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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국식을 따라간 중남미경제를 보라"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4/03] 성공회대 정태인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한미 FTA가 타결된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지난 일주일간 정부와 일부 언론에선 한미 FTA 타결로 인한 장밋빛 전망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만 다른 한편에선 반대 목소리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 한미 FTA 타결로 한, 중, 일 간의 지역협력 움직임이 퇴조하는 반면 동북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민경제 비서관을 지낸 성공회대 정태인 교수를 초대해 한미 FTA에 대한 장밋빛 전망들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앞으로 동북아 역학구도는 어떻게 변할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성공회대 정태인 교숩니다! 정태인 교수는 1983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1991년 같은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1994년부터 1997년까지 미국 버클리대학교와 영국의 캠브리지 대학교에서 연구를 했습니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의 연구원, 한국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국장, 한국학술진흥재단 전문위원을 거쳐 2003년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 직속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기조실장과 청와대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차장을 역임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성공회대 사회정책대학원 겸임교수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지난 일주일 동안 굉장히 바쁘셨죠? 그동안 많은 말을 하셨겠지만 이번 한미FTA 타결에 대해서 간단히 총평을 해주시죠.

정태인 : 대학에서 학점 주듯이 하자면 많은 반대하시는 분들은 F를 주시는데 그건 너무 심하고, 제가 보기엔 D정도인 것 같습니다. 노력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그런데 노력이 관세 인하 부분에 집중됐습니다. 단기적으로 가시적이고, 가령 자동차의 3000CC 이하 승용차는 즉시 철폐했다. 이렇게 성과를 얘기하기도 좋고. 원래 우리 정부가 한미FTA를 맺는 이유는 기본적으로는 미국 시장을 선점한다, 수출을 늘린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쪽에 초점을 맞췄고. 반면에 그 대가로 준 것은 우리나라의 비관세 장벽입니다.

대표단이.. 김종훈 대표도 그런 얘길 했고 가장 잘 된 부분은 자동차 분야라고 얘길 하는데 좀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3% 관세인하가 대표적인 성과죠. 반면에 우리는 8% 즉각 인하를 했고. 관세가 우리가 훨씬 높으니까,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세제를 변경했습니다.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서 배기량 기준으로 돼 있는 세금기준을 5단계에서 3단계로 줄이고 특소세를 폐지하고, 대형차에 유리하게 됐고. 우리 정부는 발표를 안 했지만 어제 USTR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공채도 폐지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박인규 : 한미FTA 타결되고 나서 노무현 대통령도 말씀하셨고, 저희 프로그램에 나온 서울대 안덕근 교수도 그런 말을 했는데, 서비스 시장 개방이 미흡하다. 아쉽기도 하고, 이번 타결은 낮은 수준의 타결이라는 평가를 내렸던데, 정 교수께서는 동의하십니까?

정태인 : 일단 낮은 수준이라는 것의 정의는 없습니다. 포괄적이라고 할 때는, 서비스나 투자나 지적재산권같이 이른바 우루과이라운드 때 새롭게 이슈로 등장한 부분이 들어가면, 실질적인 내용이 들어가면 그것을 포괄적 FTA라고 얘기합니다. 분명히 다 들어갔죠. 지적 재산권, 서비스, 투자 다 들어갔기 때문에 포괄적이구요. 관세 인하의 폭을 가지고 높고 낮은 수준을 결정하는데 100% 가까이 관세를 인하했기 때문에 높은 수준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서비스 시장은 네거티브 방식으로 개방하는데, 그건 확실하게 지정한 것 빼고는 다 개방한다는 거니까. 앞으로 미래의 서비스가 생기면 그건 무조건 개방입니다. 정의가 안 되니까.

두 번째로는 래칫 방식이라는 게 적용되는데 그건 현재의 수준이, 유보 수준이 최고 수준입니다. 스크린쿼터가 유보가 됐는데 73일 이상으로 올릴 수는 없습니다. 우리 영화산업이 아무리 나빠져도. 만일 우리 스스로 50일로 줄이면 50일이 상한선이 되죠. 결국엔 다 개방된다 이런 의미를 갖고 있구요. 언젠가는 개방되고 민영화되고 규제가 완화된다.

