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대전대 백종섭 교숩니다! 백종섭 교수는 1955년 전북 임실 출생으로 81년 서울대학교 사회교육학과를 졸업하고 91년 같은 대학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92년부터 대전대학교 행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1999년에서 2000년까지 인디애나대학교 객원교수를 역임했습니다. 또, 올해부터 한국인사행정학회 회장을 맡고 있고, 현재 한국행정학회 운영이사와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언제부턴가 무능공무원 퇴출제가 사회적인 화제가 됐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작년인가요, 대구 울산,, 이런 지방에서부터 시작된 것 같은데 어떻게 해서 무능공무원 퇴출제가 시작된 겁니까?
백종섭 : 박 선생님께서 이미 아시다시피, 민선 자치제가 되다 보니까 이런 문제가 타나난 것 같기도 합니다. 작년 8월 대구 광역시에서 처음 퇴출제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도입하게 됐는데, 국장들이 사무관들을 한 20여 명에서 2명 정도를 선정해서 시내버스 승강장 점검 등의 근무를 하게 했죠. 그리고 금년 3월 정기 인사 때 그 두 명을 다시 현업에 복귀시키고 다시 사무관 7명을 추출해서 다시 현장에서 근무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 시발점이 된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그럼 현장근무를 한 두 분이 아예 공무원직을 그만 두신 게 아니시군요. 그럼 현장에서 고생하시다가 다시 복귀하신 건가요? 8월에 한 곳이 대구라고 알고 있는데요...
백종섭 : 그렇죠. 작년에는 대구, 금년에는 울산시에서 확대되면서 울산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대구에서 그런 제도를 시행하게 된 특별한 이유는 뭔가요?
백종섭 : 아마 대구광역시장님이나 그쪽 분들의 성향이 좀 진보적인 측면이 하나의 원인이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이게 지금 대구, 울산에서 시작해서 3월에는 서울시도 시작하고, 이런 무능공무원 퇴출제.. 정확한 용어는 아닌데, 이게 앞으로도 확산될 것 같습니까
백종섭 : 말씀하신 것처럼 울산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20여 개 이상 자치단체들이 이 제도를 도입하거나 시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이런 추세는 점점 증가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중앙부처에까지 확산될 조짐도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말씀을 듣고 보니, 지금 대구에서 시작한 것은 이른바 무능하다고 규정된 분들이 공무원직을 떠나는 건 아니고, 현장에 갔다가 다시 복귀하셨다는데. 최근에 서울시에서도 무능공무원 3퍼센트 퇴출제라는 걸 시작했습니다. 이 3%에 해당되시는 분은 아예 공무원직에서 떠나는 겁니까?
백종섭 : 그런 건 아닌 걸로 압니다. 아시다시피 3%는 근무태도가 나쁘거나 업무능력이 부족한 공무원들은 38개 실국, 또는 사무소에서 실장님, 국장님께서 직접 3%를 선정해서, 그리고 다시 또 약 250명 정도의 직원들을 트래프트 형식으로 재선정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1차, 2차에서도 국장님이나 실장님이 선발하지 못하면 무능하거나 같이 일할 수 없는 사람으로 분류 되겟죠. 그런 과정에서 본인에게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감사관이 이게 정확하고 정단한 건지 진단을 받게 됩니다. 그런 과정에서도 구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 조정위원회를 거쳐서 서울시 현장 시정지원단에 배치되면서, 우리가 말하는 교통단속이나 시설안전점검 같은 현장업무에 투입되는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그리고 6개월 근무한 뒤 평가를 다시 받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근무성적이 좋아진다면 재복귀 시킬 것이고 그렇지 못한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발표되진 않았습니다.
박인규 : 지금 20여개 지자체에서 이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데, 이런 제도 때문에 공무원직에서 영원히 그만 두신 분들이 있습니까?
백종섭 : 현재 이 제도만으로는 없는 상태죠. 왜냐 하면 이 제도가 빨라야 작년 대구에서 처음 실시돼서 그 두 명도 다시 복귀한 상태구요. 울산발도 지금 3월에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과정이라서 이 제도가 과연 얼마만큼 실효성 있게 적용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그럼 무능하다는 판정을 받고 현장에 가서 근무하셨는데 거기서도 문제가 있다. 그러면 그만 둘 수도 있는 거네요?
