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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100명 중 고가품 사용하는 사람은 30명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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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자 100명 중 고가품 사용하는 사람은 30명 정도"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3/30]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김난도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얼마 전 일부 초등학생들이 14만원 상당의 구찌 지우개와 7만원대 에르메스 연필, 그리고 33만원대 루이비통 필통 같은 명품 학용품을 사용한다고 해서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엔 가짜 명품시계 '빈센트 엔 코'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었죠? 한국인들의 고가 명품 선호 열기, 이 정도라면 이제는 중독이라는 표현을 써야 할 정돈데요.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김난도 교수는 명품 중독과 같은 비합리적인 소비 심리의 원인은 개인뿐만 아니라 정부에게도 있다고 주장하면서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야말로 진짜 명품이라고 강조하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김난도 교수를 초대해 한국인들이 명품에 집착하는 심리적인 이유와 사회적 배경은 무엇인지 또, 합리적인 소비란 어떤 것인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서울대 김난도 교숩니다! 김난도 교수는 1963년 서울 출생으로 86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고 1996년 미국 남가주대학에서 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서울대학교 소비자아동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고, 소비자시민모임 '소비자리포트' 편집위원과 '소비자정책포럼' 간사를 맡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이번에 책을 내셨어요. 제목이 '사치의 나라 럭셔리 코리아'인데.. 사실 웬만한 사람들은 명품 좋아할 수밖에 없죠. 김난도 교수님도 좋아하십니까?

김난도 : 저나 집사람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어떤 걸 명품이라고 하는 겁니까?

김난도 : 원래 사전에서 명품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장인정신이 깃든 예술작품이란 뜻입니다. 저희가 지금 요새 많이 쓰듯이 외제, 고가사치품에다가 붙이는 건 잘못된 거죠. 저는 사치품 또는 고가품으로 용어를 바로잡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박인규 : 명품은 작품성이나 혼이 있는 물건이고, 우리나라에서 명품이라고 하면 뭔가 비싸고 귀한 것... 오히려 사치품이나 고가품이 맞다.

김난도 : 제가 신문사 홈페이지에 가서 검색을 해보면, 1990년대 중반까지는 명품을 이런 식으로 쓰지 않았어요 신문에서. 90년대 들어서부터 고가사치품을 명품이라고 쓰기 시작합니다.

박인규 : 이번 책을 보면 우리나라에는 부유층은 있으나 상류층은 없다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입니까?

김난도 : 명품을 상류층들이 즐겨 사용하는 건 안타깝지만 우리나라만의 일도 아니고 어제 오늘 일도 아닙니다. 제가 우리나라 부유층들에게서 굉장히 느꼈던 건, 외국의 상류층은 굉장히 문화적인 것... 와인, 예술, 예법, 매너 등으로 자기를 표시하는데 왜 우리나라 부유층들은 꼭 소위 명품이라는 고가품으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려고 할까. 거기에서 제가 제일 처음 주목하고 연구를 시작했구요. 아시다시피 우리 역사가 굉장히 단절적인 역사였기 때문에, 안빈낙도하고 청빈한 양반문화의 훌륭했던 정신문화는 단절되고 서양 상류층들의 물질문화만 배워온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진정한 의미의 상류층보다는 그냥 재산이 많은 부유층만 많은 기형적인 형태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보면.

박인규 : 고가품을 좋아하고 원하는 게 지금 말씀하시는 우리나라의 부유층이라고 말씀하십니다만, 사실 문제는 부유층뿐만 아니라 일반 샐러리맨, 젊은 사람들도 굉장히 좋아해요. 그런 고가품에 대한 선호가 우리나라가 특별합니까? 다른 외국과 비교해 보면...

