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머독의 탐욕과 집요함, 월스트리트저널 삼킬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머독의 탐욕과 집요함, 월스트리트저널 삼킬까

'인수 선언' 이후 주주들 동요…'전쟁' 시작

'머독의 탐욕이냐, 밴크로프트의 버티기냐.'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이 <월스트리트저널>과 그 모기업인 다우존스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 '미디어 황제' 머독과 다우존스 최대지주인 밴크로프트 가문 간의 치열한 싸움이 시작됐다.

다우존스 주식 의결권 64%를 보유한 밴크로프트 가는 일단 공식 성명을 통해 "머독의 제의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다우존스 노동조합도 2일 "머독은 언론의 질과 독립성을 파괴하려고 한다"면서 '인수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지난 50여 년간 머독이 보여 온 행적을 볼 때 다우존스가 과연 버틸 수 있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설령 머독에게 매각하지는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건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 ⓒ로이터=뉴시스

잠옷 바람으로 공항에 달려간 까닭

호주 출생으로 1952년 <더 뉴스>의 지분을 상속하며 시작된 머독의 언론사 인수 대장정은 위험을 무릅쓰는 과감성과 성공을 위해서는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요함을 특징으로 했다.

머독의 과감성은 그에게 적대적이던 언론사들마저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을 내세워 인수를 관철시켜 내는 데에서 잘 드러났다. 이번 다우존스 인수에서도 머독은 4월 30일 다우존스 주가보다 65%나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2년 전 세계 최대의 친구맺기 사이트인 '마이페이스' 인수 때에도 머독의 저돌성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그는 시세보다 훨씬 높은 5억8000만 달러의 인수가를 제시해 성공했다. 월터 애넌버그가 1750만 독자를 확보하고 있던 미국 최대의 잡지 <TV가이드>를 매각하려 할 때에도 머독은 시세보다 30억 달러를 더 주고 미국의 거대 출판사들을 제쳤다.

이같은 거래 스타일은 선정적인 타블로이드 신문의 발행인에 불과했던 그가 25년전 영국의 <더 타임스>를 사들이며 세간을 놀라게 했을 때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그 후 머독은 6개의 방송국을 거느린 미국의 언론그룹을 사들였고 그를 기반으로 <폭스텔레비전뉴스>를 만들었다. <폭스>는 <ABC>, <CBS>, <NBC> 등 미국의 기존 방송사들이 50년간 쌓아 온 아성을 무너뜨렸다.

강한 추진력과 집요함도 '언론 사냥꾼' 머독의 오늘을 있게 했다. 그는 미국의 TV 방송국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미국 시민권을 가져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호주 국적을 과감히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따냈다.

공항에 약한 안개가 끼어 있다는 이유로 신문 수송 비행기를 이륙시키지 않자 잠옷 바람으로 달려가 공항 관리들과 싸운 끝에 비행기를 띄웠다는 일화는 그의 집요함을 상징하는 것이다.

<폭스>를 미국의 4대 텔레비전 네트워크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머독의 고집에 의해 달성됐다. 많은 이들의 냉소와 만류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폭스>의 대표작인 '심슨'과 '아메리칸 아이돌'도 비평가들의 혹평을 받았지만 머독의 추진력에 의해 미국 내 최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떠올랐다.

언론계를 약육강식의 세계로 만들어

하지만 머독은 독자와 시청자를 늘이기 위해 폭력과 섹스가 난무하는 선정주의 보도를 거침없이 활용했고, 자신이 소유한 언론사의 편집·편성 과정에 일상적으로 개입해 보수적인 논조를 강요했다.

또 제작 및 발행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적 구조조정을 강요해 노조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로이터>는 1일 머독이 <월스트리트저널>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그의 보수주의가 이 신문의 모든 면을 장식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신문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기자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머독의 언론들이 지극히 대중추수주의적인 보도를 일삼자 기존의 언론들도 독자와 시청자를 뺏기지 않기 위해 점차 보수화됐던 것도 그가 끼친 해악 중 하나로 꼽힌다.

또한 머독이 700여 개의 미디어 관련 회사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것에 위기의식을 느낀 다른 언론 대기업들도 덩달아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서게 되어 몇 개의 대형 언론재벌이 거의 모든 매체를 장악하는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의 분석가들은 이번 다우존스 인수전에도 블룸버그나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이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머독 제안 거절하면 소송 봇물 이룰 듯

머독의 다우존스 인수 추진설이 알려진 1일 다우존스의 주가는 55% 폭등했다. 이에 따라 다우존스가 머독의 제안을 거절해 주가가 떨어질 경우 이사회가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최대주주인 밴크로프트가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 관련법 전문가인 토머스 듀이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다우존스 이사회가 최종적으로 매각을 거부한 채 다른 인수자도 나서지 않을 경우 이사회가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에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듀이는 "법적인 측면이나 사업적인 측면에서 이사회가 머독과 거래하지 않기는 어렵다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미 케네소대학의 기업지배센터 소장인 폴 라피데스는 머독이 위기에 빠진 월스트리트저널을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 최대주주인 밴크로프트가 의문을 갖겠지만 그런 논리가 배당금을 노리는 주주들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라피데스는 머독의 제안이 나온 마당에 이사회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다른 인수자를 물색하거나, 회사를 개인에게 넘기는 등의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더군다나 금융 전문가와 투자자들이 그간 밴크로프트라는 가문에 의해 운영되는 다우존스의 폐쇄적인 지배구조를 비판해 온 마당에 머독의 인수 제안은 주주들을 동요시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우존스 이사회는 2일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갖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사들은 머독의 인수 제안을 검토하는 한편 다른 측에서 나온 제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