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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조 농촌지원', 제발 낡은 축음기판은 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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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119조 농촌지원', 제발 낡은 축음기판은 틀지 마세요"

[한미FTA 뜯어보기 472]박인규의 집중인터뷰[04/11] 상지대 김성훈 총장 - '한미FTA와 농업'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한미 FTA가 타결된 지 열흘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이에 따른 논란이 끊이자 않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한미 FTA 협상결과에 대한 평가와 후속 대책을 놓고 논란이 계속됐고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농업 분야 피해대책에 대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는데요. 국민의 정부 시절 농림부 장관을 지낸 상지대 김성훈 총장 역시 이번 한미 FTA가 역대 통상협상 사상 가장 큰 폭의 개방을 약속해 농업분야의 가장 많은 피해와 반발이 예상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오늘과 내일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김성훈 상지대 총장을 초대해 한미 FTA 타결로 인한 농업분야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할지 앞으로 우리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김성훈 상지대 총장입니다! 김성훈 총장은 1939년 전남 목포 출생으로 63년 서울대학교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했고 71년 미국 하와이대학교 (East-West Center)에서 자원 및 농업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76년부터 2005년까지 중앙대 교수로 재직했고 중앙대 제2 캠퍼스 부총장을 지냈습니다. 84년부터 3년간 UN/FAO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 아·태평양지역 경제책임자 및 APRACA(아·태 농업금융기구) 사무총장으로 근무했으며 98년부터 2000년까지 국민의 정부 농림부 장관을 역임했습니다. 2005년부터 상지대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고 현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와 우리민족서로돕기 공동대표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김성훈 총장께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농업전문가신데요, 최근에 FTA 관련해서 여러 전문가를 모셨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의 협상대표들은 이번 협상에 대해서 A+나 수를 주고 싶다고 말씀하셨고, 저희 프로그램에 나온 서울대 안덕근 교수는 B학점 정도 줄 수 있겠다, 정태인 교수는 D학점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김 총장께서는 이번 협상타결에 대해서 몇 점 주시겠습니까?

김성훈 : 41년간 교직경험과 정부에서 있던 경험,UN FAO에 있으면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옵서버로 참여했던 모든 걸 종합해 판정컨대 이번 한미FTA는 F학점. 불합격입니다.

박인규 : 일반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담화나 국내 언론들이 보도한 것과는 상당히 다른 내용이네요.

김성훈 : 그것이야 뭐 외교관들 정치가들 하는 말이고, 무조건 이 문제에 대해서 내용도 따져보지도 않고 무조건 처음부터 해야 한다는 일부 보수언론들은 그렇게 얘기하겠죠. 그런데 차근차근 내용을 들여다 봅시다. 이것은 안 했어야 할 협상을 한 겁니다. 태어나선 안 될 협상이었습니다.

박인규 : 김 총장께서는 어떤 칼럼에서 '한미FTA는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골이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한미FTA와 관련해서 노무현 대통령이 12가지 거짓말을 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게 어떤 내용인가요?

김성훈 : 12가지 이상, 더 있어요. 두 세 가지만 얘기하면, 첫 번째 이 정부는 FTA협상을 추진할 때, 항상 어떻게 해야 한다는 대통령 훈령으로 만들어 놓은 게 있습니다. 사전에 양국 전문가들이 공동연구를 1, 2년 걸쳐서 하고 그걸 토대로 국민에게 공청회를 열어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대외경제 관계장관회의에서 협상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거든요. 그런데, 3년간 준비해 왔다고 대통령이 말했는데, 바로 그 통상교섭본부장이 2005년 9월에 중미 여행 중에 대통령을 설득해서 대통령이 하기로 했다고 했거든요.

그것도 우선 틀릴뿐 아니라 문제는 한미간 전문가들이 공동연구를 해본 적이 없고, KDI 같은 유명 연구기관에서도 연구보고서 한 번 본 적이 없구요. 그리고 이걸 가지고 국민들에게 공청회 한 번 해본 적이 없구요. 2006년 2월 2일에 공청회를 열였는데 그게 무산돼 버렸는데도, 개회선언이 있었으니까 한 것으로 간주한다 해서 대외경제 장관회의에서 바로 한미FTA를 하겠다고, 바로 이어서 미국 의회 의사당 앞에서 양국 통상대표들이 선언했거든요.
준비도 연구도 없었어요. 정부가 만들어 놓은 규칙도 안 지켰고. 그런데 3년간 준비해 왔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통상교섭본부장은 1년 전에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하거든요, 이런 것도 거짓말이죠.