또 하나 한미FTA에 새로 들어간 건 미래의 MFN이라는 겁니다. 그건 최혜국대우리라는 건데, 가령 우리가 일본이나 중국과 FTA를 맺을 때 미국보다 더 좋은 조건을 부여했다면 그 조항이 자동적으로 한미FTA에 들어갑니다. 이렇게 보면 살아있는 FTA입니다. 지금도, 현존하는 FTA 중 가장 강한 FTA는 94년의 북미자유무역협정, NFTA라고 얘기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도 NAFTA 플러스입니다.

NAFTA보다 강한 FTA인데, 이것이 앞으로 진화하면서 점점 강해지기 때문에 세계 최강의 FTA라고 할 수 있고. 그리고 차기 정부라든가 정권이 이건 너무 심하다 싶어서 어기는 행위를 할 때는 이른바 투자자 국가소송제가 있어서 투자자들이 우리 정부를 직접 제소하고 그것이 제3의 기구에서 단심으로 판결을 내리게 돼 있기 때문에 굉장히 강력한 FTA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낮은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번 FTA 타결에 대해서 미국에서는 이미 협정문을 공개하고 의회에서 심사한다는 말도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공개가 안 된 반면에 더 나아가서 미국의 일부 의회나 노조 같은데서는 조항을 문제 삼아서 고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가 끌려가는 게 아니냐, 이런 불만도 나오는데, 중요한 건 앞으로 미국이 요구하면.. 물론 한미 양국이 합의한다는 전제가 있겠지만 고칠 수 있는 겁니까?

정태인 : 첫 번째는 협상이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금융세이프가드 같은 경우 발동여건이 명확히 합의가 안 됐어요. 타결을 시키느라 큰 줄거리만 합의를 하고 구체적인 세세한 발동여건 같은 예외조항 이런 것들이 합의가 안 된 것 같아요. 지금도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봐야 되니까 분명히 미국 의회에서 수정될 가능성이 있고.

또 하나는 미국 의회가 그런 예가 있습니다. 옛날에 멕시코하고 FTA를 맺을 때 분명히 정부간 차원에서는 설탕을 쿼터제로 수입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멕시코의 설탕을 미국에 수입하는. 그런데 의회에서 설탕 수입금지를 결의해서 멕시코 대통령이 그걸 받아들였어요. 의회로 넘어간... 비준절차에서도 수정한 예가 있기 때문에, 미국은 협상할 때 여러 가지 룰을 많이 안 지키는 편입니다.

박인규 :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는 여지가 많군요.

정태인 : 예. 역시 세계 최강국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런 것을 감안하고 충분히 준비하고 임했어야 되는데, 앞으로 미국의 행동에 따라서 그동안 우리가 개선했던 일들이 많이 깨지는 일들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예의주시해야겠군요. 이번 한미FTA 타결에 대해서 정 교수께서는 앞으로 한국의 100년이 좀 걱정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어떤 의미입니까?

▲ ⓒ프레시안

정태인 :
미국의 FTA의 목적이 관세철폐가 아니라 비관세장벽의 철폐. 그 나라의 법과 제도와 관행입니다. 그걸 미국 초국적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바꾸는 거죠. 우리가 자동차 세제를 바꿀 이유가 없는데 나쁜 쪽으로 바꿨거든요. 의약품도 마찬가집니다.

원래 약값 적정화 방안은 좋은 정책인데 그걸 무력화하는, 사실상 의약품 지적재산권을 3년 내지 5년 연장하자는.. .그것이 미국의 법입니다. 그 요구를 우리가 받아들였고. 이렇게 법과 제도가 바뀌면 따로 우리가 바꾸지 않는 한 이게 국제협정에 의해 규정돼 있기 때문에 계속 지속됩니다.