김난도 : 외국도 사치품을 선호하는 현상은 많습니다. 미국의 어떤 학자는 럭셔리 신드롬은 지구적인 현상이라고 말하는데요, 제가 이번 연구를 통해 발견한 사실은... 지나친 평등의식에서, 자기보다 부유한 사람들을 추종하려는 질투감이랄까? 그런 것에서 많이 발현하고. 특히 우려할 만한 것은 젊은 계층에서 가리지 않고..... 어떤 여성포털에서 설문조사한 것을 어느 일간지에서 지난주에 봤더니 70~80%가 구매한 적이 있다고 말할 만큼 젊은 계층에서 많이 열품이 불고 있는 것. 이 두 가지는 좀 우려할 만한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몇 달치 봉급을 모아서 산다고 하는데, 그런 식의 일반... 특별히 부유층이 아닌 사람도 고가품, 명품을 사겠다고 하는 이른바 명품열기가 시작된 게 대략 언제쯤이라고 보세요?

김난도 : 조짐이 보인 것은 95년경입니다. 95, 69년에 굉장히 열기가 뜨거워지다가 97년에 IMF구제금융을 받는 경제위기가 있었죠. 그때 사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말이 나올 만큼 그때도 약간 사치의 우려가 있었고. 97, 98년은 경제위기의 여파로 조금 주춤하다가 98년 이후로 각종 통계가 아주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신문에 등장하는 명품이라는 단어의 빈도부터 시작해서 백화점의 사치품 매출의 비중,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사치품의 양을 보면 98년 이후부터는 굉장히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죠.

박인규 : 말하자면 우리나라 전 사회가 고가품 열기에 빠진 게 한 10년쯤 돼 가는 건데...김난도 교수님의 이번 책 '사치의 나라 럭셔리 코리아'는 구상에서부터 나오기까지 5년이 걸렸다고 들었습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습니까?

김난도 : 제일 큰 탓은 제가 게으른 탓이고, 한 1년 반 전에 원고가 최종적으로 끝났습니다. 최종적인 원고 제목이.. 그때 초고가 '명품은 없다'라는 제목으로 나왔는데, 사람들이 그런 책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거라고... 다들 명품 명품 하는데, 사치품 가지고 권하는 것도 아니고 없다고, 사지 말자고 하는 책은 누가 읽겠냐고.

박인규 : 말하자면 사회적 유행에 거스르는 책이기 때문에

김난도 : 그렇죠. 실제로 출판사에서 거절도 한 번 당해 봤구요. 그러다가 작년에, 모두에 말씀하셨찌만 몇 가지 사건을 계기로 합리적인 소비문화를 생각하는 분위기가 좀 강해졌어요. 그래서 제가 좀 용기를 얻고 원고도 1년 반 동안 고치고 해서 출간하게 됐습니다.

박인규 : 대부분의 사람들이 명품에 열광한달까, 좋아하고 갖고 싶어하는 심리적인 배경은 어떤 걸까요?

▲ ⓒ프레시안

김난도 :
물론 좋은 물건을 갖고 싶은 건 누구나 다 마찬가지겠죠. 저도 그렇구요. 그런데 지금 불고 있는 열풍은 좋은 물건이 갖고 있는 기능이나 품질, 디자인 등을 볼 때 너무 비싸다는 겁니다. 이렇게 비싼 물건을, 아까 몇 달씩 월급을 모은다고 했는데 그건 양반이고 그 외 여러 가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 신용을 지나치게 남발한다든지, 심지어는 범죄나 매매춘이나 여러 가지 반사회적인 행동까지 해가면서 열광할 만큼 좋은 물건은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직접 많이 물어봤고. 그 결과 제가 한 네 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박인규 : 책을 보니까 네 가지 유형으로 과시형, 질시형, 환상형, 동조형... 하나하나 설명을 좀 해주시죠.

김난도 : 간략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크게 둘로 나누자면 사치품 소비는 재력이 되는 분이 소비하는 경우와 안 되면서 하는 경우, 두 가지로 나눌 수 있구요. 돈이 있는 분들이 사치품을 특히 왜 선호할까를 보면, 돈이 있는 분 중에 70% 이상은 소위 명품족이 아닙니다. 한국의 부자들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부자 100분하고 인터뷰한 책이 있는데 70명 정도는 굉장히 근검한 생활을 하시거든요.