또 하나는, 협상 전에 네 가지 양보 있죠. 쇠고기, 스크린쿼터.... 안 했다고 처음에는 우기지 않았습니까. 그러다 나중에는 미국 국회가 행정부에 보낸 서류가 들통나니까 그때 대통령께서 뭐라고 하셨습니까. 했다고, 정부가 양보했다고 하자. 이렇게 거짓말 하지 않았습니까. 또 최근에는 쌀을 지켰다 하죠. 쌀은 원래부터 한미FTA 협상대상이 아닙니다. 왜냐 하면 이 정부가 재작년에 벌써 2015년부터 쌀을 개방하기로 WTO협정으로 약속을 해줬거든요.

박인규 : 쌀 문제는 따로 여쭤보기로 하구요. 김 총장님 말씀은 의견수렴이나 전문가들의 연구 없이 어느 날 갑자기 결정이 내려져서 했다는 건데, 어쨌든 한미FTA가 타결되고 나서 노무현 대통령도 우리 경제의 활로를 뚫기 위해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시장을 열었다. 또 그래야 우리도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된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상당히 잘한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고 있는데...

김성훈 : 우선 여론조사.. 내용도 모르고 우리는, 수출해 먹고 사는 나라니까 당연히 이런 거 하는 거 아니냐는 그 논리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 없거든요. FTA를 반대하는 사람 없고 WTO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 그리 많지 않거든요. 문제는 개방을 반대하는 사람 별로 없습니다. 이미 99.8%가 우리가 WTO에 가입함으로써 개방이 돼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한미FTA를 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물어봐 줘야 하고, 그럼 어떤 내용이 FTA에서 결정됐는가를 알려줘야 하는데 그 내용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일방적으로 선전한 것만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정부가 70억인가 80억인가를 들여서 광고를 해오지 않았습니까

박인규 : 130억이라고 하던데요.

김성훈 : 70억, 80억이라고 해요. 광고료만 해서, 그건 그렇고.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지금 FTA는 선택의 문젭니다. 가령 WTO의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라든가 WTO의 DDA협상이나 모든 나라가 참여한 것은 우리가 회원국인 한은 의무적이지만.

박인규 : 다자간 협상.

▲ ⓒ프레시안

김성훈 :
이 정부도 원래는, 미국과의 FTA는 맨 나중에, 다른 나라들과 한 다음에 하겠다고 했던 걸을 갑자기 작년 1월 18일에 대통령이 하겠다고 발표한 겁니다. 그럼 이것이 그때 발표한 두 가지 이유였습니다. 첫 번째가 샌드위치 신세 면하겠다. 두 번째가 개방을 하지 않으면 쇄국하자는 말이냐, 이런 식의 논리였습니다. 이미 개방이 다 돼 있는데, 지금 쇄국하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이미 개방이 다 돼 있습니다. 99.8%가. 서비스 분야에서 이익을 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야 선진국이 된다고 했어요. 이번에 서비스 분야에서 뭘 얻었습니까?

박인규 : 개방이 별로 안 돼서...

김성훈 : 오히려 다 내줬죠. 스크린쿼터, 보험, 금융.. 우리가 하다못해 반덤핑제도 하나 얻어냈습니까? 무역구제에서 우리가 제일 당하고 있는 것 하나를 얻어냈습니까? 그러니까 지금 말과 내용이 다른 겁니다. 또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된다. 이번에 피해자가 누굽니까. 농업과 중소기업이 피해자고 노동자들 실직이 생길 거고, 이것이 양극화가 아니면 뭔데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이건 재포장하는 방법이죠. 정치가 아닙니다.

박인규 : 개방이 문제라기보다는 준비 안 된 개방이 문제라는 말씀이신데...

