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고려대 정덕구 교숩니다! 정덕구 교수는 1948년 충남 당진 출생으로 71년 고려대 상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71년 행정고시 10회 출신으로.. 재무부 조세정책과장· 경제협력국장·국제금융국장을거쳤고, 재정경제원 기획관리실장을 지냈습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월 뉴욕 외채협상 대표로 활약했고 뒤이어 재정경제부의 첫 차관을 역임한 후 김대중 정부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내는 등 29년간 경제관료로 활약했습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제금융센터 소장, 중국 베이징대 초빙 교수를 거쳐 2004년 총선 때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으로 진출했으나 지난 2월 의원직을 사퇴했습니다. 현재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박인규 : 지난 2월에 의원직을 떠나셨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정덕구 : 새로운 생활의 리듬을 찾는다고 할까, 자유인으로서 세상을 느끼면서 살고 있습니다.
박인규 : 경제관료와 정치인을 해보시고 이제는 교수를 해보시고, 다양한 인생경험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최근에 중국의 인민대학 재정금융학원 초빙교수로 가시게 됐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초빙교수가 되셨는지요?
정덕구 : 2003년 가을학기에 북경대 경제학부 학생들을 한 학기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되느라고 중도에 그만 뒀습니다만 국회의원이 된 이후에도.. 2005년.. 재작년 가을학기에 중국인민대학에서 석사생들을 강의하도록 초빙해서 이미 한 번 경험이 있습니다. 아마 그때
강의내용의 평가가 괜찮았는지 제가 국회의원을 그만 뒀다고 하니까 저를 박사생을 가르치는 초빙교수로 선임하게 됐습니다.
박인규 : 인민대학에서 정덕구 장관께서 국회의원 그만 두시기를 기다렸던 모양이죠?
정덕구 : 그것보다는 그 전에 저보고 그걸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국회의원 하면서 강의한다는게 2005년에 한 번 해보니까 보통 어려운 게 아니고 잘못하면 의정활동에 지장도 있어서 거절한 바가 있는데, 제가 그만 뒀다고 하니까 이번에는 오겠지 하고 제의한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중국의 대학 하면 베이징대학, 청화대학을 많이 알아주는데 인민대 재정금융학원도 간단치 않다고 들었습니다.
정덕구 : 그렇죠. 중국의 4대 명문대학 하면 말씀하신 북경대, 청화대와 함께 인민대학, 상해에 있는 복단대학을 4대 명문대학이라고 하는데 인민대학은 중국공산당의 고위간부나 중앙정부고위관료들 양성기관으로 출발했는데 현재 아마 중앙부처의 국장급 이상 간부들의 상당수가 인민대학 출신입니다. 특히 재정금융정책수립에는 직간접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원래가 당의 간부나 정부 관료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시작했군요. 이 재정금융학원 자체도 상당히 권위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덕구 : 현재 중국의 앞으로 10년 동안의 화두는 결국 금융입니다. 그동안 지난 25년 동안 실물 부분에서 엄청난 성장을 이뤘고 거기에 따라서 자본이나 기술도 상당히 축적이 됐는데 수레의 양바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실물과 금융, 돈의 흐름인데 금융 부분이 엄청나게 낙후돼 있기 때문에 이것이 성장을 저해하고 잡아챌 가능성이 상당히 크고 WTO에 가입한 이후 스케줄에 따라서 금융시장이 개방되게 돼 있는데 국내 제도나.. 한마디로 피가 흐르는 혈관 조직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만일 이걸 개방했을 경우 상당한 국내경제에 위해를 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최대의 이슈가 되겠는데 이 분야에 관해서는 인민대학의 재정금융학원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중국내 단연 톱의 위치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박인규 : 중국이 제조업 쪽은 상당히 강할지 몰라도 부실기업이 많고 그래서 금융이 부실하다, 그래서 문제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정 교수님께서 가셔서 주로 금융과 관련한 부분을 강의하시는 건가요?
