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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속셈은 북한의 '대외 金판매' 막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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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속셈은 북한의 '대외 金판매' 막는 것"

[분석] 미국이 BDA를 무너뜨리려는 진짜 이유

북핵 폐기를 위한 2.13합의 1차 이행 시한(4월 14일)을 넘긴 지 열흘이 다 돼가지만 북한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지난 10일 미국 재무부가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해 취한 금융제재 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북한은 제재 해제를 통해 국제금융거래의 정상화를 바랐던 반면, 미국은 BDA에 인출된 북한 자금 2500만 달러의 인출만을 허용했을 뿐 BDA가 돈세탁은행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북한의 불만은 타당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서방의 일부 언론과 금융전문가들은 미 재무부의 대북 금융제재는 불법 금융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기보다는 북한의 대외 금융거래를 원천 봉쇄함으로써 북한경제를 목조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미 재무부는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금(金)의 대외판매를 차단함으로써 북한경제를 압박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 근거로 공신력 있는 국제 민간회계법인인 '언스트 영'의 감사 결과 BDA가 미국의 금융제재를 받을 만큼 불법 활동을 한 사례가 없는 반면 그동안 BDA가 북한의 대외 금 판매를 대행해 왔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의 대외 금 판매를 저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BDA에 대한 제재조치를 해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 국무부가 2.13합의에 따라 북한과의 대타협을 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무부는 여전히 대북압박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 속사정을 찬찬히 들여다 보자.

미국의 진정한 목적은 북한의 국제 금거래 차단

지난 18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는 눈길을 끄는 기사 하나가 실렸다. 국제 회계법인 '언스트 앤 영'이 2005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의 내용이었다.

미 재무부는 2005년 9월 BDA가 북한에서 들어온 위조 달러, 북한이 마약 및 가짜담배 등을 판매한 돈을 세탁해줬다며 BDA를 '돈세탁 우려은행'으로 지정했다. 이에 마카오 금융당국은 미국의 조치에 겁을 먹은 고객들이 BDA 예치금을 대량으로 인출해 가는 사태가 벌어져 마카오의 금융 질서가 무너질 것을 우려해 북한 계좌 50여 개를 동결시켰다.

마카오 당국은 이와 동시에 '언스트 앤 영'에 BDA 감사를 위탁했고, 이 회계법인은 그로부터 3개월 후인 2005년 12월 123쪽 짜리 보고서를 제출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해 10월 미 재무부에 넘겨졌을 뿐, 그 간 철저히 비밀에 붙여졌던 이 보고서를 최근 입수했다.

신문에 인용된 보고서의 내용은 BDA에 대한 미국의 혐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었다.

보고서는 "우리 조사에서는 BDA가 위조 달러를 유통시키지 않았다는 점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이어 BDA는 과거 북한의 현금 유통과 북한산 금 거래를 합법화시켜주는 역할을 했지만, 그같은 거래는 대부분 미국과 금융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HSBC 홍콩지사를 통해 정기적으로 조사를 받아 왔다고 보고서는 적시했다.
▲가족들이 운영하는 '구멍가게' 은행인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연합뉴스

미국의 금융제재는 근거 희박

미국의 대형 신문체인 '맥클래치'에서 발행하는 <맥클래치 신문(McClatchy Newspapers)>에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보다 이틀 앞서 같은 내용의 감사보고서가 보도됐다.

<맥클래치>는 16일 "언스트 앤 영의 감사보고서는 BDA가 위조 달러 세탁에서 뚜렷한 역할을 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부시 미 행정부가 BDA에 씌운 혐의의 신뢰성이 의심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감사보고서는 이어 북한에서 온 대규모 현금 계좌는 미국의 요청을 받은 한 은행(HSBC)의 홍콩 지사를 통해 위폐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받는다고 밝혔다. 또 BDA가 위폐를 취급했던 적은 1994년 단 한번밖에 없었는데 BDA는 당시 100달러 위폐 100장을 금융당국에 제출했고 이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보고서는 북한의 기업들이 가짜 담배와 마약 거래 과정에서 수억 달러의 현금을 BDA를 통해 세탁했다는 주장도 진실이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 ☞관련기사 원문 바로가기)

북한은 미국의 금융제재가 취해진 2005년 9월 이후 '제재 모자를 쓰고는 회담에 나갈 수 없다'며 6자회담을 1년 넘게 거부해 왔다. 하지만 미국은 '금융제재는 법집행의 문제일 뿐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으로 미국에 맞섰고 한반도의 위기는 최고 수위까지 올라갔다.

