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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의 야심찬 '이라크 구제',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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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의 야심찬 '이라크 구제', 먹힐까?

채권국은 '미적미적'…"재건은 어불성설" 회의론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3일 자신이 주재한 이라크 재건지원 국제회의의 참석국들이 이라크에 대해 300억 달러 규모의 채무 탕감해 주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2004년에 이미 320억 달러 어치의 채권을 포기하는 '대결단'을 내렸던 채권국들이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남아 있는 빚의 80% 가까이를 다시 탕감키로 한 것이다.
  
  반 총장의 중재 아래 러시아,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이 마음을 맞춘 데 대해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이라크 역사에 결정적인 순간"이라며 유엔과 재건회의 대표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정작 채권국들 사이에서는 반 총장이 말한 "확실한 약속(concrete commitment)"과는 다른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어서 이라크 재건을 위한 반 총장의 야심찬 계획이 초기 단계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채권국 "맨입으론 안 되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라크 채권국 중 일부가 완전한 채무 탕감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채무국들이 표면적으로는 반 총장이, 사실상은 유엔이 주도하고 있는 부채 탕감을 무조건적으로 따라가기 보다는 이라크 문제에 간섭하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당장 반 총장의 발표가 나자마자 주 채권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우드 알-파이잘 외무장관은 "구체적인 사항이 아직 논의 중"이라며 확언을 피했다.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부채 규모는 정확한 기록조차 없어 이라크 측은 170억 달러라고 주장하는 반면 사우디는 150억∼180억 달러 정도 될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150억 달러 가량의 채권을 쥐고 있는 쿠웨이트 정부는 아예 부채 탕감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중동 정세분석가들은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가 시아파가 주도하는 이라크 정부에 거리를 두면서 부채탕감을 조건으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라크에 130억 달러의 빚을 내 준 러시아 정부 역시 채무 탕감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채무 탕감을 고리로 이라크 남부 유전에 대한 투자 승인을 요구하려는 심산에서다.
  
  '무조건 탕감'이란 유엔과 미국 정부, 그리고 이라크 정부의 요구와 채권국 간의 이해가 명쾌하게 맞아 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성공했다"던 재건사업도 '엉망'
  
  유엔과 미국 정부가 채권국들에게 결단을 요구하는 명분은 이라크의 재건 노력에 이바지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가 내전 상황으로 빠져든 가운데 재건은 어불성설일 뿐더러 지금까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쏟아 부었던 자금도 허술하게 운용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이번 채무탕감 발표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마이클 벨 전 국제이라크재건기구(IRFF) 의장은 지난 1일 <인터네셔널 헤럴드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내 재건 노력은 실패로 귀결될 운명"이라고 규정했다.
  
  은퇴 외교관 출신으로 2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지난 3월 의장 자리에서 물러난 벨 전 의장은 "재건작업은 주변 환경이 평화로울 때에도 충분히 어려운 일"이라며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지금 상태에서 재건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벨 전 의장은 "어두운 전망"의 근거로 미국 연방정부의 감찰기관이 이라크 재건사업에 관해 조사를 한 후 내놓은 보고서를 제시했다. 미국이 그간 "성공했다"고 발표한 재건사업 7건을 감찰한 결과 효용이 없는 것으로 진단됐다는 것이다.
  
  벨 전 의장은 재건사업의 폐단으로 미국과 영국이 먼저 제도를 정비하거나 인력을 개발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 처음부터 공익사업 정비처럼 고난도, 고비용의 프로젝트를 추진한 점을 꼽았다.
  
  벨 전 의장은 "최종목적은 인프라 구축을 통해 이라크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맞지만 되돌아보면 너무 많은 지원이 너무 짧은 시간 안에 투입됐다"고 비판했다.
  
  이라크 내 불안정한 치안 상황을 간과하고 무작정 재건사업이 시작된 것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이미 재건에 필요한 숙련된 인력이 불안한 이라크를 빠져나간 상황에서 제대로 된 재건사업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었다.
  
  벨 전 의장은 "영국 정부가 어느 정도 치안이 확보됐다고 판단하고 철군을 결정한 바스라 지역마저 재건을 할 수 있는 상황인지는 모호하다"며 앞으로 이뤄질 재건사업도 성공을 기약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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