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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놓지 않으려는 잘못된 심보부터 청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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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권력 놓지 않으려는 잘못된 심보부터 청산해야"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5/15] '8.15 공간' 책 낸 장을병 교수 <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올해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무척 시끄럽습니다.열린우리당을 탈당해 교섭단체를 꾸렸던 통합신당모임이 독자신당을 창당하고.. 친노 세력과 비노 세력의 갈등이 커지면서 범여권의 통합 움직임은 쉽지 않은 양상입니다. 한나라당 역시 재보선 참패 이후 후폭풍에 따른 내분으로 술렁이고 있으며, 특히 '경선 룰'을 놓고 당내 양대 예비대선주자들이 가시 돋친 신경전을 펼치고 고 있습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어제에 이어 국내 원로 정치학자이자 국회의원을 지낸 장을병 교수를 초대해 현재 여야의 움직임을 비롯해 올해 대선 정국 전망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정치학자 장을병 교숩니다.

박인규 : 어제에 이어서 다시 모시게 됐습니다. 어제 시간에 말씀하시면서 8.15공간의 미군정의 공과를 말씀하시면서 민주주의 부분에서는 좀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하셨어요. 어쨌든 그렇지만 한국인들 스스로의 힘으로 민주화를 이뤘습니다. 그게 87년 6월 민주화항쟁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올해로 20년이 됐어요.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 민주화, 민주정치가 제대로 발전해오고 있는 것인지, 어떻게 보십니까?

장을병 : 그것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을 겁니다. 난 큰 흐름으로 볼 때는 그렇게 옛날 식으로 5.16군사쿠데타, 유신쿠데타, 하는 식으로 또 전두환 쿠데타 하는 식으로 역사를 역전시킨 일은 없었으니까 긴 안목에서 보면 전진의 방향으로 나아갔지 않느냐는 평가를 내릴 수 있긴 있는데, 과연 학자들이 보는 민주주의의 방향으로 올바르게 착실하게 나가고 있느냐라는 세부적인 면을 따질 땐 조금 문제점이 없지 않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 거죠.

박인규 : 문제점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장을병 : 진짜 이 얘길 꼭 좀 하고 싶은데, 아주 우리나라에선 참 괴상한 현상이에요. YS도... 김영삼 대통령도 민정당으로 대통령에 당선돼서 정당을 새롭게 만들었어요. 신한국당. 또 DJ도 이해가 안 가는 측면이, 국민회의라는, 이름도 그런대로 괜찮았고... 또 국민회의를 통해서 대통령으로 당선돼가지고는 또 바꾸더라. 그러니까 그 다음에 이번에 등장한 노무현 대통령도 자길 당선시켜준 정당 민주당이 얼마나 좋은 정당인데 그걸 또 해체시켜 버리고 열린우리당이라는 당을 만들더라.

박인규 : 대통령만 되면 당을 만드는군요.

장을병 : 아 글쎄 이게 무슨 일이냐 이거에요. 난 도저히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박인규 : 그것이 민주정치 발전에는 아주 안 좋은 걸로 보시는 군요.

장을병 : 안 좋은 거죠. 영국의 경우 15, 16세기의 토리, 휘그의 전통을 가지고 한 삼사백년 내려오지 않느냐는 겁니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도 적어도 민주당, 공화당이라는 정당이 한 100년 이상, 200년 가까이 존속되고 있지 않느냐. 전통을 이어가면서, 자체 안에서 교정을 할망정 그 정당체제 자체를 허물지는 않았는데,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선 권력만 잡으면 기존 정당을 해체해 버리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나가는 건지. 이렇게 될 때 과연 우리의 정당의 뿌리는 국민들 속에 정착될 수가 있겠느냐. 안 된다.

박인규 : 우리나라 정치는 정당보다는 인물에 의해서 움직이는 거로군요.