박인규 : 말하자면 3분의 1 정도만...

김난도 : 네. 이런 분들이 왜 그럴까.. 제가 네 분하고 특히 인터뷰를 깊게 해봤는데, 이런 분들은 과시형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요. 일단 자기의 부와 신분을 과시하고 싶어서 사치품을 구매하는 경우죠. 이분들은 체면이 손상되거나, 내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취급되는 걸 굉장히 싫어합니다. 차별화 되길 바라고.

박인규 : 내가 돈이 있고 다른 사람인데 그런 걸 보여주기 위해서 쓴다.

김난도 : 그런 게 제일 강하구요. 돈이 없는 분들은 다시 세 가지로 나눴는데, 첫 번째가 질시형입니다. 이 분들은 평등의식이 굉장히 강해요. 특히 졸부들이나 이런 사람들한테 강한 평등의식을 느끼고.

박인규 : 내가 저 사람보다 못할 게 없다.

김난도 : 그렇죠. 이 분들은 무시당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 아까 부자들은 동일시되는 걸 싫어하는데내가 무시당할까 두렵다. 어디 갔을 때 사치품이 내 갑옷이 돼 준다는 표현을 쓰시는 분들이 계시고. 그래서 이 분들은 밖에 드러나는 사치품을 많이 씁니다. 브랜드도 좀 유명한 브랜드... 사치품 브랜드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유명한 것을 좋아하시고. 두 번째는 환상형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요, 이건 젊은 계층에 많습니다. 그래서 내가 사치품을 쓰면 굉장히 근사한 사림이 되는 것 같은 자기만족을 줍니다. 프리티워먼이라고, 옛날에 귀여운 여인이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거리의 매춘부가 좋은 옷을 입고 나니까 귀부인처럼 변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신데렐라 같은 이야기죠. 이 분들의 특징은 젊은 사람이 많고 자기지향적이에요. 그래서 화장품, 향수 속옷처럼 남들한테 브랜드가 보이지 않아도 굉장히 구매하고 싶어하고. 재밌는 것은 흔히 짝퉁이라고 많이 부르시는데, 모조품을 과시형은 잘 안 쓰고 질시형은 꽤 씁니다. 환상형도 쓰는데, 이 분들이 재밌는 것은 모조품을 갖고 있으면서 언젠가는 진짜를 살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마지막은 제가 동조형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그냥 유행하니까 따라가는 계층입니다. 특히 학생들 계층에 많습니다. 옛날에 심지어는 중고등학교에서도, 얼마 전까지 특정 상표의 신발이나 배낭식 백, 이런 것들이 굉장히 많이 유행했거든요. 우리나라는 경쟁의식이 치열해서 열풍이 많이 부는 나랍니다. 그래서 이런 식의 유행, 열품이 소위 사치품의 형태로 나타나면

박인규 : 물론 과시형 같은 경우는 막말로 자기 돈 갖고 자기가 쓴다는데 뭐라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김난도 교수께서는 질시형이나 동조형이 오히려 위험하달까 안 좋은 경우다... 이런 말씀도 하시는 것 같아요.

김난도 : 제가 개인적으로 제일 안 좋게... 우려하는 형은 질시형과 과시형, 두 가지입니다. 왜냐 하면 두 개가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경쟁관계를 벌이면서, 그걸 추적과 도망이라고 이름 붙이는데요... 과시형 소비자들이 굉장히 비싼 A라는 브랜드의 사치품을 쓰면 질시형 소비자들이 그것을 보고 A브랜드를 쭉 사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과시형 소비자들이 보니까 A브랜드 가지고는 차별화가 안 되거든요. 그러면 훨씬 비싼 브랜드로 도망갑니다. 그러면 질시형들이 또 B로 쫓아가고. 그래서, 이런 도망과 추적이 사치산업을 이렇게 키운 원동력이 됐달까요. 그렇게 끝을 모르는 경쟁을 추구하면서 지나친 과열현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저는 네 유형 중에서도 질시형과 과시형의 도망과 추적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나는 다른 사람과 달라, 뭔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걸 보이기 위해서 비싼 것을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싼 것을 갖고 있으면 내가 멋있는 사람이 되는 것 환상형도 있고, 다른 사람이 하니까 나도 따라가는..... 대개 개인적인 이유로 시작되는데, 물론 고가품을 쓰는 데에 개인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김 교수께서는 정부나 사회에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셨어요. 정부에는 어떤 책임이 있는 겁니까?

