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홍익대 이두식 교숩니다! 이두식 교수는 1947년 경북 영주 출생으로 1969년 홍익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했고 2005년 일본 교토 조형예술대학에서 예술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95년부터 3년간 한국미술협회 최연소 이사장을 역임했고 현재 홍익대 미술대 학장과 외교통상부 자문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1976년부터 지금까지 54회에 이르는 개인전을 열었고 신상전 최고상과 선미술상, 대한민국 보관문화훈장, 서울 국제아트페어 대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현재 서울미술협회 이사장, 한국대학 배구연맹 회장직도 맡고 있습니다.
박인규 : 최근 DMB폰에 여러 화가, 작가들의 그림들이 사용돼서 관심을 모았어요. 교수님께서도 참여하셨죠?
이두식 : 참여했습니다.
박인규 : 교수님의 기존 그림을 입힌 겁니까, 새로 그리신 겁니까?
이두식 : 기존 그림인데 새로 DMB폰에 적당하게 그렸죠. 작품 제작을 10점이나 했습니다.
박인규 : 많이 하셨네요. 사실 순수미술 하시는 분들이 자기 그림이 이런 상업제품에 쓰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인데...
이두식 : 대개 그렇죠. 저도 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굳이 그렇게 막아야 할 이유가 없다. 참여하는 것이... 결국 그림도 여러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고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원초적인 게 아닌가.... 이런 생각하에 기꺼이 이번에 참여하게 된 거죠.
박인규 : 일부 선택된 사람만이 보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끼는 게 좋겠다.
이 교수님 외에도 참여하신 분들이 또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분들이죠?
이두식 : 주로 대학에 계신 분들인데 홍익대학교 지석철 교수, 장혜영 교수, 숙대 이석주 교수, 대진대학의 정현숙 교수, 그리고 만화가들도 참여했습니다. 만화도 상당히 대중적 매체니까... 이현세씨, 허영만씨, 그 외에 동양화 하시는 분들도 몇 분 참가해서 아마 총 10명이 참가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이 교수님께서 10 개의 디자인을 하셨다고 했는데 디자인 한 개당 몇 개나 나왔어요?
이두식 : 한 점당 5개씩 제작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총 50개 밖에 안 되죠.
박인규 : 대중화라고 하기에는 조금...
이두식 : 아마 주관기업에서 이렇게 시작을 해본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앞으로는 대중화될 것 같은데
박인규 : 말하자면 소비자들을 반응을 보자는 시범적 차원에서...
이번에 이 교수님을 비롯한 작가들의 디자인이 들어간 DMB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좀 보셨습니까?
이두식 : 그걸 아마 인터넷으로 광고를 했나봐요. 그래서 예를 들면 '이두식의 그림이 들어가 있는 폰은 몇월 몇시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선착순으로... 그런데 제 것은 3분 만에 매진이 되고 다른 분들도 거의 다 그런 것 같아요. 그런 걸 보면 반응이 좋고, 일단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에 호기심이 상당히 많았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요즘 문화의 시대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일반 소비자들도 문화에 대한 갈증이 큰 모양이네요.
이두식 : 그렇죠. 아까 모두에 말씀하신 것 같이, 옛날 같으면 귀족이라든가 특별한 부자들, 이런 사람들이 꼭 미술품을 감상해야 되는 걸로... 또 그렇게 인식돼 왔죠. 그런 것이 불식돼야 할 시기가 됐고. 또 실제로 우리 주변을 보면 미술가들의 손이 안 간 곳이 없습니다. 그것이 조금 더 구체화돼야 한다는 거죠.
박인규 : 교수님께서는 이번에 제품에다가 디자인을 주셨지만 그 전에도 상업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음반에도 그림을 그리셨죠?
이두식 : 예. 조영남씨의 레코드... 그때 어릴 때, 20대에 가까운 분들이었으니까, 친구죠. 이장희씨라든가 조영남씨, 또 이동원씨 그림에는 또 제가 작품 한 것이 KBS 방송가요대상에 레코드 디자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박인규 : 이동원씨는 향수 부르신.... 말하자면 전력이 좀 있으시군요?