▲ ⓒ프레시안

장을병 :
글쎄 그러니까 잘못돼 있는 건 아닌가. 또 한 가지 잘못이 또 있습니다. 사실 지난날 군정하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우리가 외쳤던 얘기가 뭐냐, 장기집권의 음모를 왜 꾸미느냐, 장기집권을 획책하느냐 우리가 그렇게 해왔습니다. 어떤 정당이든지 집권을 했다가 민심이 이반하고 민심이 이탈하면 그 다음에 참 자숙하면서 또 자기혁신을 통해서 민심을 획득하기 위해서 노력을 기울여서 그 다음번에 또 재집권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지. 우리는 일단 잡았으니까 내놓을 수가 없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이게 민주주의 어떻게 되겠느냐....

박인규 : 정권교체도 가능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장을병 : 그렇죠.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아무 무리 없이 이뤄지는 것이 성숙된, 완전한 민주주의 체제라고 얘기할 수 있는데, 아니 집권세력은 무조건 우린 잡았으니까 어떻게든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우리는 정권 안 내놓는 방법을 택하겠다고 할 때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소위 희망은, 명암은 어떻게 되는 거냐.

박인규 : 아직까지 우리나라 민주정치가 갈 길이 많군요. 장을병 교수께서는 70년대부터 한국 정치론을 연구하셨고 또 실제로 민주화 운동도 하셨고 정치도 해보셨고. 그러면서 우리나라 정치가 10년을 주기로 큰 변화가 온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렇다면 97년이 김대중 대통령 되면서 50년 만에 수평적인 정권교체, 10년째란 말이죠. 이번 대선도 큰 변화가 올 수 있는 계기겠네요?

장을병 : 그런데 내가 10년 주기설을 얘기한 건 20세기에 해당되는 얘긴데, 한 번 살펴보면 1910년에 일본이 한일합방 했지 않냐, 1919년에 그에 대한 강한 저항으로 3.1운동이 일어났고 또 30년대 들어가면서 일본이 군국주의화 하면서 한국인들을 소위 자기네들 체제 수호를 위해서 동원하기 시작했고. 그 다음에는, 좀 안 맞습니다만 10년 주기가 아닌지만 45년에 8.15를 맞이하게 됐고.

그 다음에 1950년에 6.25 동란이 터졌고 그 다음 또 60년에 4.19혁명이 일어났고 1971년에 유신시대가 일어났고 80년에 전두환 쿠데타가 일어났고 그 다음 1987년에 딱 10년만은 아니지만 6월 민주화 항쟁이 일어나서 승리를 거뒀고. 이렇게 보면 20세기 우리네 역사는 10년 주기설이라는 게 어느 정도 근거가 있지 않느냐는 얘기죠.

박인규 : 21세기에서는 아직 거기까진...

장을병 : 아직 지켜봐야지 지금 속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데, 나는 그래서... 아마 박 선생님은 이번 대선하고 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10년 주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으신 것 같은데 그건 조금 지나 놓고 봐야 말씀드릴 수가 있겠네요.

박인규 : 어쨌든 올해는 대선이 시중의 가장 큰 토픽이기도 하구요.
우선 아까 말씀하신 중에 권력자가 되면 당을 자꾸 만들더라. 한나라당도 물론 당이 깨진 건 아닙니다만 유력한 두 후보가 경선룰을 놓고 깨질 것 같다는 얘길 하고 있고 열린우리당도 상당수 의원들이 나가서 별도의 당을 만들었고. 뭔가 모아지기보다는 구심력이 커지는 것 같은. 지금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현상을 보시면서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장을병 : 아니 왜 집권세력들은, 자기네들이 집권한 당을 그대로 반성하면서 좀 잘해보자는 다짐을 하고 연구하고 국민들을 설득해서 다음 찬스를 볼 작정을 해야지, 아니 내놓으면 안 된다는 사고방식은 옛날 군정세대가 권력만 잡으면 안 내놓으려고 하는 욕심스런 심보와 다를 게 뭐가 있냐. 이것도 난 아주 민주화,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선 청산해야 할 잘못된 심보라는 생각을 갖고, 그 다음 야당도 참 너무나 안타까워요.

