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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를 종신형제로 바꾸자"

[사형제도, 이젠 폐지돼야 한다·1]'한때의 사형수' 김대중 전 대통령 기고

사형제 폐지를 위한 기고 연재를 시작하며

금년 12월 말이 되면 우리나라는 사형을 10년 동안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의 사형제도 폐지국' 대열에 들어선다. 2005년 2월 현재 전 세계적으로 118개국이 사형제를 폐지 또는 사실상 폐지했으며, 78개국이 사형제를 존치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감옥에는 63명의 사형수가 있으며, 17대 국회의원 중 반수가 훨씬 넘는 175명이 사형 제도를 폐지하고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하는 법안을 발의해 현재 법사위에 계류되어 있다.

응보 감정에 입각해 많은 이들이 사형제의 존치를 주장하고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UN, 유럽연합 등이 폐지를 강력히 추진 중이고 전 세계적으로 '폐지'가 확고한 대세라는 점이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사상 유례 없는 짧은 기간 동안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냈다.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사람과 뭇 생명과 삼라만상이 존중받는 문화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렵지만 힘든 걸음으로 사형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종단의 공식 입장도 폐지로 모아져 있다.

이번에 천주교 주교회의 사형폐지소위원회는 <프레시안> 및 <가톨릭신문>과 함께 사회각계 여러분들의 사형제 폐지 열망을 담은 글들을 매주 한 편씩 15회 가량 연재할 예정이다.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회 구성원 모두 인간 본성에 대해 회의를 가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 함께 사형제 폐지의 길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생명이 존중받는 문화국가를 위해.

김형태 / 사형폐지범종단연합집행위원장, 변호사

사람이 사람을 비록 법의 이름으로라도 죽일 수 있는가? 극악한 범죄인의 생명을 제거하는 것이 사회적 안전에 도움이 되는가? 법의 심판은 과연 오류가 없는가? 이러한 물음들은 사형제도 폐지를 논의할 때 우리가 부딪치게 되는 근본적인 명제들이다.

생명은 하느님이 주신 것이다. 누구도 이를 함부로 말살할 수 없다.

또한 생명은 인권의 지상가치이다. 민주적 권리의 진수인 것이다. 따라서 사형제도는 민주주의의 근본에 위배된다. 비록 법의 이름으로일지라도 사람의 손에 의해서 사람의 생명을 말살하는 것은 하나의 대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안전을 위해서 극악한 자의 생명을 제거해도 그러한 범죄는 그치지 않고 있다. 동서고금의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오히려 자포자기의 심정 속에 더 흉폭해지는 경향도 없지 않다.

법의 오심, 또는 정치적 의도에서 사형제도를 악용하는 예는 빈번히 있었다. 검사나 판사가 오판하는 것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독재자들이 사형제도를 민주 인사나 자신의 반대파들을 말살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경우가 세계 도처에서 행해져 왔다는 것이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사형을 언도한 예는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유신정권의 사법살인이라 불렸던 인민혁명당 사건이 그 단적인 예이다. 나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당시 사형 언도를 받았다가 간신히 살아난 바 있다.

이러한 경우 가장 기가 막힌 일은 재심에 의해서 무죄가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이미 죽은 사람들을 다시 살릴 길이 없다는 사실이다. 또 사형 집행 이후에 오판이 이루어졌음이 밝혀졌을 때 이를 원상회복할 길이 없는 것이다.

사형제도 폐지는 21세기 세계적 흐름의 대세이다. 현재 세계의 80여 개 나라는 모든 범죄에 대해서 사형제를 폐지했다. 유럽연합은 그 가입조건으로 사형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UN은 '사형제도가 종신형과 같은 형벌에 비해 더 큰 살인 억제력을 가진다는 가설을 수용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자세'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사람의 마음 속에는 천사와 악마가 함께 있다. 환경, 교육, 신앙심, 자신의 노력 등에 따라서 얼마든지 천사가 악마를 누르고 이길 수 있다. 우리는 사형언도를 받은 흉악범들이 완전히 개과천선해서 과거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선한 사람으로 거듭난 경우를 수없이 목격하고 있다. 그런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

사형제도를 종신형으로 바꿔야 한다. 그리하여 인권을 보장하고 정치적 살해나 오판에 따른 처형의 폐단을 막아야 한다.

나는 대통령으로 재임한 5년 동안 사형을 한 건도 집행하지 않았다. 그것은 나의 신앙이나 민주인권에 대한 소신에 연유한 것이었다. 사형 집행은 진정한 해결이 아니고, 민주주의와 인권사상에도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러했던 것이다. 모든 사형수를 무기로 감형시키고자 했지만 부처간 합의가 되지 않아 몇 명을 감형하는 데 그친 것이 지금도 유감스럽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형제 폐지 법안이 15, 16, 17대 국회에 걸쳐 계속 제출되어 왔다. 지금은 국회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제안되어 있다. 하루속히 논의를 통해 입법을 마무리 짓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리하여 한국이 인권국가, 문명국가의 세계적 대열의 선두에 서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이를 간절히 바라고 계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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