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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을 중심으로 사회경제적 개혁에 앞장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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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생을 중심으로 사회경제적 개혁에 앞장설 것"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3/19] 참여연대 김민영 신임 사무처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그동안 낙천낙선운동을 주도하며 권력감시운동을 벌여 온 참여연대가 올해 대선에는 직접적인 참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진보, 보수 양 진영 시민단체들이 계획 중인 직접적인 대선참여 대신에 유권자 정책제안 운동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요, 그동안 일부 시민단체들이 정파적으로 편향되거나 권력화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으며 시민운동 위기론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만, 이제는 시민단체들이 정치적 이슈보다는 민생현안에 중점을 두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참여연대 김민영 신임 사무처장을 초대해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참여연대의 입장과
우리 사회에서 시민단체의 역할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참여연대 김민영 사무처장 입니다.

김민영 사무처장은 1967년 전남 목포 출생으로 90년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했고 95년부터 참여연대 정책실에서 상근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정책실장, 사무국장, 시민감시국장, 권력감시 담당 협동 사무처장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또 2003년 정치개혁시민연대 사무국장과 2004년 총선시민연대 사무처장을 역임했고 이번달부터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맡고 있습니다.

박인규 : 우선 사무처장 되신 것 축하드리구요. 이번달 초부터 맡으신 거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민단체라고 할 수 있는 참여연대의 실질적 책임자가 되셨는데 아마 기쁨보다는 어깨가 무거우실 것 같아요. 한 인터뷰를 보니까 밤잠을 못 주무신다던데, 보름 일해보니 어떻던가요?

김민영 : 역시 좀 버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과거에 박원순 변호사나 김기식 사무처장이 사무처장 역할들을 해오셨는데요, 저 같은 경우 거의 무명의 활동가다 보니까 과거의 그런 사무처장들이 갖고 있었던 사회적 신망이나 역량 면에서 상당히 좀 부족하죠. 다만 참여연대가 지난 13년간 쌓아 왔던 공신력을 훼손하지 않고, 민생문제 등 새로운 사회적 요구에 맞춰서 참여연대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박인규 : 신임 사무처장에 취임하시면서 참여연대의 활동방향의 대강을 밝히셨는데, 지금 잠깐 민생문제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씀하셨고, 시민 곁으로 가겠다고도 말씀하셨어요. 참여연대의 활동방향이 조금 달라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들도 있던데요?

김민영 : 네. 두 가지가 올해 참여연대가 주력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과제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민생문제. 또 하나는 그동안 위를 바라보는 운동, 즉 권력기관과의 싸움에 주력해 왔다면 보다 시민들의 공감과 참여 속에서 이뤄 나가는 운동을 하고자 하는 생각입니다. 특히 올해 대선이 있는 해고 한미FTA 등 사회적인 현안들이 큰데, 이런 문제에 있어서 참여연대는 민생을 중심으로 사회경제적 개혁분야에 앞장서는 운동단체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박인규 : 권력기관과의 싸움보다는 시민과의 공감대 확산에 주력하겠다. 이런 건 어떻게 보면 지난 13년간의 활동에 대한 반성에 기초한 건가요?

김민영 :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2000년 낙선운동을 전후로 해서 시민운동이 상당한 사회적 영향력을 얻게 됐고, 보다 좀 잘 가다듬어진 정책을 내놓으면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그것을 수용하거나 혹은 반응을 보이는 방식의 활동에 굉장히 익숙해져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다 서민 대중의 삶의 현실 속에서 우러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직접 살펴보거나 함께 느끼는 활동에 좀 소홀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구요. 그런 현장에서 발굴된 의제를 사회적으로 풀어 나가는데서도, 그동안 잘 정리된 문건을 만드는 쪽에 힘을 쏟아 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는 온라인에서나 혹은 오프라인에서 보다 많은, 다수의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운동의 방식과 형식 자체에 좀 더 힘을 쏟아서 공감대가 큰 운동을 해보자는 생각입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그동안은 어떻게 보면 주어진 문제를 관찰하기 위해서 권력과 싸웠다면 이제는 문제가 무엇인지 좀 국민 속으로 내려가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는데요. 아무래도 올해는 대선이 있기 때문에 시민단체들의 향배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데, 이번에 올해 운영방향을 말씀하시면서 언론보도를 보면 참여연대가 직접적인 참여를 하지 않겠다, 정치 중립을 선언했다고 하던데 맞는 말입니까?

