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길'을 주창하며 지난 1997년 5월 영국 역사상 최연소 총리로 화려하게 취임했던 토니 블레어(54) 영국 총리가 10년만에 권좌에서 물러난다. 영국 총리실은 9일 블레어 총리가 10일 자신의 사임 일자를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블레어 총리는 10일 아침(현지시간) 각료들에게 퇴임 계획을 먼저 밝힌 뒤, 지역구인 세지필드의 더럼 트림던 노동당 클럽에서 유권자들에게 노동당 당수에서 물러날 뜻을 밝힐 예정이다. 이곳은 1994년 6월 그가 자신의 지지자들 앞에서 노동당 당권 도전 계획을 밝힌 장소다. 그 해 41살의 나이로 노동당 당권을 장악한 그는 3년 뒤인 1997년 44살의 젊은 나이로 영국 총리에 올랐다.
총리실 대변인은 노동당이 앞으로 7주간의 선거과정을 거쳐 차기 당수이자 총리를 뽑을 때까지는 블레어 총리가 총리 직에 전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리가 당수 직에서 물러난다고 공표하게 되면, 노동당은 차기 당수를 뽑기 위한 7주 간의 선거 기간에 접어들게 된다. 노동당은 6월 말이나 7월 초쯤 특별 전당대회를 열어 차기 총리가 될 당수를 선출한다. 차기 당수가 선출되면 블레어 총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고, 여왕은 차기 총리를 지명한다.
블레어 총리는 1983년 30살의 나이로 노동당 의원에 당선됐으며 1997년 영국 역사상 최연소 총리에 취임한 후 3회 연속 총선에 승리해 올해로 취임 10년을 맞았다. 처음 집권 당시 지지율이 83%에 달하며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전 참전, 각료들의 정치자금 등 각종 스캔들, 1인 장기집권에 대한 유권자의 염증 등이 겹치면서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져 가장 인기 없는 노동당 총리로 전락했다.
한편 블레어 총리는 고든 브라운 현 재무장관을 차기 노동당 당수로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변이 없는 한 차기 총리 직은 브라운 장관이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블레어 총리보다 2살 많은 브라운 장관은 올해 56세로 활달하고 달변인 블레어 현 총리와는 정반대의 과묵한 성격으로 블레어 총리가 '위대한 설교가(Great Communicator)'라는 별명을 가진 반면 브라운 장관은 '거대한 수수께끼(Great Puzzle)'라고 불리고 있다.
이 때문에 그가 총리 직을 이어받을 경우 미국과의 관계 등을 어떻게 끌어갈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블레어 총리는 부시의 이라크전쟁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미국의 푸들'이란 오명과 함께 정치적 인기가 급락하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
영국의 선데이타임스는 최근 사설을 통해 "차기 총리는 일종의 백지 상태와 같다"면서 "앞으로 수주일간 자신의 구체적 성향을 드러내야 할 것"이라고 논평한 바 있다. 또 그와 함께 재무부에서 일했던 한 전직 고위 관리는 브라운 장관의 행정스타일을 '스탈린적'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브라운 장관은 스코틀랜드 교회 소속 목사의 아들로 16살에 에딘버러 대학에 입학하는 등 수재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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