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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의 뿌리는 한국독립전쟁의 전통에서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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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육사의 뿌리는 한국독립전쟁의 전통에서 찾아야"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5/21] '육사 60년'을 책으로 펴낸 육군사관학교 이기윤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현직 육군사관학교 교수가, 지난해 육사 개교 60주년을 계기로 육사와 육사 출신 군인들의 발자취를 담은 '별,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 60년'을 출간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책의 저자인 이기윤 교수는 구한말인 1896년 대한제국 육군무관학교에서 화랑대에 이르기까지, 해방과 분단, 전쟁 등의 위기 속에서 육군사관학교의 뿌리와 역사를 살폈는데요. 그는 이 책은 군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고 우리 국군이 도약하기 위해 거쳐야 할 자기성찰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합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육군사관학교 이기윤 교수를 초대해 육사 60년사를 통해 우리 군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우리 군이 나아갈 방향과 우리 시대 군인 정신이 무엇인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육군사관학교 이기윤 교숩니다. 이기윤 교수는 1954년 경남 김해 출생으로 77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제33기)했고 89년 인하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1981년부터 육군사관학교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미국 유타대학교 방문교수로 근무한 바 있습니다. 또, 1997년 <시와 시학> 신인상으로 문단에 등단했고 2004년부터 육군사관학교 육군박물관장을 맡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이번에 내신 책 이름이 '별,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 60년'인데요, 어떻게 이 책을 쓰시게 됐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기윤 : 작년이 육사 60주년이어서, 그걸 기념하기 위한 것이고. 그러나 별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이 우리 근대 들어서 조국을 지킨 사람들의, 그러니까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우리 조국을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번 써보고 싶어서 출발했고요. 그 다음 더 중요한 것은 우리 헌법 전문에 나와 있듯이 우리 대한민국의 법통을 상해 임시정부에 두고 있는데 우리가 실제적으로 근대사면이나 군의 정통성면에서는 뿌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상해 임시정부에서의 군의 활동과 조직, 이걸 또 쳐다보다가 결국 그 뿌리는 대한제국 육군무관학교에 있었다. 그래서 대한제국 육군무관학교의 출발부터 우리 근대적 군의 출발로 잡아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당연한 그런 귀결로 잡았습니다.

박인규 : 국문학을 전공하고 가르치시는 분인데 이 책을 쓰시게 된 건 순전히 개인적인 관심으로 쓰시게 된 겁니까?

이기윤 : 개인적인 관심이 컸죠. 사실 학교의 공식적인 입장에서 출발했다가 여러 가지 개인적인 의견이 너무 많이 들어가다 보니 조금 방향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국문학과 교수면서 역사를 전공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역사서를 편찬했느냐...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역사인식이라는 것은 역사학자들만 갖는 게 아니고 제가 볼 때는 전 국민이나 또는 특히 군대에 있어서는 간부, 군을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중추적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역사학자들이 갖는 객관적인 역사인식보다는 더 투철한 민족사관이나 국가적인 사관이나 그런 것을 지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국문학자이면서도 그런 어떤 투철한 역사인식이 저한테도 필요했고, 또 생도들한테도 반드시 그것은 있어야 되고 우리 군 간부들도 그런 역사의식을 지녀야 되겠다는 뜻에서 출발했습니다.

박인규 : 작년 2006년이 공식적으로 육사 60주년이죠. 60주년을 따지는 기원은 어딥니까?

이기윤 : 1946년 5월 1일 남조선 경비대사관학교가 태능에서 출발했습니다. 그것을 개교기념일로 잡고 있습니다.

박인규 : 거기서부터 출발하고 있는데 이 교수님께서는 11896년 만들어진 대한제국육군무관학교가 뿌리라고 말씀하고 계시죠. 그 근거는 어떤 겁니까?