김난도 : 정부는 사실 90년대까지는 굉장히 소비절약을 강조했죠. 어릴 때 저축도 강조하고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캠페인도 많이 했었는데, 90년대를 지나면서 소비가 경제를 이끄는 굉장히 중요한 한 축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박인규 : 이른바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

김난도 : 그렇죠. 소비자의 복지를 위한다기보다는 거시경제적인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 지나치게 소비를 부추긴 측면이 있습니다. 신용카드 남발이 있었고, 그런... 우리 사회가 제가 볼 때는 굉장히 소비주의화 됐는데요, 지난 10년간. 10년 전을 생각해보시면 우리가 얼마나 소비가 중요한 세상이 됐는지 아실 겁니다. 굉장히 큰 책임의 한 축이 정부에 있다는 거죠. 그런데 저는 정부가 직접 소비생활을 규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가정의례준칙이 옛날에 있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았고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있고. 제가 정부에 바라는 건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이런 지나친 소비열기를 잠재울 수 있는 문화적 인프라를 구축해 줬으면 좋겠다.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사람이 자기 신분을 과시하고 더 나은 내가 돼보고 싶어하는 건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문제는 그것을 아주 고가의 사치품으로 표현하려는 물질주의적 발상이거든요. 다양한 문화적 활동, 취미생활이라든지, 여가를 즐겁게 보내고. 특히 우리가 주 5일 근무를 시작하면서 다양한 여가는 생겼는데 그것을 뒷받침하는 문화적 인프라가 굉장히 빈약하니까, 사람들이 제일 즐거운 게 쇼핑이 돼 버렸어요. 지금도 쇼핑몰에 가보면 그냥 물건 사러 온 게 아니라 놀러 나온 젊은이들이 아주 많습니다. 굉장히 우리가 문화적 인프라가 취약한 것 같아요.

박인규 : 자기실현을 하는 방법이, 돈 쓰는 것 말고 다른 문화적 인프라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김난도 : 예. 그런 것은 시장에 맡겨 놓으면 계속 이런 식으로 상업주의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우리 국민들이 좀 더 풍요롭게 인생을 살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달라는 거죠

박인규 : 또 다른 하나는 어떤 겁니까?

김난도 : 또 다른 하나는, 지금 TV나... 보면 굉장히, PPL이라고 부르는데.. 간접광고. 드라마 같은 걸 보면 돈을 많이 가진 게 굉장히 성공한 인생이고, 그런 사람들은 좋은 차에 외제 비싼 옷을 입고 있어야 한다는 식. 그리고 지나친 소비를 부추기는 간접광고들이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지금 열심히 규제는 하고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굉장히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요. 그래서 각 분야에서 지나친 물질주의를 조장하는 행동들은 규제가... 간접적인 방법으로 규제가 이뤄져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대중매체에 대해서는 PPL광고를 말씀하셨는데, 그런 드라마나 쇼 말고 보도라든가 이런 데서도 부추기는 측면은 없습니까?

김난도 :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신문과 잡지를 특히 예로 들고 싶은데, 보시다시피 잡지는 거의 반 이상이 광고입니다. 그리고 잡지는 규제가 덜한 측면이 있어서 그런지 아주 드러내 놓고, 어느 드라마에서 어느 탤런트가 했던 제품은 어디 가면 살 수 있고 얼마고, 이런 식의 소비적 정보가 아주 많구요.

박인규 : 말하자면 고가품을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군요.