정덕구 : 네. 2005년 가을학기에 석사생.. 각 지방의 거점대학에서 한 명씩 특대생으로 뽑아온 학생들인데 그 학생들한테 집중적으로 국제금융을 가르쳤습니다. 그래서 한 학기 내내 국제금융을 가지고 강의했는데 아마 그것의 가장 핵심되는 부분이 환율체계의 문제... 환율체계가 고정환율에서 서서히 변동환율제로 가고 있는데 이게 국내 금융시스템이 뒷받침을 못해주면 서로간에 튀게 되기 때문에 국내금융시스템을 어떻게 갖추면서 환율체계를 바꿔나갈까. 그게 첫 번째 이슈고.
두 번째는 결국 자본자유화가 이뤄지는데, 한국이 1996년에 OECD에 가입할 때 최대의 쟁점이 자본자유화였듯이 중국도 결국은 일반금융외환은 그래도 어느 정도 막아나갈 수가 있는데 단기자본거래, 특히 국제금융자본거래에 대한 규제와 자유화를 어떤 속도와 순서로 할 것인지. 이게 두 번째 과제고.
세 번째가 말씀하셨듯이 중국내 실물경제 쪽에서 상당히 버블이 있고, 또 그 안에 위험요소들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요소를 상시 모니터하고, 조기경보를 해서 위기를 어떻게 막아나가고 또 위기가 왔을 때는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저에게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강의해 주도록 요청한 바 있습니다.
박인규 : 어떻습니까. 지금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경제가 성장하고 있습니다만 앞으로의 경제성장에 대해서는 좀 엇갈리는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워낙 부실기업이 많고 금융이 부실해서 몇 년 내에 정체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계속 갈 수도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고비다. 그동안 중국을 다녀 보시면서 중국 경제의 앞날은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정덕구 : 지난 25년간 1년 평균 한 10% 수준의 성장이 지속되고 기술과 자본축적도 상당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변화의 속도와 함께 그 대신 내부적인.. 세칭 얘기하는 성장의 속도의 충돌이 있습니다. 어떤 지역은 빠르고 어떤 지역은 옛날 스타일. 우리 한국도 고도의 압축성장과정에서 전근대와 근대, 탈근대가 공존하는 기간을 상당히 갖다가 어느 정도 이제 맞춰가고 있는데, 중국이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앞으로 엄청난 충격과 충돌이 예상됩니다.
그래서 중국의 발전을 한 마디로 말하면 '점, 선, 면 전략'이라고 하는데, 한 도시.. 상하이나 천진이라든지 도시를 점으로 한다면 점의 성공이 모여서 선을 이루죠. 동부 해안가의 선을 이루고. 그 다음 선의 성공이 면을 이루죠. 현재는 선의 성공 단계에 있고 앞으로 면으로 가려면 엄청나게 많은 갈등과 충돌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내륙지방에 있는 농촌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그게 바로 면의 개발인데 이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한 세대가 필요하지 않을까. 다른 말로 하면 이게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사회주의적인 정치체제가 두 개가 실로 꿰매있는 상태인데 야구공을 두 개의 가죽으로 꿰맨 것과 마찬가지로, 결국 이게 사이즈가 커지면 실밥이 터질 수 있죠.
과연 사회주의 시장경제라고 하는데 사회주의적인 통치체제와 자본주의적인 시장경제가 계속 병행해서 갈 수 있을 것인지.. 프란시스 후쿠야마라는 교수 얘기에 의하면 불가능하다. 민주주의의 연습과정에서 나오는 엄청난 문제를 어떻게 수용할지, 이런 것들이 앞으로 중국이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박인규 : 경제성장에 따른 사회갈등을 푸는 것도 굉장히 큰 문제가 될 수 있겠군요. 내부적인 경제성장의 불균형도 문제가 됩니다만 워낙 중국경제가 빨리 크다보니 외부하고의 마찰도 큰 것 같아요. 대표적인 게 미국하고의 무역수지 문제.. 너무나 많은 달러를 벌여들여 가니까 미국 쪽에서 위엔화를 평가절상하라는 등 여러 가지 압력이 많은 것 같은데, 미중간의 무역이라든가 앞날을 어떻게 보십니까?
