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투자자-국가소송제 절대 받아들여선 안 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투자자-국가소송제 절대 받아들여선 안 돼"

[한미FTA 뜯어보기 524]박인규의 집중인터뷰[05/02] 국제정치경제 칼럼니스트 홍기빈씨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한미 FTA 협상이 타결된 지 오늘로 한 달이 됐습니다.그동안 한미 FTA 협정문이 국회에 공개되면서 공개 범위와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고 최근 11개 국책 연구기관이 작성한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에 대해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한미 FTA 협상의 최대 독소조항으로 꼽히며 논란이 됐던 게 바로 '투자자-국가소송제'인데요. 일부에선 이 조항이 시행될 경우 우리나라의 정치,경제구조가 미국에 통합되는 건 물론이고 사법 혼란까지 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국제정치경제칼럼니스트이자 투자자-국가소송제에 관한 책을 펴낸 경제학자 홍기빈씨를 초대해 한미 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가 왜 문제가 되는지 또,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되는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국제정치경제칼럼니스트 홍기빈씨입니다.

홍기빈씨는 1968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와 같은 대 외교학과 대학원을 졸업했고 캐나다 요크대 지구정치경제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여러 언론에서 국제정치경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고 현재 (사)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칼럼니스트라고 하면 글 쓰시는 분으로 알고 있는데 국제정치경제 칼럼니스트라니까 뭐 하시는 건가, 경제 가지고 글을 쓰시는 것 같긴 한데 어떤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홍기빈 : 좀 낯선 이름일 수도 있겠네요. 대학에 가면 국내, 국제를 다루는 학과들이 나눠져 있는 경우가 많고, 경제와 정치를 다루는 학과가 나눠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2 곱하기 2표가 돼서 국내 경제, 국제 정치 이렇게 다 나눠져 있는데요 우리가 실제로 사는 세계는 그게 나눠져서 일이 터지는 건 아니잖아요. 특히 우리나라가 90년대 이후 세계화 된 세계로 들어오면서 여러 급박한 상황이 많은데 이런 것은 기존에 대학에서 가르쳐준 학문적인 틀로만 따라가다 보면 시사적인 문제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을, 학문적 체계에 묶이지 말고 국내 경제, 정치, 경제를 아울러 보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의 중요한 맥을 좀 잡자는 게 이 국제정치경제 칼럼니스트라는 명칭의 취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인규 : 국내와 국제가 서로 별개가 아니고 정치와 경제가 별개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한미FTA의 대상이 되겠네요.

홍기빈 : 전형적인 경우 아닌가요

박인규 : 4월 2일에 한미FTA 협상이 타결됐어요. 그 뒤에 협정문이 일부 의원에게 공개됐고 월요일에는 11개 국책연구기관이 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이라고 앞으로 10년간 경제성장률이 6% 오를 거라는 말도 나왔는데, 지난 한 달간 논쟁을 지켜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홍기빈 : 우선 지금 정부에서 한 달 동안 했었던 일이, 있었던 타결내용을 자세히 소상히 알린다든가 이런 일보다도 그걸 잘 알리지 않은 상황에서 홍보를 너무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것만 가지고는 제가 지금 어떻게 판단을 내리기 참 힘들고, 지금 말씀하신 6% 성장한다는 보고서도 마찬가진데, 이게 어떤 데이터를 써서 어떤 모델, 틀로 계산했는지는 전혀 안 나오고 결과만 나왔으니까요.

박인규 : 실체적 진실보다는 일방적 홍보가 많았다

홍기빈 : 좀 그런 느낌입니다.

박인규 : 홍기빈씨께서는 투자자-국가소송제에 관한 책도 내셨고, 많은 분들이 투자자-국가소송제가 굉장히 문제가 많다. 일반인들은 투자자-국가소송제가 뭐냐, 투자한 사람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건다, 그런 건가? 어떤 겁니까?