김민영 : 다소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참여연대가 주축이 됐던 낙선운동 때문에, 참여연대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활동에 주력해 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사실 94년 참여연대가 성립된 이후 8번의 선거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 딱 두 번 2000년과 2004년 총선 과정에서... 기준이라고 하는 게 부패정치인들을 두고 볼 수 없다 하는, 부패 정치인 퇴출을 위한 전개했던 것이고. 나머지 6번의 선거 과정에서는 주로 국민들에게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가를 정리해서 그것을 후보들에게 제안하거나, 그것을 기준으로 한 정책검증운동을 해왔습니다. 사실 그동안 해왔던 일을 이번 대선에서도 열심히 하겠다. 다만 선거가 되면 후보자 중심으로 활동하지 않으면 언론의 주목을 받지도 않았고 국민적으로 알려지지도 않았죠. 올해는 조금 더 열심히 해서 보다 많은 유권자들이 이런 시민운동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 좀 더 힘있는 운동을 해보자는 결의를 다지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동안 선거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것은 오히려 예외적인 것이었다.

김민영 : 아주 특수한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겠죠.

박인규 : 하지만 이번 대선을 보면, 뉴라이트 같은 쪽에서는 정권교체가 목표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고, 창조한국미래구상 같은 데서는(시민단체로 봐야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독자적인 대통령 후보를 내겠다면서 오히려 정치 과정에 더 개입하는 것 같은 양상인데 그런 흐름에서 보면 참여연대는 약간 예외적인 것 같네요...

김민영 : 그런 어떻게 보면 정치적 목적을 전제로 한 사회단체들의 활동과 참여연대가 같이 가긴 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오히려 국민들이 요구하는 정책이 무엇인지를 아래로부터 끌어올리는, 즉 대선에 있어서 국민의 요구가 주된 관심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이라든지, 후보들이 내놓은 간판공약을 따지는 운동을 주로 하고자 합니다. 정치적 목적을 분명하게 띠는 단체들은 그 나름의 역할을 하겠지만 다른 많은 시민단체들은 아마도 이런 정책 관련 활동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인규 : 후보자들의 정책 제안을 검증하고 유권자들이 정책대안을 낼 수 있도록, 유권자 정책제안운동, 또는 정책정밀검증운동을 하시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이 가능할까요?

김민영 : 돌아보면 유권자가 제기하고 싶고 듣고 싶은 이야기보다는 후보자가 내놓는 공약을 중심으로 선거의 주요 이슈가 형성되지 않습니까? 이걸 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7% 성장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게 과연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런 부분이 분명히 제기돼야 합니다. 단순히 경제성장이 이뤄진다고 해서 국민의 삶의 질이 나아지지는 않는다는 게 과거 선거 이후 과도기를 보면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인데요, 이런 부분을 제대로 따지는 일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어떻게 집값을 낮추고 일자리를 늘릴지, 이렇게 보통의 생활인들이 느끼는 문제를 핵심적인 의제로 만드는, 이런 활동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유권자들이 선거를 자기의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고 그런 생각들을 하나로 모아내는 시민단체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게 아니냐는 생각입니다.

박인규 : 현장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제대로 전달하겠다. 이건 사실 정치인까지도 갖고 있는 생각이고. 민생경제 말씀도 하시고 현장 투어도 다니는데, 사실 현장의 애로사항이 뭔지, 진짜 문제가 뭔지를 끌어내는 게 말만큼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혹시 구체적으로 시민들, 국민들의 어려움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 같은 게 있으신지...

김민영 : 저희도 모색하고 있습니다만, 아마도 이해 당사자들이 선거 과정에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가령 지금 전국 대다수 도시에 대형할인마트 때문에 영세 자영업자들이 몰락해 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형 할인마트가 하나 생기면 재래시장이 10개씩 줄어든다는 통계도 나와 있는데, 이 분들의 목소리는 정치권 안에서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즉 이런 이해 당자사들이 자신의 요구를 대선 과정에 끌어낼 수 있도록 이해 당사자들과의 적극적인 연대, 혹은 그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약간 다른 얘긴데, 성급하긴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그런 식으로 밑으로부터의 목소리에 치중하신다고 한다면, 사실은 참여연대가 존재를 알린 것이 2000년, 2004년도의 낙천낙선운동이었는데, 조금 성급한 질문이지만 내년에는 그런 걸 안 하시기로 생각하시는 건가요?

