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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남북회담…북핵-남북관계 연계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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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남북회담…북핵-남북관계 연계의 '그늘'

北, 쌀 지원 유보에 별 반응은 없지만…

북한이 제21차 남북장관급회담 이틀째인 30일 현재까지 남측의 쌀 차관 유보 결정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만을 표명할 뿐 별다른 반발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자금 송금 문제로 북핵 2.13합의 이행이 지연되고 있는 외적인 정세를 반영하듯 이번 장관급회담에서는 남북관계의 산적한 과제를 풀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회담은 남북 각자가 하고 싶은 말이나 할 수밖에 없는 '지나가는 회담', '말잔치 회담'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남북관계를 독자적으로 진행시키지 않고 2.13합의라는 북핵문제에 사실상 연계시킨 남측의 정책이 가져온 그늘이다.

北도 어쩔 수 없는 상황 인정하는 듯

장관급회담에 온 권호웅 북측 대표단장은 29일 환영만찬에서 "민족 의사를 중시하고 민족공동 이익을 앞세운다면 북남관계는 그 어떤 한파에도 얼지 않을 것이며 온갖 외풍에도 끄떡없이 줄기차게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쌀 차관이 제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북측이 본 회의에서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거론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북측은 30일 전체회의에서 쌀 문제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다는 게 남측 회담 관계자의 전언이다. 북측은 기조발언에서 민족문제 해결에 외세의 압력을 배제하고 아직도 남아 있는 냉전의 얼음장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게 전부였다.

북측은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30분간 있었던 수석대표 접촉에서 쌀 문제와 관련해 '합의된 약속은 약속대로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남측 회담 관계자는 "강력히 문제제기를 한 것은 아니고 원론적인 입장표명인 것으로 보인다"라며 "회담 상황에 직접 연계시킬 정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회담을 결렬시킬 만큼 첨예한 쟁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북측의 이같은 태도는 지난해 7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직후 부산에서 열린 제19차 장관급회담에서 북한이 첫날 전체회의 때부터 쌀 차관과 경공업 원자재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고 남측이 그를 거부하자 일정을 하루 앞당겨 평양으로 떠난 것과는 다른 태도다.

북측이 이처럼 '온건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BDA 문제라는 외적 정세에 대해 스스로가 능동적인 역할을 할 수도 없고, 상황만 호전되면 남북관계에서도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니 만큼 굳이 돌출적인 행동으로 남북관계를 꼬이게 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남측은 쌀 차관 제공은 정상적인 절차를 밟고 있고 의도적으로 지연시키지는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북측이 이런 논리를 납득할 가능성은 적지만, 그렇다고 남측이 지난 25일 '쌀 차관 계약서'까지 보내오며 '행동의지'를 보이는 마당에 반발할 명분도 크지 않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북측은 다만 남북관계와 북핵문제를 연계시키는 남측의 행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9일 환영만찬에서 권호웅 단장이 '우리민족끼리'를 4번이나 언급한 것이나, 30일 '외세의 압력 배제'를 강조한 것이 그런 맥락이다.

북측은 또 전체회의에서 2.13합의의 조속한 이행을 요구하는 남측에 대해 합의 이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미국 때문이라며 BDA 문제의 미해결에 대한 미국 책임론을 주장했다.

그러나 회담이 초반을 지나 중후반으로 접어들면 북측이 쌀 문제를 공식화할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상호 '근본문제' 걸린 제안만 주고받아

30일 기조발언에서 남측은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에 대한 실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책 연구기관 간 공동회의를 제안했다.

남측은 또 한반도 비핵화와 군사적 신뢰구축을 통해 한 단계 높은 평화를 구축하자고 강조하며 2.13합의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했다. 이 밖에 △국방장관 회담 개최 △철도 단계 개통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의 실질적 해결 모색 등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국가보안법 등 이른바 '3대 장벽' 철폐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그러나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으며 기조발언의 대부분을 지금까지 남북관계의 성과와 과제를 제시하는 데 할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경빈 남측 회담 대변인은 "북측은 이번 회담을 통해 남북관계가 어떤 정세변화에도 끄떡없는 담보를 마련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자며 성과 도출에 대한 기대를 표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핵 문제의 답보 상황과 그에 따른 쌀 차관 사실상 유보 등으로 지난해 미사일·핵 사태 이후 중단됐던 남북관계가 아직 회복도 안 된 상황에서 상호간의 '근본문제'를 건드리는 이같은 제안들이 실질적인 합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회담보다 더 뜨거운 중앙일보 출입제한 논란

통일부가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방침과 장관급회담에서의 프레스센터 운영을 연결시켜 문제를 제기한 보도를 문제 삼아 해당 언론사의 프레스센터 출입을 제한했다.

통일부는 30일 장관급회담의 프레스센터 운영을 통해 정부가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는 취지의 중앙일보 보도와 관련해 중앙일보에 프레스센터에서 일체의 편의 제공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이날 '필요할 땐 써먹고 불리할 땐 없앤다?'는 기사에서 "정부가 필요로 하는 홍보에는 기자단과 기자실을 적극 활용하려 하면서 불리하다고 판단할 때에는 폐지 대상으로 몰아붙이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프레스센터는 회담장인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 설치된 것이다. 통일부는 사전에 취재를 신청한 언론사에 대해 명패가 설치된 좌석을 마련했다.

중앙일보는 매체별 명패에 대해 "국정홍보처가 기자실 '폐단'의 핵심으로 내세워온 지정좌석제를 유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또 정부가 장관급회담 전체회의 등 주요 회담일정의 취재를 상주 기자단에 일임한 사실을 적시하면서 "기자실을 '기자들이 죽치고 앉아 기사 담합을 하는 공간'으로 폄하한 정부가 남북행사 취재에는 기자단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일부 김남식 대변인은 이에 대해 "프레스센터 개설은 장관급회담 취재를 위한 편의제공으로,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과 관련된 기자실 통폐합 문제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설에 대해 '이중적'이라며 왜곡 보도한 것은 아주 유감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남북회담과 같은 국민적 관심사에 대한 취재 지원은 정부가 계속해 왔던 것이고 앞으로도 편의 제공은 계속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나 국정홍보처와 상의한 결정이냐는 질문에 "통일부 차원에서 결정됐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관련 기사를 인터넷을 통해 게재해 "프레스센터의 문제점을 제기했다기 보다는 남북회담 등 특수한 상황에서 기자단·기자실 운영이 필요한데 국정홍보처의 '언론 선진화 방안'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한 기사"라는 입장을 통일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통일부 출입기자들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언론중재위나 정정보도 등 공식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중앙일보의 프레스센터 출입을 막은 것은 잘못됐다"는 입장을 통일부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취재 편의를 위해 제공한 프레스센터 설치를 이중적이라고 비판한 매체에까지 편의를 제공할 필요는 없다"면서 "출입금지 조치는 철회할 수 없으며 언론중재위 제소나 정정보도 청구 등은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중앙일보 기자에 대한 출입을 물리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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