그건 이제 우리 삶에 굉장히 영향을 미치는데 그런 법과 제도가 과연 우리 산업에 도움이 되는지, 우리 국민의 삶의 질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평가를 해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아무래도 초국적기업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 산업에 불리한 것들이 많고. 예컨대 약품 같은 경우 우리 제약산업이 복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인데 의약품 특허가 늘어나면 그만큼 손해죠. 3년 내지 4년 출시가 늦어지니까, 또 약값이 올라가니까 불치병 환자들은 굉장히 치명적이고. 전체적으로 우리 국민들도 보험료를 더 내야 되니까 모두가 손해를 보고 결국 화이자 같은 다국적 제약회사만 이익을 보는 협상이 돼 버렸거든요.

박인규 :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다. 그렇지만 일부에선 우리나라 경제가 지금 굉장히 어려움에 빠져 있고 이걸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시장을 선점하는 거다. 이런 말씀을 노대통령도 하셨고 실제로 여론조사를 보면 한미FTA를 함으로써 한국 경제가 굉장히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들이 많은데, 그런 정부 쪽의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으십니까?

정태인 : 일단 관세 인하폭이 굉장히 낮고 미국의 비관세장벽은 거의 손을 못 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럼 관세만 가지고 따져봐야 되는데 가장 성공했다는 자동차 분야에서 이제 2.5% 떨어지거든요. 우리나라 주력품목이 중소형차.. 한 2만 달러라고 친다면, 2.5%를 일시에 다 적용해서 값을 내린다고 해도 한 50만원.. 실제로 업계에서는 20에서 40만원 정도 떨어진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 자동차가 경쟁하는 차종이 일본차에요. 혼다 어코드라든가 도요타의 캠리 같은 것들. 그런데 20에서 40만원 정도 떨어뜨려서 실제로 소비자가 소나타로 차를 바꿔 탄다는 건 상상하기 힘듭니다. 반면에 그 차들은 미국차입니다. 이번에 합의된 원산지 기준에 50% 이상을 미국에서 조달하면 미국 차인데 이 차들은 벌써 75%를 조달하고 있거든요. 그 차들이 미국차로 들어올 때는 일단 8% 관세 떨어지고 특소세 2% 빠지면 한 200만원 정도 가격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자동차 시장도 위험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우리가 얻는 건 거의 없다.

그리고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지금 우리나라 사람이참 오해하고 있는데 우리가 제조업이 미국보다 강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일부 품목 제외하고는 다 약합니다. 제조업 평균 노동생산성이 미국과 비교할 때 우리가 40 정도밖에 안 됩니다. 일본이 80정도 됩니다. 특히 일반기계, 석유화학, 정밀화학 같은 우리 산업의 허리라고 부르거든요, 그게 우리가 굉장히 취약한데 이 부분의 첨단 부분은 미국이 특화하고 우리는 범용 부분 특화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게 돼 있는데 이 범용이야말로 중국이 따라오는 부분이거든요. 우리가 중국을 뿌리치려면 첨단 부문으로 옮겨가야 되는데 미국의 첨단부문과 경쟁할 만한 힘이 없는 곳에 미국 상품이 들어와서 첨단부문이 궤멸될 가능성이 있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중국의 추격에 노출되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이것도 우리가 한미FTA를 맺었을 때 우리 산업구조가 어떻게 변할 것이냐에 대해서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단지 선진국하고 FTA를 맺으면 우리한테 기술이 흘러오고 잘 될 것이다 하는 막연한 기대지 우리 생산성이 높아지는 시나리오를 지금 못 그리고 있습니다. 이것도 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정 교수께서는 청와대에 계시면서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에 계셨고, 사실 초창기에는 우리나라가 동북아지역협력의 균형자가 되겠다는 등 시나리오가 많았는데 오히려 한미FTA가 먼저 타결됐어요. 그러면서 오히려 한, 중, 일 간의 동북아 지역협력은 앞으로 어려워지지 않느냐. 오히려 미국의 영향이 커진다는 등 더 큰 차원에서의 분석들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정태인 : 참여정부 제1의 국정목표가 평화번영의 동북아시대입니다. 그것은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한, 중, 일 그리고 아세안, 위로는 러시아로의 경제협력을 확대해서 동북아지역을 개발하고 동시에 평화적으로도.. 경제협력이 되면 평화적으로도 더 도움이 되니까 남북관계도 개선될 것이라는 거였는데, 한미FTA를 맺었다는 건 한미 군사동맹과 함께 우리가 미국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는 걸 의미하거든요. 그런데 세계적으로 봐도 그렇고 아시아에서 봐도 그렇고 분명히 앞으로 미국과 중국이 패권다툼을 하는데 우리가 한 편에 들어 버리는 거죠. 균형자라고 강하게 표현이 됐습니다만, 캐스팅보터 라고 하는 중립자적인 위치에서 양쪽을 견제하는, 또는 조절하는 것이 원래 평화번영의 동북아시대에서 우리의 위치였는데, 미국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거든요.