사실 국민들이 굉장히 기대를 걸고 지지를 해주는 건데 사십 몇%씩 지지해 주고 있는데도 국민들의 그런 여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 그런 속에서는 양보하고 서로간에 타협을 이뤄서 국민들의 열망을 어떻게든지 소위 수렴하기 위해서 노력을 기울여야 할 텐데 오히려 지지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싸움질은 더 강해지고. 이게 국민들에게 주는 실망, 또 국민들은 그걸 보면서 얼마나 안타까워하고 있는지를 왜 모르느냐 그거에요. 그래서 여든 야든 참 잘못 가고 있다. 난 민주주의가 되려면 정당이 제대로 뿌리내려서 제대로 돼야 하는데 이게 뭔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혼란스러운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지 않느냐 하는 진단을 하게 되는 겁니다.

박인규 : 보다 나은 정치를 위해서 건전한 싸움을 해야 되는데, 어떻게 보면 보다 나은 정치가 무엇이냐 하는 질문은 없어지고, 누가 권력을 잡을 것인가, 내용 없는 권력이라고 할까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국민들이 개입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여지는 없는 겁니까?

장을병 : 국민들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죠. 솔직히 얘기해서 대선은 국민들의 선택에 의해서 이뤄지는 거니까 진짜진짜 좀 차분한 국민들, 차분한 생각에서 어느 길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 이 나라의 발전, 경제발전을 위해서 유익하겠느냐라는 합리적인 판단을 해서 이번, 금년 대선에서 올바른 선택을 해야 된다고 국민들에게 모든 책임을 넘기고 싶은 생각입니다.

박인규 : 모든 선거는 어떻게 보면 현 집권세력에 대한 일종의 심판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도 결과가 나오겠습니다만. 참여정부, 노무현 정부가 1년도 안 남았는데 지난 4년간의 성과, 치적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프레시안

장을병 :
지금 5년이 가까워가고 있는데, 임기말이 10개월 남았는데 1년도 채 남지 않았는데 지금 와서 되돌이켜 살펴보면, 과연 정치를 제대로 했느냐라고 할 때 무작정 잘했다는 얘기를 할 수 있는 입장이 못 된다.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난 그 사이 노무현 정권이 한 정치 치적이랄까 이런 것이 제대로 이뤄졌느냐 할 때, 난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지 않느냐. 왜 그러면 그대로 안 되는 거냐.

아주 이해하기 쉽게 아주 비근한 예를 들어 보면, 지난 한미FTA 결정 과정에서는 진짜 아주 차분하게 대통령이 다른 소리 하지 않고 차분하게 하면서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고 제대로 처신해 나가더라니까요. 그러니까 국민들의 인기가 10% 올라가고 새롭게 올라가는 현상이 왔죠. 그런데 괜히 요즘 와서는 난 대통령이 이제는 자기 임기가 10개월 밖에 안 남았으면 지금쯤은 정치에 대해서는, 정치 파워게임은 너희들끼리 여야가 알아서 해라, 나는 국민을 위한 행정만 정확히 알차게 다져 나가겠다는 자세를 취해 주면 좋을 것 같은데,