김성훈 : 그리고 내용도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있구요.

박인규 : 농업 분야에는 어떤 피해가 예상됩니까?

김성훈 : 농업분야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과 WTO 가입으로 다 개방은 됐지만 그나마 관세로서 지켜왔지 않습니까. 그리고 여러 가지 위생조건을 비롯해서 비관세 조치로 WTO가 허용하는 방식으로 지켜 왔던 것을, 이번에 미국한테만은 아예 관세를 다 없애 버리는 데 동의 한 거 아닙니까. 40%는 즉시 철폐하고 한 20%는 5년 내에 철폐하고, 나머지는 10년, 나머지는 7년, 15년 이렇게 나눠서 하니까 관세를 하나도 안 내고 들어오게 되지 않습니까.

거기다 위생이라든지 광우병이라든지 관계없이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을 만큼 양보를 했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농업은 어디 기댈 데가 없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제일 인구밀도가 놀아서 땅값이 제일 비싸거든요. 생산비가 비쌀 수밖에 없죠. 결국은 한국에서 특수한 정원농업이라든가 특수한 엘리트농업 외에는 살아남기 어렵게 되죠. 그래서 현재 농민들은 실망이 아니라 절망에 빠졌습니다. 어떻게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지킨 것인데 그마저도 다 내줘 버리고.

박인규 : 정부에서는 그래도 쌀만은 지켰다고 말하는데....

김성훈 : 글쎄 쌀은 이미 이 정부가 2004년 WTO 재협상에서 미국을 비롯한 쌀 수출하는 6개 나라한테 2015년부터 다 쌀을 개방하기로 양보가 돼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미국산 쌀을 비롯해서 6개 나라 쌀이 지금 밥상용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여러분 식탁에 오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한미FTA에서 구태여 논의할 사항이 아닙니다. 그런데 계속 쌀을 개방하라 개방 못 한다 하는데 이미 개방하기로 돼 있고. 2015년부터는 이미, 완전히 들어오게 돼 있습니다. 이것은 논의 대상이 아닌데 내가 보기에는 두 가지 목적인 것 같습니다. 하나는 생색내기용. 또 하나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걸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런 용도로 쓰기 위한 것 같아요. 그런데 이미 내줘 버린 쌀을 지켰다는 명분하에 너무 다른 것을 다 내줘 버렸습니다. 하나도 남아있는 것이 없어요 우리 농업에.

박인규 :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성훈 : 그것은 미국과 한국의 협정에서 작년 1월에... 광우병을 옮기는 부분이 대개 20개월 이상 소인데 미국에서는 30개월까지 수입하라고 하니까... 일본처럼 20개월 미만만 가져오면 광우병과 관계 없으니까 뼈 있는 게 관계 없는데, 광우병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니까 그럼 뼈 있는 것은 안 된다고 양쪽이 합의했던 겁니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되니까 거꾸로 우리 정부, 재경부나 통상교섭본부나 청와대에서 오히려 뼈 몇 조각 가지고 문제 삼느냐고 말리는 시누이 역할을 해서 거꾸로 미국한테 양보해 준 거 아닙니까. 앞으로 뼈 있는 쇠고기 들어오는 것은 내가 보기엔 재경부나 외교통상부나 청와대, 정부 쪽에서부터 먼저, 공무원들이 먼저 먹어줘야 합니다.

박인규 : 안전이 확인되기까지는 섣불리 열어서는 안 된다.

김성훈 : 그리고 OIE라고 국제가축질병사무국에서 금년 5월에 판정을 내리면 그에 따르기로 했는데 그 판정도 A, B, C급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구제역 때 보면 완전히 여기는 해방됐다 할 때 다른 데서 수출을 받아줍니다. 그런데 아직 통제중에 있다고 하면 수입하는 나라가 받거나 말거나, 수입하는 나라가 절차에 따라 안정성을 점검한 다음에 결정합니다. 지금 미국이 받기로 예정됐다는 것이 바로 B등급에 해당하는 광우병 통제가 가능한 국가라는 뜻이 됩니다. 그럼 이건 우리나라 절차에 따라 결정할 문제지. 그리고 이것은 FTA 의제가 아닌데 이번에 이것도 양보해 줬습니다. 한 번 양보해 주니까 완전히 뼈 있는 것 다 들어오게 돼 있습니다.