이두식 : 전력이 많습니다.
박인규 : 기업이 순수미술작품을 이런 제품에 활용해서 대중화하는 건 일단 좋다고 볼 수 있겠지만 또 일각에서는 좀 부정적으로 본다면 상업적이라는 비판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십니까?
이두식 : 그렇게 얘기하는 분들도 이해는 됩니다만, 제 주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결국 그림이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보고 감상하고 즐길 수 있고. 또 그것들이 어떤 그런 문화적 규범이 돼서 우리 인간사회 혹은 어떤 국가에, 이런 것들의 정신적인 기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라는 것이 결국은 음식을 먹거나 배불리 밥을 먹거나 뭘 향수한다 이런 것보다는 정신적인 문제기 때문에 골고루 많이 퍼지는 게 좋지 않겠냐는 것이 제 평소 생각입니다.
박인규 : 좋은 작품이라면 앞으로 기업들이 그런 제품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교수님께서는 예술의 대중화 측면에서 제품에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도 뭔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이두식 : 예. 원래 이미 우리 생활 속에 소위 디자이너라고 직업을 가진 분들은, 주변에 보십시오. 우리가 앉아있는 의자라든가 쓰고 있는 안경이라든가 입고 있는 옷이라든가, 전부 미술가들이 하는 거거든요. 그런 분들을 디자이너라고 얘기하는데 그런 미술은 자생력이 있습니다. 필요하니까. 그런데 순수미술은 어떤 그런 생활보다는 정신적인 문제, 시각, 조형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서 좀 앞서나가기 때문에 생활이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에서 자생력 있는 쪽보다는 자생력이 좀 부족한 순수미술가들에게는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지 않겠냐. 그렇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상업적 목적에 쓰이지 않는 순수미술을 하시는 분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도 있구요, 저희 프로그램에서 한 번 공공미술 하시는 경원대 김용익 교수도 모셨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지 않느냐...
이두식 :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도시계획이라든가, 여러 가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만 거리의 간판이라든가, 어떤 공간에 있을 때 자연의 숲도 아주 중요한 우리 생명에 관계되는 자연의 문제지만 또 시각적으로도 황폐해지면 그만큼 우리 생활이 아주 건조하고 황폐해집니다. 그런 때 시각적 조형적인 문제가 순수미술가들이 그런 공간을 조형적으로 장식을 한다면 시민생활, 삶의 질이 높아지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순수미술 하시는 화가시니까 한 번 질문드리고 싶은데요, 우리나라 거리를 다니면 간판들이 너무 많고 너무 크다, 정신이 없다. 외국 나가보면 조그맣게 해도 어떻게 보면 간판도 예술품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런 걸 어떻게 좀 전개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요?
이두식 : 지금 여러 각도로 각 도시, 시를 운영하는 분들이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잘 안 되나봐요. 예를 들어서 설렁탕집 간판이 크게 붙어있는데 근처에 또 설렁탕집이 생기면 그보다 더 시각적으로 어필해야 돼서 더 크게 되고 자극적인 색깔을 쓰게 되고. 이런 것들이.. 제가 다녀본 외국 중에서는 중국이 아시아권에서는 좀 비슷한데 이게 좀 정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잘 지은 건축물이 간판은로 도배돼서 건축조형이 아주 막혀서 보이지 않아요. 좀 문제가 잇죠.