▲ ⓒ프레시안

홍기빈 :
이게 굉장히 낯설 수가 있죠. 간략히 설명하자면,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있겠지만. 간략하게 얘기하면, 가령 미국 투자자가 우리나라에 공장을 짓거나 우리나라의 자산을 하나 구입했다고 하면 투자가 되겠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어떤 종류의 사회변화가 벌어지든 문화적 문제가 있든 하여튼 어떤 이유든 간에 미국 투자자가 자신의 투자자로서의 수익이나 권리에 심각한 침해를 받았다고 느낄 경우는 그 책임을 국가에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특히 자신이 당했다고 생각하는 불이익이 국가가 취한 사법적 또는 행정적 조치와 관련 있을 때는 이 미국 투자자가 한국 국가를 일방적으로 국제중재절차로 끌고 나가서 보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국제중재절차라는 건 심판하는 사람들은 법원이 아닙니까? 어떤 사람들이 합니까?

홍기빈 : 법원이 아닙니다. 지금 말씀드린 예에서, 미국 투자자의 경우 자기를 대표할 수 있는 국제 법률회사나 변호사를 한 명 내세우죠. 그러면 한국도 국가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변호사를 한 명 내보내야 합니다. 그럼 이 두 사람이 만난 다음에, 이런 경우는 우리가 법정이 아니라 아비트레이션(arbitration). 중재라고 합니다. 법정은 정해진 절차로 진행되지만 중재는 그런 절차가 없고 기본적으로 당사자 두 사람이 합의를 보는 거기 때문에, 이 두 사람이 어떤 절차를 합의합니다.

여기서 국제적으로 한 5개 정도 관계가 있는데 그 중에 어떤 관례로 할 것인가가 결정되면 그 관례 안에 심판관을 누구로 선정할 것인지에 대한 절차가 또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양쪽 변호사와 심판관, 이 세 사람이 결정되면 그 다음부터는 이 셋이 만나서 모든 걸 그냥 합의를 보는 겁니다.

박인규 : 저희가 알기로는 국가라는 건 대내적으로 주권성이랄까, 최고의 권력. 침해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예를 들어서 중재를 안 하고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 기업인데 어떻게 너희 맘대로 하느냐, 우리나라 법을 따라라,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겁니까?

홍기빈 : 그럴 수 없도록 하는 게 사실 이 제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80년대 정도까지는 국제공법상 외국 투자자가 만약에 불만이 있으면 국내외. 이를테면 국내의 법절차를 따라서 자신을 구제하도록 돼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런 것들이 외국투자자들에게 안심을 심어준다든가 투자하고픈 욕구를 유발하는 데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에, 좀 거친 용어를 쓰자면 좀 더 확실하게 이 사람들을 안심시켜 주기 위해서 보장된 게 이 제도니까요.

박인규 : 투자자-국가소송제가 많이 퍼지기 시작한 게 최근인가 보죠?

홍기빈 : 80년대 후반 이후라고 봐야 합니다. 이 제도의 기원은 중세 유럽의 상인법이라는 게 있었어요. 이 제도는, 상인들끼리 분쟁이 붙었을 때 이걸 매번 법정에 가서 해결하면 비용과 시간이 드니까 그 문제가 되는 상인 두 사람이 바로 만나고 믿을 만한 심판관 한 명을 세워서 셋이 합의를 보고 끝내는 겁니다. 이게 근대 국제법 체계에서도 계속 현실적으로 살아남았는데 6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국제무역이 활성화 되니까 많이 법제도 비슷하게 됩니다.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양자간 무역투자협정이라고 하죠. 보통 BIT라는, 이게 90년대 초 80년대 후반부터 소위 지구화의 물결을 타고 전 세계로 확장되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이 제도가 말하자면 법적인 위력을 갖게 된 겁니다.

박인규 : 쉽게 말하면 돈 가진 사람, 투자한 사람들의 이익을 특정한 국가의 법체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국제적인 체계로 인정해 주자. 우리나라에서는 투자자-국가소송제가 아직까지 도입된 적이 없습니까?

