸리셨어요. 그래서 저는 곧 나으실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첼리스트나 자휘자나 같은 음악가잖아요. 제 생각에는 악보를 연구하고 그 음악을 내가 어떻게 연주하고 싶다는 제 생각, 저만의 해석은 같아요. 어떤 악보를 보든지 똑같은 음악이기 때문에. 첼로 연주를 할 경우 제가 제 손으로 직접 소리를 만들어내는 거고 지휘를 할 경우에는 다른 사람의 몸도 마음도 빌리고 악기를 빌려서 그 소리를 얻어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직접적, 간접적인 과정만 다를뿐 음악 자체를 추구하는 건 똑같은 일이죠.

박인규 : 4년간 지휘를 공부해서 데뷔무대를 고국의 제1회 성남국제청소년관현악축제 마지막 날 하셨어요. 특별히 한국을 택한 이유.. 한국 사람들은 또 나라를 소중히 여기니까.

장한나 : 한국에서 데뷔하게 돼서 너무나도 기뻤고. 더더군다나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서 데뷔할 수 있었다는 게 제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큰 영광이라고 생각했어요. 해외에서 연주활동하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청소년 교향악단이 없다는 게 항상 아쉬웠어요. 요즘 들어서 유럽이나 남미에서 나라를 대표하는 청소년 오케스트라들이 많이 탄생하고 있어서 저도 조금이나마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청소년 오케스트라 탄생에 조금이나마 기여를 하고 싶고요.

그런 의미도 있었고. 어린이들을 위해서 음악을 소개해 주는 일을 하기 위해서 지휘를 시작하다 보니 청소년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아이들이 언니, 누나, 오빠, 형의 존재, 아줌마, 아저씨, 선생님하고는 너무 다르잖아요. 훨씬 더 가깝기 때문에 그런 허리 역할을 하는 청소년들과 함께 음악을 나눠서 너무 기뻤죠.

▲ ⓒ프레시안

박인규 :
이번 청소년관현악축제에 우리나라 오케스트라도 참여한 거죠?

장한나 : 네. 우리나라도 서울, 성남, 과천에 있는 청향이 참석했고 중국과 독일...

박인규 : 장한나씨가 지휘한 오케스트라는 어디..

장한나 : 저는 연합을 지휘했습니다. 다 모아서..

박인규 : 역시 세계적인 음악가는 다르군요. 그렇기 때문인지 몰라도 지휘봉을 30개나 준비했다고 해요.

장한나 : 예. 지휘봉이 쉽게 부러지니까요.

박인규 : 왜 이렇게 잘 부러져요?

장한나 : 손에 조금만 힘줘도 부러질 때도 있고 집에서 연습할 때 자꾸 보면대 지붕에 맞으면 부러지는데..

박인규 : 잘 부러지는 군요. 잘 안 부러질 줄 알았는데.. 어쨌든 11살에 데뷔했고, 시작한 건 더 어렸을 때고 첼리스트를 해오다가 지휘를 한 건데, 같은 음악이긴 하지만 다를 거 아니에요. 가장 큰 차이가 뭔가요?

장한나 : 제가 첼로 연주할 때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그냥 거의 직감적으로 연주하면 그 연주가 나오는데...

박인규 : 내 악기고 나 혼자 하는 거니까.

장한나 : 그렇죠. 제 손으로 내가 원하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연습하고 소리가 나오면 나오는 거잖아요. 그런데 오케스트라는 다른 음악가분들이 소리를 내줘야 되니까 설명을 하고 동작으로 보여주고. 소리를 나올 수 있게 만드는 점이 가장 큰 차이고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박인규 : 장한나씨도 이미 지휘자로 데뷔했으니까 목표 같은 걸 세우잖아요. 나는 저런 지휘자가 좋다. 특별히 마음속에 두고 있는 지휘자가 있습니까? 이상이랄까

장한나 : 여러 분들이 계세요. 제가 생각하기에 분명히 지휘자는 카리스마가 필요하겠지만 지휘자는 명령하기보다는 단원들의 마음을 얻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마음을 합해서 협력하고 정말로 좋은 연주,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연주를 할 수 있는 위해서 모두들 노력하는 게. 저 혼자만 일방적으로 노력하는 게 아니라 다들 그런 좋은 연주를 하고 싶은 바람을 심어주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박인규 : 특별히 닮고 싶은 지휘자는 없는 모양이죠?