지난해 11월 이후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변화해 6자회담은 재개됐고 마침내 2.13합의가 도출됐다. 하지만 미 재무부는 지난 3월 BDA를 '돈세탁 우려은행'에서 '돈세탁은행'으로 지정, 제재 수위를 높였다.

한편 북한 자금 2500만 달러에 대한 동결은 지난 10일 해제됐지만 돈세탁은행으로 낙인찍힌 BDA에서 보내는 돈을 받겠다는 제3의 금융기관이 없어 송금이 지연되고 있다. BDA 해결 과정을 통해 정상적인 국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북한의 목표는 달성되지 못했다. 북한은 지난 13일 "제재의 실효성을 확인하고 행동하겠다"고 했지만, 20일에는 문제 해결을 위한 BDA와의 실무교섭이 여전히 진행중이라고만 밝혔다. 따라서 BDA 문제가 해결되면 취하기로 되어 있는 2.13합의 초기조치도 이행이 늦어지고 있다.

독립적인 회계법인 '언스트 앤 영'의 BDA 감사보고서는 북미간의 이 기나긴 대결이 미 재무부의 근거 없는 '주장'에 따른 것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이 보고서는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 언스트 앤 영 감사보고서 전문보기)

BDA의 위폐 세탁 의혹은 '연막'…진짜 이유는 따로

그렇다면 미국은 왜 근거도 없는 BDA 제재를 밀어붙였을까. 또 북한은 왜 2500만 달러에 불과한 돈에 그토록 집착하고 핵실험이라는 극단적인 대결까지 마다하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언스트 앤 영' 보고서를 입수한 <맥클래치>는 17일 주목할 만한 분석을 내놨다.

이 신문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BDA가 북한의 기업을 위해 했던 일 중 가장 중요한 활동 중 하나는 북한의 금(金)을 국제 금시장에 내다 파는 일을 돕는 것이었다"라며 "미 재무부가 BDA에 대한 제재를 발효한 데에는 북한의 금 판매를 막는다는 말 못할 동기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예로부터 북한은 금의 주요 산지였다. 북한에는 아직도 200톤의 금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매년 6톤 가량의 금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금은 북한의 중요한 외화벌이 수단이다.

'언스트 앤 영'은 BDA를 통해 영업활동을 하는 북한 관련 50개 기업의 활동을 검토한 결과 6개 기업이 금 판매에 연루되어 있음을 밝혀냈다. BDA는 북한산 금을 할인된 값에 사들여 시장에 되팔았다. 북한이 싼 값으로도 금을 팔았던 것은 엄격한 비자 발급 요구사항을 완화해주는 대가였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BDA가 사들인 금은 홍콩으로 넘어가 BDA와 BDA의 자회사인 델타아시아크레딧(DAC)에 의해 국제 금시장에 판매되거나 보석상들에게 직접 판매됐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BDA를 통해 거래된 북한산 금은 총 1억1000만 달러 어치였다.

이 신문은 "북한 전문가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북한을 고립시키기 시작하면서 금은 북한의 가장 중요한 경제적 생명줄이 됐다"며 "미 국방부에서 북한 전문가로 일했던 척 다운은 '부시 행정부의 북한 고립작전 결과 북한은 금을 팔아야 했고 김정일은 금 판매를 통해 활로를 모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 ☞관련기사 원문 바로가기)

이에 따라 미 재무부는 북한 금 수출의 주된 통로였던 BDA를 봉쇄함으로써 북한의 '경제적 생명줄'을 끊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 수출 자체가 불법은 아니었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이 위폐·마약·가짜담배로 번 돈을 BDA가 세탁했다는 근거없는 명분을 들이대 제재를 가했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 자금 2500만 달러에 대한 동결이 해제됐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송금을 지연시키는 것은 그 돈을 받아줄 은행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BDA에 대한 제재 해제까지를 달성해 금 거래가 가능한 통로를 다시 확보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은 BDA를 통한 판로가 막히자 2006년 태국에 4000만 달러 어치의 금을 수출했다는 보도가 나왔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와 <요미우리신문>은 북한의 조선중앙은행이 런던 시장에 금을 직접 내다 팔 요량으로 런던금시장협회(LBMA)에 관련 정보를 제공했지만, LBMA의 주요 회원은행들이 미 재무부의 BDA 제재 취지를 거슬리지 않으려고 북한산 금을 사려 하지 않는다고 최근 보도했다. 북한에게는 BDA를 통해 금 판매를 재개하는 것밖에 해결책이 없는 것이다.

