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서울대 안덕근 교숩니다! 안덕근 교수는 1990년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고 96년 년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99년에는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00년부터 6년간 스위스의 World Trade Institute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KDI 국제정책대학원 부교수와 WTO 통상전략센터 소장으로 근무했습니다. 현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이자 미국 뉴욕주 국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고, KDI 국제정책대학원 갈등조정·협상센터 자문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박인규 : 어제 드디어 한미FTA협상이 타결됐습니다. 이번 협상결과에 대해서 미국측 협상대표는 A+다, 우리측에서는 수를 받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안덕근 교수께서는 몇 점 주시겠습니까?
안덕근 : 점수로 따진다면 한 80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구요. B+나 A-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보는 이유는 이번 한미FTA의 의미 자체는 우리나라가 선진경제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 반면, 세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 정부가 처음 기대했던... 처음에 노 대통령께서도 얘기하신 바와 같이 아주 역점을 뒀던 소프트 시장 개방문제 등이 상당 부분 배제됐기 때문에 A+까지 보기는 어려울 것 같구요, 그렇지만 최선의 결과를 도출했다고 봅니다.
박인규 : 안 교수님께서도 서비스 시장이 개방이 됐어야 좋았을 거라고 보시는군요?
안덕근 : 우리나라 경제의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우리 경제체제를 고도화하는 아주 중요한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이거 위해서는 사실 국내 규제개혁이나 국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개방을 통해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받아들이고 시장환경을 투명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욧한 외부적 요건입니다. 그런 부분에서는 미진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박인규 : 원래 협상시한이 3월 31일 자정이라고 했다가 두 번씩이나 연장되고, 언론보도를 보면 협상대표 분도 시한이 언제냐 했더니 잘 모르겠어요.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쪽이 잘 몰라서 미국 측 협상대표한테 좀 말하자면 당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안덕근 : 촉박을 다투는 협상에서 시한을 제대로 인지를 못했다는 건 사실 협상내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보면 실제로 협상시한에 대해 오해했던 부분이 있는 것 같고요, 미국측 주장에 댁해서 우리가 처음에 반발도 하다가 결국 미국 측에서 주장하는 대로 협상시한에 맞춰서 진행됐는데, 아마 그 과정에서 우리가 전적으로 이런 부분에 대해 인식을 못했다면 아마 협상결과에 조금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었을 수도 있을 것 같구요.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지금 발표된 결과를 볼 때 그 부분이 아주 치명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조금 문제는 있지만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우리쪽 협상력에도 좀 문제가 있지 않느냐, 우리나라 협상대표팀의 실력이나 수준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안덕근 : 일부에서는 항상 하는 얘기처럼 통상협상을 하게 되면 정부대표단의 협상력이 참 없다.. 큰 일이라는 얘길 하는데, 이번 한미FTA 협상에 투입된 정부대표단의 인력을 놓고 본다면 아마 우리나라 정부에서 수행했던 국제통상협상에서 가장 뛰어난 인력들이 많이 활용됐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통상교섭본부에 보면 계약직 특채로 들어가 있는 외부 전문가들이 굉장히 많이 있고, 실제로 그동안 쭉 활약한 정부 대표단들을 봐도 학력이나 경력 면에서 USTR 대표들에 전혀 못지않은 경력들을 가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개개인의 차원에서 볼 때는 큰 차이가 없었다고 보여지는데 협상력 문제가 제기되는 건 결국은 정부의 협상력입니다. 우리 수석대표가 얼마나 뛰어나고 영어를 잘 했느냐가 아니라 협상력을 좌우하는 게 아니고 결국은 정부의 입장이 취약한 경우에는 수석대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박인규 : 안덕근 교수께서는 서비스시장 개방이 미흡한 부분이 좀 아쉽다고 하셨는데, 그걸 빼놓고 예를 들면 자동차나 농산물 등 협상의 구체적인 세목을 봤을 때 우리측 협상팀이 잘했다고보십니까?