이렇게 되면 중국과 대립할 수밖에 없고 북한은 중국에 끌려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남북관계의 개선도 악화될 수 있다는 측면이구요. 원래 평화번영의 동북아시대 구상에서는 중국의 패권도 바라지 않고 미국의 패권도 바라지 않는 나라들과 먼저 경제협력을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나 아세안이라든가 가운데 종축을 먼저 세우고 중국과 미국의 대립을 융화시킨다고 할까. 그리고 여기가 점점 아시아의 경제협력이 강해지면 그 단위로 미국과 교섭할 수도 있고, 중국도 그 단위 속에서 '원 오브 뎀'으로.. 여러 나라 중 한 나라로서 패권적인 것을 누그러뜨리는 구상이었는데, 지금 한미FTA를 맺으면서 동북아의 마찰, 대립의 한 축에 서버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한미FTA 총리라고도 불리는 한덕수 총리가 어제 신임 인사차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했는데 김 전 대통령께서 현 정부는 한미 FTA에 올인해라. 그러면서 이것은 한미간의 군사안보 플러스 경제안보기 때문에 약소국인 대한민국이 살아갈 수 있는 굉장히 좋은 방법이라는 말씀을 하셨고. 실제로 시중에서도 지금 군사 부분에서 한미관계가 약간 안 좋아지고 있는데 한미FTA를 함으로써 한미관계서 좋아져서 득이다. 이런 생각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어떻게 보십니까?

정태인 : 김대중 대통령 말씀은 너무 다른 데 곁가지 하지 말고 하나만 열심히 하라는 말씀으로 들리구요. 사실 현재 한미FTA를 긴 역사에서 보면 김영삼 대통령 시대 세계화라고 해서 자본시장개방을 본격적으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 귀결은 외환위기였고. 김대중 대통령은 IMF위기, 또는 IMF가 우리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할 때 대통령이 됐습니다. IMF가 요구하는 걸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바로 신자유주의적인 정치고 좀 더 우리나라를 시장주의적인 쪽으로 개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폐해도 많았고 잠깐 반짝하고 우리 경제성장률이 회복되기도 했는데, 한미FTA라는 건 사실 그런 기조를 제도화하고 반영구적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김대중 대통령은 본인의 국민의 정부 시절 했던 정책기조가 계속되는 것이기 때문에

박인규 :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정태인 : 꼭 그렇게 표현할 순 없지만 그런 본인이 했덙 것들의 완성으로 보고 찬성하는 것 같구요. 지금 미국 경제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조금 전의 질문은... 제가 보기에는 미국 경제는 지금 쇠퇴하는 경제거든요. 이미 GDP 6% 이상이 무역적자고 4% 이상이 재정적자입니다. 위험한 경제고 다른 나라 같으면 이미 파산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고 달러를 보유하고 있고 자원도 많고, 세계의 인재가 모여드는 교육시스템을 갖고 있고. 이런 것들 때문에 미국 경제가 유지되고 있는데, 그런 요소를 안 갖춘 나라가 미국의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건 굉장히 위험합니다.

