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국민 엄마 고두심씨입니다! 고두심씨는 제주도 출생으로 1972년 MBC 5기 탤런트로 선발돼 같은 해 드라마 '갈대'로 데뷔했습니다. 이후 드라마 '전원일기', '사랑의 굴레', '목욕탕집 사람들'을 비롯해 영화 '인어공주', '엄마', '가족의 탄생' 등에 출연했고 KBS, MBC, SBS 등 방송 3사 기대상과 백상예술 연기대상, 그리고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 여우조연상과 등을 수상했습니다. 오늘 인터뷰는 연극 '친정엄마'가 공연되고 있는 대학로 예술마당에서 행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여러 가지로 바쁘실 텐데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가 아마 관객들이 있는 로비인가 본데 공연을 축하하는 화환들이 굉장히 많아요. 고두심씨 인기가 굉장히 좋은 모양입니다.
고두심 : 첫날에 지인들이 많이 오셔서...
박인규 : 연극 공연 시작된 지가 한 2주 지났죠? 반응이 어떻습니까? 전회 매진이라던데...
고두심 : 들어갔을 때 첫날부터 표는 벌써 다 나갔었어요. 그래서 동료들도 놀리고 그래요. 잘났다 잘났어. 한 7,8년 만에 무대 서더니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올라간다면서 표 없더라, 가도 되냐~ 이러고... 비아냥대고 하세요.
박인규 : 2000년도에 모노드라마 '나 여자에요' 하신 다음에 7년만이면 상당히 오래간만이신데, 연극무대 오랜만에 서니까 떨리지 않으셨어요?
고두심 : 떨리는 정도가 아니라 무섭습니다. '나 여자에요'가 모노드라마인데요, 그때 하루에 2회 공연씩 했어요. 그때 힘을 너무 쏟아서 정말 연극무대는 다신 못 서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러고 잊어버리고 TV만 하다가 이 작품을 만나는 바람에 다시 서게 됐는데 정말 설 때마다 지금 더블캐스팅... 성병숙씨와 저와 날이 같지 않고 저는 목, 금, 토 공연하고 있는데 일주일에 네 번이죠. 토요일은 2회 공연이니까요, 그런데 굉장히 무서워요. 이제는 제가, 이제야 다 컸나봐요. 그때는 무서운 걸 모르고, 7년 전에도 무서운 줄 모르고 뛰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정말 무섭네요. 어른이 이제야 되는 것 같아요.
박인규 : 철이 드는 것 같다. 2000년도에 모노드라마 하신 다음에 이제는 못할 것 같다 하셨는데, 이번에 맡으셨어요. '친정엄마'라는 작품이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내가 이걸 다시 한 번 해봐야겠다...
고두심 : 그동안 제가 친정엄마 역할을 많이 했죠. 드라마에서 이렇게 저렇게 많이 했는데 많이 한 중에서도 정말 큰 상도 받았고 많은 분들이 인정해 주신 작품들도 있는데, 이래저래 하여튼 엄마 역할을 너무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이 수필을 만나면서 보니까 지금까지 해 온 친정엄마의 종합편이랄까. 뭉뚱그려서 이것을 TV에서 편집하고 좋은 것만 뽑아서 엑기스만 보여주는 거 편하게 했는데, 한 번 관객과 그러면 한꺼번에 호흡을 맞춰 보자. 내가 진짜 친정엄마 표현을 잘 하고 있는지 그것도 의문스럽기도 하구요. TV에서 하면 잘한다 잘한다 하지만 기술적인 것도 있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기술적인 게 있을 수가 없어요. 내가 그냥 홀라당 다 보여주는 거라서 빼도 박도 못하고 도망갈 수도 없고. 그래서 관객들에게 한 번 반응을 함께 호흡을 함께해 보고 싶은 생각에서 선뜻 이 작품을 택해서 무대에 섰는데, 그 선 것에 비해서는 너무 섬뜩한 무서움이 굉장히 커요.
박인규 : 우리나라 엄마들의 진수랄까 그걸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하셨는데
고두심 : 전형적인 우리나라의 모든 미풍양속 속에서 묻어나온, 그리고 시대의 아픔 속에서도 굳건하게 지켜온 어머니들의 자리라고나 할까요. 그 어머니의 표현이 굉장히 잘 된 작품이에요.