안덕근 : 단기적으로 결국 협상의 결과를 평가하는 문제에서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굉장히 달라질 것 같은데요, 흔히들 서로 관세를 얼마나 낮춰 줬느냐를 보게 된다면, 미국은 이미 관세 수준이 낮은데 5%밖에 안 낮춰 줬는데 우리는 30%를 낮춰줬다. 이러면 협상을 제대로 한 거냐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데, 그게 아니라 만약 미국시장이 우리보다 10배가 더 커서 5% 밖에 안 낮췄지만 우리 수출물량이 미국이 우리한테 수출하는 것보다 한 5배가 더 늘었다... 이럴 때는 협상을 잘 했다고 볼 수 있거든요. 정부 대표단들은 흔히 수출량과 수입량에 기준을 맞춰서 협상을 하게 됩니다. 경제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소비자 후생이라는 것도 보는데 그렇게 보다 보니까 현재 합의된 내용에 미진한 부분이 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는, 우려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잘 타결된 게 아닌가 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이번 협상에 대해서, 실제 협상은 작년 6월부터니까 10개월 만에 타결됐는데 세계통상협상 사상대단기간이다. 또 미국 입장에서 보면 NAFTA 96년 이후 최대 규모다. 그 말 속에는 너무 졸속하게 했고 우리가 많이 내주는 게 아니냐는 뉘앙스가 있는데 안 교수는 어떻게 보세요
안덕근 : 처음에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부분도 미국이라는 거대경제권과의 FTA에서 처음에 설정했던 협상시한이 12월이었습니다. 6개월 만에 가능할 것이냐 하는 얘기를 했는데 결국 한미간에는 기존의 많은 정부간의 논의하는 채널들이 있었습니다. 각 부처별로 한미통상점검회의라는 게 있었고, 양국 간에는 누구보다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서로 탐색기간이 그렇게까지 필요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굉장히 짧은 기간 동안 정말 세계에서도 유례가 많지 않은 거대한 경제적 의미를 갖는 협상이 이번에 타결된 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안 교수께서는 통상협상을 전공하시니까, 이미 많이 여러 가지 논의가 됐지만 이번 한미FTA가 타결돼서 우리가 얻을 것과 잃을 것은 무엇이냐, 나름대로 평가하신다면?
안덕근 : 단기적으로 볼 때는 아무래도 우리 수출업체들에게 좋은 기회를 더 만들어준 거고, 소비자들에게 보다 넓은 선택의 기회를 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혜택인 것 같고. 실이라면 지금 우려가 많이 되고 있는 농업 부분의 단기적인 피해가 걱정되고, 지재권 보호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강화됐기 때문에 지재권 보호에 대한 추가적인 부담이 상당히 많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역시 이런 시장개방을 통해서 산업 부분의 구조조정을 좀 더 우리 경제가 더 자랄 수 있는 비교우위가 있는 부분으로 좀 이전해서 향후 우리 경제가 도약할 수 있는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어제 노무현 대통령께서 대국민담화에서도 말씀하셨고 오늘 안 교수께서도 서비스시장 개방이 미흡하다. 개방이 돼야 서비스 시장이 업그레이드가 되는데..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이번 FTA는 중간 정도 수준, 낮은 수준이라고 말씀하고 있는데, 서비스시장을 무작정 크게 개방했다가는 미국의 선진, 대형.... 교육이고 의료고 법률이고.. 그런 쪽에 우리가 전부 먹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은데, 다르게 보시는가보죠?
안덕근 : 정확한 지적이신데요, 서비스 산업의 구조적인 경쟁력이 굉장히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그걸 위해서는 국내에서 서비스산업 육성을 해야 되고 규제개선을 해야 되지 시장개방을 한다고 서비스산업의 구조적인 경쟁력이 반드시 개선되는 건 아닙니다.
