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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왜 죽였냐고? '아무 이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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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왜 죽였냐고? '아무 이유 없어!'

전모 드러나는 미군의 이라크·아프간 민간인 살해

#1. 물고기야, 물고기!

2006년 2월, 이라크 북부 티크리트의 티그리스 강에서 낚시를 하던 주민 두 명의 머리 위로 미군 헬기 한 대가 다가왔다. 자신들을 겨냥한 총격이 있을 것임을 직감한 이들은 잡은 물고기를 치켜세우며 '물고기야, 물고기!'라고 다급히 부르짖었다.

그러나 헬기는 떠나지 않았다. 겁을 먹은 한 주민은 자신들이 미군을 해치려는 게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낚싯배의 엔진을 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꺼진 것은 엔진이 아니라 그의 목숨이었다. 엔진을 끄기 위해 허리를 숙이던 그는 그 상태 그대로 고꾸라져 버렸다. 그의 동작을 수상히 여겨 미군이 끝내 총을 발사했기 때문이다.

미군은 사망자 가족들의 배상 요구를 거부했다. 미군들의 과실은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투 상황'이었다는 이유였다. 대신 민간인 소유의 고기잡이 배와 휴대폰, 그물이 유실된 데 대한 보상비로 3500달러(약 326만 원)만 지급하고 끝을 냈다.

#2. 노근리-미라이-하디사

그로부터 일 년 전 바그다드 북동쪽의 발라드라는 도시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호송차량을 타고 가던 미군들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있는 주민에게 사격을 가한 것이다. 미군들은 잠시 후 교통정리를 하던 이라크군 장교에게도 총을 쐈다. 둘을 모두 사망했다.

티크리트에서의 사건은 그의 동작에 '긴장했다고 알려진' 미군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었지만, 발라드에서는 이유도 없었다. 주유중인 주민, 이라크 군복을 입고 있는 장교가 위협적일 리는 없었을 것이다. 미군은 기름을 넣다 사망한 이의 형에게 5000달러를 줬으나 이라크군 장교 가족들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았다.
▲ 지난해 3월 15일 이라크 이샤카 마을에서 사망한 어린 소녀의 모습. 미군은 고의적인 사살이 아니었다고 밝혔지만 당시 이라크 경찰의 보고서와 <BBC>가 공개한 비디오는 이들이 고의적인 총격에 의해 사망했음을 보여줬다. ⓒ연합뉴스

같은 해 바그다드 수니파 거주지에서는 책가방을 메고 가던 소년이 이를 폭탄을 운반하는 것으로 착각한 미군에 의해 사살됐다. 미군은 이 소년의 삼촌에게 500달러를 전달했다.

티크리트와 발라드 사건과는 달리 소년에 대한 보상은 미국의 '외국손해배상법'(FCA)에 의해 집행됐다. 이 법은 전투와 무관한 사건에 한해 사망자 1인당 최고 2500달러의 위로금을 지급할 수 있게 했다. 미군 당국은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위로금만 지급했다.

미군은 2005년 11월 벌어진 유명한 하디사 민간인 학살에 대해 주민들에게 3만8000달러(3540만 원)를 전달하기도 했다. 하디사에서 미군이 즉결처형 방식으로 학살한 민간인은 24명이었다.

2005년 9월 바그다드 인근 무사이브의 한 건문소에서는 차량이 너무 빨리 다가오고 있다는 이유로 남매가 탄 차량에 미군이 200발의 총알을 난사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3. 민간인 학살 '수 천 건'

이같은 사건들은 미군 당국이 정보공개법에 따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에 의한 민간인 사망 사례를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에 공개한데 따라 밝혀진 것들이다. (☞민간인 학살 사례 원문보기 ACLU 홈페이지)

뉴욕타임스는 현재까지 두 나라 민간인들이 제기한 미군의 만행은 수 천 건에 이른다고 12일 보도했다. 위의 사건들을 비롯해 이번에 공개된 사례는 약 500건으로 '빙산의 일각'만 보여준 셈이다.

미군 당국 대변인은 지금까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투와 무관한 사망자와 부상자 및 재물 손괴에 대해 보상한 액수는 3200만 달러(약 300억 원)이다. 이 액수에는 부대장 승인 하에 임의로 지급된 위로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에 미군당국이 공개한 약 500건의 민간인 사상 및 재물 손괴 사례 가운데 40%인 204건은 전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됐다는 이유로 보상이 거부됐다. 보상이 이뤄진 경우 중 최소 87%는 전투와 무관한 것이었고, 77%는 미군당국이 전투와 관련돼 있다고 판단했지만 위로금이 지급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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