박인규 : 혹시 연극을 못 보신 분들을 위해서.. 줄거리가 중요한 건 아닙니다만, 어떤 줄거리가 진행되는지 간단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고두심 : 지금 세대 엄마들 얘기라기보다도 우리 윗세대 어머니들 이이기. 그러니까, 당신은 없어요. 나는 없고 너! 자식과 남편과 모든 이들을 위해서지, 나는 없는... 그런 어머니의 희생적인 아름다움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그 시대 그분들에게는 굉장히 아픔이었겠지요. 그런데 오늘날 이렇게 생각해 보면 굉장히 아름다운.. 아름다움. 그렇게 밖에 얘기를 못하겠어요. 물론 그 시대를 살아온 어머니들은 아름다움도 좋지만 난 정말 다시 돌아가라면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하시겠지만 우리가 그래서 그 희생과 봉사와 그 에너지 때문에 우리가 어머니 하면 뭔가, 어떤 말로는 표현 안 되는 것을 가슴에 꽉 차게 담고, 그 어머니라는 그 에너지를 갖고 삶을 영위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도 해봐요.
박인규 : 언론보도를 보니까 연극이 끝난 다음에 나오시는 관객들 대개가 두 눈이 붉어졌다고 하던데
고두심 : 저도 연극 공연하는 나흘간은 완전히 눈이 튀어나와 있어요. 오늘은 3일째 쉬고 나온 날이라 조금 들어가 있는데 오늘 저녁 밤 공연부터 나흘간은 저도 마찬가지로 보고 나오시는 관객 분들도 마찬가지이실 것 같아요.
박인규 : 혹시 관객들고 말씀을 나누셨거나 반응 같은 것들이 어떻게 나오던가요?
고두심 : 끝나고 나면 너무 힘들어서 밖에 나와서 일반 관객들하고는 접할 수가 없어요. 옷 갈아입고, 얼굴이 완전히 해산어멈.. 금방 아기 낳은 부인을 얘기하거든요. 그런 얼굴이 돼서 나오기 때문에 배우 얼굴을 그런 얼굴로 아무리 공연했지만 보여줄 순 없잖아요, 일반 관객들에게.... 그런데 좀 가까운 분들이나 분장실을 알고 찾아오시는 분들과는 대화하죠. 그냥 울면서 뛰어와서 그냥 안고 울어요 계속..
박인규 : 그냥 감동 그 자체다...지금도 목소리가 약간은 쉬신 것 같은데..
고두심 : 약간이 아니에요.
박인규 : 체력적으로 문제는 없으십니까? 이게 연극이란 게 굉장히 힘든 거라고 알고 있는데
고두심 : 지금 굉장히 다른 때보다도 연극무대 이건.... TV는 많이 해왔으니까 조금 시간으로 봐서 너무 몸이 피로하다, 그러면 다음날 찍을 수 있는... 그것도 공간이 있어야 찍지만. 이건 한 치의 양보.. 뭐가 공간이 없어요. 그러니까 감기 오면 안 되니까, 목소리 쉬는 건 어쩔 수 없고 감기 오면 안 되니까 목이 좀 따끔하다 하면 오늘 저녁엔 아무도 만나지 않고 가서 정말 목에 대해서만, 감기, 오로지 감기를 퇴치하는 그 연구만 해요.
박인규 : 예전에는 국민 가수, 국민 배우, 국민 여동생까지 나왔다가 아제는 국민 엄마까지 나왔습니다. 국민 엄마라는 호칭까지 얻으셨고 그동안 어머니 역할을 많이 하셨어요. 그렇게 보면 또 이것도 엄마 역할인데 좀 심하게 얘기하면 지겹다는 생각도 드셨을 것 같은데..
고두심 : 그런 생각도 없지 않아 뭐 드문드문 있죠. 있는데 그렇게 물리진 않네요. 어머니라는 고유명사 때문인지 하여튼 그렇게 물리지는 않아요. 관객이나 많은 시청자, 또 이런 청취하시는 분, 모든 분들이 나를 어머니의 자리에 놓고 보고 싶어하는 날까지는 내가 싫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거죠. 그런데 그렇게 싫지도 않아요 사실..
