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파, '독자신당 창당' 초읽기

우리당 "왜 나갔나"…민주당 "큰 일 그르칠라"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의 단체인 '통합신당추진모임'이 독자적인 신당을 창당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모임 안팎에서 '구(舊) 여권의 삼분(三分) 구도가 고착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내부 방침은 이미 결정된 분위기다. 대통합론이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면서 구여권 각 정파들도 당분간 각자도생의 시기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능한 짧은 시기 내에 답을 낼 것"
  
  9일 오전 열린 통합신당모임 전체회의는 곧바로 신당 창당 선언을 하자는 주장과 신중론이 맞서 논란을 빚었다. 김한길, 강봉균 의원 등 모임의 실질적인 리더들이 신당창당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고 수적으로도 신당창당에 찬성하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그간 통합신당모임과 교감해 온 것으로 알려진 시민사회세력 '통합신당촉구모임'이 전날 "제 정당과 정파가 기득권을 버리고 통합정당 창당을 추진하라"고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들의 신당창당 추진 작업에 힘을 싣고 있다. 이 시민모임은 고건 전 총리 측 조직이던 '희망한국국민연대' 등을 중심으로 시민단체, 학계, 종교계 등 각계 인사 3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최용규 원내대표는 "이제 국민들이 중도개혁세력의 대통합을 엮어낼지에 대해 결정을 요구하는 시기가 임박한 것 같다"며 "모쪼록 가능한 짧은 시기 내에 답을 만들어 내놓도록 하겠다"고 화답해 신당 창당 선언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양형일 대변인은 "우리는 좀 더 정치권 내부의 호응을 기대했으나 각 정당의 고착화가 깨지지 않아 창당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기류는 최근 '자강론'을 천명한 민주당 박상천 체제의 등장 이후 통합신당의 디딤돌로 주목받았던 통합교섭단체 구성조차 지지부진해진 상황과 무관치 않다. 호남의 지분을 배경으로 실질적인 칼자루를 쥔 민주당이 버티자 통합신당추진모임 내에서도 '독자적으로라도 일단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게 된 것.
  
  그러나 독자 신당 창당에 대한 구여권 제 정파의 비판이 제기되자 9일 회의에선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모임 내부에서도 이강래 의원 등은 독자신당 창당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강래 의원은 "지금은 범여권 세력이 통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지금 당을 시작하면 시작한 대로 그냥 마무리될 확률이 높고, 허물고 새 집을 짓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신당을 창당한다고 해도 오는 대선을 치를 마땅한 후보를 발굴하지 못한 상태라는 것도 창당 선언 쪽으로 선뜻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막는 요소다. 양 대변인은 "신당 창당 추진 여부를 두고 정치권 바깥 분들과의 협의가 미진한 상태"라며 "일단 이 작업을 마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당 "그럴 바엔 당으로 돌아오라"
  
  통합신당모임의 독자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등 구여권 내 각 정당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대로 구여권의 분열상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정세균 당 의장은 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에 대한 국민들의 확고부동한 명령은 소통합이 아니라 대통합이고 고양이가 아닌 호랑이를 그리라는 것"이라며 "어렵고 힘든 때이나 더 열심히 노력하고 대통합의 의지를 모으면 분명히 승리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곤 최고위원도 "이제 탈당이 아니라 분당으로 정의될 수밖에 없다"며 "통합신당모임은 통합을 위해 나갔는데 오히려 분열을 고착화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통합이 아니라 분열을 고착화 할 바에야 두 달간의 실험을 끝내고 당으로 복귀하는게 맞다"고 촉구했다.
  
  통합신당모임과 통합교섭단체 구성을 논의했던 민주당도 냉정하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독자 신당을 창당하는 식으로 하다간 큰 일을 그르칠 수 있다"며"설령 통합신당모임이 신당 창당 작업과 통합 작업을 투트랙으로 진행한다고 해도 전혀 동참할 생각이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한편 민주당도 '독자세력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중심론'을 강조해 온 박상천 당 대표는 이번 주 내에 각 정파 대표자들과 물밑접촉을 갖고 취임 기자회견을 열어 중도신당 창당을 위한 협의체 구성 등을 공식 제안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김효석 원내대표는 "일종의 신당창당 준비위 형태가 되는 것"이라며 "정치권 내·외부를 두루 만나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