박인규 : 일부에서는, 농업시장이 개방될 때마다... 우루과이라운드나 한·칠레FTA나, 우리나라 농업이 다 망한다고 했지만 별로 망한 게 뭐가 있냐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는 것 같아요.

김성훈 : 그건 참 이상한 말씀입니다. 망한다는 개념이 문젠데요, 우루과이라운드 타결된 이후 지금 농촌을 떠난 사람이 10년 동안 200만이 넘었구요, 농촌의 부채가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현재는 농가소득만큼 부채가 높아져서 거의 30배 높아져서 지금 1인당 부채가 3천만 원 소득도 3천만 원이 됐습니다. 농가 경제가 상대적으로 도시근로자 소득하고 100대 100 똑같았다가 지금은 한 75% 수준입니다. 농가소득이 상대적으로 더 나빠진 거죠.

이런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정확히 말씀하면 그렇기 때문에 안 망할 장치를 하기 위해서 협상했던 거고, 또 피해대책도 세웠던 거 아닙니까. 그러니 덜 빨리 망한 거죠. 아무 것도 안 해버렸다면... 그래서 협상에서 조건으로 막음조치를 안 했다면, 또정부가 그걸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투자나 장치를 안 했다면 완전히 빨리 망할 걸. 덜 빨리 망하게 지금 하고 있는 거지, 마치 파리가 전염병 옮긴다니까 파리한테 물려 죽었다는 사람 없지 않느냐. 파리가 먹은 음식 먹어서 병들었다는 사람 없지 않느냐, 하는 식의 논리입니다.

박인규 : 정부에서는 농가피해를 보전하기 위해서 앞으로 119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약속도 하고 계신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성훈 : 한 마디로... DJ...제발 낡은 축음기판은 더 틀지 마세요. 노태우 대통령 때 42조원이라고 5년 동안 써먹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 때는 15조원 보태서 57조원이라고 축음기판을 5년간 틀었습니다. DJ정부 때는 45조원이라고 5년간 세웠다가 축음기판 안 틀고 그냥 CD로 보관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때 와서는 아예 역대 대통령을 능가하는 10년 동안 119조원 투자한다고 됐습니다.

그런데 신규투자 한다고 비슷하게 말씀하셨는데 그게 아닙니다. 농림부의 1년간 예산하고 농안기금을 비롯한 기금들 1년간 쓰는 것을 10년간 합쳐 놓으면, 119조 원 조금 넘습니다. 그런 식으로 하면 우리도 지난 10년간, 또는 앞으로 10년간 국방에 약 3천조 원이 넘는 투자를 한다. 교육에 2700조 원 투자한다. 그런데도 공교육이 이렇게 나빴느냐. 그렇게 돈을 많이 썼는데 왜 비행기는 지금도 떨어지고 비리 이런 말이 나오느냐 하는 말고 똑같은 것을 농업만 이상하게 따로 119조원이라고 선전용으로 말하고 있는데, 신규투자가 아닙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우루과이라운드 이후로 농업분야에 새롭게 지원되거나 투자된 게 별로 없다는 말씀이시니까?

김성훈 : 오히려 전체 예산의 차지하고 있는 농업 비중은 우루과이라운드 전에는 7.5%였다가 지금 노무현 정부 들어서 5.5%입니다. 전체 예산에서 농업의 비중이 줄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치 신규로 119조원 투자한다고 알려져서 대한민국의 국민, 언론인, 정치가들, 경제학자들 .... 농업 부분에 퍼주기만 하느냐, 그러고도 농업 구조다 뭐다 무슨 성과가 나느냐, 왜 똑같은 문제가 계속되고 있느냐는 생각을 합니다.

박인규 : 많은 분들은 굉장히 많은 돈이 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보시는 거군요.

김성훈 : 그게 아니라, 내년 예산에다가 농안기금을 비롯해서 농업관계기금을 10년간 합친 숫자라니까요.