박인규 : 고두심씨 하면 '전원일기'에서도 워낙 오랫동안 며느리이자 어머니기도 하셨는데 역할 중에서 이번 친정엄마를 포함해서 그동안 맡으신 역할 중 기억에 남는달까, 그런 역할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고두심 : '꽃보다 아름다워' 드라마 하면서의 어머니 역할도 참 좋았던 것이, 거기는 자식과 대화를 하는, 예쁜 엄마였어요. 사실은 제 자신이 그런 엄마가 되고 싶구요, 항상 가족과 대화하는, 대화를 유발시키기도 하고 받아들이기도 하는, 항상 가족과 대화하는 엄마역할이어서 조금 특이했기 때문에, 그리고 많은 분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지만 아름다운 작품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작품이라서 거기의 대사 같은 것들도 굉장히 예쁘고..
박인규 : 이해할 수 있고..
고두심 : 누구든 다시 곱씹어 보고 싶은 주옥같은 대사들이었고. 또 '한강수타령'이라는 작품에서, 시장에서 생선 파는 억척스런 엄마 역할, 딸 셋에 아들 끌고 가는 엄마 역할도 괜찮았구요.
박인규 : 아마 많은 분들은, 지금 말씀하신 한강수타령에서의 그런 엄마....
고두심 : 대부분 그런 엄마를 많이 했어요. 있어도 다른 집 가서 사시는 분..
박인규 : 혼자서 억척엄마라고 할까, 그런 역할을 많이 맡으셨는데 그런 역할을 맡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고두심 : 모르겠어요, 아마 이미지 관계가 아닐까 싶어요. 저 그렇게 억척스럽지 않게 생기지 않았나요?
박인규 : 전혀 그렇게 안 생기셨는데 혹시 제주도 분이라 그런 건 아닙니까?
고두심 :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아마 제주도 토양에서 자라온 자연환경 속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 그런 게 내 몸 속에 있어서 그런 엄마 표현이 더 잘 된 것 같아서 자꾸 감독들이 나를 그런 데로 밀어넣지 않나, 그런 생각도 해봐요.
박인규 : 어머니 역할을 많이 하셨지만, 실제 어머니로서는 또 어떠셨는지..
고두심 : 그렇게 점수를 후하게 놓을 수 없죠. 제가 드라마를 쉼없이 35년 됐네요. 그러니 진짜 어머니 역할은 뭘 그렇게 잘했다고 볼 수 있겠어요? 우리 딸은 지금도, 과년한 딸이 시집을 앞뒀는데, 그 딸은 그래요. 엄마가 나한테 해준 것 그렇게 생각 안 난대요. 별로 생각 안 날 거예요. 그리고 어렸을 때 자기가, 고등학교 대학교 가면 돈을 주면 자기가 알아서 할 수 있는 나이가 됐잖아요. 그런데 그 전에 초등학교, 유아원 이런 때 엄마 손이 제일 많이 필요한 거거든요. 그때 많이 손을 내밀지 못했기 때문에 제가 딸한테 그렇게 얘기를 들어도 불평을 못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고두심씨의 어머님은 어떠셨어요?
고두심 : 우리 어머니는 여기의 어머니와 조금도 다를 바 없죠. 너무너무 아름답게 사셨고 어머니로서 아버지로서. 제가 그래서 내 생에 다시 환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부모의 몸을 빌려서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그럴 정도로 우리 아버지나 어머니는 굉장히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하시고 예쁘게 살다 가신 분이에요.
박인규 : 시회환경 탓도 있겠지만 요즘은 여성들도 대개 일을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지금 친정엄마에 나타난 엄마라든가, 저희들 어머님대의 어머님과.. 요즘 어머니들은 아무래도 본인이 하고 싶어도 못하는, 그런 건 달라진 것 같아요. 어떻게 보세요?
고두심 : 육체적으로는 가능하지 않죠. 정신적으로는 그 윗대의 어머니 정신이 계속 가지고. 부모라는 걸 제가 해보니까, 부모 역할은 제가 잘 하고 있지만, 드라마에서나 연극에서 표현을 잘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 부모 입장에선 굉장히 어려운 것 같아요. 제일 세상에 태어나서 부모 역할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다른 일들은 기술적으로 하는 일은 습관에 의해서 자꾸 연마하면 늘어날 수 있는데 부모는 연마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에요. 그 가족과의 교감 내지는 자기가 살아온 발자취가 곧 교육이고 자식에겐 거울이기 때문에 그것은 제일 어려운 역할이 부모 입장인 것 같아요.