이기윤 : 근거를 두 가지 측면에서 얘기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역사의 형식논리라고 얘기할 수 있는 제도사적인 면에서, 아까도 얘기했지만 헌법 전문의 정신에 비춰서 우리가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해야 되고 상해 임시정부는 자기들이 출발하면서 왕조국가에서 근대국가로 탈바꿈하기 위해서 대한제국을 선포, 계승한다고 분명히 천명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형식논리상 저희들은 법통이 대한제국에 있다고 귀결되는 것이죠. 그 다음 실제적으로 구체적인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 육군의 간부를 이끌어 온 핵심적 멤버들이 일제시대 때는 신흥무관학교 출신들입니다.

만주 서간도에서 1910년도에 출발한 독립군들이죠. 그 사람들이 만주에서의 독립전쟁을 주도해 왔고 1920년 일제가 만주를 다시 침략하고 독립군들을 소탕했기 때문에 관내로 옮겼을 때도 주력 독립군들은 신흥무관학교 출신들입니다. 그런데 신흥무관학교는 또 대한제국육군무관학교 출신들이 와서 세우고 교육한 학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물사적으로 봐도 그 사람들의 정신과 맥락이 우리 1946년 5월 1일 개교한 육군사관학교에 명백히 흐르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1896년에 대한제국무관학교, 1910년도에 독립운동을 했던 신흥무관학교의 맥이 1946년 육사까지 흐르고 있다는 주장이신데, 육군에 계신 높으신 분들은 별로 동의하시지 않는 모양이죠?

이기윤 :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순 없지만 분위기가, 옛날에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분듧이 안 계시지만 일본군 출신들이 우리 군 수뇌부를 장악하고 있었을 때는 그런 분위기가 있을 수가 없었죠. 논란 자체도 안 되고. 그래서 저희들이 1976년 육사 30년사를 집필할 때 일부 이런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게 그런 분위기에 눌려서 없어졌는데 제가 볼 때는 아직까지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동의할 수 없는 그런 분위기가 있지 않느냐, 그렇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상당히 과감한 주장이십니다만 아직 육군 내부에서는 별로 동의하시지 않는다는 말씀이시고. 또 일부에서는 그런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 군이 사실은 60년대 이후로는 우리나라 정치를 말하자면 주도해 왔기 때문에, 주도해 오신 박정희 대통령이나 정일권 총리나 많은 분들이 일본 육사 출신 아니냐. 그럼 육사가 과연 독립운동의 맥을 잇는다고 볼 수 있겠느냐고 진보진영에선 그런 반발도 있을 것 같은데요?

▲ ⓒ프레시안

이기윤 :
굉장히 민감한 문젭니다. 제가 박정희 대통령이나 전두환 전 대통령을 언급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후배로서 예의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이 책을 쓸 때, 전부 그분들을 다 포함해서 자기반성적인 입장에서 반드시 과거를 되짚어 봐야 된다. 그래야 희망찬 미래가 있을 수 있고 현실을 올바로 인식할 수 있다. 그게 역사인식의 요체 아닙니까? 반성 없는 역사는 저는 역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분들 하나하나를 어떻게 비판적 시각에서 본다기보다는 우리의 과거사를 보다 반성적 입장에서 성찰해 봄으로 해서 앞으로 더 미래로 나아가자 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1960년대 이후 좋은 싫든 육사 출신들 또는 우리 군이 한국 정치사 전면에 나타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한 시대가 흐름으로써 지나갔다손 치더라도 반성할 것은 반드시 반성해야 된다. 하는 것이 우리 사관학교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반드시 지녀야겠다 하는 게 제 의견입니다.

박인규 : 5. 16 이후 87년까지 군부통치시대에서는 분명히 잘못된 부분도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이기윤 : 잘못됐다기보다는 제가 거기 평가를 객관적으로 내리기는 상당히 힘듭니다만, 제가 볼 때는 아주 원칙적으로... 군인이 정치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거죠. 그런 입장에서 저는 사관생도들을 교육해야 되고 군의 간부들도 그런 인식을 반드시 지니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학교 역사실에 들어가면 옛날에는 시대구분을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구한국, 일제시대로 돼 있습니다. 그러다가 일제 강점기라는 말로 바뀌었구요. 저는 그 말조차도 굉장히 자존심 없는 말이다. 독립전쟁기라고 반드시 해야 된다. 일제시대라는 것은 그야 말로 일제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습니까? 수동적인 명칭. 일제 강점기도 마찬가지죠. 강점이라는 말이 들어갔지만. 그러나 우리는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서 만주, 중국, 또 국내에서 얼마나 많은 활동을 하고 목숨을 바치고 피를 흘렸습니까. 그러면 반드시 독립전쟁기라는 말을 써야 된다. 그것조차도 객관적인 검증이 안 됐다고 해서

박인규 : 검증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의 문제다.