박인규 : 정부가 어떤 순수미술의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일각에서는 서울에 대형건물이 들어서면 의무적으로 조각품이나 조형물이 들어가게 돼 있습니다. 그것도 지원인데 일부 비판적인 분들은 그 조각품들이 우리 시대에 잘 안 맞는다. 말하자면 그냥 고급 장식품에 불과하다, 값만 비싸다, 부담이다. 심지어 건물주들은...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두식 :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런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찬반양론이 있기도 하고. 또 조형적으로 잘 되고 우리 시민들한테 큰 도움을 주는 좋은 장식물도 있어요. 있는데 때로는 그게 시행착오도 있죠. 전혀 건물과 조화가 되지 않는다거나 시민들에게 오히려 좋은 영향을 주지 않고 추한 느낌을 줘서 불편한 경우도 있고. 그러나 여러 가지 시정돼야 될 문제가 있다고 저도 미술인 중 한사람으로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고 시민들이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조형물이 돼야 하지 않겠나.
박인규 : 그런 제도 자체는 좋은데 어떤 작품이 들어가는가에 대한 감식안이랄까, 선정이 중요한 게 아닌가...
이두식 : 그렇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기구들을 조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구요, 또 심의도 상당히 엄격해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잠깐 외국의 예를 좀 돌아보죠. 지난 2000년도에 로마제국의 수도죠, 로마시 축성 기념으로 시내 지하철 역에다가 여러 가지 벽화를 넣었는데 그 중에 이두식 교수님의 작품이 아시아 작가둘의 작품 중 유일하게 선정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외국에도 그런 식으로 도시미관을 순수미술로 하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죠?
이두식 : 그렇습니다. 제가 미술협회 이사장 할 당시에도 찬반양론이 상당히 격렬하게 된 적이 있어서 외국의 예를 살펴보니까, 소위 우리가 알고 있는 선진국은 다 그렇게 합니다. 도시 중심으로 시 행정 자체가 도시 미관에 상당히 기구를 갖고 있고. 대개 우리나라 같이 조형물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웃나라 일본은 그런 게 없어요. 왜 없는가 조사해 봤더니 일본사람 자체가 의무적으로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들 다 잘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법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 외에는 다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아까도 얘기가 잠깐 나왔지만 요즘 미술품이 투자의 대상으로도 관심을 받고 있고. 우리나라 박수근 작가나 이중석씨 같은 분은 외국 나가서도 굉장히 값을 많이 받는다. 실제로 우리나라 작가들의 실력이나 위상이 높아졌다고 보십니까? 외국에서...
이두식 : 많이 높아졌죠. 예를 들면 최근에 정부에서 국가관리 차원에서.... 스페인에서 아르코라는 큰 아트페어를 했습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에서 우리나라 대통령께서도 다녀왔죠. 거기에서 우리나라 작가들이 거의 첫날 다 매진될 정도로 수준은 인정받고 있습니다. 단지 그게 꾸준히 지속돼야 가야 하는 게 앞으로의 숙제긴 하지만, 우리나라 작가들이 세계 어느 무대... 소위 현대미술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뉴욕이나 전통 있는 유럽의 각 도시에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단 기획이 문제죠. 지금.... 앞으로는 좋은 작가들을 어떻게, 행정과 기획이 중요합니다. 그런 것들이 문제가 되지, 작가들 수준은 굉장히 높아졌다고 봅니다. 그리고 박수근, 이중섭... 선배 대가님들도 국제무대에서는 아직 잘 모릅니다. 물론 아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래서 우리가 그런 것만 가지고, 우리의 좋은 선배들도 계시지만 앞으로 젊은 작가들을 어떻게 세계무대에 진출시키냐 하는 것이, 작가 개인들이 못하거든요. 그런 기획인들이 활성화 됐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박인규 : 아무리 좋은 작가와 작품이 나와도 알아봐 주는 감상층, 수용층이 없다면 문제가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나라 예능교육, 특히 중고등학교 교육이 입시교육이다 보니 그런 문제도 있고. 또 대학교 미대에서 시험을 보는데 아직도 우리는 데상을 본다....