장한나 : 많아요. 제가 같이 연주해본 지휘자분들 중에서 시노플리 선생님은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지만, 몇 년 전에. 저한테는 음악적인 아버지와도 같으셨는데 단원들의 마음, 단원들의 영혼... 단원들이 선생님을 바라보는 눈빛이 굉장히 존경하는 걸 알 수 있어요. 믿고 의지하고.. 그걸 많이 배웠고. 또 한 분 로렌 마젤 선생님이 계신데, 그 분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 지휘테크닉이 정확하죠. 그래서 단원들이 보고 하면 전혀 의문될 게 없고. 다 정확하니까 뭘 원하는지 아시니까. 그런 것도 중요한 것 같고.

박인규 : 저는 로렌 마젤은 들어봤는데 시노플리라는 분은 제가 과문해서 그런지 처음 들어봤어요. 돌아가셨다고 했는데 어떤 분인지 소개를 좀 해주시죠.

장한나 : 1946년에 이태리에서 태어나셨고... 오십 몇 살 때 갑자기 베를린에서 오페라 지휘하시던 도중에 갑자기 심장마비가 아주 심하게 와서 연주하시다가 쓰러지셨어요.

박인규 : 어떻게 보면 음악가로서 행복한 죽음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장한나 : 맞습니다. 그런데 너무나도 진지하시고, 저한테 가르침을 주신 게... 음악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음악이지만 그 음악가로서 충분히 훌륭한 역할을 하려면 음악 외에... 그 음악에 관련된, 예를 들어 슈만을 연주하면.. 슈만은 낭만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니까 낭만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그림을 본다든지 책을 읽는다든지 낭만시대 자체가 어떻게 시작했고 어떤 흐름을 갖고 있고 이런 걸 다 이해해야 정말 그 작고가를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말씀도 많이 해주셨고...

박인규 : 인간과 사회를 모르면 그 음악도 모른다. 상당히 대단하신 분 같네요.

장한나 : 굉장히 대단하셨어요. 그래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가장 전통이 깊은 드레스텐 슈타츠카펠레 음악감독으로 계실 때 돌아가셨는데, 그래서 시노플리 선생님이 돌아가실 때 두 번째 박사학위를 거의 다 따셨어요. 고고학 박사학위.. 의대 출신이시구요.

박인규 : 아주 특이하시네요. 의대 나와서 지휘자가 됐고 고고학 박사가 되고..

장한나 : 예. 알게 모르게 선생님을 굉장히 많이 존경하면서 저도 하버드에 가서 철학을 공부하겠다고 결심하는데 많이 선생님을 닮으려고. 제 두 번째 녹음 지휘하신 분이세요.

박인규 : 살아계셨으면 좋았을 텐데..

장한나 : 네. 저도 너무 아쉬워요.

박인규 : 이제 우리 나이로 26.. 만 나이로 25인데, 지금 24인가요? 아직 생일이 안 됐군요. 몇 살 때 첼로를 시작했고 어떻게 시작했어요?

장한나 : 저는 6살 때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시작했는데요, 제가 외동딸이에요. 그래서 부모님께서.. 한국에서 혼자니까 외로워 할까봐 부모님께서 첼로를 선물로 주셨어요. 그 전에는 3살 때부터 피아노를 재미삼아 뚱땅뚱땅 했구요. 그런데 첼로는 너무 다르더라구요. 제가 갖고 다닐 수도 있고 첼로 크기가 제 몸 사이즈와 비슷해서 친구 같기도 하고. 그런 점이 굉장히 좋았어요.

박인규 : 6살 때부터 재능이 발휘가 됐던 모양이죠?

장한나 : 그건 잘 모르겠어요. 제 첫 선생님께서 굉장히 엄격하셨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다지 재밌다기보다는 좀 무서운 분위기로 공부하다가, 두 번째 선생님이 대학생이셨는데 그때 재미 위주로, 제가 하면 막 잘했다고 칭찬해 주시니까 그때 취미가 붙은 것 같아요. 그러면서 다른 첼로 연주자들의 녹음도 사서 듣기 시작하고 8, 9살 됐을 때 이 다음에 훌륭한 첼리스트가 돼야지 하는 꿈이 생겼어요.

박인규 : 이 얘긴 하도 많이 했겠지만, 처음에 로스트로포비치 대상 받을 때 상을 예감하고 나갔어요?