비관세장벽이 무너지고 법과 제도를 미국식으로 바꾸는 것이 바로 미국식으로 바뀌는 건데, 바로 그 예는 중남미국가들입니다. IMF위기를 여러 번 넘기면서 미국의 시스템을 받아들였는데 미국의 장점이 없는 상태로 미국 시스템을 받아들이니까 양극화가 심화되고 성장률이 낮아집니다. 그것이 한국의 미래일 수 있기 때문에 한미FTA를 통해서 경제가 발전하고 외교안보적으로 확고해진다는 것은 둘 다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박인규 : 미국이 최대의 시장이긴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면 굉장히 문제가 많은, 위험할 수 있는 경제니까 신중하게 봐야 된다. 그런데 언론보도를 보면 일본은 잘 모르겠지만 중국 같은 데서는 한미FTA 체결에 대해 상당히 긴장하고, 오히려 우리와 FTA를 빨리 하자... 그런 말도 있어서 지금 언론보도만 보면 중국이나 일본이 미국과 FTA를 하고 싶어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던데....

▲ ⓒ프레시안

정태인 :
중국과 미국의 FTA는 아마 미국도 원하지 않을 겁니다. 서로 관세를 한꺼번에 낮추고 미국은 높은 수준의 FTA를 항상 원하는데 그런 관세를 동시에 철폐하는 거죠. 그런에 미국이 중국에 대해서는 지금 섬유관세를 굉장히 높게 붙여놓고 있거든요. 그걸 동시에 철폐했을 때는 아마 견디지를 못할 겁니다. 농업에서는 강점이 없죠. 중국 입장에서도 미국과 FTA 맺는 건 원하지 않습니다. 사실은 안 되는 얘기구요.

일본의 경우는 경제적으로 이익이 없습니다. 이미 80년대부터 생산기지를 전부 동남아로 이전해 놨기 때문에 아주 명품을 제외하고는 일제라고 할 만한 게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나프타 때 자동차라든가 전기전자를 많이 이전시켰습니다. 경제적 이익은 없고 농업에서의 손실은 확실하고. 그래서 FTA를 맺을 생각이 없고. 그래서 고이즈미 전 총리가 2005년 9월에 미국과 FTA 안 맺는다는 기조를 밝혔고 아베 총리도 그 기조를 바꾸는 발언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일본이나 중국이 미국과 FTA를 맺는 건 전혀 걱정할 이유가 없구요.

다만 중국이나 일본이 한국에 다가오는 건 사실입니다. 중국과도 맺는다는 건 마치 맞불을 놓듯이 한국이 EU하고도 맺고 중국하고도 맺는다는데 제가 보기엔 굉장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외교안보적으로는 균형이 될 수 있어요. 중국과도 맺고 미국과도 맺으면. 그런데 경제적으로 보면 굉장히 위험합니다.

농산물 예로 들면 미국과 FTA를 맺으면 축산물 쪽 타격이 심하거든요. 우리나라 농산물이 10조, 10조, 10조입니다. 곡물 10조, 축산 10조, 과수 채소 10조.. 이렇게 해서 30조 생산액이 있는데, 축산물 쪽이 이미 타결됩니다. 곡물은 WTO에서 2015년까지 개방하기로 돼 있고, 남은 게 과일, 채소인데 중국은 거리가 가깝잖아요, 이것마저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부분도 마찬가집니다. 아까 한미FTA를 맺으면서 일반기계라든가 화학 등 허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범용으로 간다고 했는데 이 부분을 다시 중국하고 FTA를 맺으면..

박인규 : 그렇다면 지금 언론보도를 보면 정부에서는 한미FTA의 여세를 몰아서 중국과도 하고 EU하고도 하고,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정 교수 보시기에는 여기서 일단 FTA 체결 움직임을 여기서 중단하고 돌아보는 게 좋다는 말씀이신가요?

