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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퍼즐' 브라운, '이라크 퍼즐'은 어떻게 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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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퍼즐' 브라운, '이라크 퍼즐'은 어떻게 풀까

전임의 최대 약점은 후임에게 최선의 공략포인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내달 27일 총리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10일 공식 발표하면서 차기 총리로 유력한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브라운 장관은 일단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총리가 되더라도 이라크 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블레어 총리의 이라크 정책으로 인해 추락한 노동당의 지지도를 회복시켜야 하고, 브라운 장관이 극복해야 할 대상은 야당인 보수당이 아닌 블레어 총리라는 점에서 이라크 정책의 변화가 점쳐지고 있다.
▲ 영국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 ⓒ로이터=뉴시스

아직은 블레어의 그늘 아래

브라운 장관은 10일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미래에 어떤 일이나 결정이 이뤄질지를 예상할 수는 없지만 영국의 장래에서 미국과의 관계는 매우 강고할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도 미국과의 갈등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이라크 전쟁에 관한 영국의 접근법이 달라질 것이냐를 묻는 질문에는 "내각의 일원으로서 이라크 관련해 내린 정책 결정에는 나 역시 책임이 있고 우리가 내렸던 결정에서 빠져나갈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브라운 장관은 "물론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도 있다"고 말해 이라크 정책을 점검하고 평가하는 절차를 밟을 것임을 내비쳤다.

이라크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그의 말은 타당하다. 블레어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이자 동지로서, 노동당 집권 10년 간 재무장관을 맡았던 이력이 말해주듯 그는 블레어 총리의 핵심 정책을 공동으로 책임져왔다. 블레어 총리와 마찬가지로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친미주의자라는 점에서도 이라크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으리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룬다.

'브라운도 푸들' 평가만은 피하려 할 듯

하지만 참전으로 인한 인적·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국민 여론과 노동당 내 다수의 희망에 따라 이라크 전쟁과 대미 외교정책에서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는 점 역시도 분명해 보인다. 영국 유권자의 50% 이상이 블레어 정부와의 단절을 원한다는 여론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브라운 장관은 무슬림들에 대한 블레어의 군사주의에서 벗어날 것임을 암시해 왔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10일 전했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분위기(tone)를 찾으려 하고, 그를 통해 '브라운도 부시의 푸들'이라는 말을 피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아무리 블레어의 정치적 동지지만 총리로서의 위상을 세우기 위해서는 '차별화' 과정을 피할 수 없다는 정치적인 이유에서도 이라크 정책이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티모시 가튼 애쉬 옥스퍼드대 교수는 <IHT>와의 인터뷰에서 "브라운 장관이 블레어 총리와 어떻게 다를지가 가장 큰 관심"이라며 "블레어 정부의 이라크 정책에 관한 (대중들의) 불신이 아마도 브라운에게 이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개혁센터의 마크 레오나르드는 11일 미국 <NPR>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보수당과의 대결을 통해 총리의 위상을 세웠던 블레어와 달리 브라운은 토니 블레어와의 대결을 통해 위상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NPR>은 "블레어와의 단절을 위해 이라크 전쟁은 브라운의 성공 기회를 크게 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라운 장관이 이라크 정책의 무엇을 변화시킬지는 점치기 어렵지만 이라크 정책을 평가·점검하는 과정을 거친 뒤 이라크 주둔 영국군의 조기 철수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영국의 <선데이타임스>는 최근 사설에서 브라운의 대미 정책은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향후 몇 주 안에 브라운은 자세한 답안을 쓸 것"이라며 머지않아 정책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했다. 내달 24일로 예정된 노동당 특별전당대회까지의 기간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거대한 퍼즐' 고든 브라운은 누구인가

브라운 재무장관은 1951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장로교 목사 존 브라운의 세 아들 가운데 둘째로 태어났다. 주류 잉글랜드 정치인이 아닌 스코틀랜드 출신이다.

수재로 소문난 브라운은 커크칼디 공립학교를 나와 남들보다 두 살 일찍 16세에 명문 에든버러 대학에 들어갔다. 1968년 유럽과 미국의 대학가를 흔들던 학생운동의 와중에 브라운은 좌파 운동권의 핵심 인물로 활약했다.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나 옥스퍼드 대학에서 록밴드를 이끌었던 블레어 총리와는 성장 배경이 다르다. 그가 블레어 총리와 달리 전통적인 좌파 사회주의자로서 노동당에 더 굳건히 뿌리 박을 수 있었던 이유다.
▲ ⓒ로이터=뉴시스

'언론플레이의 귀재'라는 블레어 총리는 TV를 잘 받는 외모와 화려한 언변으로 대중을 휘어잡는 스타성을 지닌 정치인이다. 이에 비해 브라운은 언제나 무뚝뚝한 표정, 어색한 미소, 음모를 꾸미는 듯한 태도를 보여준다. '거대한 퍼즐'이란 별칭은 그래서 얻었다. 새벽부터 밤까지 일밖에 모르고,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어 '철의 재상'이라는 별명도 따라다닌다.

브라운과 함께 재무부 고위직을 지낸 앤드류 턴불은 브라운의 업무 스타일이 스탈린적이라고 규정한 적이 있다. 브라운의 정적들은 퉁명스럽고 은둔적인 그의 스타일을 비난한다.

그러나 브라운은 지난달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명성이 중시되고, 유명해지는 것 자체가 중요했던 시절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신념과 정당의 이념에 충실한 총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영국인들이 중시하는 품위를 더 중요시 한다"며 "영국인들은 크고 중요한 이슈에 대해 토론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 TV 프로듀서, 출판편집인 경력

브라운은 에든버러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고, 한때 모교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으며, 출판편집인, TV 프로듀서를 하기도 했지만, 결국 대학이 아닌 현실 정치를 택했다. 브라운은 1983년 초선의원으로 런던 웨스트민스터 의회에 진출했다. 그는 1987년 노동당 예비내각 재무부 수석차관, 1989년 예비내각 통상산업부 장관, 1992년 예비내각 재무장관을 맡으며 당내에서 고속 승진했다.

1994년 존 스미스 노동당 당수가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사망한 후 40대 개혁파 정치인 블레어와 브라운은 이탈리아 음식점 그라니타에서 블레어가 먼저 총리를 맡고, 다음 번에 브라운에게 총리 자리를 넘기기로 밀약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라운은 인생에서 어려운 고비도 여러 차례 겪었다. 고교 때 럭비 경기를 하다가 머리를 크게 다쳐 왼쪽 눈을 잃었다. 브라운은 49세 때인 2000년 9세 연하 사라 머콜리에게 늦장가를 갔다. 브라운 장관 부부는 2001년 딸을 낳았으나 미숙아로 태어난 딸은 10일 만에 뇌출혈로 사망했다. 인터뷰에서 죽은 딸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는 것 때문에 언론에서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올 7월에 태어난 둘째 아들은 낭포성 섬유증이라는 선천성 질환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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