박인규 : 저도 사실 한 달도 안 된 전에 아들놈을 군대에 보냈는데, 처음으로 제가... 저는 그동안 부모 노릇 잘 한 줄 알았거든요. 근데 아니더라구요. 아무리 생각해도 잘 안되더라구요. 부모가 행동거지를 잘 해야 되는 건가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고두심 : 저 같은 경우는 그래요. 제 부모님을 굉장히 존경하고 너무 사랑히기 때문에, 우리 부모님 같이만 내가 살다 가면 우리 자식이 날 봤을 때, 자기 부모를 기억할 때 그래도 그렇게 큰 후회나 큰 잘못이 있을 것 같진 않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항상 내 부모가 저의 표상이에요 저는. 그래서 그렇게 가려고 자꾸 노력만 하죠.
박인규 : 따님을 가을에 시집 보내시려면 여러 가지... 만감이 교차하기도 하고 엄마로서..
고두심 :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여식이 일찍이 절 떠나서 그런지... 외국에 있는데, 그래서 제가 지금도 실감이 안 나는데 사람들이 더러 그러더군요. 이제 딱 9월 되서 보내는 날 한 번 보겠다고 하는데 그 생각을 하면 막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지금으로서는. 그런데, 아마 그러겠지요. 그런데 지금은 그냥 학교 가서 방학때만 왔었으니까. 지금은 다 졸업해서 회사에 근무하고 있어요. 외국 회사에 취직해서 있거든요. 잘 가서 잘 된 쪽이라고 생각하는데 공부도 열심히 해줘서 참 고맙고. 지금도 방학때 되면 오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박인규 : 5월까지 연장공연 한다는데 따님이 와서 엄마가 엄마 역을 연기하는 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고두심 : 학교 다니는 게 아니고 직장이라서 그게 좀 가능하지 않더라구요. 그리고 9월에 자기 결혼식 때문에 나오기 때문에 휴가를 다 그때 써야 되니까.
박인규 : 좀 안타깝습니다. 고두심씨는 아까도 소개해 드렸지만 72년, 35년 전에 TV 탤런트로 데뷔하셨고 주로 지금까지 TV에서 활동을 많이 하셨는데, 연극을 처음 하신 건 언제세요? 대략..
고두심 : 추송웅씨 살아 계실 때 같이 공연한 '미란돌리나의 연인들'이라는 외국 번역 작품이었어요. 그 작품이 처음, 아니면 자유극단 최은희 선생님 극단에서 했던, 김정옥 선생님이 연출하신. 아마 그거 아니면 이거...
박인규 : 드라마와 영화는 다르다고 해요. 연극도 다르다고 하고. 각각의 맛을 비교할 수 있을까요?
고두심 : 그냥 쉽게 얘기한다면 TV는 편안하게 안방에서 보시는, 그러니까 그냥 편안한, 사실에 아주 가까운 쪽이구요.
박인규 : 가장 일상적으로 해야 된다고 하더라구요 연기도.
고두심 : 네. 제 연기 자체도 또 그런데요, 그리고 영화 쪽은 아무래도 영상 위주겠죠. 그리고 연극은 다 뭉뚱그려서 영상이든 뭐든 그냥 있는 그대로를 자기의 모든 걸 다 보여주는 겁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라고 볼 수 있어요 연극은.
박인규 : 연극은 편집도 불가능하고 관객들이 바로 보고 있고 긴장을 무지하게 해야 할 것 같고
고두심 : 제가 하면서도 한 호흡을 놓친 것 때문에 관객의 반응이 오고 안 온다는 걸 느껴요. 피부로 딱딱 붙기 때문에 그게 무섭다는 거죠. 지금 계속 연극하신 선배들 보면 야, 무슨 배짱으로 계속 했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박인규 : 요즘 영화배우 하시던 많은 분들이 연극무대로 나서는데, 일부에서는 약간 좀 삐딱하달까요? 상업적 의도가 있다. 말하자면 관심을 모으기 위한 게 아니냐는 말씀을 하시는 분도 있는데,
고두심 : 상업적이면 또 어때요 사실.. 지금 침체돼 있는 여기에. 그리고 사실, 문학이 모든 예술의 근원이라면 연극은 연기의 근원이잖아요. 그러니까 연기 연마수업을 할 사람은 사실 연극무대에서 시작해야 돼요. 그리고 탄탄하게 TV에 굉장히 오래 남아있는 배우들은 다 연극배우입니다. 우리 윗대도 그렇고, 그러니 연극무대를 안 밟을 수가 없어요.
