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카라카스에서 차베스와 1시간 정도 단독인터뷰를 가진 월터스의 그같은 평가는 미국과 베네수엘라는 물론 라틴권 국가 언론들 사이에 뜨거운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월터스는 '20/20'프로에서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미친 지도자, 석유를 등에 업은 포퓰리스트(인기영합주의자), 독재자 등의 평가를 받고 있는 차베스는 열성적이고 지적이며 위엄이 있는 지도자"라고 평가하고 "중남미 민중들과 베네수엘라 빈민들의 빈곤을 추방하기 위해 수년 동안 열성적으로 각종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월터스는 또 차베스가 부시 대통령을 왜 그토록 싫어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고 (부시가 아닌) 새로운 지도자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관계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차베스의 대미 전략 가운데 가장 강력한 무기인 석유공급 문제에 대해 월터스는 "차베스는 미국이 자신을 살해하려 한다고 믿고 있다"며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하는 등의 변수가 생기지 않은 한 차베스는 미국에 석유공급을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월터스는 이어 지난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때 보여준 차베스의 인도적인 구호활동과 미 북부지방 빈민들을 위한 난방유 공급 등을 예로 들면서 차베스는 미국을 좋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부시가 싫을 뿐이라는 얘기다.
다음은 차베스와 월터스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16일 미 ABC 방송, 18일 베네수엘라 국영 텔레비전 방송)
월터스 : 최근 부시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확장을 노리며 중남미를 순방했고, 당신은 사회주의 전파로 맞대응을 했는데 승자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차베스 : 누가 이겼느냐고? 내 생각에는 새로운 시대다. 나는 민주주의와 사회주의가 서로 충돌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의 사회주의는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민중이 소외된, 엘리트만을 위한 보수적인 민주주의와 대립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남녀 모두가 자유를 누리며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하기를 원한다. 자유와 평등, 이것이 민주주의 아닌가. 굳이 정의하자면 민주사회주의 혹은 사회민주주의라고 설명하고 싶다.
월터스 : 내가 만나보니 대통령께서는 아주 지적인 분인데, 왜 미국의 대통령을 향해 악마, 얼뜨기(바보), 주정뱅이, 살인자 등의 악평을 하는가?
차베스 : 내가 유엔에서 그를 악마라고 했다. 또한 다른 장소에서는 얼간이라고 한 것도 사실이다. 이유는 그가 중남미나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만일 그게 지나친 언사였다면 사과할 용의가 있다. 하지만 누가 더 인류에 해를 끼치는 인물인가. 내가 그를 향해 악마라고 평한 게 그에게 무슨 해를 끼쳤는가. 그러나 미국 대통령은 수많은 나라들을 침략해 인명피해를 주었다. 이라크 침략시 무차별한 폭격으로 무고한 양민들이 피해를 입은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나는 이런 참상들을 고발하기 위해 다소 강한 어조로 비난을 했을 뿐이다. 그들은 나를 향해 독재자, 인권유린, 포퓰리스트 등의 비난을 하지 않는가?
나는 클린턴 전 대통령과는 직접대면을 했고 서로 진지하게 통화를 하는 등 양국이 당면한 현안들에 대해 합의를 했던 편이었다. 하지만 부시가 들어서면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그들은 쿠데타를 일으켜 나의 축출을 시도했고, 나를 납치하기까지 했다. 또한 그들은 나를 살해하려고 했다. 물론 그들의 이런 시도는 실패하기는 했지만….
월터스 : 만일 상황이 바뀐다면 부시 대통령을 베네수엘라로 초대할 의향은 없는가?
차베스 : 결코 없을 것이다. 나는 최근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해 그를 '정치적인 시체'라고 평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대통령 직에) 오래 머물러 있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그의 당선은 미국 국민들이나 전세계인들에게 불행한 일이었다. 차기에는 올바른 인물이 당선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베네수엘라와 미국은 빈곤퇴치와 의료협력, 마약밀매 근절, 세계평화를 위한 대화와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대통령과는 그런 대화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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