박인규 : 너무 무모한 게 아니냐
안덕근 : 반드시 필연적인 인과관계가 성립되는 건 아닌데, 국내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개선을 위해서는 외부 환경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나 서비스 산업에서는 사업을 하는 모드 자체가 글로벌 스탠다드를 받아들여야 되고, 이런 것들이 국내에 좀 더 많이 활성화돼서 외국 기업들과 경쟁을 하고 외국에 나가서 경쟁할 때 우리의 기준이 달라서 다시 바꿔야 되는 비효율 문제를 감소시키는 것이 필요한데, 이걸 위해서는 상당히 중요한 선결요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이 좀 됐으면 하고. 사실 우리가 경제자유지역 같은 걸 해서 해외투자를 유치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데 거기서 대표적으로 많은 혜택을 주고 땅값을 깎아주고 에너지 가격을 면제해 주고 세금 혜택을 주면서 유치하려고 하는 것들이 외국의 선진의료기관, 교육기관들입니다. 그러니까 금융허브가 되려고 오랫동안 노력하고 있고. 이런 걸 위해서 여러 가지 투자유치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런 게 바로 사실 교육, 의료, 서비스의 개방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그걸 개방한다고 해서 외국에 있는 유수의 교육의료기관들이 바로 들어오는 건 절대 아니지만 최소한 그런 환경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뭘 하는 건 어렵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우선 선결돼야 하지 않았나.
박인규 : 국내에서 좀 준비가 돼 있다는 전제가 있다면 좀 과감하게 개방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정부에서는 한미FTA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활로, 돌파구다. 초장부터 강력한 의지를 보이셨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예를 들어 4대 선결조건.. 협상의 카드로 이용할 수 있는데 노무현 대통령께서 한미FTA 체결에 대해서 지나치게 열성을 보이는 것이 협상전략 측면에서는 안 좋은 게 아니냐, 불리했다. 협상전략, 기술 측면에서 처음부터 좀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안덕근 : 가장 최고 정책결정자가 이것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보임으로 인해서 미국측이.. 한편으로 볼 때는 한국의 협상대표단들이 이걸 반드시 타결시켜야 된다는 부담을 갖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무리한 요청을 할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측면도 있는 반면에 마지막 아주 치열한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는 우리 대통령이 전적으로 경제적인 실익만 가지고 계산한다. 안 맞으면 언제든지 그만 둔다고 얘기한 부분도 있고. 또 전반적인 한미FTA 협상과정을 쭉 되돌아본다면 정말 초유의 사회갈등을 촉발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행정부로서는 사실 밀어부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결국 이것이 타결되고 여러 가지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는 데는 노 대통령이 확고하게 타결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이 굉장히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전반적으로 봐서는 최고 지도자의 확고한 의지가 협상 타결의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측면도 있긴 합니다만, 협상을 얘기하면서 대외협상, 대내협상도 얘기하더라구요. FTA가 타결됐을 경우 국내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집단과의 사전 조정이나 합의가 필요한데 무조건 군대식으로 밀어붙인 게 아니냐. 앞으로 이것에 사회적 비용. FTA 비준 저지 투쟁, 심지어 일부에서는 대통령 하야투쟁끼지 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런 대내협상 측면에서는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있는 것 같아요.
안덕근 : 정확하게 지적하셨는데요, 이런 중요한 국제통상협상이 항상 대회협상과 대내협상이라는 측면이 있는데 대외협상 측면에서는 지난 15년, 20년간 정말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 대표단들의 대외협상능력은 지금 어디에 내놔도 사실 어떤 국가와 통상협상을 하기에도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대내협상.. 정책조율이나 갈등조정 문제에서는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가 현명하게 극복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일단 한미FTA 협상이 타결됐지만 서명을 하셔야 되고, 중요한 건 양국 국회에서 비준을 해야 되는데 보도에 따르면 미국 의회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앞으로 비준 과정에서 고칠 수도 있고.. 물론 한미 양국이 합의한다는 조건이 있긴 하지만, 고치자는 건 미 의회 주도로.. 우리는 그런 얘기 못하고. 이건 뭐 계속 끌려가는 거 아니냐... 그런 불만들이 있어요. 이 부분은 어떻게 봐야 됩니까?
안덕근 : 일부 미국 의원들이 내용을 수정하겠다는 얘기를 하는 바람에 언론에서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인데 그럴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사실은 그걸 막겠다고 이번에 TPA 시한을 맞춰서 협상을 타결한 것이구요. 갖은 노력 끝에 마지막 순간까지 와서 협상시한을 맞춘 이유가 바로 미국 의회에서 우리 정부와의 합의한 내용을 부분적으로 수정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그걸 하겠다고 지금 이걸 한 겁니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그걸 바꾼다는 건 사실 TPO 절차에서는 허가가 안 돼 있기 때문에 일부 의원들의 정치적인 얘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그럼 30일 이내에 한미 양국이 합의하기만 하면 협상내용을 수정할 수 있다고 하는 건 미국인들이 약간 억지를 부리고 거기에 대해서 미국 정부가 립서비스한 것으로 보면 되는 겁니까?