박인규 : 농업전문가의 입장에서 한국 농업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한미FTA가 일단 가조인상태고 앞으로 국내와 미국에서 논란이 있을 텐데 한국의 농업의 장래와 관련해서 한미FTA는 그럼 어떻게 끌어나가는 게 좋다고 보시는 겁니까?

김성훈 : 우선 빨리 협정 내용들, 그리고 주고받은 부속문서들을 당장 지금. 마치 미국 의회가 천 명 가까운 전문가를 동원해서 이걸 다 검토시키고 있듯이 바로 이것을 민간 전문가들에게 국회에 넘겨서 검토시켜 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다 드러날 겁니다. 그런데 5월 가면 하겠다 뭐하겠다, 그것도 협정문만 하겠다는 것이고. 또 더 그런 것은 한미간에 FTA를 시작하기 전에 제일 먼저 3년간 주고 받은 내용 문서들을 공개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니까 일방적인 정부의 홍보만 통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우선 제도, 내용을 알게 탁 까놓고 공개해야 합니다. 왜 미국 국회나 정부는 그렇게 전문가를 불러다가 하는데, 우리는 솔직히 말하면 국회의원들이 영어나 우리말로 된 것, 어려운 전문용어로 된 것들은 분석할 능력이 있습니까?

▲ ⓒ프레시안

박인규 :
협상의 전모를 우선 알아야 되겠다. 아무리 한미FTA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피해를 보실 분들이 수긍하지 않는다면 상당히 문제가 될 것 같긴 합니다. 다른 질문 들어가기 앞서서 그렇다면 한미FTA 협상에서 우리가 얻은 건 하나도 없다고 보시는 겁니까?

김성훈 : 하나도 없다는 건 맞지 않고, 자동차와 섬유 부분에서 정부 스스로 얻었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자동나 섬유산업 대표들 만나보십시오. 실은 빛 좋은 개살구라고 합니다. 우리가 얻은 것만큼 내주는 것이 더 커서 전체적으로 손익을 따지면 오히려 손해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는 견해입니다.

박인규 : 직접 대표들과 말씀 나눠보셨습니까?

김성훈 : 네. 그리고 섬유업계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물어봤더니, 이게 1500개 품목 중에서 실질적으로 얻은 건 6개 품목에 원산지 증명 면제받은 것... 6개인데 이건 혜택이 별로다 그거죠.

반면에 섬유 그거 얻어내기 위해서 우리는 국민의 생명과 환경, 생태를 위협하는 유전자 조작식품과 농산물을 자유롭게 들어오도록 양보해 주지 않았습니까. 섬유분야에서도, 업계 사람들이 환호할 만큼 좋은 내용이 아닙니다. 차츰차츰 내용이 밝혀지고 있습니다만. 그러면 내준 것에다가, 우리 제도, 법률들만 해도 100여 가지를 고쳐야 합니다. 앞으로 보십시오. 하나하나가 전부 피해로 나타날 것이고 농업은 더 이상 물러갈 데 없이 벼랑에 몰려서 10년이면 끝나게 됩니다.

박인규 : 정부와 일부 언론의 보도하고 김성훈 총장님의 현실인식은 너무 큰 차이가 나서 참 이것도 문제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김성훈 : 일부 언론이 정확하게 어디 신문입니까?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그런 신문 말하는 겁니까? 그런 신문이 협상의 문제점을 보도한 것 보셨습니까? 문제점은 한 번도 보도하지 않고, 좀 전에 인용하셨던 우루과이라운드에서 망한다고 했는데 안 망했고 한·칠레FTA 때 망한댔는데 안 망했고. 돈은 구조개선을 해서 46조를 썼더니 노래방에나 투자하고 하는 얘기들만 되풀이해서 낡은 축음기판을 몇 번이나 틀고 있지 않습니까.

박인규 : 준비된 개방이든 준비 안 된 개방이든 어쨌든 개방이 대세로 가고 있고 어떤 측면에서는 농업도 일정한 국제경쟁력이 필요한데, 지난 10일 국회 정부질문에서 앞으로 한미FTA를 어떻게 대처할 거냐... 두 가지로 갈린 것 같아요. 한쪽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해서 농업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씀하신 분이 있는 반면, 한쪽에서는 경쟁력을 높이는 게 쉽지 않다. 우선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느 쪽이 맞다고 보세요?