홍기빈 : 제가 알기론 한미FTA 이전에도 다른 FTA에도 이게 다 들어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FTA나 투자협정을 맺은 국가들 중에 그 나라 투자가들이 공격적으로 투자해서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구조나 대규모 투자를 행해서 우리나라 정치, 경제 내부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줄 만한 나라들은 지금 미국이 처음이라고 봐야겠죠.

박인규 :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한 나라의 법체계가 침해당할 수도 있다. 그게 가장 큰 위험성인가요?

홍기빈 : 정확히 말하면 침해 당할 위험성이 있다가 아니고 원칙적으로 얘기해서 외국 투자자의 이익에 관한 한 그 나라의 국가주권이 미치지 아니한다는 겁니다. 침해당하는 차원이 아니라 국가 주권이 명백하게 한정 당하는 겁니다.

박인규 : 거기서는 국가주권과 투자자의 이익이 부딪히면 투자자의 이익이 앞설 수밖에 없다.

홍기빈 : 그건 항상 그런 건 아니고, 아까 말한 세 사람. 중재 절차에서의 결정이 국내 투자대상국의 국내 법적 절차보다 항상 우위에 선다는 겁니다.

박인규 : 실제로 투자자-국가소송제 얘기가 나오면서 언론보도에 따르면 외교통상부는 아니지만 법무부나 재경부, 건교부에서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반대했던 걸로 아는데요. 내부 논의에서는.

홍기빈 : 그렇습니다. 지난 여름에 있었던 일이라고 돼 있는데,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서 작년 10월, 11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작년 여름에 정부 부서, 건설교통부, 법무부, 재경부, 물론 통상부 분들도 계셨죠. 여기서 아까 말한 정부 부처들 내에서 자체적으로 이 제도의 문제점을 조사했던 겁니다. 그래서 상당한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소상히 프레시안에 내부회의록의 일부가 상당히 소상하게 보도된 적이 있었는데요 제가 파악했을 때는 그때 이미 정부 관료들께서 이 제도의 위험성이나 폭발성을 상당히 정밀하게 알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굉장한 격론이 실제로 오갔습니다.

박인규 : 그러나 문제는 상당수 부처가 투자자-국가소송제가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이걸 받아들이기로 한 그 가장 큰 이유는 뭘까요?

홍기빈 : 그때 나와 있는 얘기를 보면, 지금 한미FTA 전체를 진행시키는 게 중요하다. 이게 더 상위의 목적이었고 그 목적하에서는 이 문제, 투자자-국가소송제 같은 건 포기할 수 있는 게 아니냐. 그 문제를 넘어가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하는 게 그분들 태도 아니었냐는 인상을 받았고. 그분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시민들이나 지식인들이 많이 문제제기를 했는데 외교통상부 분들이 대응하시는 논리를 보면 사실상 완전히, 이건 전혀 근거 없는 왜곡선동이라고 말씀하시거든요. 그걸 봤을 땐 아무래도 FTA 자체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이런 것들을 다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냐, 전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박인규 : 투자자-국가소송제가 문제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문제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간접수용이다. 그 문제를 일반인들이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설명을 좀 해주시죠.

▲ ⓒ프레시안

홍기빈 :
보통 수용 하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가령 국가에서 철도를 뚫거나 운하를 세운다. 그러면 거기에 관련된 땅을 다 가져가야 되잖아요. 그러면서 땅 주인들한테 보상합니다. 시장가에 맞춰서, 그걸 일반적으로 수용이라고 합니다. 사적 소유를 가져가면서 보상해 주는 것. 그런데 간접 수용이라는 건 상당히 복잡한 개념입니다. 우선 첫 번째로, 이 얘기가 나오게 된 건 한 7,80년대 미국에서부터인데 땅 주인 중에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정부가 직접 내 땅을 가져간 건 아니지만 토지에 대한 어떤 규제를 한다든가 행정절차를 해서 내 땅이 실제 쓸 수 있는 용도가 상당히 제한돼서 그 땅으로부터 내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상당히 침해되게 되면 이것도 정부가 보상해야 되는 게 아니냐. 그래서 이걸 보통 규제에 의한 수용이다, 이렇게 해서 말이 생겼는데요, 이게 미국 내에서도 전면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은 아니지만 투자자-국가소송제 부분에서만큼은 이게 보편적 국제적으로 투자협정마다 나타나고 있어요.