안덕근 : 양국 정부가 합의를 하게 되는 경우에 일부 좀 큰 경제적 의미가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은 가능하겠지만 현재 마지막 합의가 된 중요한 내용을 하나를 건드리게 되면 나머지 내용이 다 바뀌게 되기 때문에 발표된 협상내용을 수정한다는 건 불가능한 얘기라고 봅니다.
박인규 : 이미 타결된 것을 미국 의원들 이부가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해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단 굉장히 큰 한미FTA 협상이 마무리 됐는데, 우리 정부에서는 유럽연합과도 하고 중국하고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거든요. 이번 협상과정을 보시면서 앞으로의 FTA 협상에서 조심해야 될 것, 앞으로의 협상은 어떻게 해나가는 게 좋을지.. 굉장히 거창한 얘기긴 합니다만 골자만 말씀해 주시죠.
안덕근 : 지금 한미FTA가 타결되면서 사실 다른 여러 주요 교역상대국으로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EU나 중국 같은 경우 지금 우리랑 FTA를 하겠다고 제안하고 있는데 한미FTA와 상황이 좀 다른 것이 우리가 어떻게 보면 좀 여유로운 입장입니다.
박인규 : 우리가 한미FTA를 했기 때문인가요?
안덕근 : 그렇습니다. 이미 큰 시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EU나 중국과 FTA가 없다고 해서 우리가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구요. 또 그동안은 전 세계의 FTA레이스에서 우리가 상당히 뒤처진 국가였는데 한미FTA를 계기로 상당히 역전돼 있는 상황입니다. 좀 더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 EU와 중국 같은 경우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모두 굉장히 다른 의미를 갖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좀 더 정밀하게 분석하고. 지난번 한미FTA의 경우는 시작할 때 공청회 단계부터 졸속으로 시작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는데 그런 오류를 지양을 하고 국민들로부터 좀 더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차근차근히 절차적 확보를 하면서 갈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박인규 : 대내협상에도 신경을 쓰면서 했으면 좋겠다.
한 4, 5년 전까지 국제무역, 교역 하면 WTO, 도하라운드를 얘기했는데, 언제부턴가 WTO라는 말은 안 들리고 FTA 얘기만 들려요. 이게 국제무역에 큰 변화가 생긴 건지, 어제 노무현 대통령도 말씀하셨습니다만 FTA만이 살 길인 것처럼 해서, 그런 변화가 왜 온 건지 설명을 해주시죠.
안덕근 : 2000년 초반에 WTO가 발족되고 나서 처음으로 개시한 다자간 무역협상이 도하협상이 시작됐습니다. 지금 현재 WTO회원국이 150개인데 그 국가가 모여서 도하협상에서 어떻게 향후 농산물시장을 개방하고 서비스시장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기타 반덤핑 문제를 어떻게 할지 논의를 해왔는데, 150개 국가가 모여서 합의를 이루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재 WTO에서 협상이 진전이 안 되고 있고. 그래서 작년에 공식적으로 WTO협상을 잠정 중단한다고까지 발표를 하고. 지금 사실 일부 개시가 됐습니다. 서비스 협상이 재개되고 있긴 한데 이런 상황이 되다 보니, 나머지 국가들이 시장개방이라는 게 분명히 자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게 있는데 움직이지를 못하고 그러다 보니 각자 필요에 따라서 자기가 생각하기에 중요한 협상상대를 잡아서 양자간 FTA를 통해서 그 나라와만이라도 우리가 시장개방을 하겠다는 것을 계속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WTO가 사실 기능을 제대로 못하면서 FTA로 많이 이전돼 있는 상황인데
박인규 : 이게 바람직합니까?
안덕근 : 바람직한 상황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이 계속될 것 같지는 않고 한 2,3년 있다가 도하협상이 타결되는 경우에는 다시 무게중심이 WTO로 옮겨가서, FTA를 많이 하면 좋긴 하지만 사실 이걸 하는 데 따르는 비용과 사회갈등이 굉장히 많습니다.
