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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훈련시켰더니 우리를 쏘더라"

이라크군에 공격받는 美 병사들 '돌아가고파'

미 육군 82공수사단 325연대 제1대대 델타중대 대원으로 이라크에 세 번째 파견된 데이비드 새프스트롬 하사는 지난 2월 충격적인 사건을 겪었다. 미군이 지나다니는 도로에 폭탄을 장치하다 체포된 이라크인의 품속에서 이라크 정부군 신분증이 발견된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죽이려 하는 자들을 돕고 있었다. 낮에 우리의 도움을 받았던 이들이 해가 지면 우리를 죽이려 들었다."

새프스트롬 하사는 "더 이상 내 임무를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는 내전을 틀어막는 '반창고' 노릇을 하고 있다"

28일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새프스트롬 하사가 속해 있는 델타중대 전반에 이 같은 '회의론'이 자욱하게 퍼져 있다고 전했다. 15만 명 규모의 이라크 주둔 미군 전체가 같은 기류라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수 십 명의 델타중대 대원들과 1주일 이상 면담을 해 본 결과 적어도 그들만은 파병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델타중대 대원들이 처음부터 전쟁에 시들했던 것은 아니다. 새프스트롬 하사만 해도 양친부모와 형제가 모두 군인인 집안에서 성장했고 9·11 직후 제 발로 징집본부를 찾아가 입대를 자청했다.

새프스트롬 하사는 "처음으로 파병됐던 2003년만 해도 분위기가 괜찮았다"고 기억했다.

"모술에선 우리가 그 도시를 개선시키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종파 간 유혈충돌도 없었고 사담 후세인은 제거됐다. 우리가 나쁜 놈들을 쫒아낸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스스로를 "보수적인 텍사스 공화당원"이라고 소개한 데이비드 무어 중사는 파병돼 있는 동안 '철군 옹호론자'로 바뀌었다.

"2003년, 2004년만 해도 병사들의 100%가 여기에 있길 원했고 이 전쟁에서 싸우길 원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병사들의 95%가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주둔이 무의미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무어 중사는 "상황은 내전으로 직행하고 있는데 우리는 일회용 반창고 노릇을 하러 여기 있다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 미군이 자신들이 훈련시킨 이라크 정부군에 공격당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병사들 사이에서는 주둔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사진은 도로 매설 폭탄을 간신히 피해 가는 미군 장갑차.ⓒ로이터=뉴시스

"이 전쟁에 신념을 유지하고 있는 병사가 없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기력감보다 더 강하게 병사들을 짓누른 것은 "누가 적인지 모른다"는 공포였다.

이라크가 내전 국면으로 빠져들면서 경찰, 이라크 정부군과 무장단체가 한 통속으로 얽힌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일에는 극비에 부쳐졌던 딕 체니 부통령의 바그다드 방문 사실이 어느 선에선가 새어나가 숙소 인근에서 폭탄이 터지기도 했다.

그 일이 있기 열흘 전, 케빈 오프레러티 분대장은 시아파 30만 명이 집단 거주하고 있는 카디미야 지역에서 메흐디 민병대로 추정되는 세력과 교전을 벌였다. 로케트 추진체를 단 수류탄까지 오고간 격전을 벌인 후 적들의 시체에 이라크 정부군으로 '알고 있던 자'들이 두 명이나 끼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오프레러티 분대장은 "내전 와중에 우리가 여기 있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더 이상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할지 모르겠다는 동료들이 많아졌다"고 한탄했다.

"주둔이 정의롭다고 여길 무언가가 이 나라에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나라와 이 전쟁을 위해서는 더 이상 주둔할 가치가 없다."

더글라스 로저스 대위 역시 이날 사건을 "나쁜 의미의 분수령"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들에게 훈련을 받은 이라크 정부군이 자신들을 향해 무기를 드는 모습을 본 후 "이 전쟁에 대해 신념을 유지하고 있는 병사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내전의 수렁에 빠져 주둔의 명분을 잃은 채 언제 공격당할지 모르는 두려움에 시달리는 이라크 주둔 미군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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