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이 전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삼간다는 전통을 깨고 조지 부시 행정부를 "역사상 최악의 정부"라고 비난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서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전현직 대통령 간에 비난전이 벌어지고 있다.
토니 프라토 백악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카터 전 대통령의 무모한 인신공격을 애석하게 생각한다"며 "그것은 불행한 일이고, 이번 발언으로 그가 갈수록 시대에 뒤처지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백악관의 이같은 반응은 카터 전 대통령이 전날 <아칸소 데모크래트-가제트>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발언에 따른 것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19일자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국가들에 미친 악영향에 있어서 부시 행정부는 역사상 최악의 정부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어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을 비롯해 로널드 레이건, 리처드 닉슨 행정부 등 이전 정부들이 내세웠던 미국의 가치들을 뒤집은 것이 나를 가장 근심케 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현재 설사 미국의 안보가 직접 위협을 받지 않더라도 (다른 나라의) 정권교체를 원하거나 미래에 우리의 안보가 위협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되면 선제공격론에 찬성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으로 과거 미국의 모든 정부들의 정책에서 급격히 이탈했다"고 비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또 부시 행정부가 전직 대통령들이 해 온 환경보호 노력은 물론 모든 핵 무기 협정을 폐기하거나 반박해 왔다고 비난했다.
"한 판 붙자는 것"
이같은 발언에 대해 당일에는 일체의 논평을 거부했던 백악관이 하루가 지난 20일 마침내 그 간의 무대응 방침을 깨고 적극 논박하기에 이른 것이다.
200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카터 전 대통령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강하게 비판해 왔으나 백악관은 대응을 하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의 이같은 강력한 반발은 전임 대통령을 존중하는 전통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미국의 저명한 대통령학 학자인 더글러스 브링클리 튜레인 대학 교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역사상 최악의 정부'라는 카터 전 대통령의 표현은 이례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브링클리 교수는 "그런 표현은 카터가 미국의 대통령에 대해 했던 말 중에 가장 강도 높은 비난"이라며 "어떤 대통령을 '최악'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싸움을 한 판 해보자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한편 카터 전 대통령은 앞서 <BBC>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맹목적'으로 지지했다고 비판하면서 그의 이라크 전쟁 지지를 '세계 주요 비극의 하나'라고 표현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 대한 블레어 총리의 태도에 대해 "지긋지긋할 정도로 충직하고 맹목적이며 보기에 따라서는 비굴해 보이기까지 한다"면서 "부시 대통령의 잘못된 정책을 영국이 변함없이 지지한 것은 세계의 중대한 비극"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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