백종섭 : 그렇죠. 기관장이 평가하기에 따라서... 지방자치법 62조에 직무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자는 직위해제할 수 있는 규정이 있습니다.
박인규 : 그렇지만 이른바 공무원노조... 주로 하급공무원으로 구성돼 있죠. 여기서는 굉장히 반발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백종섭 : 예. 참여정부 들어서 2001년 1월 28일부터 6급 이하 일반직 모든 공무원들에게 노조를 결성할 수 있는 법이 통과됐었죠. 그래서 지금 상당히 많은 자치단체에 공무원노조가 있습니다만 서울시에서도 공무원노조가 각종 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 이런 문제에 대해 상당히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또 전국광역노동조합연대에서도 퇴출제를 폐지하자는 강력한 반발, 또 인권위원회에 대한 제소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박인규 : 국장급 이상의 공무원들이 하급공무원 중에서 능력이 부족하거나 게으른 사람을 고른다고 했는데, 하급공무원 입장에서는 고급공무원은 다 유능한 거냐, 그런 반발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백종섭 : 중앙부처에서는 성격이 좀 다르긴 합니다만 작년 6월부터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장들이 국장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약 6시간 이상 6가지 주제로 면접을 받아야 됩니다. 그 면접에서 통과된 경우에 한해 국장으로 진입하게 되고, 3회 이상 탈락하면 더 이상 국장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기는 합니다.
박인규 : 고위공무원이 되기 위한 나름대로의 평가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백종섭 : 그렇죠. 성격은 다르긴 하죠.
박인규 : 지금까지 말씀을 듣고 보니 공무원 퇴출제라는 말은 쓰고 있지만 아직 퇴출되신 분은 없는 것 같고. 제가 보기에는 특히 하위직공무원들의 분발이랄까, 속된 말로 흔들기를 해서 일 열심히 해라, 이런 취지인 것 같은데 공무원인사행정에 관한 전문가이신 교수님 보시기에는 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공무원퇴출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장단점이 있겠습니다만...
백종섭 : 취지와 원칙에는 저도 공감합니다. 다만 어느 조직이든 업무수행능력이 우수한 사람과 부족한 사람이 있게 마련이죠. 그럼 부족한 사람은 본인에게도 불이익이지만 전체.. 다수 구성원들에게도 피해를 주게 돼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조직은 그런 무능력자를 솎아내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는데 사실 그동안 공무원 사회에서는 그런 제도적 장치가 있음에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죠. 그것이 지금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따라서 공직사회에서, 우리가 비판하게 되는 무사안일한 근무태도라든지 연고중심적인... 또는 온정주의에 의해 관대하게 평가하는 문화들이 좀 더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 같고. 특히 무사하게 근무했던 공무원들에게는 상당한 충격을 줬을 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 사회에서 갖고 있는 혈연주의, 지연, 연고, 이런 것들이 공정한 평가를 그르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실 여러 가지 안전장치, 제도적 평가장치가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형태로 사용하는 것 자체는 조금 염려스럽긴 합니다.
박인규 :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과연 평가방법이 공정하냐, 많은 사람들이 승복할 수 있느냐가 문제일 수 있다. 또 하나는 그런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을 타파할 수 있는 기존의 제도가 있는데 사용되지 않고 퇴출제가 들어왔다고 말씀하셨는데 왜, 특히 올해 들어서 막 확산되는 이유, 배경은 뭐라고 보십니까?
백종섭 : 글쎄요. 참여정부 들어와서 인사행정 분야에 많은 획기적인 제도들이 도입됐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경쟁사회, 능력있는 사회라는 측면에서 공무원들에게도 능력있고 경쟁력이 강한 공무원들을 우대하는 취지로 인사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 결과 한 4년 동안 다면평가제도라든지 성과관리제도나 공직개방형제, 공모직이라든지 인사교류와 같은 많은 제도를 시행해 왔습니다. 4년 정도 시행하면서 어느 정도 정착돼 가는 단계에 와 있고, 그런 것들이 사실 하위직 공무원이든 고위직이든 무사안일하게 근무할 수 있는 분위기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로 점점 진입하는 게 아닌가, 그게 하나의 계기가 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하게 ㅗ딥니다.