이기윤 : 저는 그렇게 봅니다. 정신사적인 문제라고 보고, 저희 박물관에서는 시대 구분을 제가 그렇게 했습니다.

박인규 : 제가 이 책을 보면서 별이라는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약간 기분이 좀 안 좋았어요. 말하자면 계급으로서의 별. 군인들의 소망이 별 따는 거 아닙니까. 별 딴 사람들 얘긴가 했는데 이 교수님이 쓰신 별의 의미는 민족의 앞날을 밝힌달까 그런 정신적인 의미가 크더라구요. 책 후반부에 보면 그런 계급으로서 장성이 아니고 육군의 별이 될 분을 강재구 소령을 비롯해서 몇 분 소개하시던데, 이 분이야 말로 우리 국군의 정신을 밝힐 수 있는 참다운 군인이다. 몇 분을 소개해 주시죠.

이기윤 : 얼마나 국군의 정신을 참답게 밝히고 우리 독립정신을 이어온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일일이 다 언급할 순 없지만 제가 책에서 언급한 몇 분을 소개하자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강재구 소령... 그야 말로 군인정신의 핵심이 희생정신 아닙니까? 그 희생심을 부하사랑으로... 조국을 위해서 바친 목숨 아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강재구 소령은 살아있는 시대정신, 그리고 살아 있는 군인정신의 본보기라고 얘기할 수 있죠.

그 다음 제가 또 6.25 때, 북한 공산집단이 침략했을 때 춘천지구 전투에서 적의 탱크, 그때는 사실 자주포인데 탱크라고 다들 오인하고 있을 때 적의 탱크를 맨 몸으로, 화염병으로 막아서 3일간을 춘천지구 전투를 지연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 공로를 세운 사람이 심일 소령인데, 그분이 8기생이죠. 그래서 사실 공산집단이 춘천에서 3일간 지연됐기 때문에 자기들이 포위 섬멸작전을 하려고 했던 게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결정적으로. 그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이 바로 육사 출신이고, 그분은 대위로 진급해서 영월지구 전투에서 전사했어요. 부하를 위해서. 이런 분들이 살아있는 육사인의 본보기다.

또 물론, 죽어서... 또 전쟁에서 목숨을 바쳐서 조국을 구한 분들도 있지만 또 어떻게 보면 우리 조국의 근대화 또는 사회발전에 기여하신 분들도 많이 있죠. 우리 그야 말로 세계 최고의 포스코를 만든 박태준 명예회장님, 그리고 건국대 오명 총장님 같은 분은 우리 사회발전을 위해서 아마 공헌한 육사인의 본보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인규 : 높은 계급보다는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얼마나 헌신했느냐가 참다운 군인을 가리는 척도다.
개인적인 질문도 드려보고 싶은데요. 이기윤 교수님이 육사 들어가신 게 73년인가요? 대부분 육사에 들어가면 야전으로 나가서 지휘관이 되는 게 일반 군인들의 꿈인데, 우선 그 당시에 어떻게 해서 육사를 가셨고, 교수가 되신 것도 약간 특이한 것 같은데.. 개인사를 설명 좀 해주시죠.