정태인 : 차선이, 미국과 FTA를 맺고 비준이 된다고 하면 그 상태에서는 EU나 중국과의 FTA는 미국과의 FTA가 어떤 결과가 낳는지 충분히 우리 산업이 정리가 됐을 떄 할 수 있게 천천히 하는 게 낫습니다. 물론 제일 좋은 것은 미국과의 FTA를 중지시키면 여러 나라와 동시에 하는 상태가 되거든요. 그럼 오히려 경쟁적으로 우리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많구요. 특히 미국은 아시아에 교두보를 만들어야 되는데, 일본은 FTA를 맺을 생각이 없거든요. 그럼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은 아마 우리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할 겁니다. 지금 미국이 별로 크게 다가오지 않았는데 우리가 4대 선결요건까지 갖다 대면서 빨리 맺으려고 한 게 결정적인 패착입니다.

박인규 : 또 한 가지 구체적인 문제 중 하나가 개성공단 문제인데요,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과도 같은 건데 정부에서는 역외가공위원회를 얻었기 때문에 미국에 수출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일각에서는 잘못하면 비핵화나 노동조건을 걸어서 미국의 대북전략에 오히려 이용된다. 말하자면 개성공단이 남북간의 자율적인 협력의 상징이 돼야 하는데 미국의 입김이 들어가는 게 아니냐 해서 굉장히 설왕설래하던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정태인 : 정부가 숨기고 있는 게 있는데요, 혹시 모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숨기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문제가 처음 FTA에 들어간 건 싱가포르와의 FTA에요. 거기에는 아무 조건 없이 북핵이나 노동 등의 조건 없이 개성 및 북한 전역에서 생산된 상품은 한국을 통해 수출할 경우 한국산으로 인정한다고 돼 있습니다. 역외가공을 굉장히 폭넓고 관대하게 이미 인정했습니다. EFTA.... EU가 아닌 스위스 등 4개국과의 FTA에도 들어가 있습니다. 아무 조건 없이 역외가공을 인정해준 거거든요.

그럼 이게 한미FTA에 얻은 게 아니고 원래 FTA에 있던 것들이 대폭 축소된 거죠. 조건이 굉장히 까다로워진 거죠. 이건 미국 입장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굉장히 높았던 것이기 때문에 제가 초기에 그랬어요. 차라리 개성공단 제시하지 마라. 왜냐 하면 미국하고 이렇게 되면 지금 정부가 성과라고 선전을 하지만 굉장한 후퇴입니다. 왜냐, 다른 나라와 FTA를 맺을 때 미국이 없었으면 그냥 싱가포르도 했고 EFTA도 그렇게 맺었으니까 다른 나라도 그쪽에서 검토를 합니다. 선례가 있기 때문에 폭넓게 역외가공을 그냥 인정해 주는 것. 그런데 미국이 들어가 있으면 이게 기준이 됩니다. 다른 나라도 여러 가지 조건을 붙이고 까다롭게 만들 거거든요. 이건 획기적인 성과가 아니라 대폭 후퇴입니다.

박인규 : 안 하느니만 못했다는 말씀이시군요. 약간 다른 각도에서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이번 한미FTA 타결에 대해서 민주주의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우선 작년 2월에 처음 한미FTA에 관한 공청회가 무산되기도 했고. 어쨌든 한미FTA를 하겠다는 과정 자체가 사회적 논의 없이 나왔다.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을 많이 하시는데 정 교수는 동의하십니까?

정태인 : 예. 이 한미FTA라는 정책은 대단히 커다란 정책입니다. 경제정책 중에서 가장 커다란 정책 중 하나입니다. 그런 정책을 결정하면서 사전에 준비하지 않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 가 전혀 없이 군사작전처럼 했다는 건 형식적 민주주의조차 어겼다고 볼 수밖에 없겠죠. 2월 3일 개시선언을 하면서 2월 1일에 공청회를 하거든요. 내부문건을 보면 원래 안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훈령위반이거든요. 그러니까 2월 2일에 형식적인.... 그래서 거기에 그런 것까지 나와요. 소요가 일어나면 중단시킨다. 그리고 한 것으로 처리한다. 원래 계획대로 형식만 갖추고 법적인 것만 갖추고 무산시켰다고 보는 게 옳을 것 같구요.