김난도 : 그렇죠. 또 멋진 일류 모델들이 그런 제품을 하고 있는 걸 보여주면서 굉장히 부추기는 측면이 있구요. 신문도 자유롭지 않은 것 같아요. 신문도 보면, 특히 금요일에 많이 그러는데.. 생활면 같은 데... 이게 생활정보나 소비정보가 아니고 굉장히 광고성 기사들이 기사의 형태로 많이 나오는 것을 보고. 또 무슨족 무슨족이 뜬다고 얘기하면서 잘나가는 현대의 '족'이 되려면 어느 정도는 사치를 해줘야 되는 것 같은, 그런 분위기를 많이 조성하는.. 그런 예를 많이 봅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까 개인이든 정부든 언론이든, 우리나라 사회가 말하자면 비싼 거 안 쓰면 사람 축에도 못 끼는 분위기가 굉장히 강한 것 같군요.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 질문 좀 드려 볼까 합니다. 김난도 교수께서는 학부에서는 법학을 공부하시고 박사학위는 행정학으로 받으셨는데 교수는 소비자학과에서 하시고, 이번에는 명품 문제.... 얼핏 보면 이 학문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런 학문적 여정에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으실 것 같은데

김난도 : 그런 질문은 개인적으로 많이 받습니다. 제가 서울대학에서 교수생활을 한 지는 10년째인데요 학생들 진로지도를 할 때 꼭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제일 잘나가는 전공을 하지 말고 네 인생의 전성기, 앞으로 20년이나 25년 후에 제일 사회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전공을 택해서 그런 직업을 갖는 게 좋다는 식으로 진로지도를 하거든요. 제가 10년 전에 스스로에게 그 생각을 좀 했습니다. 제가 법학과 행정학을 공부하고 96년에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 자리를 구할 때 서울대 소비자학과에서 제안이 들어왔어요. 처음에는 제가 소비자보호법이나 소비자보호행정을 가르치기로 하고 서울대 소비자학을 전공하기로 하고 왔습니다. 그때 제가 생각했던 것은,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1960년대부터 2000년에 이르기까지 빠른 속도로 성장했는데, 그 기간 동안 국가의 역할이 부인할 수 없게 컸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법학, 행정학, 거시경제학과 같이 국가의 통치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학문들이 각광을 받았지만 2000년 이후가 되면 기업과 소비자... 민간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질 것 같고, 기업에 대한 연구는 많이들 하시는데 소비자의 권익과 복지를 보호하는 학문은 굉장히 미개척 분야인 것 같아서 제가 그쪽으로 나름대로는 큰 결단을 내리고 전공을 바꿨습니다.

박인규 : 하긴, 노무현 대통령도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소비자학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어떤 겁니까?

김난도 : 소비자학은 소비자들의 복지를 증진시키려는 종합학문입니다.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로는 소비자정책을 잘 만든다든지... 공정위나 재경부에서 하는 일이 그런 일이 많습니다. 또는 소비자에게 교육을 잘 시킨다든지, 소비자운동, 상담 이런 쪽에서 소비자보호를 주로 하는 영역이 첫 번째구요. 두 번째는 개인이나 가계... 집안의 재무적인 측면 또는 가족간의 관계적인 측면. 특히 요새는 은퇴들을 빨리 하고 오래 사시니까 은퇴 후의 재무설계가 굉장히 중요해졌고. 그래서 개인의 재무관리에 관한 영역이 있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합리적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김난도 : 그렇죠. 어떻게 하면 돈을 더 합리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짜고 투자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두 번째 영역이고. 세 번째는 제가 전공하고 있는 영역인데, 소비행태에 관한 영역입니다. 왜 사람들이 이렇게 소비를 하고 왜 충동구매를 할까. 또는 그게 좀 모이면 소비문화의 문제도 되고,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소비사회로 됐을까, 언제부터 소비사회가 됐을까. 또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는 어떤 소비트렌드가 유행할까, 이런 소비의 행동이나 행태에 관련한 세 가지 영역으로 크게 나눠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박인규 : 그런 소비자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 사회의 과도한 고가품 열기는 합리적인 소비가 아니라고 볼 수 있겠네요. 왜 그런 변화가 생겼을까요? 우리나라의 소비패턴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다고 보십니까?