정덕구 : 지금 보면 미국과 중국은 협력과 갈등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중국이 상당히 긴요한 나라죠. 왜냐, 지금 중국과 러시아나 중앙아시아가 대륙세력으로서 하나의 공고하게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여기서 중국이 과연 미국과 적대관계를 가졌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군사 외교적인 여러 장애가 있기 때문에 중국과는 굉장히 협력을 하고 싶어하는데.
그러나 또 미국이 추구하는 아시아 지역의 개방과 개혁 쪽에서 보면 결국 중국시장에 들어가기 위한 엄청난 장벽들을 미국이 깨지 않으면 미국의 국익에 결국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미국과는 이런 충돌, 갈등이 불가피하다고 보는데, 금융시장과 금융자본거래에 대한 자유화... 이런 개방과 자유화와 관련해서 앞으로 중국과 미국은 대회전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지적소유권 등 기타 여러 가지 통상 문제에도 현안 사항이 많은데 미국이 조금 압박을 늦춰주고 있는데 아마 올림픽이나 상해박람회 전후해서 미국의 대공세가 이뤄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에서도 중국 쪽의 문제를 바라보면서 위기이자 기회라는 시각들이 많은데, 요즘은 위기라는 시각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런 미중간의 금융문제를 둘러싼 대외전에서 한국도 유탄을 맞아서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
정덕구 : 우리는 그 단계는 지난 것 같아요. 왜냐 하면 이번 한미FTA에서 금융 분야에 그렇게 큰 이견이 없는 이유는 우리는 이미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금융시장개방이 거의 끝났고. 사실상 미국 입장에서 볼 때 한국 금융시장 개방 문제에 대해서 큰 쟁점이 없습니다.
그런 반면 중국의 시장이 개방되면 우리 한국의 금융기관이나 투자가들이 중국금융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기 때문에 우리한테는 오히려 플러스가 되는데 다만 한 가지 분야가 우리에게 위협적일 수 있는 부분은 환율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중국과 똑같이 세계의 기축통화라고 할 수 있는 교환성 통화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만일 중국의 환율제도에 대한 압박이 한국의 경우에도 절상압력으로 이뤄지게 될 경우 우리는 환율제도를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자유변동환율제도의 아주 본질에 맞게 운영해야 되는 압박을 받게 될 텐데 이런 면에서 보면 한국과 중국, 일본 사이의 이해득실에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특히 국내제조업 중 많은 분들이 중국의 싼 인건비 때문에 많이 넘어가서 활동들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 이제 거의 포화상태라는 말도 있는 것 같고. 중국에 가서 사업계획을 잡아 보시려는 분, 중국을 통해서 활동해 보시려는 분들한테 조언해 주실 만한 내용이 있을까요?