이기윤 : 제 개인사를 물을 때마다 군인으로서는 별로 자랑스럽지 못해서 제가 마음에 꺼림칙한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제가 강재구 소령을 말씀드렸지만,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땐가, 소령 강재구라는 영화가 있었어요. 그걸 보면서 아, 참 남자로서 한 번 가볼 만한 길이다. 그렇게 생각해서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가 육사로 가게 됐죠. 육사에 가보니까 제가 고등학교 때도 문예활동을 한다고 했는데, 육사를 졸업하면서 전형적인 야전군인의 길도 있었고 또 군의 발전을 위해서 교수나 과학자가 되는 길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특별히 개인적으로 취미가 있는 분야를 살려서 개인의 어떤 취미랄까, 특성을 좀 살려서 생도들 교육에 좀 이바지하는 게 어떨까 해서 교수의 길로 가게 됐습니다.

박인규 : 육사 졸업하진 지 올해로 만 30년 되셨는데, 말하자면 군인의 길을 30년 걸어오셨는데 후회는 없으십니까?

이기윤 : 후회는 없습니다. 그러나 아쉬움이 있다면, 참 우리 전 군의 입장에서 정말 제가 30년을 군에서 살아오는 동안 저희 동기생들을 보면 전후방에서 엄청나게 고생들을 많이 합니다. 대부분이. 그런 만큼, 물론 내적으로는 명예심을 지키고 자긍심을 지니고 살아가지만 어떤 보상 면에서 좀 자본주의 국가에서 보상해주는 것이 부족하지 않나

박인규 : 군이 노력하는 것에 비해서 사회가 인정해 주는 부분이 너무 작다.
책 뒤에 보니까 아드님 두 분도 한 분은 육사, 한 분은 ROTC로 복무하고 계시던데 아버님이 권유하신 겁니까 알아서 간 겁니까?

이기윤 : 제가 권유한 바는 없고, 애들이 보고 자라면서 아마 판단해서... 제 큰애는 육사로 오게 됐고 작은 애는 ROTC 장교로 복무 중인데. 큰애한테 그랬습니다. 군인은 참 가난하게 살아야 되고 또 가난하게 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정말 용기가 있느냐. 자본주의 국가에서 군인이 남보다 더 못 살라는 법은 없지만 군인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청렴한 것이 제 1의 조건이다. 군인이 돈을 알고 권력을 알게 되면 국가는 망한다. 그게 역사가 주는 교훈 아니냐. 이순신 장군을 예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그 시대 무관들이나 장수들을 보면 이순신 말고는 대부분 권력에 심취해 있고 그런 경제적 부에 있다 보니 국가가 그 지경이 되지 않느냐. 군인은 그러니까 자고로 가난하게 살 용기가 있어야 된다. 그런 용기가 있을 때 군인의 길로 가라. 그렇지만 보람은 있을 것이다.

박인규 : 돈과 권력과는 멀어져라.군과 권력의 관계. 혹은 아까도 군의 정치 개입 말씀이 약간 나왔는데, 우리 국민이 지금 군을 약간 부정적으로 보는 측면 중 하나가 지난 30년간의 정치개입. 그런 게 있고 최근에는 이런 비판이 있는 것 같아요. 남북관계가 아무리 화해협력으로 간다 해도 군은 안보자세를 지켜야 되는데 서해교전이나 이런 걸 보면 군이 너무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안보는 안보, 정치는 정치인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프레시안

이기윤 :
제가 그야 말로 국문학자 아닙니까. 그러니까 안보에 대한 중요성은 제가 백번 얘기하라면 할 수 있지만 정치와 연계해서 얘기하기는 제가 문외한이고, 그래서 제 범위를 넘어섭니다만, 원칙적으로 볼 때 국가안보는 정치에서 좀 독립해야 되지 않겠느냐 하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박인규 : 노무현 정부 이후에 개혁이라는 것이 시대적 화두가 됐는데, 예전의 권력기관이라 할 수 있는 검찰, 언론, 이런 데서도 개혁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군은 아직도 개혁에 미진한 것 같다는 평가를 하는데, 군 안에 계신 입장에서 어떻게 보십니까?

이기윤 : 제가 볼 때는 군도 많이 개혁됐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혹시 개혁의 구체적인 사례 같은 걸 들어 주실 수 있습니까?

