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잇단 러브콜에도 민주당은 냉담했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과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11일 오전 여의도 모처에서 첫 회동을 가졌으나 '대통합'을 주장하는 정 의장에 대해 박 대표는 '열린우리당은 안 된다'는 기존의 입장만 고수했다.
박상천 "열린우리당의 대통합은 하책에 불과" 일갈
정 의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대통합을 바라는 국민 모두의 마음을 대변해서 이 자리에 왔다"며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우리 둘의 만남이 대통합이라는 큰 광야의 시발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한껏 분위기를 돋웠다.
정 의장은 "대통합은 대선 승리는 물론 시대정신을 구현하려는 의도"라며 "민생개혁세력에게는 동반 성장과 양극화 해소를 통해 민생경제를 부양하고 2만 달러 시대에 맞는 정치를 구현하며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기운을 정착시켜 평화 번영 정책을 만들 책임이 있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민주당이 중도개혁통합추진협의회를 만들어 열린우리당 안에 있는 중도개혁세력을 포함해 통합을 이루려 한다.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고 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저지하지 말아달라"고 비껴갔다.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천명한대로 열린우리당과의 당대당 통합이나 제3지대 신당 창당이 아니라 민주당 중심의 통합론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확인한 것.
박 대표는 "열린우리당이 말한 대통합은 수를 많이 합친다는 점에서는 말이 되나 효과에서는 하책에 불과하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그는 "대통합을 바라는 목소리가 있지만 우리가 하지 않는 것은 분당과정에서의 감정이 상해서가 아니라 이념과 정책 등 정치적 역할이 다른 둘이 통째로 합칠 때 잡탕식 통합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이 경우 머지않아 내분에 빠지게 될 것이고 대선을 앞두고 그렇게 되면 국민의 신임을 얻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또 "이번 대선에서는 국정실패가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책임져야 하고 심판 받을 열린우리당의 일원이 됐을 때 과연 승리할 수 있느냐에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원칙 없는 통합은 정치의 미래에도 맞지 않고 양당 구도가 어떻게 바뀔지를 생각하면서 통합을 해야지 시선이 12월 대선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다만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후보와) 우열의 차이가 현저히 일어났을 때 후보 단일화는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짝사랑'…"오늘 회동에 큰 기대"
민주당의 이러한 냉담한 태도에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이날 회동에 건 기대가 무색하게 됐다.
이날 오전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다소 들뜬 태도로 이날 정 의장과 박 대표 간의 회동을 고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 의장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 회동은 어떤 자세로 임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분열을 생각하면 어떤 차이가 있느냐를 볼 것이나 통합을 생각하면 어떤 공통점이 있느냐를 찾아내는 쪽으로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 눈에는 닮은 점이 더 커 보인다는 말로 오늘 만남에 임하는 자세를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장영달 원내대표도 "원내대표로 취임한 지 100일 즈음해 우리당 의장과 민주당 대표 간의 회동이 결정되는 걸 보니 운세가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라며 "우리당이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수모와 인내를 겪으면서 대통합을 위해 노력한 결과로 돌파구가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원내대표는 "정치권의 우리당과 민주당이 정치적인 FTA 협상을 시작하는 분위기"라며 "국민에게 희망을 선사하는 정치 협상이 되리라 믿는다"고 기대를 표출했다.
김성곤 최고위원은 "요 며칠 민주당 지도부와 폭넓게 대화하면서 통합의 방법론에서는 시각의 차이가 다소 있는 것은 사실이나 통합신당에 대한 확실한 진정성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양당 대표가 마음을 열고 이야기하면 시각의 차이는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송영길 최고위원도 "5.18이 다가오고 6.10 항쟁 20주년이 다가오는 시점"이라며 "오늘 논의가 제정파의 지분논의가 아니라 시대적 소명을 감당하기 위한 진지한 논의가 되어 5.18 광주 영령을 참배할 때 무언가 내용을 가지고 갈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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