이두식 : 그런 일부의 지적도 있는데, 지금 외국도 대학입시의 경우는 마찬가집니다. 작가를 뽑는 게 아니라 기초적인 소양을 보는 거니까 기초적인 걸 볼 수밖에 없고. 단지 문제는 처음에 말씀하셨던 교육문제. 초중고의 미술교육 문제. 초등학교에서는 소위 영재미술교육까지는 아니더라도 전반적으로 미술이 많이 확산되고 미술교육이 잘 되고 있어요. 중고등학교 다니는 사춘기에, 상당히 중요한 시기에 감성적으로 아주 발달이 많이 되는 시기에 예능교육이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좀 지적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입시 위주의 교육이 되다 보니까 미술, 음악, 체육까지도 선택과목이 돼 버렸어요. 그럼 선택하면 누가 선택하겠습니까? 수학이나 중요과목 먼저 하겠죠. 그런 건 의무적으로.... 어떤 감성이 예민한 시기에 꼭 필요한 필수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적어도 초중등, 또 고등학교까지는 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가르쳐 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 나와도 그게 제대로 유통되고 감상이 되지 않으면 사실 의미 없는 거 아닙니까? 최근에 국내의 미술시장은 굉장히 활성화 됐다고 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부에서는 또 비싼 거 아니고 100만원 균일가 이런 것도 굉장히 인기 있다고 하는데...
이두식 : 저도 지금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건 투자가치의 개념도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단 지금 구체적으로 돈 얘길 해서 이상합니다만 100만원의 작품가격대를 가지고 소위 중진작가, 혹은 젊은 작가도 일부 있지만. 어느 화랑에서 그 전시를 지금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반응이 굉장히 좋습니다. 100만원 정도면 큰 돈이라면 큰 돈일 수도 있지만 소위 중진작가의 작품을 가질 수 있는 게, 물론 작품 규격은 작습니다만. 그래서 그것이 그 화랑 측의 수익의 목적보다도 미술 감상자의 저변확대를 위한 것들입니다.
박인규 : 그런 식으로 미술품을 소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많아지고 저가의 작품들도 나오고... 바람직하게 보시는 거죠?
이두식 : 저는 바람직하게 봅니다. 왜냐 하면, 저는 미술협회 이사장 할 당시에 '한 집 한 그림 걸기' 운동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반응이 좋았는데, 꾸준히 되진 않았습니다만. 최근에 와서 작년부터 소품, 또 가격을 저렴하게 해서 소위 인기가수가 팬들을 확보하는 식으로, 팬서비스 차원에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매진됐답니다.
박인규 : 그럼 속된 말로 미술작품이 돈이 좀 된다더라, 투자가치가 있다더라. 그러니까 이른바 위작, 가짜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이게 굉장히 역사가 오래됐죠?
이두식 : 원시시대부터 가짜가 있었답니다. 돌 가지고 만들던 그때도 있었다는데, 미술품의 가짜의 역사는, 또 거기에 관한 에피소드는 끊임없이 아주 오래된 고전시대부터 있습니다. 확실한 근거는 없습니다만 들은 얘기로는 루브르에 가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있지 않습니까. 그게 지금 한 점이 아니라 석 점이랍니다. 유럽에도 한 점을 누가 갖고 있고 미국 쪽에서도 한 점 갖고 있는데 서로 자기 것이 진짜라는 거죠. 그건 물론 밖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그런 식으로 가짜는 늘 있어 왔습니다. 앞으로도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박인규 : 늘 있긴 합니다만 우리나라의 위작은 정도가 심한 거 아닌가요?
이두식 : 외국이나 마찬가집니다. 문제는 요즘 중국이나 미국에서 시장이 우리보다는 넓죠. 우리나라도 크지만. 거기서는 아예 가짜라는 것을 작가가 인정하고, 나는 가짜를 그립니다... 하고 자기 사인을 하는 일도 있어요.
박인규 : 가짜인데 비슷하니까 싸게라도 사라 이거죠?
이두식 : 네. 보시오. 거의 똑같이 그립니다. 나는 이것을 모작했습니다... 하는 새로운 미술시장도 있습니다.
박인규 : 차라리 그렇다면 가짜시장을, 모조품 시장을 공식화하는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겠군요.