김민영 : 내년 총선에 과연, 과거 2000년 2004년에 부패한 정치인을 몰아내자는 국민적 합의과정이 있었다고 보고, 그런 것이 2008년 총선에서 똑같이 일어날까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입니다. 오히려 부패 정치인 퇴출운동보다는 다른 형태의 사회경제개혁에 꼭 필요한 일들을 선거의 쟁점으로 만드는 올해 대선과 마찬가지의 활동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건 참여연대의 구성원들과 여러 형태의 논의 과정을 통해서 결정될 일이죠.

박인규 : 그렇다면 자칫하면 이제 참여연대에서 권력감시, 부패감시 운동을 안 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그 부분은 어떻게 됩니까?

김민영 : 물론 지난 10여 년 동안의 참여연대의 활동이 권력형 부패, 정치부패와의 싸움의 과정이었습니다. 이게 특정 집단이 권력을 독점하면서 자연스럽게 권력형 부패가 사회에 만연하고 이것을 어떻게 시민의 힘으로 척결해낼 수 있는가에 많은 힘을 기울여 왔는데, 어쨌든 지난 10여 년의 과정에서 부패방지법도 제정하고 부패정치인 퇴출운동도 일종의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권력의 민주화나 투명화를 강화하면 자연스럽게 국민의 삶의 질이 나아지는 거 아니냐... 하는 부분들이 나름의 착각 아니었나 싶습니다. 즉, 권력의 투명화나 책임성을 강화하는 부분은 그 자체 운동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 사회가 97년 IMF이후 벌어져 온 양극화 문제를 결코 시민운동이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하구요. 대중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시민운동이 본격화 돼야 한다는 고민을 사실 2,3년 전부터 참여연대 내부에서도 꾸준히 문제제기가 돼 왔고 합의가 이뤄져 온 부분입니다. 그런 활동을 해나가려고 하고 있고. 다만 권력감시 운동도 보다 새롭게 제기된 과제들에 좀 더 결합돼서 입체적으로 진행돼야 하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합니다. 예컨대 저희들이 국회나 행정부, 사법부를 모니터하고 있는데,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입법과정이 과연 민생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느냐는 관점에서 모니터를 하겠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들이 주거 문제를 굉장히 많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 의정활동을 꼼꼼히 따져 보면 다주택 보유자나 건설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습니다. 이런 것들을 국민이 제대로 알 수 있게 모니터 결과와 실명을 공개하고 그것을 국민들과 함께 생각해 보는 활동을 하려고 하고 있고. 행정감시 영역에서도 주로 건설업계나 재벌들 눈치를 보거나 이해만 대변하는 관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정책실패, 서민을 외면한 정책집행 등에 대해서 제대로 모니터해서 실명을 공개하는 활동, 이런 식으로 권력감시운동도 우리 사회경제의 개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좀 전환해 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고, 이미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권력감시의 중점이랄까 방향이 좀 달라지는 거군요. 민생과 관련해서 하겠다. 지금 말씀하셨지만 속된 말로 '민주화가 밥먹여 주냐', 두 차례의 민주정부를 겪었지만 별로 좋아진 게 없더라. 이번 대선에서는 오히려 어떤 사람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것이냐, CEO형 정치인이 좋다는 얘기들도 있고. 지난번 대선까지는 민주화라는 게 선거의 중요한 쟁점이었는데 이번에는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참여연대에서는 이번 선거의 의미랄까,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김민영 : 정치적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쓰는 게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수 대중의 삶의 질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고 있는데요, 각 후보들이 내놓고 있는 정책이 실제로 대중의 삶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 여기 초점을 맞추려고 하고 있구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단순히 경제성장이냐.... 과거 미국 선거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문제는 경제야'라고 한 표현을 했는데...

박인규 : 이 바보야.. 라고 했죠.

▲ ⓒ프레시안

김민영 :
실제로는 단순히 경제가 아니라 대중의 삶의 질이라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모든 정책이나 공약이 대중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건 여러 각도로 분해해 보고 따져봐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예컨대 한반도 대운하 같은 경우에도, 혹은 7% 성장론과 같은 경우에도 그게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해명해 주지 못한다면 그건 유효한 공약이라고 할 수 없다는 거죠.