정덕구 :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중국은 그 내부에 엄청난 위험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죠. 위험요소를 크게 나누면 시장체제를 사회주의 정치체제하에서 운영하다 보니 약간 부실이 많고. 이걸 정리하고 나면 공산당 일당독재체제의 위험이 상당히 커지고, 자원이 고갈된 상태여서 자원의 수송로를 미국이나 서방세계가 차단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자원위험. 여러 가지 내부적 위험, 갈등들이 존재할뿐 아니라 그 양이,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인접국가인 한국 입장에서는 시간이 계속될수록 지나갈수록 우리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양국 사이에는 기술적 격차가 있습니다. 품목별로 차이는 있지만. 이것이 시간이 가면서 점차 좁혀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상당히 위협적이라고 할 수 있고. 특히 IT나 전통 제조업 분야는 한 40% 이상 이미 중국과 경합관계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 기업들이 국내에서 높은 인건비와 기타 여러 가지 비용적 요소 때문에 중국의 투자시장을 노크해서 많은 중소기업들이 이전했는데, 이미 중국도 인건비나 기타 여러 가지 지원제도 면에서 더 이상은 매력적이지 않고. 중국 정부 입장 내부에서도 그렇게 수준이 약간 낮은 제조업을 자꾸만 들여오는 것보다 이제는 그것들을 정리하고 더 높은 단계로 부가가치가 높은 단계로 산업으로 이전해 나가는 단계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거기에 들어가는 옛날보다 매력적이지 않을뿐만 아니라 위험요소도 많이 내포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정 교수님께서는 30년 가까이 경제관료로 활동해 오셨고 98년 외자유치 당시에 뉴욕에 가서까지 협상대표를 하셨고, 산업자원부장관까지 지내셨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우리나라 경제를 잘 아신다고 말할 수 있을 텐데요. 97년 이후, 외환위기 이후 올해가 딱 10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퍼포먼스랄까 성과에 대해 많은 분들이 아쉬워하는 것 같아요. 특히 투자부진에 대해 걱정들이 많고. 지난 10년간의 한국경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정덕구 : 우선 97년 외환위기는 아주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가져왔는데,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은 사례로 볼 수도 있고, 다른 면에서 보면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기회도 제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로 우리의 역량이 얼마다 하는 걸 확실하게 알 수 있었고. 그래서 우리의 역량 바깥에 끼어 있는 찌꺼기나 거품들을 제거하는 기회가 됐고.
그 다음 생태계의 순환원리.. 즉 생성하고 성장하고 변화하면서 소멸하기도 하고 재생성되기도 하는 하나의 과정에 순응해 나가지 않으면 우리가 생존해 나갈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됐고.
셋째로는 국가와 사회 전반에 걸쳐 역동성이 아주 약화되고 양극화나 차별화가 심화되고 무력감이 짙게 배어들고 있고. 농업이나 기타 취약 부분이 확대되고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특히 무엇보다 경제성장의 역량이라고 할 수 이 잠재성장력이 장기추세상 하향하고 있고 2015년 넘어가면 3%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 우리 심장박동에 해당하는 경기순환과정에서의 고점... 맥시멈으로 갔을 때의 고점이 자꾸만 떨어진다. 지금 한 5%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고, 이렇게 가다 보면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되고.
이런 것뿐만 아니라 전체 인구의 70%가 취약부분이라고 하는 농업이나 중소기업, 재래유통시장, 단순서비스 업종에 살고 있는데 이게 자꾸만 확대된다는 것. 그래서 민생문제가 아주 시급하다는 것. 이런 걸 방향을 크게 돌려놔야 되는데, 제가 생각할 때는 우리 지난 10년을 회고해 볼 때 하버드 대학의 바그와티 교수가 얘기했던 또 한 번의 잔인한 선택을 하지 않으면 이런 잘못된 흐름과 방향을 돌릴 수 없다. 거기에는 많은 희생과 또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데 이걸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고. 그래서 금년의 대통령선거가 그런 면에서 중요성을 갖지 않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지금 FTA 말씀을 하셨는데,.. 사실 노무현 정부 입장에서도 그런 꺼져 가는 성장의 힘을 살리기 위한 계기로 FTA를 시도했다고 보여지는데, 정 교수께서는 한미FTA는 기본적으로 필요하다고 보시는 입장이시죠?
정덕구 : 그렇습니다. 결국 우리가 지금 2만불 고개를 넘고 3, 4만불로 가야 되는데 그런 꿈과 목표가 있는 국민이라면 잔인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거고. 이 한미FTA도 그런 면에서는 대표적인 잔인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고 그때 이걸 감내할 수 있는 국민과 그렇지 못한 국민이 지구상에서 차별화 될 것입니다. 우리가 가려고 하는 방향과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런 선택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잔인한 선택이라는 건 어떤 걸 해도 희생은 따를 수밖에 없는 의미라고 들리는데, 한미FTA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실제적으로 그 협상이 잘 됐느냐는 또 약간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오늘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그동안 협상과정을 보시면서, 또 미국과 어려운 협상을 해보신 당사자 입장에서 잘 됐다고 평가하십니까?