그 다음에는 반대여론이 높아지지 않았습니까? 반대여론이 충분히 자유롭게 국민들에게 알려지는 걸 막았어요. 예를 들어 농민들이 나락을 내서 만든 광고물.... 그걸 보면 함안의 할머니들이 걱정하는 거예요. 어떻게든 막아야 될 텐데... 이런 정도의 얘긴데 국가의 논쟁이 되고 있는 사안의 한 편에 들면 안 된다. 그런데 사실 찬성광고는 아주 과대광고들입니다. 이런 건 정말 균형을 잃은 거죠.

지금이라도, 사실은 우리들의 삶을 결정할뿐 아니라 애들의 애들의 애들의 삶까지 결정할 만한 엄청난 정책이거든요. 지금이라도 빨리 정보를, 협정문을 공개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불평등한 협정을 맺었는지, 내용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국민들이 인식하게 되면 반대가 많아질 거라고 봅니다. 그럴 때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참 걱정이 됩니다.

박인규 : 사실상 타결이지 사실은 정식 체결.. 양국 대통령 서명도 안 했고 비준도 안 됐습니다. 확실히 끝난 건 아닌데 앞으로 이걸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느냐. 일각에선 국민 생활에 관련된 것이니까 국민투표를 해야 된다는 주장도 있는데, 지금 정 교수께서는 이 단계에 이후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정태인 : 외교적으로는 가조인이라고, 가서명 된 상태로 대통령이 서명을 하면 비준절차에 들어가게 되는데, 일단 국민이 알아야 됩니다. 찬성 쪽도 국민들이 알아야 된다고 얘기합니다. 알고 나서 합의를 했는데, 예컨대 투표를 해서 과반수 이상 찬성을 했으면 이게 찬성을 해서 한 정책이 나쁜 영향을 미칠 때는 내가 찬성한 게 잘못이니까 저는 반대를 했더라도 소수였으니까 그걸 감수할 수 있겠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정책이 결정되고 그게 나에게 굉장히 나쁜 영향을 미친다면 반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발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래서 한미FTA 이후의 사회적 안정을 위해서라도 국민에게 일단 알리고 국민이 지식을 가지고 자기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된다. 이건 민주주의에 의해서도 맞고 앞으로 경제를 운용하는 데에서도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리고 그 형식으로는 국민투표가 가장 바람직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합니다. 일단 국회에서 자료공개를 요구하고 그걸 분석해서 국민들에게 알리는 게 첫 번째 단계일 거구요. 그게 알려졌으면 국민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어떤 방식으로든 마련하는 게, 체결 이전에.... 정도라고 봅니다.

박인규 : 무엇보다 협상의 전모, 그리고 한미FTA가 타결될 경우에 국민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충분히 알아야 된다. 그리고 나서 국민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 교수는 참여정부에 참여하셨다가 이제는 어떻게 보면 참여정부의 가장 큰 정책과제라고 할 수 있는 한미FTA를 반대하는 입장이신데. 앞으로 좀 FTA와 관련해서 어떤 활동을 하실 계획이신지 간단하게 말씀해 주시죠.

정태인 : 저 개인적으로는 거의 매일 지방강연을 다닙니다. 조금이라도 국민들에게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FTA라는 게 이런 것이다라는 걸 밝히고 있구요. 또 하나 국회에서 시국회의라는 게 결성돼서 국회의원들이 조직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텐데, 국회의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모으고 정리해서 제공하는 일도 하려고 합니다.

박인규 : 사실 어떤 사안이든지 100% 나쁘거나 옳지는 않겠죠.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다 있을 텐데, 중요한 건 국민들이 모든 사안을 알고 나서 결정할 수 있는 게 제일 좋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 많은 활약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태인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청와대 국민경제 비서관을 지낸 정태인 교수를 초대해 한미 FTA에 관한 말씀 나눠봤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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