▲ ⓒ프레시안

장한나 :
전혀요. 저는 그때 로스트로포비치 선생님이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시라 꼭 그분께 제 연주를 들려드리고 가르침을 받고 싶었는데 나이가 너무 어리니까 그런 기회를 찾을 수가 없더라구요. 너무 어리기 때문에.. 그런데 선생님께서 4년마다 파리에서 개최하시는 국제첼로콩쿠르죠. 100명에서 120명 가까이 모여들어요. 1차 예선, 2차 예선 그리고 본선, 세 번에 걸쳐서 심사하시는데 거기 33살 미만은 다 참석 가능하다고 해서 제가 11살 때 갔어요. 그런데 서류심사에서 제가 21살인 줄 알았대요. 타이핑을 잘못해서 제가 11살인데.. 통과가 돼서.

박인규 : 잘못하면 못 나갈 뻔했네요. 11살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신동이란 얘기도 듣고 그때부터 인생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불편한 건 못 느꼈어요? 이른바 음악신동으로 모든 사람들의 주시를 받으며 산다는 게 꼭 좋지만은 않더라..

장한나 : 그걸 의식했으면 아마도 부담이 컸을 텐데 별로 의식을 별로 못했어요. 1등 하고 나서 로스트로포비치 선생님께서 저한테 해주신 많은 조언들 중에 첫 마디가, 한 달에 연주 네 번 이상 하지 말고 보통학교 다니고 보통 친구들과 놀고. 보통 신동이 탄생을 하면 1년에 100번 이상 연주하는 건 너무나 쉬워요. 한 달에 네 번 이상 하지 말라고 하니까 굉장히 절제를 하죠. 일주일에 한 번도 한 되죠.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하고 집에 오면 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어떨 때는 한 달에 한 번 하고.. 네 번을 넘기지 말라는 말씀. 그 숫자가 어떻게 정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박인규 : 어쨌든 로스트로포비치 선생님 말씀을 다 지킨 거군요?

장한나 : 예. 저희 부모님께서 매니저들의 말을 안 듣고 로스트로포비치 선생님의 말을 들어서 제가 보통학교에 다녀서 아이들과 놀기도 하고. 또 공부할 게 얼마나 많아요. 또 신동이라도 어리잖아요.

박인규 : 또 첼로신동이지 다 신동은 아니잖아요.

장한나 : 그렇죠. 첼로 신동이라 할지라도 성숙한 음악가가 되기까지는 굉장히 머나먼 길이거든요. 때문에 본인한테 투자하는 시간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박인규 : 작년에 사실, 저는 사실 과문하긴 하지만 그라마폰이라는 영국의 클래식 잡지가 내일의 클래식 슈퍼스타 20명 중 하나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장한나 : 저는 뭐 글쎄요. 오히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더라구요. 왜 오늘으 슈퍼스타가 아니고 내일이냐, 서운하지 않냐. 그런데 제 생각에는, 저는 내일 제가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행복하고 감사해요. 음악가가 이 정도면 내가 슈퍼스타고 이 정도면 위대하다고 말할 수가 없어요. 불가능해요. 솔직히 그건 치명타에요.

박인규 : 정상에 올라간 거니까 내려갈 수밖에 없는 거죠.

장한나 : 정상에 도달할 수가 없어요. 올라간 만큼 더 올라갈 수 있는 게 음악이라 재밌는 것 같아요. 제가 존경하는 음악가 분을 보면 평생 끊임없이 연습하시고 연구하시는 게 그때그때마다 더 좋은 연주를 할 수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죠.

박인규 : 본인은 사실 첼리스트로서 아직은 갈 길이 많잖아요. 음악이라는 게 죽을 때까지 하는 건데 본인의 첼로 연주에 대해서 불만은 없어요?

장한나 : 불만이라기보다는 더 어떻게 발전할까. 그건 첼로연주기법은 아니에요.

박인규 : 기법은 알 만큼 알고...