김난도 : 경제구조 측면에서 지나치게 이윤추구를 하는 경제구조가 가장 근원적인 이유가 되겠고, 그에 발맞춰서 개인들의 생각도... 옛날에는 소비보다, 물질보다 중요한 것의 가치를 인정하고 살았거든요. 그런데 갈수록 소비만큼 중요한 게 없고 인간의 가치를 소비물로 역산하는 생각들이 굉장히 강해졌어요. 한 10년 전만 해도 어른신한테 '부자 되세요' 이런 말 하면 굉장히 불경스럽고 예의가 아니었는데 지금은 누구나 하는 덕담이 됐습니다. 그런 식으로 우리 생각들이 굉장히 물질적으로 변화했죠.

박인규 : 사실 요즘 인문학의 위기를 말하는데 어떻게 보면 그런 것과도 관련이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나라가 고가품, 사치품 열기에 빠져 있고 정부와 언론의 책임도 있다고 하지만 결국은 궁극적으로 개인에게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합리적인 소비라는 게 무엇인지, 물론 소비를 안 할 수는 없지만, 합리적인 소비는 어떤 것인지 조언을 해주시죠.

김난도 : 저는 합리적인 소비는 두 가지로 생각합니다. 첫 번째로는 자기의 경제규모 이상의 물건을 소망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박인규 : 한 마디로 분수에 맞게 써라.

김난도 : 예 그게 첫 번째 원칙이고. 두 번째는 자기가 자율적으로, 스스로 생각하지 않게 되는 소망은 합리적이지 않다. 옆사람이 쓰니까, 광고에서 자극을 받아서, 새 물건이 있지만 또 더 새로운 물건이 갖고 싶어서 등등의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로 물건을 사고 싶어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는 뜻입니다. 제가 보면, 굉장히 비싼 물건을 인터넷을 뒤져서 10만원 싸게 샀다고 굉장히 흐뭇해하고 자기는 합리적인 구매자라고 하는데, 제가 볼때는 그런 것을 내가 왜 원하게 됐는지, 정말 이것이 필요한지 한 번만 더 되돌아 생각하면 그런 어리석은 구매는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싸게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진짜 나한테 필요한 것이냐, 그걸 아는 게 중요하다. 쭉 말씀하셨지만, 마지막으로 혹시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서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해주시죠.

김난도 : 우리 현대사회를 소비사회라고 부르는데요, 현대사회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힘은 소비자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환경친화적인 기업의 물건을 구매하기 시작하면 기업들은 규제하지 않아도 자연히 환경친화적인 상품을 만들어냅니다. 그 외 모든 문제는 소비자들의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에 의해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좀 더 합리적이고 정보에 입각한... 자신의 필요에 맞게. 요즘 보면 이미지라든지 감정적인 소비를 많이 하시거든요. 그렇지 않은 스스로의 소비를 하고. 그동안 소비자의 이익이 무시를 당했던 것은 소비자의 이익이 지나치게 널리 분산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일들을 하는 것이 소비자운동단체들도 있고 교육센터도 있거든요. 소비자운동단체 같은 데에 후원도 많이 해주시고, 또 소비자보호원이나 소비자단체에서 나오는 각종 소비정보잡지들이 많이 있어요. 그런 걸 보면 어떤 물건이 더 좋고.... 이런 정보가 자세히 있는데도 사람들은 그것보다는 막연히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가 나오는 광고 가지고 물건을 구입합니다. 그래서, 소비자운동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많이 보여주셨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 마지막 당부말씀입니다.

박인규 : 소비도 이제는 주체적인 소비를 하는 게 좋겠다. 돈을 많이 쓰는 게 잘 쓰는 게 아니고 제대로 쓰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자각이나 각성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난도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김난도 교수를 초대해 한국인들이 명품에 집착하는 심리적인 이유와 배경은 무엇인지 또 합리적인 소비란 어떤 것이지 말씀 나눠봤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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