박인규 : 아까 말씀하신 민선 자치단체, 사회적 분위기,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을 사회가 용납할 수 없다. 최근에 한국은행을 비롯한, 공무원이 아닌 이런 데서도, 중앙공무원도 퇴출제를 해보자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백 교수님께서도 필요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보시는 거군요?
백종섭 : 그렇습니다. 다만 방법과 절차를 좀 더 세련되게 다듬을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또 부처나 기관에 따라 성격은 다르긴 하지만, 한국은행이긴 한데 여기를 비판을 하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죠. 한국은행은 1년에 두 번 평가를 하고 5번 이상 5% 하위에 지적이 되면 인사상담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러고도 다시 또 두 번 연속 5%에 해당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는 취지라고 합니다만, 과연 5번 5%에 해당되고 다시 또 연속해서 거기 들어갈지는 염려스럽긴 합니다만, 그런 문제는 있죠.
박인규 : 3%가 됐건 5%가 됐건 이른바 진짜 무능하고 부패하고 게으른 공무원을 골라내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 하위직 공무원 중에서는 일을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을 뽑기보다도 심하게 얘기하면 상급자한테 밉보였든가 잘 보였든가, 말하자면 줄세우기 하는 거 아니냐. 잘못 보이면 잘리는 거 아니냐, 말하자면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 같아요.
백종섭 : 그런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순 없겠지만 최근 몇몇 자치단체에서 이런 형태로 하는 것 같습니다. 실장이나 국장 혼자서 선정하는 방식보다는, 특히 울산 쪽에서 사용된 방법인데, 국장 10여 명이 모여서 적격자와 부적격자를 토론하고 협의해서 선정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말씀하신 줄서기나 충성... 이런 것들이 적어질 수는 있겠죠.
박인규 : 나름대로는 담당국장이 혼자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상당한 스크린을 거친다. 공무원직 사회에서 이런 식의 퇴출제도를 시행한 적이 이전에는 없었습니까
백종섭 : 이런 형태로 추진한 건 사실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물론 1981년 전두환씨가 대통령을 했을 때 강압적인 퇴출이 있었고, 1999년 IMF가 왔을 때 구조조정 차원에서 명퇴 등 제도를 통해서 퇴출을 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무능이라기보다는 장기간 근무한 자들이라든지 이런 형태로 퇴출했기 때문에, 근무능력이 무능하다라는 측면에서 퇴출시키는 제도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봅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형식의 퇴출장치는 처음이라고 해도 다름이 아니겠습니다.
박인규 : 기존의 공무원들을 평가하는 여러 가지 제도라든가 방식이 있었는데, 예를 들면 각 자치단체마다 인사위원회라는 게 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그동안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는 얘깁니까?
