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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대통합', 속내는 '총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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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말로는 '대통합', 속내는 '총선'에

범여권 저마다 '자기 중심 통합' 주장

3개월 전 2.14 전당대회에서 '질서 있는 대통합'을 주장하며 취임한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이 최근 부쩍 수척해졌다. 얼굴에 웃음기도 사라졌다. 6월 13일로 정한 대통합의 시한은 다가오는데 뚜렷한 출구가 없는 탓이다.
  
  정 의장은 10일 "저는 요즘 지도자의 책임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도 그럴 것이 범여권의 제세력 간 통합, 즉 대선 전 통합신당 창당 전망이 극히 혼미하기 때문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자기중심의 통합'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통합논의는 쳇바퀴만 굴리고 있는 탓이다.
  
  박상천 '민주당 중심론'에 열린우리당 '벙어리 냉가슴'
  
  범여권 연석회의 성격인 '중도개혁세력 통합추진협의회'를 제안한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10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나와 "민주당을 기반으로 중도개혁세력이 하나로 뭉쳐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재차 '민주당 중심 통합론'을 강조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의 경우 이념성향이 다른 당 사수파나 친노 직계를 제외하고 당내 중도개혁세력과 통합할 수 있다"며 친노 배제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박 대표는 전날엔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 등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이자 노무현 정부 실정의 책임 있는 인사들과는 함께하지 못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세균 의장은 이날 통합추진위 회의에서 "박 대표의 (통합추진협의회) 제안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언제든지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대통합 방안을 논의하고 싶다"며 "어제 박 대표가 제안한 통추협은 과거 내가 제안한 제정파 연석회의와 큰 맥락에서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박 대표가) 전제조건을 몇 가지 말씀했는데 그 조건에 대해 내 의견도 있고 할 말도 있지만 미리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전제조건을 포함해 모든 것들을 서로 협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일단 만난 뒤 세부적인 조율을 거치자는 얘기다.
  
  정 의장은 "책임 있는 사람이 만나면 작은 차이는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며 "서로의 목표를 통합하고 이를 최우선으로 생각해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영달 원내대표는 박 대표의 '민주당 중심론'에 대해 "민주당 분당 당시의 폭행사건을 사과해야 한다"면서 "열린우리당 외에 다른 어디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따로 찾을 수는 없다. (우리당은) 기득권을 버리고 대통합 전선에 나서지만 정통성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장 원내대표는 다만 "박 대표의 통합추진협의회 제안은 그간 민주당 중심으로 통합하자는 이야기만 되풀이하다 한발 진전된 제안이라고 본다"며 "열린우리당이 열린우리당 틀 유지한다고 되는게 아닌 것처럼 민주당을 유지하겠다고 나선다고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10일 오전 제3지대 통합의 산파를 자임하는 정대철, 김덕규 등 중진들과 일부 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박상천 대표가 정말 통합의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채수찬 의원은 "지도부는 겉으론 (후보중심 통합과 세력 간 통합을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말하지만 민주당과 성과를 내는 데만 주력하고 있다"며 "후보 간 연석회의는 뒷전으로 한 채 민주당이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두고 '열린우리당 VS 통합신당' 경쟁 중
  
  열린우리당은 김한길 대표가 주도하는 중도개혁통합신당에 대해서도 영 냉담하다. 김한길 대표가 9일 당대표 취임 인사차 정세균 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흘렀던 경직된 기류가 껄끄러운 두 당의 관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 자리에서 정 의장은 "존경하고 가까운 분", 김 대표는 "평소에 가깝게 지낸 선배"라며 서로에게 덕담을 건넸지만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눈도 마주치지 않는 등 불편한 장면을 연출했다.
  
  또한 '질서 있는 대통합'을 주장하는 정 의장과 '열린우리당으로는 안 된다'는 김 대표의 의견차가 여실히 드러나기도 했다.
  
  정 의장은 "대통합을 바라는 민주평화개혁세력에서는 새로운 당의 출현이 통합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고 견제했고,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머지않아 각 정파 정당의 지도부가 결단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정 의장께서 현명하게 대처하셔서 나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로 써주길 바란다"는 뼈있는 한마디를 건넸다.
  
  반면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의 입장에선 열린우리당이 곧 기득권 세력이라는 경계심이 여전하다. 중도개혁통합신당이 민주당과의 물밑 접촉을 통해 통합협상을 재개하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창당 직전 통합협상에서 신당의 지도체제와 당명 등 통합 이후의 지분을 두고 결렬됐지만 김한길 대표는 "핵심쟁점은 협상단 사이에서 원칙적으로 합의를 봤기 때문에 협상이 급진전될 가능성이 있다"며 원만한 협상 타결을 장담하고 있다.
  
  범여권,'손은 대선에 눈은 총선에?'
  
  이처럼 세력 간의 입장차이가 너무 확연해 대선 전에 통합신당이 구성될 수 있겠느냐는 회의감이 팽배한 게 사실이다.
  
  게다가 세력 간 통합의 핵심은 내년 총선에 대한 이해관계 조정이 될 수밖에 없어 반한나라당 전선 구축이라는 대선 명분과도 사뭇 배치된다. 통합 논의가 내년 총선의 공천권을 둘러싸고 각 세력 간의 지분협상으로 귀결될 경우 호남을 중심으로 파열음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박상천 대표가 전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원들)의 경우 감히 내년 4월 총선에서 새로운 민주당 후보와 맞서려는 의원들이 과연 있겠느냐"고 한 대목은 민주당 현역 의원들의 탈당 시 내년 총선에서 표적 공천하겠다는 으름장으로 해석하기에 충분했다.
  
  이로 인해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 등이 추진하는 소통합 논의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이목희 의원은 "어떤 소통합도 대통합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대선보다 총선에 관심이 많은 의원들의 생리가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한 우리당에서 제기되는 민주당과의 통합론에 대해서도 "현재 세력 간 통합은 지역연합에만 몰두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제는 이러한 정치권 내 소통합으로는 결국 대선을 치르기 어렵고 대선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면 내년 총선도 어렵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우리 정치세력의 미래가 힘들어진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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