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舊여권, 대통합도 '백일몽'…사실상 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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舊여권, 대통합도 '백일몽'…사실상 좌초

탈당파 '정당등록' 검토…각개약진 고착화

구(舊)여권의 '대선 전 통합신당 창당'이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지난 2월 열린우리당을 집단탈당한 의원 23명이 구성한 통합신당추진모임은 최근 독자적인 정당으로 등록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원내교섭단체를 꾸리면서도 5~6월 통합신당 창당을 위해 정당등록을 하지 않겠다던 당초의 의지와는 크게 달라진 모양새다.

한미 FTA 국면을 통해 형성된 극심한 노선 불일치, 지리멸렬한 통합논의, 대선주자들의 동상이몽 등 총체적인 난맥상이 어우러진 결과다.

정당등록 득실 타산은 끝난 듯

정당 등록은 독자생존, 즉 장기전 태세로의 모드전환을 의미한다. 교섭단체가 아닌 '정당'에게만 배분되는 국고보조금이라는 '실탄'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이같은 움직임은 구여권 통합이 불발탄이 될 가능성을 강하게 예고한 것이다.

통합신당추진모임 소속 의원들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하나같이 "구체적인 수준의 논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전병헌 의원은 "정당 등록도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면서 "제3지대 정치세력이 국민 경선을 준비할 수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추기 위해서는 5월 중에는 일종의 '틀'이 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전체회의 중인 중도개혁 통합신당 모임 소속 의원들 ⓒ뉴시스

이종걸 정책위의장은 "중도개혁세력 통합을 위한 기구 등을 통해 대통합을 추진해보자는 논의가 있으나 여건상 주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당 등록 논의가 나오는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단계는 아니나 만일 정당으로 등록한다면 대선 후보 옹립과 동시에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임의 한 관계자는 "모임 내에서도 일부 의원은 정당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반대하는 이들도 있는 상황"이라며 "당으로 등록한다면 5월 이전이 되거나 8월까지로 미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고보조금 배분 시점과 일치한다. 국고보조금은 분기별로 2월, 5월, 8월, 11월에 배분된다. 만약 5월 15일 이전에 정당으로 등록할 경우 통합신당추진모임은 5월분 국고보조금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이미 모임에선 받을 수 있는 국고보조금이 분기별로 12억 원 가량이라는 계산도 해 놓은 상태다.

'대통합' 깃발은 백일몽

구여권 내부에 한미 FTA 전선이 그어지면서 이같은 움직임이 본격화된 점은 의미심장하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통합신당추진모임의 다수는 한미 FTA 찬성론으로 사실상 기울었다. 반면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을 중심으로 한 일부 개혁파와 천정배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민생정치모임은 대표적인 한미 FTA 반대진영을 형성하고 있다.

게다가 대선주자들의 입장도 강력한 반대론(김근태, 천정배)에서 비판적 지지론(정동영, 정운찬), 적극적 찬성론(손학규, 한명숙, 유시민)까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다. 이로 인해 한미 FTA가 통합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제기된 바 있다.

여기에 민주당의 '박상천 체제'가 출범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 박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12월까지 독자생존 후 후보단일화를 거론했고, 4일에는 "대선 독자후보를 낼 것"이라고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물론 박 대표는 열린우리당만을 꼬집어 당대당 통합의 대상에서 제외시킴으로써 다른 세력과의 연대나 통합의 여지를 열어두기는 했으나 통합신당모임 등과의 통합 논의도 쉽게 풀리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통합신당추진모임은 4일 하루 종일 비공개회의를 열고 민주당 전당대회 결과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최근 밝힌 '선(先)후보단일-후(後)통합' 구상은 어쩔 수 없는 구여권의 대선 로드맵이 된 분위기다. 세력 간 통합에는 노선과 정체성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문제는 물론이고 내년 총선 출마자들의 이해관계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많아 현재의 논의 속도 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구여권 각 세력이 대선까지 각개약진 하는 가운데 대선후보만 단일화하는, 느슨한 형태의 연대 논의로 수위가 격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반비례해서 집권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높아지는 점도 주목된다.
오픈 프라이머리도 물 건너가나?

이어지는 문제는 후보 단일화의 방법론. 일각에선 현재의 각 당을 유지하면서도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요컨대 기존의 정당은 그대로 두고 거론되는 대선주자들만 소속 정당을 탈당해 새로운 당을 구성하고, 그 안에서 9월 께 오픈 프라이머리를 실시해 대선 단일후보를 선출하는 방안이다. 기존 정당들은 2002년 대선 당시 개혁당이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지원사격 했던 것처럼 위성정당으로 남아 있다가 대선 후에 통합의 수순을 밟으면 된다는 것이다. 소위 '컨소시움 통합론'이다.

열린우리당 백원우 의원은 "총선을 준비하는 국회의원이나 예비후보자의 입장과 대선 후보의 입장이 크게 달라 세력과 세력이 합치는 통합신당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경선의 룰에 대한 합의만 된다면 대선후보들이 먼저 당을 구성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방안은 오픈 프라이머리의 '흥행 효과'를 살리면서 대선후보를 공식적인 룰에 근거해 단일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선거법을 건드릴 필요도 없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존재 자체를 기득권으로 보는 다른 세력들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또한 10여 명에 달하는 대선 주자들이 경선의 룰에 대한 세밀한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거니와 총선 출마자들의 이해관계도 완전히 해소되기 어렵다.

게다가 민주당 박상천 대표가 피력한 12월 후보단일화론은 이 방법과는 사뭇 거리가 먼 구상이다. 이는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외에는 사실상 다른 방법이 없다. 자칫 총선에 대한 이해관계가 극대화되면서 구여권의 통합은 대선 후에도 불구의 수순으로 빠져들 공산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탈당사태를 겪으면서도 '5~6월 통합신당 창당→9월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한 대선후보 선출'을 통해 다시 뭉치자던 구여권의 공통된 구상은 백일몽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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