백종섭 : 각 자치단체마다 인사위원회는 있습니다. 7에서 9명으로 구성돼 있고 그 중 절반 정도는 민간인으로 구성되게 돼 있습니다. 문제는 위원장이 부자치단체장으로 구성되거든요. 부지사, 부시장, 부군수님, 그리고 고위직 공무원이 몇 분 들어오시고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긴 합니다. 그동안 정서상 운영과정을 보면 물론 합리적으로 하는 인사위원회도 있구요, 또 그렇지 못한 인사위원회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갖는 관대한 문화, 온정주의적 측면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인사위원회에서도 엄격한 평가와 토론을 통한 거름장치가 미약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제도는 마련돼 있으나 실행에서는 아직 좀 부족한 측면이 있다. 공무원 퇴출제라는 게 말씀하신 것처럼 공무원 사회도 경쟁력을 가져라, 열심히 해라... 그런 취지로 시작된 건데 기존의 제도를 활용하지 않고 새로운 장치를 만들어서. 그런데 잘못하면 사회의 압력을 일시적으로 모면하기 위한 수단이 되지 않겠느냐라는 우려도 있는 것 같아요. 퇴출제가 진짜 공뭄원 사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기여하려면 앞으로 이런 것들이 보완돼야 한다. 그런 조언이랄까.... 어떻게 보십니까
백종섭 :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각종 평가장치가 잘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온정주의, 관대하게 평가하는 문화로 인해서 공무원들에게 퇴출장치로 기능하지 못했고, 그것이 오늘날 이런 상황을 발생시키게 된 자업자득적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결과 국민들이 60~70% 이상 지지하는 문화가 나타나고 있는데, 공무원 하면 철밥통이라는 등식이 나타나 왔습니다. 그것은 우리들이 고위직 공무원이든 하위직이든, 경우에 따라 정치인도... 공무원은 아니고 성격은 다르지만 부정부패나 불법행위를 했다고 해도 그에 대한 엄격한 법적용을 기피해 왔던 측면이 나타나고 있고. 또 슬그머니 다시 언젠가 복직시키는 보도가 자주 나오다 보면 국민들은 제 식구 봐주기 아닌가, 그리고 솜방망이 아닌가.. 이런 것들이 결국 공무원은 철밥통이다 하는 등식이 성립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박인규 : 사실 많은 분들은, 한 번 잘 해보는 것처럼 보였다가 몇 달 지나면 다시 돌아오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도 많이 있거든요. 백 교수님 말씀은 뭔가 엄격하게 집행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할당하듯이 몇 사람을 골라서 현장근무가 됐건 업무를 극단적으로 그만두게 했건...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공무원들에 대한 재교육이나 재충전의 기회도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는 것 같아요.
백종섭 : 맞는 말씀입니다. 물론 3%퇴출 등 할당제 형태는 바람직하지 않고, 취지에는 맞지만 운영절차와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측면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원래 공직사회에서 또는 어떤 조직이라 하더라도 근무능력에 우열이 있는 사람을 선별하는 건 당연한 과정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근무능력이 우수한 자에게는 적절한 보상을 해주고, 능력이 부족한 자에게는 거기에 적절한 처벌을 내리게 되는데 우리도 무조건 법적인 측면에서 처벌보다는, 다시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무한정 계속 재교육이나 재충전의 기회를 부여할 수는 없을 것 같고, 한두 번 정도의 재충전,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능력하다, 업무능력 향상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면 법 규정상 직무능력이 부족한 자는 퇴출시키는 장치가 있기 때문에 그걸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 공무원들에 대한 재교육 시스템은 제대로 돼 있습니까?
백종섭 : 상당히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각 자치단체마다 교육기관이 있고, 중앙공무원은 과천에 중앙공무원교육원이 있고, 또 수원에 행정자치부가 운영하는 인적자원개발원이 있습니다. 그렇게 다양하게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데, 문제는 그 교육이 이뤄진 대로 근무조직에 되돌아가면 그대로 집행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죠. 교육과 실제가 따로인 상황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왜냐 하면 사람들의 근무태도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게 아니고, 또 본인이 교육받은 대로 새롭게 해보려고 한다면 그 조직의 문화 자체가 관례화돼 있기 때문에 좀 더 생소하게 되거나 이상하게 바라보거나 본인 스스로도 적응하기 힘든, 어떻게 보면 교육의 효과가 낮아지지 않는가. 결국 이런 것이 개선되려면 우리 사회가 갖는, 또는 어떤 조직이 갖는 전체 분위기가 바뀔 때만이 효율성이 높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박인규 : 공무원 사회의 분위기를 말씀하셨는데, 관료들은 사실 위계질서가 있고 윗사람이 시키면 아랫사람은 당연히 따르는 게 유능한 공무원이라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공무원이라 하더라도 변화하는 사회에서 제대로 된 대민 서비스를 하려면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사람들이 대접받아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항변도 있는 것 같은데 실제 분위기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일방적이고 수직적이다. 그런 지적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백종섭 :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모든 기관장들이 처음 부임할 때는 소신껏 일하라. 소신껏 일하다가 과오를 범한 경우에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구조조정 상황이 발생하거나 인원감축 문제가 발생하거나,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결국은 소신껏 일했는데 과실을 범한 사람들이 선정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들은 괜히 열심히 일해서 철퇴 맞느니 편하게 좋게 가는 것이 유리하다, 이런 문화가 확산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특징이 아닌가. 그렇게 봅니다.
