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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분리장벽'이 수니ㆍ시아파 뭉치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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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분리장벽'이 수니ㆍ시아파 뭉치게 하다

바그다드 내 '분리장벽'에 이라크 집단 반발

미군이 종파 간 분쟁을 막는다며 바그다드의 한 수니파 마을에서 추진 중인 분리장벽 건설이 이라크인들의 대대적인 반발에 직면했다. 시아파의 공격으로부터 소수 수니파의 거주지를 보호한다는 미군 측의 빛 좋은 명분 뒤에는 이라크를 분할·통치하려는 미군 측의 검은 계산이 숨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본받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2002년부터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높이 10m의 분리장벽을 설치해 팔레스타인인들을 외부세계와 철저히 고립시킴으로써 세력 약화를 도모해 왔다.

"바그다드를 하나의 '큰 감옥'으로 만들려는 발상"

23일 바그다드 인근 수니파 마을인 아다미야에는 격분한 수니파 주민들로 가득 찼다. 이라크 주둔 미군이 지난 10일 아다미야를 둘러싸는 높이 3.5m, 길이 5km의 거대한 콘크리트 분리장벽 설치 공사를 시작한 데 반대하기 위해 바그다드에서 몰려온 시위 인파였다.

아다미야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움 무마드 씨는 "주변 시아파의 공격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기 위한 장벽"이란 미군 측의 설명에 코웃음을 쳤다. 무마드 씨는 "장벽은 오히려 종파 간 균열을 심화할 것"이라며 "우리는 점령군이 즉각 이 공사를 중단할 것과 다른 어떤 곳에도 이런 공사를 하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장벽은 바그다드를 하나의 큰 감옥으로 만들 것"이란 게 시위 참가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였다. 아크람 알 아니 씨는 "이 벽은 우리가 마치 팔레스타인에 있는 느낌을 들게 한다"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고립시킬 목적으로 설치한 분리장벽과 이번 공사를 동일시했다.

분리장벽이 설치되고 미군이 마을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게 될 경우 당장 생필품 조달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마을주민들의 당장의 고민이었다.

<인디펜던트>는 "아다미야 지역 주민들은 이 장벽의 성격을 1950년대 알제리를 점령한 프랑스 군이 반프랑스 세력의 이동을 막기 위해 카스바 인근에 벽을 쌓았던 것과 같은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연일 상대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이라크 내 시아파와 수니파도 오랜 만에 한 목소리로 장벽 설치 반대를 주장했다.

수니파 정당인 이슬람당은 이날 일부 언론사에 이메일을 보내 "수도 주변에 벽을 쌓는 것은 그 지역을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라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시아파 세력인 무크타다 알 사드르 민병대의 대변인도 이는 "이라크 주민들을 포위 공격해 한 쪽 구석으로 몰아넣는 방법"이라며 "독일을 분할했던 베를린 장벽과 유사하다"고 비난했다.

사드르 민병대는 특히 "오늘은 아다미야 주변에 장벽을 쌓지만 다음 목표는 사드르 시티(사드르 민병대의 본거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군 "이라크 반발 존중한다"지만…
▲ 수니파 거주지인 아다미야를 주변 시아파 거주지와 분리시킬 목적으로 미군이 마을 경계에 쌓고 있는 콘크리트 장벽. ⓒ로이터=뉴시스

주민들의 반발 움직임은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22일 미군 측에 장벽 건설 중단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직후 격화됐다.

말리키 총리는 "나는 장벽 건설에 반대한다"며 "종파 간 다툼으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 정부와 이라크 주둔 미군이 공동으로 바그다드 치안 안정화 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정부가 미군의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말리키 총리는 특히 "이 장벽은 다른 장벽을 생각나게 한다"고 말해 미군이 이스라엘의 대팔레스타인 정책을 따라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라이언 크로커 신임 이라크 주재 미 대사는 즉각 "총리의 요구를 존중한다"고 답해 미군이 이라크의 요구를 수용할 것이란 기대를 낳게 했다.

그러나 같은 날 카심 알 모우사위 이라크 주둔 미군 대변인은 오히려 "말리키 총리의 반응은 노파심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장벽은 치안 강화를 위해 일시적으로 설치되는 것"이란 기존 주장을 되풀이 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이라크 내 미군 관계자들이 "아다미야 장벽을 새 전략의 골자 중 하나"로 꼽고 있으며 "시아파 집단 거주지인 이라크 동부에서 수니파를 갈라내기 위한 것이 그 목적"이란 점도 시인하고 있다며 장벽 공사가 쉽사리 중단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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