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침공 전 전쟁의 필요성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없었다는 조지 테닛 전 미 중앙정보국(CIA)의 회고록 내용에 대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 부시 행정부 주류 인사들이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딕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부시 행정부 내 네오콘 세력들이 9.11 사건 이전부터 이라크 침공을 구상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반박이 나오지 않고 있다.
"라이스는 비효율적", 개인 공격엔 묵묵부답
라이스 장관은 29일 <CNN> 방송의 프로그램 '레이트 에디션'과 <ABC> '디스 위크', <CBS> '페이스 더 네이션' 등에 잇따라 출연해 "이라크 침공 이전 할 수 있는 논의는 충분히 했다"고 해명했다.
라이스 장관은 "부시 대통령은 취임식 날 바로 이라크에 대한 제재 강도를 높일 방법에 대한 토론을 시작했다"며 "부시 대통령이 첫 기자회견에서 '이라크에 대한 제재가 (구멍이 뻥뻥 뚫린) 스위스 치즈가 됐다'고 말한 사실은 모두가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미국이 이를 위해 유엔에 이라크 제재를 촉구하고 이라크 비행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또 당시 이라크의 위협은 "누군가 내일 당장 쳐들어 올 것인가에 관한 것이 아니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태세 강화를 오늘 할 것이냐 내일 할 것이냐 하는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테닛 전 국장은 30일 출간 예정인 회고록 '폭풍의 중심에서(At the Center of Storm)'을 통해 "내가 아는 한 정부 내에서 이라크 위협의 중대성에 관해 진지한 논의를 벌인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이라크를 침공하지 않고 봉쇄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하지 않았다"고 비난했었다. ("이라크 실패는 체니 탓"…전 CIA국장 '뒤통수')
테닛 전 국장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던 라이스 장관에 대해서도 "부시 대통령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으나 정책 싸움에는 개입하길 꺼려 하는 사람이었다"며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으나 라이스 장관은 개인에 대한 평가에는 별 언급을 하지 않았다.
또 "딕 체니 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이라크에 대한 자료부터 요구했다"며 부시 행정부가 9·11 이전부터 이라크 전쟁을 준비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격을 하지 않았다.
"갑작스런 '부시 때리기', 민주당 돕기 위한 것"
핵심부를 비껴난 반격은 테닛 전 국장이 폭로를 하고 나선 '의도'에 꽂히기도 했다.
테닛 국장 수하에서 오사마 빈 라덴 추적팀을 이끌었던 마이클 쇼이어는 이날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테닛 국장이 좀 더 일찍 진실을 말했어야 했다"며 "뒤늦게 '부시 때리기'에 나서는 것은 자신의 본향인 민주당을 고무하기 위한 책략으로 비쳐진다"고 비판했다.
테닛 전 국장은 클린턴 정부 시절인 1997년에 CIA 국장 자리에 올랐다. 2004년 퇴임 이후 3년 남짓 잠자코 있던 테닛 전 국장이 대선을 앞두고 부시 정권 수뇌부를 향해 칼을 빼 든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주장이다.
공화당 대선주자인 조지 매케인 상원의원은 테닛 전 국장이 CIA 비밀수용프로그램과 첨단 심문 기법을 활용해 테러혐의자들로부터 얻어낸 정보들이 미 연방수사국(FBI)이나 국가안보국(NSA) 등이 취득한 테러 관련 정보에 비해 유용했다고 주장한 것을 문제 삼기도 했다.
매케인 의원은 "미국은 사람을 고문해서는 안 되며 이 세상에서 최고의 도덕성을 수호해야 한다"며 "CIA가 고도의 심문 기법 등을 활용함으로써 여러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는 테닛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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