왜 선거에 대해서 이렇게 해라, 정당에 대해서 이렇게 해라, 상식의 범위를 벗어나는 이런 발언들 때문에 오히려 국민들은 조금 싫어하는 경향이 많았는데, 막판에 와서 FTA 협의하던 과정에 취했던 자세를 취해 줬으면, 아 이제 막판에 가서 잘 하려고 하나보다 하는 생각을 가졌는데 또 요즘 와서 보면 괜히 안 해도 될 얘기를 해서 문제를 일으키고 이 집권세력 안에서도 서로간에 치고받고 하는 이런 현상을 왜 연출하느냐. 난 이런 것이 진짜진짜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박인규 : 정치학자시니까 그런 말씀을 여쭤보고 싶은데요, 아까 말씀하신 정당정치가 자리 잡아야 되고, 또 일부에서는 이른바 절차적 민주화는 잘 됐지만 사회경제적 민주화가 안 돼서 일반 사람들이 먹고 살기가 힘들다. 학자들이 많은 비판을 하는데 실제로 현실정치에는 영향을 못 미치는 것 같다. 우리나라 정치학자들이 뭔가 역할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분발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장을병 : 이건 뭐 정치학자들에게 책임을 돌릴 일은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다만 정치학자들의 현실참여라는 것이 독재시대의 경우와 민주화된 지금의 경우는 난 달리 해석해야 한다. 독재시대의 참여는 그건 사실 어용입니다. 독재시대에 정부를 비판하면서 참여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잖아요. 독재를 강화하고 영구집권을 획책한다든가 하는 방향으로 도움을 주니까 그건 어용이라고 볼 수 있고. 그러니까 독재체제하에서의 참여는 어용일 수밖에 없고 그런 어용은 해선 안 된다는 게 내 지론인데, 민주화가 된 이 마당에는 나는 정치학자라로 해서 참여하지 말라는 얘길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오히려 자기가 갖고 있는 생각을 거침없이 발표해서 위정자들이나 아니면 집권세력들에게 투입시켜서 자기 의견을 전달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가는 것, 간접적으로라도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그래서 요약하면, 독재하에서 지식인의 정치참여라면 어용으로 전락될 위험성이 있지만 민주화시대인 이 마당에서는 난 되도록이면 참여해서 자기 의견을, 건실한 자기 의견을 제시해서 정치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싶습니다.

박인규 : 장을병 교수께서도 한때 국회의원을 한 번 하셨어요. 정치학자로 활동하신 것과 실제 정치하고는 차이가 많을 것 같은데 실제 정치를 해보시면서 우리 정치인, 혹은 정치에서 부족하달까 이것이 필요하다고 느끼신 게 있을 것 같아요.

장을병 : 천양지차에요. 학자 입장에서 보는 정치현실하고, 내가 직접 참여해서 들여다본, 몸을 담가서 살펴본 정치현실하고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더라. 사실 학자로서 넘겨다 본 정치판은 때로는 동경스럽기도 하고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은 충동도 날지 모르지만 막상 들어가 보면 실망 투성이다. 그래서 내가 아마 어디에선가 얘길 한 적이 있는데, 정치에 실제 들어가 보니까 정치는 여하튼 부지런해야 되겠고. 첫째는 부지런해야 되고. 이건 좀 정신없이 부지런해야 돼요.

두 번째는 얼굴 가죽이 두꺼워야 된다. 몰염치해야 된다. 세 번째는 보폭이 넓어야 한다. 보폭이 넓어야 한다는 이 얘기는 아주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뭐냐, 필요하면 악마하고도 손잡을 수 있는 학자들은 대부분 그런 게 안 맞아요. 솔직히 얘기해서 교수들은 정치인들이 새벽부터 악수하고 돌아다니는 거 하래도 할 수 없더라, 난 못하겠더라. 그래도 학자들은 염치코치를 보면서 처신하는데 여기 정치판에 들어가면 안면이고 이런 건 다 몰수해야 합니다.

박인규 : 그렇다 하더라도 정치라는 게 사실 많은 사람들의 운명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직업인데 좋은 사람이 들어가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장을병 : 글쎄 좋은 사람이 들어가서, 나도 그런 기대를 가졌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한 번 참여해 봤으면 하는 한 가닥의 생각도 없지 않았던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게 몇몇이 들어가서는 그 판이 바뀌어지질 않더라.

▲ ⓒ프레시안

박인규 :
정치라는 게 이상과 현실은 참 차이가 큰 모양이군요.
약간 다른 질문을 드려볼까 합니다. 장을병 교수님께선 줄곧 정치학자, 국회의원... 정치와 관계를 맺어 오셨습니다만 마지막 공직이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이셨어요. 지금은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 이름이 바뀌었죠. 우리나라가 커지면서 나라의 정체성이랄까 세계 속의 한국, 굉장히 관심이 많거든요. 그래서 한국학이 발전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실제로는 좀 아닌 것 같다. 한국학이 침체한 것 같고 인문학도 위기라고 하는데, 실제로 한국학 연구원 계시면서 어떻게 느끼셨습니까? 한국학 연구가 잘 되고 있습니까?