김성훈 : 근본적으로 어디에 걸려 있느냐 하면 우리는 땅이 적고 인구는 많습니다. 그런데다가 국민 1인당 해당하는 땅이 3백 평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다가 땅값이 비싸니까 기본적으로 생산비를 줄이는 면에서.. 그래서 규모를 키우자 해서 세계에서 제일 큰, 서산에다 정주영씨가 제일 큰 쌀농장을 만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생산비가 비싸니까 견디질 못해서 지금 제일 큰 쌀농장, 규모화 된 쌀농장이 결국은 300평으로 쪼개져서 지금 농민들에게 팔려나가지 않았습니까. 땅값이 비싸니까, 생산비가 비싸니까.

그럼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품질경쟁력을 높여야겠고,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것을 따지니까 안전성을 높여야겠고. 가공이나 또는 변형해서 술이나 음료 만들어서 거기서 농민들이 부가가치를 갖도록 해야겠다고 했는데, 그런 정책이 이뤄지고 있느냐... 특히 식품위생법, 주세법에 의해서 농민들이 대대로 집에서 김치 담고 된장, 간장, 고추장, 순대 만들고 가양주 빚은 거 밖에다 팔려고 하면 바로 주세법 위반이고 식품위생가공법 위반이거든요. 유럽에서는 다 시장, 군수가 위생적으로 괜찮다고 인정하면 그 지역 내에서 판매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우린 못하게 돼 있거든요. 재벌들만, 아니면 대기업들만 식품위생가공법에서 요구하는 시설규정을 갖출 수 있거든요.

박인규 : 지금 말씀은 농민들이 1차 생산 외에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이 많이 막혀있다.

김성훈 : 막혀 있져. 구조개선을 하면 그런 것도 개선시켜 줘야 하는데 그런 건 또 예외입니다. 농민들이 구조개선 하려면 땅값 비싼 거. 실제 지금 정부가 6헥타르 이상 농가를 7만을 만들겠다는데, 현재 1.4헥타르가 6헥타르 되려면 비싼 땅값을 어떻게, 이자를 어떻게 감당할 겁니까. 그러면 정부가 그것의 대안으로 친환경유기농업 원년을 지난 정부 때 대통령과 총리가 나서서 98년 11월 11일 친환경유기농업 원년을 선포하고 품질과 안전성으로 승부하자 해서 꽤 유기농이 나가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팔리지 않는다고 아우성입니다.

박인규 : 김성훈 총장께서는 농업경제학만으로도 40여 년 이상 활동해 오셨고, 한국 농촌, 농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실 것 같은데, 우선 우리나라 농업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 농업인 자체가 노력해야겠지만 정부나 사회에서 이런 지원이 필요하다. 이런 게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김성훈 : 결국은 WTO개방체제에 우리가 살고 있는 한은, 개방 자체를 반대할 수 없기 때문에 이제 살아나갈 수 있는 것은 소비자와 농민이 손잡고 도농이 상생하는 길입니다. 도시 쪽에 부족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 또 전통발효식품, 술도 포함하구요. 그리고 농촌만이 갖고 있는 어메니티, 예컨대 농촌만이 갖고 있는 아름다운 경관과 환경, 생태계와 전통문화 이런 것들을 도시 사람들이 와서 머물고 거기서 돈 쓰고 사먹고 갈 수 있도록 하는 도농교류. 1사1촌운동 같은 게 좋은 예인데요, 이런 것을 적극 하고 이제 정부한테 별로 기대할 것 없이 정부가 빨리 지방자치단체에 빨리 예산을 다 넘겨줘서 지자체가 자기 지역의 특성에 맞게 WTO의 규제를 안 받고 바로 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예산을 대폭 지자체에 넘겨주는 일. 그걸 해야 한다고 봅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김성훈 상지대 총장을 초대해 한미 FTA 타결로 인한 농업분야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할지 또, 앞으로 우리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얘기 나눴습니다. 김성훈 총장의 말씀은 내일도 이어집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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