장한나 : 예. 제가 12살 때 로스트로포비치 선생님께서 첼로는 그만 공부하라고 하셨거든요. 첼로 연주기법은 더 이상 아니에요. 뭐가 중요하냐면 음악가로서 성숙하는 것. 연주의 깊이가 더해가는 것. 그런데 그건 말씀하셨듯이 꾸준한 거구요. 연주의 깊이를 더하자면 그 깊이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기법을 나름대로 터득하는 거죠. 기법이 없이는 해석이 있을 수 없구요 해석 없이는 기법이 있을 수가 없어요. 무언가를 원해야지 그걸 어떻게 표현하느냐 고민고민해서 새로운 기법을 터득하고 그 기법을 터득해야만 제 생각을 전달할 수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공존해야 되는 거죠.

박인규 : 기법도 하고, 시노플리 선생님 말처럼 사람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하버드대학 철학과 간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장한나 : 예. 제가 철학이 관심분야였는데 혼자서 철학책 읽기가 너무 어려워서

박인규 : 몇 학년까지 다니다가 휴학했어요?

장한나 : 2학년이요. 바빠서... 연주일정이 많다 보니까 학교에 있는 시간이 없더라구요. 공부를 할 수가 없어서. 철학책이 워낙 읽는 양이 굉장히 많아요. 일주일에 5, 600페이지 되니까.

박인규 : 2학년이기 때문에 전공을 묻긴 그렇지만 그래도 철학 중에 관심있는 분야가 있을 것 같은데

장한나 : 제 전공은 철학 전공이 아니고 MBB라고, mind, brain & behavior. mind.. 마음과 brain..두뇌, 그리고 beavior..행동. 행동과학. 철학, 심리학, 그리고 뉴로사이언스... 신경과학을 같이 공부하는 거거든요. 철학가들은 항상 의식적인 생각만 가지고 공부하잖아요, 심리학자들은 무의식적인 걸 많이 공부하고. 그래서 오히려 재밌는 것 같아요.

박인규 : 그냥 고전이라기보다는 사람의 행동까지 공부하시는 거군요. 재밌어요?

장한나 : 네.

박인규 : 휴학을 해서 좀 안타깝네요.

장한나 : 네. 저도 많이 안타까워요.

박인규 : 여기서 잠시 장한나씨의 연주곡을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2월에 나온 로망스 앨범 가운데 5번. 차이코프스키의 '안단테 칸타빌레' 함께 듣겠습니다.

참 좋군요. 많이 들어본 멜로디인 것 같은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첫 음이 나갔을 때 약간 소름이 끼치는 느낌을 받았어요. 안단테 칸타빌레라는 게 노래하듯이 천천히인가. 그런 거죠? 차이코프스키의 안단테 칸타빌레. 어떤 곡인지 간단히 소개해 주시죠.

장한나 : 간단히 소개를 드리자면 이 곡 연주하는 걸 톨스토이가 들으면서 홀에서 엉엉 울었다는 얘기가 전해지는데요, 그래서 차이코프스키가 본인의 동생 모데스트 차이코프스키에게 편지를 쓰면서 위대한 작가 톨스토이가 이 음악을 들으면서 눈물을 펑펑 쏟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본인이 감동하셨다고, 그런 내용이 나오는데..

박인규 : 물론 장한나씨가 평소 좋아하는 곡이니까 연주를 했겠죠?

장한나 : 네. 제가 좋아하는 곡이구요, 말씀하셨듯이 자주 우리가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연주장에서는 듣기 어려운, 한편으로는 생소한 곡들을 모아서... 후기 낭만시대 곡들을 모아서 '로망스'라는 앨범을 내게 됐죠.

박인규 : 그런데 말씀을 나누다 보니까 굉장히 잘 웃으세요. 지휘도 하고 첼로도 연주하려면 연습할 시간이 모자랄 것 같은데 연습은 매일 하십니까?

장한나 : 첼로 연습은 매일 하구요 쉬면 육체적인 감각이 달라지니까 쉴 수가 없구요. 매일 하죠.

박인규 : 예전에 저희 어렸을 때 기억하면 한동일 선생님이 처음 외국 나갔을 대 온 나라가 떠들썩했고 그 뒤에 백건우 선생 등 이런 분들이 이름을 알렸는데 요즘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한국 출신 음악가들이 활동하시는데.. 정경화 선생님도 계시고.. 혹시 외국에서 활동하시는 한국인 음악가들이 서로 만나고 교류하는 게 있나요?

장한나 : 그런 게 있으면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없습니다. 솔리스트들이 저를 포함해서 굉장히 본인들 생활에 심취돼 있어서 시간조차 맞추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박인규 : 다 자기 일정들이 있으니까.

