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서로 한 발짝씩 다가섰다. 손 전 지사는 22일 정 전 의장의 <개성역에서 파리행 기차표를>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손 전 지사는 정 전 의장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오늘 정 전 의장의 잔치날이기 때문에 마음껏 축하해주기 위해 왔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정 전 의장의 대권 출범식에 참석해 축사를 한 것 자체로 '정-손 연대'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손 전 지사의 축사는 정 전 의장이 직접 부탁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孫) 잡고 정(鄭)답게"
손 전 지사는 이날 축사에서 "저는 정 전 의장이 15대 국회에 들어왔을 때부터 그의 큰 꿈을 진작부터 보고 있었다"며 "남북관계 개선에 큰 공로를 만들어 놓은 정동영의 앞날에 커다란 영광이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5년이 정말 중요하다"며 "우리는 분명 남북간 경제협력과 통일로 가는 평화의 길을 여는 정권을 반드시 창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 전 의장도 연설 중 '범여권의 대통합'을 강조하며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향해 손에 손을 잡고 정답게 함께 걸어가기를 바라고 있다"며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모든 것을 열어놓고 새로운 통합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정동영-손학규 연대설'과 관련해 '손(孫) 잡고 정(鄭)답게'라는 말이 회자되는 것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손 전 지사 측은 "좋은 자리 축하해 주러 간 것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선진평화연대를 위한 인물대장정에 있어 정치인 중에서도 새 정치의 흐름을 끌고 갈 수 있는 분은 언제나 환영"이라며 "정 전 의장도 함께 가야 할 대상이나 시기의 문제가 남아 있는 것"이라고 말해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 전 의장 측은 "행사를 계기로 정 전 의장과 손 전 지사가 공감대를 넓혀간다면 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또 이날 식장을 가득 메운 정 전 의장 지지자 모임 '정통들' 회원들도 손 전 지사의 이름을 연호하며 큰 박수를 쳐 '정-손 연대'에 대한 정 전 의장 측의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실상 대권출정식…범여권 인사 총출동 '세 과시'
이날 출판 기념회는 정 전 의장의 지지자 모임 '정통들' 회원 5000명 가량(주최 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져 정 전 의장의 대권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정 전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했던 사람으로서 자산과 부채를 모두 끌어안고 책임과 평가를 달게 받을 것"이라며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을 통해 70년대 개발 독재 시스템을 강요하려는 과거 세력과 정면으로 맞서겠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한나라당 대선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해 "분단구조에 기생해 온 군사 쿠데타 세력, 개발독재·냉전세력들은 철조망 안에 운하를 파고 철조망을 피해 페리로 연결하자는 낡은 기득권적 발상을 버리지 않고 있다, 철조망 안에 갇힌 협소한 비전으로 미래를 개척할 수 없다"고 맹공했다.
정 전 의장은 또 "20년 전 6월 항쟁이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도 이 땅의 민주세력이 통합하고 연대했기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며 "새로운 시대를 앞두고 국민들은 평화민주개혁세력이 하나로 되라고 통합을 명령하고 있다"고 대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모든 것을 열어놓고 새로운 통합의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또 손 전 지사를 비롯해 김근태, 천정배, 한명숙 의원 등 범여권의 대선주자와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 김한길 중도개혁통합신당 대표 등 각 정파 현역의원 80여 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정 전 의장 등을 겨냥해 '국정실패 책임인사 배제론' 등을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또 이해찬, 김혁규 의원 등 당 내 친노 의원들도 참석하지 않았고 또 당초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던 권노갑 전 고문, 박태준, 이수성 전 총리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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