박인규 : 잠깐 방금 들어온 속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한나라당 대권 후보 중 한 명이었던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가 오늘 오후 2시 반 백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서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하셨습니다. 탈당을 하셨군요... 앞으로 대선 판도가 상당히 요동칠 것 같습니다.
계속 말씀을 이어가 보도록 하죠. 김대중 정부 이후에 시민단체들이 말하자면 청와대나 집권 여당과 정치적 지향이 비슷하다고 해도 이중대론이란 말도 들었고, 어떻게 보면 시민운동으로서는 상당히 손해도 본 것 같아요. 김대중 정부 이후로 시민단체의 위상이 많이 떨어진 측면도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민영 : 우리 사회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는 게 시민단체라고 한다면, 그런 개혁에 적극적인 정당의 특정 정책이라든지 이런 부분에서 함께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죠. 그런데 이게 단순히 어떤 특정 정당에 종속된 단체라고 하는 표현이라면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구요. 예를 들어 주택값 안정과 관련해서는 민주노동당이나 열린우리당과, 저희 참여연대 같은 경우에도 정책적인 협력을 합니다. 반면에 정부가 이번에 국민연금 개정안을 들고 나왔었는데 이 부분은 굉장히 국민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혜택은 적게 돌아가는 개정안입니다. 그 경우네는 한나라당이 내놓은 국민연금 개정안이 굉장히 훌륭하다고 저희들은 판단했었고 그런 면에서 한나라당과 정책적 연대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단체라고 하면 중립적이라는 표현보다는, 정치적으로 독립돼 있고 다수국민의 이해를 대변하면서 정책적 영역에서 여러 정당과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고 비판할 부분은 비판한다고 이해하시는 게 좋을 거라고 봅니다.

박인규 : 오히려 나름대로 독립성을 지켜 왔다.
최근에 노무현 정부의 성패에 대해 논란도 많고 진보논란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참여연대도 어떻게 보면 진보적 시민단체로 분류되고 있는데, 최근에 진보논란을 보시면서 우리 사회의 나아갈 바에 대해서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어떤 느낌을 갖고 계시는지 궁금하네요.

김민영 : 최근에 진보논쟁이라고 하는 게 선거 때 무엇을 할 거냐는 문제로 좁혀져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하구요. 큰 틀에서 보면 우리 사회의 향후 10년, 20년의 미래를 대선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결정할 거냐, 그런 부분에서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면 의미 있는 논쟁 아닌가 싶습니다. 크게 보면 우리 사회가 신자유주의적인 개혁 과정에 들어가 있고, 신자유주의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흐름들과 반대하는 그룹들로 대별되고 있다고 진보와 보수의 논쟁지점에서 그렇게 나뉘어지는 게 아닌가 싶구요. 보수적 진영에서는 미국식 사회경제체제를 수용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미래다라고 판단하고 그것을 아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죠. 그렇다 보니 한미FTA도 찬성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미국식 경제 체제라고 하는 게 규칙통화라고 하는 달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체제다. 그리고 미국싞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대안적인 사회체제는 굉장히 많다고 생각하는 게 진보 측의 흐름이라고 한다면, 한국에 적합한 대안사회체제를 어떻게 만들래 하는 부분에서 저는 진보가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아직 그것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이런 논쟁이 전개되고 있는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특히 고용 없는 성장이나 비정규직만 양산되는 성장에 대해서 명확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자는 제안에 국민 다수는 동의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되면 진보에도 미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이번 대선에 대한 액션플랜보다는 좀 더 큰 대안사회가 무엇인지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
참여연대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표적인 시민단체인데 몇 분들이 일하고 계신지 규모랄지, 하시는 일이 뭔지 좀 소개해 주시죠.