박인규 : 무능공무원 3% 퇴출제는 그런 분위기를 바꾸는 데 일조할 수 있을까요?
백종섭 : 좀 있겠죠. 사실 어느 조직이든 보면 가끔 컴퓨터를 갖고 장난하거나 또는 언론매체를 보는 시간... 물론 길진 않겠지만 그런 게 있고, 또 업무가 폭증되지 않으면 잠깐 쉬는 문화는 있긴 합니다만. 사실 이런 퇴출제도가 우리 사회에 어느 정도 확산돼 나가면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무사하게 근무해서는 자칫 자기 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는 데에는 상당한 효과를 보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국제경쟁력이 상당히 낮은 편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백 교수님 보시기에 혹시 외국 사례에서 우리나라 공무원 사회가 배워 와야 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백종섭 : 세계경제포럼에서 매년 각 국가의 경쟁력을 발표하고 있죠. 2006년 우리 국가경쟁력은 24위로 나타났는데 공공부문의 경쟁력은 47위로 평가했습니다.
박인규 : 민간은 잘하는데 공무원이 문제가 있다, 그런 거네요?
백종섭 : 그런 것도 있고 국가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괜찮은데 공공부문이 민간부문보다 사실 떨어진다는 취지가 되겠죠. 그런 것들이 우리 사회로 하여금 공무원 사회가 좀 더 무능하다는 평가를 내리는 나름의 근거도 되긴 합니다만, 사실 소신껏 일하고 소신껏 일한 것에 대해서 과오가 발생한다면 그것을 문책하지 않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만 공무원들도 열심히 일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그런 게 계속 반복되다 보니까 복지부동이나 무사안일로 흐르는 풍토가 쌓여 가는 것이죠.
박인규 : 책임을 지나치게 묻는 것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오히려 소신있게 일한 사람에 대해서는 책임을 좀 덮어주는 일이 필요하다. 백종섭 교수님께서는 한국인사행정학회장도 맡고 계시고 우리나라 사회, 특히 공무원 사회의 움직임을 많이 봐 오셨을 것 같은데 이번 무능공무원 퇴출제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뭔가 창의적인 일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대안이랄까 조치.... 생각하신 게 있다면 마무리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백종섭 :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무사안일주의, 혈연 지연주의, 관대한 문화가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그 결과로 평가장치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고 그 결과로 부메랑 또는 자업자득처럼 이런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공직사회가 좀 더 전문가가 대접받고 능력있는 사람이 대접받고 경쟁력 있는 공무원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사회로 나가야 될 것 같습니다. 아울러 능력있는 공무원이 우대받는 조직문화가 뿌리를 내려야 되겠고. 무엇보다도 관대한 것을 근절하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우리 사회문화가 자리를 잡아야겠습니다. 아울러 우리는 가끔 우수한 사람, 또는 능력있는 사람을 질시하는 측면이 내재돼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탈피해서, 공정한 평가로 인해 우수한 사람에게 보상이 주어진다면 그것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고 칭찬하고, 본인도 거기 동참하려고 하는.... 우열을 인정하는 사회가 됐으면 참 좋겠습니다. 특히 많은 제도가 있습니다만 그 제도를 운영하는 우리 사람들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함으로써 결국은 많은 병패와 문제점을 낳고, 그래서 그것을 일시에 개선하려고 좀 더 악수를 두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 우리 사회인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온정주의보다는 공정한 경쟁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객관적 평가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신데,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무능공무원 퇴출제가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객관적인 평가, 공정한 경쟁을 위한 제도적 틀을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백종섭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한국인사행정학회장을 맡고 있는 대전대 행정학과 백종섭 교수를 초대해 최근 공무원 퇴출제가 확산되고 있는 배경과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대안들이 필요한지 말씀 나눠봤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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