박인규 : 각자가 구명도생하는 거 아닙니까
안덕근 : 바로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그런 문제 때문에 결국 WTO를 통해서 일관된 룰을 가지고 같이 서로 차별하지 말고 시장개방을 하고 싶으면 같이 하자는 움직임이 다시 한 번 촉발되지않을까 합니다.
박인규 : 다자간 국제무역협상절차가 잠시 주춤하니까 모든 나라가 우리라도 살아보자고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우리는 칠레와 했고 싱가포르, 에프타라고 유럽과 했고 이번에 미국을 했는데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FTA전략을 평가하신다면 잘 하고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안덕근 : 지금 우리나라가 FTA전략을 펴는 것은 그동안 했던 싱가포르, 칠레, 에프타의 경우에는 테스트.. 우리가 그동안은 한 번도 FTA를 해본 적이 없고 전 세계에서 우리만큼 FTA 레이스에 늦게 들어간 나라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정말 FTA를 통해서 시장개방을 하는 거을 수용할 수 있는지, 산업이 가능한지를 보기 위해서 아메리카 쪽에서는 칠레, 유럽 쪽에서는 에프타, 아시아 쪽에서는 싱가포르, 이렇게 전략적으로 시범케이스를 했다고 볼 수 있죠. 그 다음에 주요 교역상대국과 본선 경기를 치르고 있는데 일본이랑 하다가 좌초돼 있는 상황이고 미국과는 타결됐고. 그 다음 EU, 중국. 우리나라는 늦게 시작했지만 전 세계에 유례 없는 본선경기만 치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박인규 : 뒤는게 나왔지만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질주하고 있는...
지금 EU냐 중국이냐 말씀하셨는데 안 교수님 보시기에는 그 순서도 중요한 것 같은데 EU와 중국,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어느 쪽 먼저 하는 것이..
안덕근 : 제 경우에는 EU가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EU는 지금 현재 27 국가가 모여 있고, 최근에 EU에 가입한 국가들은 사실 무역장벽이 높은 수준입니다. 그래서 우리로 봐서는 단기적인 무역실익이 클 수 있고, 농산물 교역에서도 유럽으로부터는 농산물 수입하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한미FTA 같은 농업 부분의 우려도
박인규 : 사회적 갈등이 좀 적겠군요.
안덕근 : 네. 그래서 EU와 FTA를 하는 것이 우선은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뒤늦게 FTA협상을 시작했습니다만 세계 최대 시장이라는 미국과도 타결을 시켰고, 안 교수께서는 우리나라의 대외협상력이 좋다고 말씀하셨는데... 어쨌든 지금 우리나라는 교역, 개방만이 살 길이라는 많은 국민들의 관심사도 있고. 그런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통상정책을 보시면서 어느 쪽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약간 추상적이긴 합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마지막으로 말씀해 주시죠.
안덕근 : 한미FTA가 갖는 의미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습니다만, 사실 지금 단계에서 체결된 것만 본다면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미FTA라는 건 우리 정부가 자발적으로 글로벌 경제로 진입하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적으로도 사실은 기존의 WTO나 가트 체제 하에서는 주요 선진국들이 시장을 개방해 놓은 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전 세계 통상시장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우리가 자발적으로 시장개방을 했는데 이런 것들이 향후에 우리가 그동안 걸림돌로 가지고 있던, 우리 사회가 개방화 단계로 들어가는 중요한 장애를 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은데, 이걸 기회로.. FTA라는 건 기본적으로 정부가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겁니다.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는 결국 우리 산업계와 사회 구성원에 달린 것이기 때문에 각자 소비자들과 생산자가 한미FTA로 만들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능동적으로 한 건 분명한 것 같은데 일각에서는 우리가 너무 능동적이어서 피해가 크지 않겠는가 하는 걱정도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어쨌든 이미 타결은 됐기 때문에 주어진 기회를 잘 활용해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안덕근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통상협상 전문가인 서울대 국제대학원 안덕근 교수를 초대해 이번 한미 FTA 협상 타결의 득과 실은 무엇인지 우리나라 대외 협상의 전략과 기술은 어느 수준인지 살펴봤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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