이기윤 : 사실 박 선생님은 언론에 계시지만 언론도 개혁을 많이 하지 않았습니까.

박인규 : 아직 미흡하죠.

이기윤 : 개혁되는 것만큼 그것이 홍보가 잘 되는데, 군의 속성상... 안에서는 특히 현대 젊은이들의 특성에 맞게끔 계속 기획을 해나가는데도 홍보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혹시 딱 한 가지.. 이걸 보면 개혁한 거 아니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례 같은 게 있을까요?

이기윤 : 있죠. 예를 들면, 병사들 입장에서 보면 병사들이 개인의 인권에 대해서는 지금 아마 어느 직장 못지않게 보장돼 있고. 특히 전방에 가 보시면 옛날에 쭉 침상에서 여러 명 누워서 같이 자는 것에서 탈피해서 개인의 침실공간이나 개인의 자유스런 공간과 시간을 보장해 줌으로 해서 개인의 인권과 생명존중사상, 이런 것이 굉장히 전방부대에서는 분위기가 활성화 돼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이 금방 사회에 전파되지 않고 있다 보니까

박인규 : 분명히 변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아직 모르고 계시다.

이기윤 : 그렇습니다. 그리고 거기 따라서 군의 간부들도 엄청나게 의식이 개혁돼서 지금 현재는 군이 굉장히 민주화됐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81년부터 육사교관을 하셨죠. 한 27년 동안 후배들을 가르쳐 오셨는데 이기윤 교수님이 육사 생도였을 때하고 요즘 보면 차이가 많죠?

이기윤 : 그렇습니다. 제가 볼 때는 참 사람이, 시대가 변하는 걸 모르고 항상 자기 입장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지금 생도들의 분위기를 어떻게 보면 제가 100%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저희들이 다닐 때도 사회 어느 집단보다도 육사생도생활이 힘들고 어렵고, 그러면서도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가면서 생활해야 되는 특수성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사회는 굉장히 자유스럽고, 물질적으로 풍요스러워졌지만 육사생도들은 군의 간부가 될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런 물질적 풍요과 자유스런 분위기에 무작정 노출시켜서는 안 되는 것이죠. 그래서 자기절제와 자기관리, 이런 걸 철저히 하기 위해서 명예제도라든지 상금제도라든지 이런 게 아직까지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고. 그런 면에서 아주 전통이 살아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육군의 공식적 입장과 다를 수 있는 말들을 현직 육군장교이신 교수님이 나와서 말씀하실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어떻게 보면 군이 상당히 민주화됐다고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마지막으로 군인들은 국민들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에 기대도 관심도 많은데, 군의 변화에 대해서 군인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면 한 말씀 해주시죠.

이기윤 : 군이 많이 변화하기 위해서, 그리고 혁신하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의식에서부터 행동, 제도 하나하나 다 고쳐가면서 현대사회에 맞게끔, 현실에 맞게끔 고쳐 나가려고 애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관성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보니 한꺼번에 개혁이 되기는 힘든 것이죠. 그래서 인내심을 가지고 개혁이 되게끔 스스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아마 국민 여러분께서도 아시다시피 면회 와보면 자식들이 생활하는 모습이 옛날과는 판이하게 다를 겁니다.

아주 자유발랄한 분위기에서 자기 의사표명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심지어는 훈련 받다가 전화도 하지 않습니까? 그런 의사소통의 시스템이 아주 잘 돼 있습니다. 그런 것도 우리가 개혁해 나가는 하나의 본보기라고 얘기할 수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국민 여러분께서는 군에 대한 신뢰를 전폭적으로 언제든지 보여주셔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저도 사실은 지난주에 사병으로 간 저희 아들 면회를 갔다 왔는데 많이 좋아진 것 같더라구요. 군에 대한 믿음과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우리 군도 좋게, 좋은 방향으로 변할 것이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기윤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오늘은 육군사관학교 이기윤 교수를 초대해 육군사관학교 60년사를 통해 우리 군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나아가 앞으로 우리 군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얘기 나눠봤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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