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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휩쓴 자리, '양귀비 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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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휩쓴 자리, '양귀비 꽃이 피었습니다'

'아편 왕국' 아프간 이어 이라크 아편 재배도 급증

바그다드 남쪽 도시 디와니야에 최근 들어 붉은 물결이 시작됐다. 아편 재배를 시작하는 농가가 늘어나면서 양귀비꽃이 물결을 이룬 것이다.

유프라테스 강을 따라 넓게 펼쳐진 평야 지대인 디와니야는 관개시설이 잘 갖추어져 쌀 작황이 좋기로 유명한 도시였다. 오히려 고온다습한 기후로 아편을 재배하기는 걸맞지 않은 환경에서 쌀농사를 접고 양귀비를 키우는 농가가 늘어나는 것은 아편이 환금성이 좋기 때문이다.

미군의 치안 확보에 실패했고 종파 간 혹은 종파 내 분쟁으로 혼돈에 빠진 상황에서 일반 농작물을 재배해선 돈으로 바꾸기가 어려워지자 무장 세력이나 테러단체를 통해 매매가 가능한 아편 재배가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미군이 휩쓸고 간 자리에 치안이 무너지고 밥벌이를 위해 농가는 아편을 키우고 그 아편은 무장 세력의 돈줄이 되는 악순환은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아편의 90% 이상을 공급한다는 아프가니스탄의 상황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치안 혼란 틈타 '쌀 농사'가 '아편 농사'로
▲ 아프간에 이어 이라크 평야에도 양귀비 꽃이 피기 시작했다. 사진은 지난 4월 아프간 낭가하르 지역에 만개한 양귀비 꽃.ⓒ로이터=뉴시스

디와니야 지역을 다녀온 학생들과 바스라 지역의 마약 판매상을 통해 아편 재배 현황을 확인한 <인디펜던트>는 23일 아직 그 재배 면적이나 수준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라크 정부에 아편 재배 확산을 통제할 만한 여력이 없다는 데 있다. 시아파 내에서도 이라크 정부 주도 세력과 경쟁 관계에 있는 세력들이 디와니야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두 달 동안 이 도시 내에선 지역 시아파 민병대와 경찰, 이라크 정부군과 미군 간의 유혈 충돌이 잇따라 기자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위험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원래 이라크는 아편 재배보다는 마약 밀수의 중개지로 활용돼 왔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수입해 온 아편을 이란을 거쳐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내 부국으로 되파는 지점에 불과했던 이라크에서 시작된 아편 재배는 지역 제세력들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디와니아를 비롯해 바스라, 나시리야, 쿠트 등 시아파가 장악한 남부 도시들에서는 근래 들어 폭력 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반미주의 시아파 지도자인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이끄는 메흐디 민병대와 최대 시아파 정당인 바드르 여단이 아편이 생산되는 농가와 판매 창구를 장악하기 위해 다툼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2001년 미군 침공으로 탈레반이 붕괴된 직후 혼란을 틈타 마약 생산자, 밀매업자들이 활개를 쳐 온 아프가니스탄과 유사하다. 급기야 아프가니스탄은 아편생산이 국내 총생산의 3분의 1이나 차지하는 '아편 왕국'으로 발전했다.

아프간을 장악하고 있을 때 아편 생산과 판매를 강력하게 통제했던 탈레반 세력은 이제는 아편 판매 대금을 조직 재건의 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군이나 나토군은 아편 농장을 짓밟는 데 혈안이 된 반면, 탈레반은 농가를 보호하면서 최근에는 아프간 민심까지 탈레반 쪽으로 쏠려가는 분위기다.

이라크 역시 바스라와 인근 남부 지역을 통제해 온 영국군의 영향력이 느슨한 상태고 영국군마저 올해 말에는 이라크 정부군에 통제권을 넘기고 곧 철군 작업을 완료한다는 방침인 만큼 그 혼란을 틈타 아편 재배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됐다.

<인디펜던트>는 아프가니스탄의 전례를 따라 돈을 벌 수 있다고 확신하는 범죄조직들이 쌀보다 아편을 재배하는 농민들에게 더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한 배고픈 이라크 농민들은 쌀을 포기하고 양귀비에 손을 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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