장한나 : 한 도시에 아는 음악가 둘이 모이는 게 굉장히 어렵죠.

박인규 : 지금 주로 사시는 데는 보스톤일 거 아니에요?

장한나 : 학교에 있을 땐 보스톤, 평상시에는 뉴욕.

박인규 : 국내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하고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겠군요.

장한나 : 네. 많지 않은데 저는 특별히 국내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음악도들을 꼭 만나고 싶어요. 작년에 선화예고에 가서 마스터 클래스를 하면서 중고등학생들 연주도 듣고 그랬는데요,

박인규 : 말하자면 선생님 역할을

▲ ⓒ프레시안

장한나 :
네. 굉장히 재밌었어요. 그런데 아이들과 많이 만나면서 좀 아이들이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 본인이 연주도 잘해야 되고 누구랑 경쟁하는 것도 좋지만 더 나아가서 자신만의 음악세계가 있어야 된다는 걸 많이 강조해 주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아무래도 연주자 생활을 훨씬 많이 옛날부터 했으니까 어떻게 보면 선배잖아요. 그러니까 후배들 많이 아껴주고 싶기도 하고 열심히 연주하는 것 보면 되게 예쁘고 그래요.

박인규 : 우리는 축구를 보더라도 국가대표팀 것만 보고, 클래식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니까 들어보고. 실제로 음악이 좋아서라기보다는. 클래식은 좀 어렵다. 장한나가 유명하다니까 들어보는 거지.... 이런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클래식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어떤.... 말로 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지만 오랫동안 음악을 해오신 분으로... 조언을 해준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장한나 : 인내심을 좀 가지시면 좋을 것 같아요. 새로운 친구, 누굴 사귈 때 자꾸만 만나보고 시간을 같이 보내면 그 사람에 대해 알게 되고 마찬가지로 음악하고도 시간을 보내셔야 돼요. 굳이 내가 들어야지 하고 집중해서 들으시면 또 좋겠지만 평상시 생활하실 때, 저는 제가 어렸을 때 부모님이, 잠들 시간에 누워 있으면 음악 틀어놓고 듣다가 자고 일어날 시간 되면 CD플레이어가 몇 시 되면 플레이해 놓는 거. 그러다 보니까 어느날 갑자기 음악이 너무 아름답게 들리더라구요. 그래서 조금 시간을 가지시고 편안하게 즐기시면 될 것 같아요.

박인규 : 이제 첼리스트에서 지휘자까지 직업이 또 하나 늘었습니다.
앞으로 하시고 싶은 게 많을 텐데, 고국의 음악팬들을 위해서 앞으로의 계획 같은 걸 마지막으로 말씀해 주시죠.

장한나 : 첼로 연주는 제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기 때문에 여태까지 한 것보다 더 열심히 해야지요. 열심히 연주생활 하고 내년 여름에는 다음 앨범을 녹음하고.. 비발디의 첼로협주곡도 녹음하구요. 지휘는 제가 어린이들을 위해서 시작한 거니까 앞으로 2년 동안 TV를 통해서 베토벤 교향곡 9곡 전집을 다 소개해주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박인규 : 스스로 장한나씨 지휘로..

장한나 : 네.. 지휘도 하고 설명도 하고.

박인규 : 야심찬 계획이네요.

장한나 : 굉장히 야심차죠. 설명도 하고 지휘도 하고. 하면서 아이들에게. 이 음악이 왜 이렇게... 제가 듣기엔 너무 재밌거든요. 너무나 아름답고 슬프기도 하고 너무 감동적이고. 아이들도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 주려는 계획을 갖고 있구요.

박인규 : 베토벤 교향곡 전곡 지휘는 언제 끝나는 겁니까?

장한나 : 앞으로 2년간. 내후년까지. 지휘자로서는 그 일에 전진해야지요.

박인규 : 그러니까 연주자로서는 첼리스트의 길을 가지만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으로서 지휘를 통해서.. 특히 청소년과 많이 만날 것이다.

장한나 : 네. 빙고. 정답입니다.

박인규 : 앞으로 많은 활약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장한나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세계적인 첼리스트 장한나씨를 초대해 그녀가 첼리스트를 넘어 지휘자로 데뷔하게 된 이유는 뭔지 또, 그녀가 말하는 첼로의 매력과 그녀의 음악세계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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