장을병 : 가서, 참여해서 살펴본 한국정신문화연구원과는 다르더라. 제가 바깥에서 그 전에 살펴볼 때는 유신 때 만들어진 어용연구기관이라는 인상이었는데, 막상 현장에 들어가서 참여해서 함께 일해봤더니 그런 게 아니더라. 진정으로 필요한, 나라를 위해선 반드시 있어야 할 연구원이었고 또 그런 작업을 많이 진행시켰더라. 솔직히 말씀드려서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 없었더라면 현재 한국학의 위상은 어떻게 됐을 건가... 라고 염려할 정도로 그 역할이 올바른 기능을 다하고 있었더라. 인식이 확 달라졌어요.

그래서, 내가 마지막 소위 역할로서 보다 더, 참 보탬이 되도록 노력을 기울여 봐야겠다는 각오도 새삼스럽게 하게 됐던 겁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을 해보면, 그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요즘 동북공정이니 뭐니 해서 문제들이 많이 터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그 전까진 이만하면 한국학의 터전이 마련돼 있다고 봤는데 막상 동북공정 문제가 튀어나오면서 거기에 대한 대응력을 논의하다 보니까 야, 이거 한국학이 참 턱없이 모자라는구나. 부족하다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솔직히 얘기해서 중국에서는 소위 한국의 고대사도 자기네 것이고 고구려사도 자기네 거고 발해사도 자기네 거라고 이렇게 나오는데, 거기 대응해서 효율적으로 커버할 수 있는 인력이 우리에게 충분히 있느냐. 없더라구요. 살펴보니 없습니다.

솔직히 얘기해서 우리 한국학 연구원에도 지금 고대사 하는, 고구려사를 하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두서너 사람이 겨우 인력으로 갖고 하고 있을 정도고 인력이 우선 모자라더라. 나중에 확인해봤더니 예를 들어 삼국사를 우리나라의 신라, 고구려, 백제사를 연구하는, 그 이전의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는 숫자의 인원이 되지 않는다는 비관적인 얘길 들었어요. 그래서 아직도 우리 한국학의 토대가, 기초가 너무나 허술하구나 하는 걸 새삼스럽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어요.

박인규 : 우리가 우리 문제를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군요.
'인물로 본 8.15 공간' 이번에 나온 책인데, 어제도 말씀하셨지만 김규식 박사가 포함 안 돼서 아쉽다고 하셨어요. 그 부분도 아마 증보를 하실 테고, 혹시 앞으로도 저서를 쓰실 계획이 있으신지 말씀해 주시죠.

장을병 : 욕심 같아서는 더 정리하고 싶은 게 있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난 큰 욕심 부릴 생각이 없고 이제는 좀 겸허해져야 되지 않겠느냐. 그래서 독자들에게 제가 약속한 대로 김규식 박사에 대해서는 꼭 마무리를 지어 보겠다는 약속을 하겠고. 그리고 이제는 더 학술적인 성격을 띤 이런 책은 쓰기가 이젠 너무 힘들다는 걸 참 뼈저리도록 느낍니다. 그래서 다음에 한 번, 19번째 책이었는데 '인물로 본 8.15 공간'이, 20권을 채울 작정입니다. 20번째 마지막 책은 뭐냐면 내 자서전, 아직 제목은 정하지 않았지만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가... 참 학자로서 나만큼 어렵고 험한 생활을 해온 사람도 드물고 하니까, 오히려 후진들에게 그런 면에서 조금은 교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고 해서,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정리해서 자서전 비슷한 책을 20번째로 한 번 내보고 싶은 욕심은 갖고 있습니다.

박인규 : 20번째 장을병 교수님의 책.... 자서전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어제에 이어 원로정치학자 장을병 교수를 초대해올해 대선 정국 전망에 대해 말씀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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