우리 후배들이 하루아침에 별을 꿈꾸는 시대에, 뭔가 잘못 전달된, 그런 후배들이 간혹 있긴 있는 것 같은데 연극은 바로 그거에요. 저는 상업적이다 뭐다를 떠나서, 지금 연극배우들도 TV 가서 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대부분 다 갔잖아요. 안 뽑혀서 못 가는 분도 있고 발굴이 안 돼서 못 가는 분도 있는데... 오고가고 거기에 그렇게 문제점을 둔다든지, 그런 시각으로 보시면..
박인규 : 영화배우 후배들에게는 연극을 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 고두심씨 프로필을 보니까 KBS, MBC, SBS에서 주는 연기대상을 모두 받은 연기자로는 유일하다고 해요. 특별한 비결이 있습니까?
고두심 : 운이 좋았습니다.
박인규 : 운만으론 안 됐을 것 같은데...
고두심 : 운은 다른 걸 얘기하는 게 아니라 그 해에 그렇게 큰 작품이 없었기 때문에 설 수 있었던 거고. 어쨌든 그 대상을 받는다는 건 기분 좋긴 좋아요. 큰 상이고 많은 분들이 정말 인정한다는 거니까 굉장히 기분은 좋은데 그만큼 무게가 실려서 무겁습니다. 그 이후에는 그보다 더 한 뭔가를 안 보이게 요구하고 계시기 때문에
박인규 : 연기철학이라면 너무 거창하고, 35년간 연기를 하시면서 예를 들면 연기를 나는 이런 원칙, 느낌으로 한다는 마음의 원칙이 있나요?
고두심 : 항상 나를 발견하고 나를 닦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죠. 제 자신을 닦는...
박인규 : 다른 사람의 삶을 살지만 오히려 나를 닦아가는. 조금 전 말씀하시면서 요즘 젊은이들 중에 스타를 지향하는..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사실 요즘 유명 연예인들은 걸어다니는 기업이라고 할 정도로 엄청나게 돈도 많이 벌어요. 그런 돈이나 인기도 물론 중요하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예술가로서의 뭔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고두심 : 그건 시대적으로 온 거기 때문에 그것도 탓할 일은 아니고, 좋은 현상이죠. 그런데 그분들이 앞뒤를 자꾸 생각하면서 자기를 발견하고 자기를 생각하면서 자기 길을 닦아 간다면 이 시대에 굉장히 좋은, 정말 운 좋게 태어난 사람들이죠. 우리 선배들 보면 공연 한 번 하려면 무슨 분장도구가 있었어요 뭐가 있었어요? 그런 와중에도 계속 해왔기 때문에 맥이 끊어지지 이어진 건데, 그런 생각을 해본다면 이렇게 좋은 시대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항상 자기를 발견하고 노력하는 쪽으로 생각한다면 굉장히 좋은 상품으로 오래오래 남을 수 있을 겁니다.
박인규 : 중심은 지켜라. 국민엄마 역할을 하도 오래 하셔서 약간 다른 역할도 하시고 싶을 것 같은데...
고두심 : 파격적인 역할, 황혼에 멜로드라마... 하도 사람들이. 아니 뭐, 고두심은 사랑하다 죽는 역할은 할 수 없는 사람 같이 보이냐고 제가 항상 얘기하는데, 언젠가는... 꿈은 접지 않고 있을게요. 배우면 언제든 오리라고 생각해요, 올 수 있는 기회가 있을 테니까
박인규 : 저도 한 번 기대해 보겠습니다. 국민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배우 중 한 분이신데 차제에 팬들한테 마지막으로 못다 하신 말씀 있으시면 마무리 말씀으로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두심 : 늘상 많은 사랑을 받고 제가 살기 때문에 참 감사하게 생각하고 늘 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TV매체라는 게 파급효과가 굉장히 커서, 저 개인적으로도 공인이라는 것은 항상 여러분이 그만큼 사랑해 주시는 만큼 저도 남몰래 어떤 사명감 같은 걸 갖고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 여러분 항상 건강하시고, 사랑 많이 주시고 저도 그 사랑 받는 만큼 뭔가 뿜어낼 수 있는 향기를 뿜어낼 수 있는 배우로 남도록 하겠습니다.
박인규 : 우선 친정엄마의 성황을 축하를 드리구요, 보니까 건강을 조심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또 혹시 멜로의 여주인공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다려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고두심 : 감사합니다.
박인규 :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배우 고두심씨를 초대해 우리 시대 어머니의 의미와 7년 만에 다시 선 연극 무대에 대한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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