이두식 : 그렇습니다. 그렇게 돼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가짜라는 건 속여서 하는 게, 그렇게 되면 문제가 되죠. 범법이죠. 그렇지 않고 예를 들어서 제 그림을 누가 똑같이 그렸단 말이에요. 그런데 나는 이두식의 그림을 모사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상품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사가시오. 하는 것은 괜찮다 이거죠. 나는 인정하겠다 이거에요. 후학들이 공부하기 위해서 내 그림을 카피하는 방법도 있으니까.
박인규 : 서울 미술협회 이사장으로 계시면서 하실 일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이두식 : 많습니다.
박인규 : 제가 미술 쪽은 문외한이긴 합니다만, 얼핏 듣기로는 허소치나 운보 이런 양반들은 그림이 너무 많아서 싸다, 이런 말이 있어요. 그래서 화가들이 가급적 그림값을 높이기 위해서 그림을 많이 안 그린다고 하는데 이두식 교수께서는 지금까지 개인전을 54번이나 하셨어요. 많이 그리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이두식 : 이제까지의... 20세기 이전까지, 혹은 20세기 초기까지도 수량이 많지 않아야 비싸지는, 희소성이 있었는데, 제가 한 5년간 뉴욕에 전속이 돼 있었습니다. 미국 화랑, 거기에 화랑주의...
박인규 : 전속이라는 의미는 이 교수님 그림을...
이두식 : 그 화랑에서만 판매하고 전시했습니다. 그 화랑 주인과 저와의 계약 조건은 1년에 작품이 드로잉 포함해서 200점이 나오지 않는 작가하고는 계약하지 않겠다.
박인규 : 200점이죠? 그럼 이틀에...
이두식 : 매일 그려야 한다는 얘기죠. 매일. 그래서 조금 전에 얘기한 희소성은 절대로 안 된다는 겁니다. 왜냐 뉴욕을 중심으로 한 현대미술에서, 어떤 작가가 예를 들어서 쉽게 얘기하면 시쳇말로 떴다. 작가로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러면 1년에 천여 점이 필요합니다. 전 세계로. 미국에 있는 개인 갤러리나 뮤지엄, 모든 미술관에 들어가도 그걸 감당을 못하는 겁니다. 그걸 대비해서라도 소량의 작품을 하는 작가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경제원칙에서도 많이 팔리면 싸질 거 아닙니까. 제품이 많으면. 그렇게 저도 알고 있었는데 그렇지가 않다고 합니다.
박인규 : 오히려 미술 애호가 입장에서는 많이 그리는 게 좋을 수 있겠군요. 싸게 사서 볼 수 있으니까..
이두식 : 그런 면도 있고. 또 시장형성이 안 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작가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떠나서 희소성으로 굉장히 좋아질 것 같지만 희소성 이전에 없어지고 만답니다. 확산돼 있지 않으면. 그런 미술계의 화상의 얘긴데, 인정이 됩니다 저는. 어떻게 생각하면 희소성이 중요한데.. 하는 미련은 있습니다만 저는 그런 걸 떠나서, 저는 작품을 많이 해야 되는 작가의 체질이 있고 아주 적게 하는 경우도 있고. 작가에 따라 다릅니다. 제 경우는 다작형입니다.
박인규 : 아까 말씀하시면서 요즘 젊고 아주 유능한 작가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작년 말인데 저희가 정연두라고 올해의 작가상에 선정된 30대 작가와도 말씀을 나눴는데, 이 교수께서는 이미 그림 그리신 지 40년 넘으셨고 오래 작품활동을 해오셨는데, 젊은 화가들을 보시면서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
이두식 : 그게 참... 저는 뭐 금년에 이제 나이가 환갑입니다. 저희들 공부할 때보다 여러 가지 여건이 좋아진 겁니다. 참 어려웠거든요. 지금도 어렵습니다만. 원래 화가의 길이 어렵습니다. 생존의 문제, 생활의 문제가 있죠. 그런데 요즘 조금 나아졌고. 또 그러다 보니 아주 작품에 매진하는 젊은 작가들이 있어요. 대학교 3, 4학년 때 벌써 목숨 걸고 작품에 매진해야 되겠다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겁니다. 그게 아주 고무적인 일이죠. 그렇게 되면 한국사람들이 상당히 미술에 소양을 갖춘 민족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되면 인원이 많아지니까 앞으로 굉장히 희망적이고 세계 미술에서 상당한 위치를 갖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한국 미술의 앞날은 밝다. 혹시 젊은 작가들한테 조언해 주실 만한 건 없나요?
