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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중 정체성' 의원의 행로는?…'간첩' vs '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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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중 정체성' 의원의 행로는?…'간첩' vs '탄압'

아랍계 이스라엘 정치인 망명…이스라엘의 딜레머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비판해 온 아랍계 이스라엘 의원이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되자 의원직을 버리고 사실상 망명길을 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의 아랍계 국민들은 아랍계에 대한 정치적 탄압의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민주주의 국가와 유대 국가라는 두 가지 정체성을 지향하는 이스라엘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스라엘의 눈엣가시 제거작전?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 의원이자 아랍 민족주의 정당인 '발라드'의 당수인 아즈미 비샤라(50) 의원은 22일 이집트 방문 중 샬롬 코헌 이스라엘 대사를 찾아가 의원직 사퇴서를 전달했다고 <메나통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법원은 경찰이 비샤라 의원의 범죄 혐의를 조사하고 있는 것에 대한 보도금지 조치를 최근 해제했다. 이로써 비샤라 의원이 수사받고 있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자세한 혐의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 아즈미 비샤라(가운데) 의원이 22일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뒤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아랍연맹 본부에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팔레스타인의 언론 <만(Ma'an)>은 최근 비샤라가 500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 그리고 지난해 헤즈볼라-이스라엘 충돌 시 헤즈볼라 지도자들과 연락을 취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샤라 의원은 지난해 헤즈볼라-이스라엘 전쟁 직후 이스라엘이 적으로 여기는 시리아와 레바논을 방문했다. 그는 당시 시아파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까지 접촉해 연대를 표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그가 받고 있는 혐의는 이적행위나 간첩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시 레바논 방문에서 이스라엘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레바논의 일간 <아스-사피르> 기고문에서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게 대담한 도전을 해 온 게 아니라,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상대로 전쟁을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일간 <마리브>는 비샤라가 정부의 승인 없이 적국을 여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어겼기 때문에 조사를 받고 있다고도 전했다.

비샤라 "순교자나 죄수 혹은 망명객 될 것"

그러나 비샤라 측에서는 그에 대한 조사는 정치적 마녀사냥일 뿐이라고 비난해 왔다. 또 이스라엘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아랍인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미래의 팔레스타인 국가 대통령 감'으로 불리는 유력 정치인에 대한 탄압이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2일 "이스라엘인들은 비샤라의 정치적 입장이 이스라엘의 미래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비샤라는 이스라엘을 유대국가로 규정하는 것을 부정하고 '모든 시민들의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고 보도했다.

비샤라는 과거에도 이스라엘 정부의 탄압을 받았다. 일례로 2001년 크네세트는 바샤라의 의원 면책특권을 박탈하고 '이스라엘에 저항하라'고 주장했던 그의 연설에 대한 기소를 가능케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대법원은 기소를 기각했다.

독립언론인 <인터프레스서비스(IPS)>는 "아랍계 정치인에 대한 조사는 이스라엘 내 아랍계와 유대계의 갈등을 부추겼다"며 "유대계는 이스라엘 내 아랍인들의 급진화를 우려해 왔고, 아랍계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에 대해 우려해 왔다"고 분석했다.

'홀로코스트와 이스라엘 점령 정책을 동시에 비난하는 인물'

조사 사실이 알려지자 비샤라가 망명할지도 모른다는 예측은 언론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유포됐다. 이스라엘 신문들은 요르단과 이집트 등을 방문하고 있는 그가 돌아올 경우 체포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수 정객인 벤자민 네타냐후 전 총리는 나아가 그가 돌아오지 않는 게 나을 거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 역시도 15일 <알 자지라> 방송과의 회견에서 자신이 돌아가면 체포되고 의원직을 박탈당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면서 "순교자가 되거나 죄수가 되거나 망명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을 "우익과 파시스트,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오케스트라"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비샤라 의원은 망명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스라엘레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돌아가게 되면 법률절차가 수년 간 계속될 수 있다고 말해 당분간 사실상의 망명생활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팔레스타인 북부 나자렛에서 아랍인이지만 기독교도 집안에서 태어난 비샤라는 1996년 크네세트에 진출한 뒤 99년에는 아랍계로는 최초로 이스라엘 총리 경선에 나서기도 했다.

기독교도 아랍인이라는 특이한 내력 탓에 비샤라는 중도적인 이스라엘인들로부터 '홀로코스트 문제의 중요성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의 부당성이라는 두 시각을 모두 갖고 있는 매우 중요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같은 사태와 관련해 중동평화재단의 필립 윌코스 회장은 <IPS>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에는 딜레마가 있다.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유대 국가이자 민주주의 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인들 사이에서는 만약 민주주의가 엄격히 시행되면 유대국가로서의 정통성에 흠집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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