간추려서 쉽게 얘기하면 외국 투자자가 우리나라에 공장을 세우거나 투자를 했는데 그야 말로 우리나라에서 혁명이 일어나서 그 공장을 빼앗아 간다거나 그러면 말할 것도 없겠지만, 비단 그것만이 아니라 우리 정부가 국민들의 공공이익을 위해서 법적, 행정적 절차를 했는데 그게 외국 투자자에게 피해라는 게 수요권을 뺏기는 것만이 아니라 수익에 심각한 침해가 왔다고 판단하면이건 내가 수용당한 거나 마찬가지니까 한국 국가가 배상해야 된다면서 끌고 나가는 겁니다.

박인규 : 한 마디로 공익보다는 자산가인 사람들의 이익이 앞서는 거군요. 쉽게 말하면

홍기빈 : 쉽게 말하자면 공익을 추구하는 건 얼마든지 자유인데 최소한 외국 투자자의 사익을 크게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하라.

박인규 : 정부에서는 한미FTA 협상을 타결한 다음에 부동산이나 조세, 보건, 안전, 환경 같이 공공정책들에 관해서는 투자자-국가소송제의 예외를 만들었다. 따라서 우리 공공정책에 별 피해는 없다고 말씀하시거든요

홍기빈 : 그게 상당히 따져볼 문제가 많은 겁니다. 우선 다섯 가지를 정부에서 얘기했는데요, 우선 첫 번째로 앞에 있는 보건, 안전, 환경 부문입니다. 국제법에서 경찰권력이라고 부르는 부분인데 이 부분에서는 국가가 주권을 행사하는 것을 거의 어떤 다른 권위도 막아선 안 된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국민들의 생명에 너무 중요한 거니까요. 이건 우리나라 정부가 따낸 것은 아니고 2002년 미국에서 준비한 표준안에 이미 들어있었고, 칠레와 미국의 FTA, 싱가포르와의 FTA에도 들어있습니다. 문제는 두 가지인데 협정안에 보면 여기 관계된 조치는 일반적으로 간접수용을 형성하지 않는다. 단,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 이런 조항이 있습니다.

이게 미국 국내에서도 문제가 많습니다. except in rare circumstances라고 돼 있는데요, 왜냐면 이 ircumstances라는 단어가 상당히 애매합니다. 정황이란 단어인데 이걸 애초에 왜 넣었느냐는 비판이 있었고. 또 이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지금 이 부분에 있어서 4월 1일 한겨레신문 보도, 협상타결 직전에 나온 보도에 의하면 미국 쪽에서 이 보건, 안전, 환경 부분에 관해서 단 어떤 경우에만 이 제도에서 제외되느냐면 직접, 명백한 위협이 있을 때만 그렇게 해준다는 걸 미국이 요구했고 한국이 그걸 합의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보건, 안전, 환경 문제에서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협이 있는 건 준재난 상태거든요. 그래서 원래 이 세 부분은 그런 원칙으로 적용되면 안 되고 예방원칙이라고 합니다. 단 1%의 위험이 있어도 그 조치를 할 수 있어야 되는데 정부가 지금 이 부분에서 보도가 나온 게 맞는지 틀리는지에 대해서 설명해야 되는데 일체 함구하고 있죠.

그 다음 짧게 말씀드리면, 부동산정책 부분은 정확하게는 부동산 가격안정화 정책입니다. 이건 미국의 경우 보통 금융정책들을 애기해요. 주택대출금리나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 이것만 얘기하니까요. 이게 부동산정책 일반, 특히 토지사용에 관계된 부분이나 부동산계획에 관계된 정책은 3차 협상, 5차 협상에서 우리가 요구한 적이 있었는데 이미 미국 쪽에서 거부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이건 부동산 가격안정화 정책만 뜻하는 것으로 봐야할 겁니다. 그리고 마찬가지, 조세정책도 뒷부분 가서 투자분쟁절차 해결 챕터에 가게 되면 수용 문제에 시비가 걸려 있는 조세 문제는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로 해결한다는 문장이 명확하게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반적으로만 이게 해결된다는 거지 어떤 특별한 경우에는 사실 다 이 제도로 넘어간다는 것이 이미 전제로 돼 있는 거죠.