정덕구 : 사실 한미FTA는 이제 시작 단계에서 한 고비를 넘긴 것입니다. 양국이 대의회관계가 있고 그게 또 하나의 고비고. 또 각 관련업계와 이익단체들을 설득해야 하고. 무엇보다 한미FTA 효과를 내도록 국내 구조조정이 동시에 시작돼야 하는데 이것 또한 굉장히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그래서 이걸 잔인한 선택이라고 하는데 이번 한미FTA는 어느 면에서 보면 당초에 예상한 것보다는 강도가 높다고 하기 어려운 중간 수준인데 그에 따라서 고통도 좀 줄어들게 되는 면도 있지만, 다른 말로 하면 또 그 대신 거기서 얻는 미래의 비전에 관해서 얻을 수 있는 총량도 줄어들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결국 협상이라는 것이 양쪽이 주고 받는 것인데 피말리는 협상을 하다 보면 진실의 순간이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그 진실의 순간 다가가고 있고 그 순간에서 서로간에 입장이 최종 마지막 바닥을 서로 확인하면서 협상이 타결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잘됐느냐 못됐느냐 하는 것은 양쪽이 할 수 있는 역량이 최후 소진된 상태에서의 타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정 교수께서는 30년 가까이 경제공무원으로 일하셨고 정치인으로 한 2년 반을 보내셨는데 사회가 민주화 될수록 경제성장에서 정치가 갖고 있는 역할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퇴를 하셨어요. 지금 우리나라 정치가 경제와 관련해서 건설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어떤 게 문제인지. 2년 반 정치인으로 활동하시면서 정치와 경제의 관계에서 느끼신 바가 있다면 간단히 말씀해 주시죠.
정덕구 : 정치라는 것이 집합적인 의사결정 과정이죠. 정치정책 프로세스가 어떤 다양한 의견을 모아서 집합적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크게 보면 상수도 체계에서 민생이 이뤄지면 거기서 걸러지지 못하는 하수도 체계의 역할을 하는 거라고 규정한다면, 여기는 항상 효율과 상호 양보, 또는 협상... 이런 것들이 서로간에 어우러져서 결론을 내게 되는데 지금 현재 우리 국회는 그런 시스템이 상당히 낙후돼 있다고 생각하고. 특히 저는 전문가로 들어갔기 때문에 저의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하려고 노력했는데 지나치게 정치와 정책 중에 정치에 치중하고 있고, 설령 이게 아무리 옳아도 자기 당에 이익이 안 되면 버리는, 그러다 보니 민생을 그렇게 많이 보호하고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때에 따라선 항상 논리와 옳은 것을 추구해야 하는 전문가로서 자괴감 같은 걸 느꼈기 때문에 제가 그런 결정을 했는데 국민 여러분께 상당히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실사구시보다는 정파적인 것이 앞서는 것이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 중국에 가서 강의도 하시고 고려대에서 강의를 하실 텐데 전문가로서 정치인으로서 경험과 느낀 것들을 가지고 하실 일이 많을 것 같아요. 앞으로 꼭 하시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덕구 : 국가의 미래비전이 흔들리고 있고. 문화의 통치체제에서부터 시작한 것이긴 합니다만 전체의 리더십이 흔들려 있기 때문에, 과연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아주 현실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책의 큰 틀을 다시 한 번 재점검해서 앞으로 정치하시는 분들에게 많이 제공하고. 저는 어차피 이제 상당히 많은 부분을 거치면서 느낀 게 있기 때문에, 지난번에 '키움과 나눔을 넘어서'라는 저서를 냈듯이 이런 것들을 글로 남기는 작업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남은 인생을 옳은 일을 많이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꿈도 갖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이제는 우리도 한반도를 넘어서 중국이나 일본 등 지역국가와의 상생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많이 고민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정 교수님의 여러 가지 경험이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고려대 경영대학원 정덕구 교수를 초대해 중국 경제성장의 앞날과 함께 한중 양국간의 협력을 위해 어떤 노력들이 이뤄져야 하는지 말씀 나눠봤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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