이두식 : 특별한 조언은 필요 없고, 처음에 세웠던 계획을 끝까지, 많은 청년들이 밀고 나가기를 바라는 거죠. 인내심을 가지고 지구력을 가지고.
박인규 : 옛말에, 의식이 족해야 예절을 안다는 말이 있지만, 웬만큼 생활이 되지 않는 분들은 좀 먼 것 같은. 그리고 또 꼭, 물론 미술품을 소장해야만 애호가는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고 살기도 힘들어서 미술이 내 일이냐... 이런 분들도 계신 것 같아요. 그래서 진짜 문화를 향수한다는 것, 미술작품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게 어떤 건지, 일반 사람들의 입장에서 마지막으로 말씀해 주시죠.
이두식 : 예를 들면 우리가 음반을 사서 음악을 듣지 않습니까. 늘 가수를 접하지 않고 그런 매체를 통해서 향수하고 있는데 미술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그런 운동이 20세기 오면서 판화라는 분야에서, 비싼 그림을 예를 들어 100장을 찍으면 100분의 1로 가격이 줄어들지 않습니까. 그런 경우도 있고. 또 요즘 영상이라는 것도 우리가 TV 다음으로 접하고 살지 않습니까? 그것도 미술입니다. 그런 영상의 문제 이런 걸 우리가 따로 자꾸 분리하는 버릇이 있는데 분리할 필요 없다는 겁니다. 꼭 미술품을 가져야 되는 게 아니고 우리가 향수하고 있다는 겁니다. 미술은 꼭 필요하고. 왜 필요한가 하면, 심리적 정신적으로... 예를 들어서 아주 흉악한, 잘 교도가 되지 않는 범죄자가 있었는데 그 범죄자를 핑크색을 칠한 방에 넣었더니 색채심리학자의 조언을 받아서... 아주 온순해지더라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우리가 모르고 있지만 색채의 문제, 조형의 문제.. 쉽게 얘기하면 미술의 문제가 우리 생활 주변에 있음으로 해서 우리 생활이 윤택해지고 정화된다는 것을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술을 분리하지 말고 접근하면 꼭 비싼 돈으로 작품을 소장한다는 개념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관심을 가져 주면 좋지 않을까, 삶의 질이 높아지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 꼭 비싼 게 아니더라도 미술작품 하나 정도는 집에 걸어놓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서울미술협회 회장 되신 지가 3개월 밖에 안 되셨다고 했는데
이두식 : 업무 시작한 지가 그렇습니다.
박인규 : 하실 일이 많을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서울미술협회 이사장으로서 하시고 싶은 일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죠.
이두식 : 조금 전에 말씀드린 대로 미술은 멀리 있는 게 아니고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지금 입고 계신 옷, 신고 있는 신발, 전부 미술가들이 디자인한 겁니다. 거기에 단지 무목적성 미술활동은 순수미술가, 또 목적성 미술가는 디자이너라고 하는데, 구분하지 마시고 관심만 가져 주시면 그만큼 우리 미술가들이 더 용감하게 좋은 창작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미술을 멀리하지 마시고 가깝게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박인규 : 작가로서, 예술행정가로서, 서울시민...나아가서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을 좀 멋있게 하는 데 기여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이두식 :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홍익대 미술학장인 이두식 교수를 초대해 순수 미술이 실용화되기 위해선 어떤 방안들이 필요한지 말씀 나눠봤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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