박인규 : 정부의 입장은, 투자자-국가소송제는 글로벌 스탠다드다. 세계에서 다 하는 거고 외자유치를 하려면 필요하다. 또 우리나라도 외국 가서 투자하지 않느냐, 우리나라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저걸 해야 된다고 말하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홍기빈 :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글로벌 스탠다드는 아니리라고 봐야 하는 게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 제도가 나타난 게 90년대 초반이에요. 15년 동안 확립된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게 있느냐, 이건 좀 어폐가 있고. 바로 2,3년 전에 호주에서 미국과 FTA를 체결할 때 이 제도가 워낙 문제가 많아서 제거해 버렸습니다. 호주는 안 했습니다. 그리고 90년대 말 OECD국가에서 다자간 투자협정 진행하다가 완전히 파산돼 버렸는데 그때도 가장 큰 이유 하나가 바로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였습니다. 그래서 이걸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얘기하는 건 문제가 있구요.

두 번째로 우리 한국투자자도 보호하니까 마찬가지 아니냐, 이 말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우리가 보호해 달라고 요구하는 건 한국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문제가 아니고 한국 국민의 이익입니다. 이게 투자자의 이익과 같지 않습니다. 한국 투자자는 어쩌면 미국에 투자할 때 어쩌면 이걸로 보호를 받을지 모르지만 한국 투자자와 미국 투자자가 다 양쪽에서 활발하게 투자하고 활발하게 이 제도를 사용한다고 했을 때 최대 피해자는 누가 되느냐, 제가 봤을 때는 공공정책에서 심대하게 활동의 여지를 제약당하게 되는 한국의 국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겁니다.

박인규 : 저희는 한미 FTA를 주로 경제적 이익 관점에서 보는데,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이나 보건에 큰 침해가 올 수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홍기빈 : 예. 돈계산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한미FTA에 대해서는 정부 측이나 비판적인 측의 주장이 너무 달라서 많은 분들이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데, 지금까지 말씀하신 걸 종합한다면, 만약 투자자-국가소송제가 시행된다, 한미FTA가 발효돼서. 그럴 경우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시는 거죠?

홍기빈 :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일단 미국 투자자들이 됩니다. 이게 우선 굉장히 중요하고.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일들을 몇 개 말씀드리면, 체코 공화국에서는 2003년에 미국 투자자 어떤 사람한테 방송국 문제로 이 문제가 걸려서 1억 7천만 달러를 배상한 적이 있습니다. 이 돈은 1700억쯤 되는 건가요? 이 돈이 이 나라 경제사이즈로 보면 어느 정도냐, 1년 의료보험 예산입니다.

박인규 : 어떻게 해서 이렇게 크게 물어내게 됐나요?

홍기빈 : 간단히 설명하면, 미국 투자가가 체코에 있는 방송국을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었는데, 체코내에서 방송국을 경영하고 있는 젤레즈니라는 경영자가 있었습니다. 이 사이에 소유권과 경영권 등 여러 가지 알력이 있었어요. 그러다 결국 미국 투자자가 패하게 됐는데 여기서 중간 과정에 정부의 방송운영위원회쯤 되는 부분이 있는데, 여기서 체코 경영자가 이런저런 술책을 쓰는 걸 막지 않았다. 그래서 이게 수용에 해당한다. 이렇게 했던 겁니다. 투자자의 이익을 충분히 보호해 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경우들 많습니다. 작년에 있었던 큰 사건 몇 개 말씀드리면 아줄이라는 회사에서 아르헨티나에서 이걸 해서 1억 6천만 달러를 배상받으라는 판결을 받았고. 2005년에는 레바논 정부가 프랑스 투자자에게 2억 2천 600만 달러를 배상해야 된다는 판결을 받았고, 지금 러시아에 있는 유코스라는 석유회사가 있는데 이것을 국가에서 국영화 비슷하게 했는데, 여기에서 여러 명의 투자자들이 러사아에 투자자-국가소송제를 걸었는데 총액이 330억 달러. 우리 돈으로 33조인가요? 이건 물론 청구액입니다. 아직 판정이 나온 건 아닌데, 조금 굵직한 소송이 걸리면 보통 액수가 1억 달러에서 2억 달러 정도 왔다갔다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예를 들어서 그런 판정을 우리는 국가로서 위신 때문에 못하겠다고 불응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오게 됩니까?

