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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발판 삼아 억만장자로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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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발판 삼아 억만장자로 '점프'

['억만장자 1000명 시대'의 그림자 : 남미편]

러시아 신흥과두재벌 올리가르히가 정부의 비호 아래 갖은 불법과 탈법으로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면 남미 갑부들의 재산 증식에는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지령 아래 IMF와 세계은행이 나서서 남미 공기업들의 민영화를 추진했고 그간 성실히 정치권에 리베이트를 바쳐 온 갑부들이 탄탄한 공기업들을 헐값에 인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돈에 눈이 먼' 갑부들 손에 넘어온 남미의 금융, 제철, 철강 산업은 금방 미국의 다국적 기업에 팔려갔고 갑부들의 계좌에는 적게는 수백만 달러, 많게는 수십억 달러가 입금됐다. 백만장자가 단번에 억만장자로 '점프'한 셈이다.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신봉했던 멕시코와 브라질에서 남미 억만장자의 대부분(77%)이 배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임스 페트라스 빙햄튼대 교수는 민영화를 발판으로 한 남미 억만장자들의 눈부신 성장 이면에 고용 불안에 시달리거나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고국을 떠나는 노동자가 점점 늘어나는 어두운 현실이 엄존함을 지적했다.

기업의 효율을 높이고 민간 산업의 활력을 높인다는 민영화의 명분이 무색케도 민영화의 과실은 극소수의 부호들과 미국계 다국적 기업들만의 것이었다.

다음은 페트라스 교수가 이 같은 분석을 담아 지난달 21일 미국의 진보성향 매체 <카운터펀치>에 기고한 <억만장자와 세계 지배 계급의 결탁 과정: The Billionaires and How They Made It Meet the Global Ruling Class> 중 남미 억만장자들의 실상에 관한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워싱턴 컨센서스, 남미 부호들에게 날개를 달다
▲ 남미 부호들을 억만장자로 키운 것은 미국식 신자유주의 정책이었다. 남미에서 이를 대행한 세계은행의 폴 울포위츠총재(왼쪽)와 IMF 로드리고 라토 총재. ⓒ로이터=뉴시스

러시아 올리가리히가 억만장자 반열에 오르는 데 사용한 도구가 주로 '총과 피'였다고 한다면(1편 '기업도둑' 올리가르히의 부상 참조) 남미에선 공동시장 제도와 미국-IMF-세계은행이 합작해 만들어낸 '워싱턴 컨센서스'가 억만장자들의 발 구름판 역할을 했다.

남미에서 가장 부의 집중이 심하고 억만장자의 수가 많은 두 나라는 멕시코와 브라질이다. 이 두 나라에 남미 전체 억만장자의 77%가 포진해 있다. 멕시코와 브라질은 가장 수익성이 좋고 효율적이라 평가받았던 최대 규모의 공공독점 기업들을 민영화한 나라이기도 하다.

38명의 남미 억만장자들이 갖고 있는 재산의 합 1572억 달러 중 멕시코와 브라질 억만장자 30명의 재산의 합이 1203억 달러에 달한다.

억만장자 38명이 갖고 있는 재산은 남미 전체 인구 중 소득이 낮은 절반인 2억5000만 명의 재산을 합친 것을 넘는 수준이다. 0.000001%의 인구가 소득수준 하위 50%가 갖고 있는 재산을 능가하는 돈을 쥐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의 경우로 한정하면 최상위 0.000001%의 수입이 1억 인구 중 소득수준이 낮은 4000만 명의 수입을 합친 것보다 높다.

남미 억만장자의 성장은 최저임금의 하락, 국가 통제의 심화, 노동·농민 단체와 단체 교섭의 약화 등 사회 다방면의 변화와 연동돼 있기도 하다.

노동자나 농민들에겐 세금을 부과하고 광물 수출업자들에게는 세금을 감면하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퇴행적인 세금 정책이 억만장자 생산에 일조한 것이다.

그 결과는 노동자들의 사회지위 하강이동으로 이어졌다. 도시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으로 대체됐고 소규모 자영농과 농촌 노동자들은 집단 파산해 일자리를 찾아 교외에서 도시 슬럼가로 파고들거나 해외로 이주한 것이다.

남미 빈곤의 주된 이유는 억만장자들의 성장을 촉진하는 제반 환경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 통신 민영화, 최고 갑부 재산 4배로 증식

멕시코의 경우, 바닥시세로 통신 산업을 민영화한 것은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 다음 가는 세계 부호인 카를로스 슬림 헤루의 재산을 490억 달러 규모로 이전보다 네 배가량 키워주는 결과를 낳았다.

억만장자 동업자인 알프레도 하르프 헤루와 로베르토 헤르난데스도 멕시코 최대 은행이었던 바나멕스를 민영화하고 그 자회사를 국유화 해제해 다국적 시티그룹에 팔아넘기는 과정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민영화, 금융 규제 완화, 국유화 해제 등은 미국의 해외 경제 정책의 핵심 작동 기제로 남미에서는 IMF와 세계은행이 나서서 이를 실행했다. 미국의 해외 경제 정책은 남미에서 대출 금리와 부채 이자 재조정을 강요했다.

억만장자들은 원래 재산이 많은 경우도 있고 새롭게 재산을 모은 경우도 있다. 일부는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한창 정부 주도의 발전 모델을 따르던 시절 정부 발주 사업을 따내는 행운을 얻어 부를 늘려나갔고, 일부는 상속으로 부자가 되기도 했다.

멕시코 억만장자들의 절반 정도도 상속받은 수백만 달러를 기반으로 최고의 부자 자리에 올랐다. 다른 절반 정도는 정치권 '줄'을 활용해 큰돈을 벌었다. 지속적인 리베이트로 관계를 돈독히 해 둔 정치권의 세를 업고 공기업을 싸게 매입한 다음 미국의 다국적 기업에 큰 이윤을 붙여 되파는 방식이었다.
▲ 멕시코 최대 민영은행 바나맥스의 시티그룹 인수를 반대하는 포스터

멕시코의 세습부자 혹은 벼락부자들을 백만장자에서 억만장자 클럽으로 '격상시킨' 이 부담스러운 제도를 피해 미국 국경을 넘은 멕시코 인들이 120만 명에 달한다.

브라질은 남미에서도 가장 많은 억만 장자를 배출한 나라다. 억만장자 20명이 가진 재산의 총 합은 462억 달러 가량이다. 이는 브라질 인구 1억8000만 명 중 빈곤층 8000만 명의 재산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이들 억만장자의 40% 정도는 인수와 합병이라는 엄청난 행운을 통해 부자가 됐다. 공공 금융기관을 민영화 해 사프라 리퍼블릭 홀딩스를 차린 후 이를 HSBC에 되파는 과정에서 무려 89억 달러를 남긴 사프라 가(家)를 그 대표적 예로 들수 있겠다.

이른바 '자수성가형 부자'로 불리는 이들 억만장자들은 높은 수익을 내고 있던 금융, 제철, 철강 산업 등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배를 불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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