재무부의 사보타지와 부시의 절충적 시각

이처럼 강력한 동기를 가진 북한의 입장에서 'BDA의 북한 계좌 동결 해제는 지지하되 BDA는 여전히 돈세탁은행'이라는 미 재무부의 10일 발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이에 북한은 돈의 인출 혹은 송금을 미루는 무언의 시위를 통해, 그리고 중국을 통한 대미 간접 설득·압박을 통해 BDA에 찍힌 '돈세탁은행' 낙인을 지우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일부 전문가들은 미 재무부의 '동결 해제 지지' 발표 이후 '미국이 할 수 있는 건 더 이상 없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돈세탁은행 지정 해제라는 최후의 수단이 없지는 않지만 그것은 'BDA는 법 집행의 문제'라는 미국의 근본 명분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BDA 문제를 가지고 미 국무부와 여전히 강력히 대치하고 있는 재무부만 물러선다면 그 역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미 재무부와 국무부의 힘겨루기는 쉽사리 포착되지 않지만 여러 정황상 보이지 않는 다툼을 여전히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재무부에서 국제 금융범죄를 담당하는 스튜어트 레비 차관과 BDA 문제를 직접 맡고 있는 다니엘 글레이저 부차관보 등은 2.13합의 이행을 통한 북핵 해결을 최우선적 목표로 삼고 있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에 맞서 조지 부시 대통령을 설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글레이저 부차관보가 3월 말과 4월 초에 걸쳐 중국 베이징에 12일 동안이나 머물렀던 사실에 주목했다. 글레이저의 장기 체류는 표면적으로는 중국과 중국은행(BOC)을 설득해 BDA 북한 자금의 송금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BDA 문제의 과감한 해소를 원하는 국무부의 공세에 맞서 '사보타지(태업)'를 하기 위해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베이징에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두 부처의 충돌이 지속되면서 결국 2.13합의의 이행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궁극적으로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한 고려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성적으로는 국무부의 외교적인 접근이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감정적으로는 재무부 강경파들과 같은 마음을 품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양측의 관점을 적당히 절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한 당국자는 "동결 자금은 풀어주지만 BDA는 여전히 돈세탁은행이라는 것은 매우 거친 결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다는 것은 중국의 태도에서도 읽을 수 있다.

중국 측은 지난 19일 베이징을 방문한 임성남 외교통상부 북핵외교기획단장과의 논의에서 BDA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보다 적극적인 '정치적 의지'를 갖고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미국의 '정치적 의지'를 강조한 것은 BDA에 대한 미 재무부의 '돈세탁은행' 지정을 철회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북한이 BDA 동결 해제를 지지한다는 미국의 '최종해법'에 대해 '확인하고 행동하겠다'고 하면서 아직까지 행동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결정을 점잖게 거부한 것"이라며 "미국이 결단해야 할 시점이라는 게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재무부-국무부 타협의 길

그렇다면 미국은 어떤 행동을 더 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미국이 북한 자금을 이체받을 수 있는 해외 은행을 어떻게든 찾아낸 후 'BDA의 돈을 받아도 불이익은 없다'는 보증을 해줌으로써 북한이 정상적인 국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는 BDA에 몇 가지 조건을 걸고 일정 기간 동안 징계 조치를 취한 뒤 정상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방법이다. 이는 재무부와 국무부의 타협을 유도하는 동시에 재무부가 물러설 수 있는 명분을 주자는 것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두 번째 방법이 더 현실적이고 북한이 수용하기에도 수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번째 방법대로 된다면 중국은 우선 BDA 북한 자금을 중국은행(BOC)을 통해 조선중앙은행으로 보내는 것을 받아들일 것이다. 다음 단계로 미 재무부가 BDA를 '범죄은행'이 아니라 '제도적인 결함이 있는 은행'으로 규정, 투명성 제고 조치를 취하게 한 후 국제 금융질서에 복귀시키는 경로를 상정해 볼 수 있다.

그같은 방법이라면 북한도 BDA 문제가 최종적으로 풀렸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 후 핵시설 폐쇄·봉인 조치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초청 등 2.13합의 초기조치의 이행의 '공'은 온전히 북한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3일 미국을 방문해 중국으로부터 제안된 미국의 '정치적 의지'에 해당하는 조치들을 제시하고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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