홍기빈 : 우리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가장 정부에서 외쳤던 게 외국 투자자들의 신뢰 아니겠습니까? 신뢰가 땅에 떨어지겠지요.

박인규 : 정부 입장에서는 그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를 할 때 투자영향평가제를 하거나 그 관련된 심리절차를 공개하는 등 사전에 많은 예방절차를 하겠다는데, 그런 걸로도 부족한가요?

홍기빈 : 구체적으로 아직 시행된 바가 없어서 판단은 못하겠는데요, 여기서 누누히 말씀드리지만 판단하는 최종적인 주체는 외국 투자자거든요. 이 투자자들이 그럼 어떻게 행동할 거냐 하는 건데, 작년에 어떤 국제법률회사에서 나온 작은 책자가 있는데, 거기서 외국 투자자들한테 이 제도를 어떻게 활용하라고 충고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아주 간단한데, 이 제도를 잘만 활용하면 굉장히 많은 유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를 결정하기 전부터 이미 이 제도가 있다는 걸 충분히 감안해 둬서 유사시에 어떤 식으로 이 제도를 활용해서 배상받을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둬서 전부터 투자하기 전부터 계획을 세워라. 이렇게 얘기하고 있거든요.

박인규 : 그렇다면 홍기빈씨 입장에서는 투자자-국가소송제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건데 정부에서는 한미 FTA를 위해서는 투자자-국가소송제 받아들여야 된다고 하거든요. 정부가 어떻게 하는 게 옳다고 보시는 겁니까?

홍기빈 : 저는 이 문제 말고 또 하나 몇 가지 아주 절대로 받아들여선 안 되는 게 있다고 생각하는데, LMO라고 있죠. 유전자 변형농산물, 이런 몇 개 문제는 정부가 재협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재협상이라는 건 투자자-국가소송제를 받아들이더라도 우리의 국익이랄까 주권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다는 건가요?

홍기빈 : 그렇지 않습니다. 이걸 원칙적으로 제거해야 합니다. 호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선 안 됩니다. 투자자를 보호하고 안심을 심어줄 수 있는 장치는 이 제도 말고도 많이 만들 수 있습니다. 이건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박인규 : 지금 보면 한미FTA를 우리의 경제적 실익, 세계 최대 시장을 열었다, 앞으로 GDP가 몇% 늘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말씀 들어보면 국민들의 보건이나 안전이나 주권, 법질서라든가 경제뿐만이 아닌 것 같아요. 어차피 앞으로 비준 과정도 있고 상당히 논란이 될 것 같은데, 지금 한미FTA 협상에 대해서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봐야 될지 간단히 말씀해 주시죠.

홍기빈 : 저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단순히 좁은 의미의 경제적인 것만 봐선 안 되고, 우리가 21세기에 어떤 종류의 나라에 살고 싶은가 하는 아주 복합적이고 총체적인 문제를 다 고려해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결정하면 되물리기 힘든 게 FTA니까요.

박인규 : 한미FTA는 앞으로 수십년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수도 있는 거니까 좀 더 신중하게 생각을 해보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국제정치경제칼럼니스트 홍기빈씨를 초대해 한미 FTA 투자자-국가소송제 체결이 왜 문제가 되는지 또,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씀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