김민영 : 참여연대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1만 명의 회원들. 회원들이 내주시는 재정적 후원으로 버티고 있고. 크게 보면 상근하면서 활동하는 40여 명의 활동가가 있고 비상근으로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을 자원봉사하고 있는 200여 명의 비상근 전문가들이 있고. 이외에도 일주일에 몇 시간이라도 나와서 자원봉사를 하는 많은 분들이 참여연대의 주된 활동의 동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크게 보면 권력감시운동의 영역에서 의정감시센터, 사법감시센터, 행정감시센터 같은 권력 3부를 모니터하는 단위가 있고. 사회경제운동을 위해서 민생희망본부나 사회복지위원회, 노동사회위원회, 시민경제위원회 같이 사회경제영역을 다루는 활동기구가 있고. 조금 작게 평화운동을 하는 평화구축센터, 국제연대위원회 이렇게 10여 개의 활동기구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박인규 : 40여 명의 상근 위원과 만 명의 회원이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을 수 있는데, 거의 정당에 못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너무 참여연대의 활동망이 넓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김민영 : 물론 그런 내부적인 논의는 굉장히 많이 합니다. 초기에는 권력감시운동, 국회나 사법부, 행정부에 치중하는 시스템을 짜고 있었는데 사회적 변화에 따라서 시민운동이 요구받고 있는 바가 많기 때문에 그 영역들을 차츰 넓혀온 것은 사실입니다. 향후에는 조금 더 전문화 된 형태로, 각각의 영역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나가자. 이런 모색들을 하고 있고 그런 게 성공한다면 조금 분화된 형태의 참여연대가 여럿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박인규 : 김민영 처장은 대학 졸업 후 약 5년 동안 참여연대의 정책실에서 12년째... 거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당시만 해도 사회문제에 대부분 관심있는 분들은 노동운동을 하셨는데, 참여연대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김민영 : 저도 대학을 졸업하고 사실 노동현장에 가서 노동운동을 몇 년 해봤습니다만, 저한테 잘 안 맞는다는 결정을 내렸구요. 그 이후 뭔가 실사구시적인 운동이 필요한 거 아니냐, 사회를 구체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운동이 필요하다는 고민을 하면서 참여연대에 들어오게 됐고, 그런 문제의식은 여전히 13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소 추상적인 운동보다는 굉장히 구체적이고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개혁을 이끌어내는 운동단체로 참여연대가 만들어졌고 여전히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시민단체.. 참여연대의 전성기라고 할까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2000년 낙선운동이었을 것 같은데, 저도 언론에 있었지만 이거야 말로 언론이 해야 될 일인데 시민단체가 했다. 그런 말도 있었고. 대략 2004년이 되면서 그 당시보다는 동력이랄까 신선도가 떨어지면서, 그때가 또 시민운동이 시작된 지 10년 됐고, 그러면서 시민운동이 전환을 해야 된다, 벽에 부딪혔다는 말이 나온 것으로 기억합니다. 김민영 처장께서는 시민운동을 10년 이상 하시면서 뭔가 방향을 바꿔야 될 때가 됐다. 그런 생각을 하시진 않는지 궁금하네요?

김민영 : 시민운동이 굉장히 다양한 형태의 조직들로 분화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요즘 개인민주주의라는 표현들을 쓸 정도로 굉장히 자유로운 개인들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일들을 삼삼오오 모여서 온라인이든 동호회 모임이든, 이런 형태로 소위 사회운동을 하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 큰 형태의 조직이 필요하냐라는 데에서 다른 평가들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어떻게 보면 그동안 활동을 통해서 큰 조직 형식을 갖고 있는 시민단체는 다양한, 다채로운 시민들, 개인들의 활동들을 지지하고 그들의 공간을 열어주는 형태의 역할을 보다 많이 수행해야 되는 거 아니냐. 그들과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것이 향후 시민운동에서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박인규 : 혹시 특정한 분야에서 특정한 문제를 가지고 일하는 시민운동 단체와, 우리 사회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참여연대와의 윈윈관계를 말씀하셨는데, 그런 실례 같은 게 있습니까?

김민영 : 저희 단체에서 한 건 아닙니다만 작년에 이뤄졌던 부동산 정책 관련해서, 온라인에서 아파트 거품빼기 네트워크라는, '아네모'라는 모임이 활발하게 움직였고, 그런 활동이 오프라인에 있는 경실련 활동과 맞아떨어지면서 시너지를 냈죠. 그런 활동이 전통적인 시민단체와 새로운 자율적인 결사체로서의 온라인에서의 공간들에서 활동하는 단체들과의 적절한 네트워크의 모습 아닌가 싶구요. 또 한편으로는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예를 들어 대형할인마트 규제와 관련된 주민들의 모임이 많이 있고, 열심히 하고 계신데 그들과 시민단체들이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서 사회경제적인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것도 아마 새로운 형태의 시민운동의 모습 아닌가 싶습니다.

박인규 : 시민운동도 분화, 다양화 되면서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고 있군요. 혹시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께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면 간단하게 해주시죠.

김민영 : 참여연대는 올해 민생의 문제를 중심으로 해서 서민의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운동을 전개해 보고자 합니다. 그동안의 운동이 다소 관성적이었다면 그런 반성들을 통해서, 어떻게 현장 속에서 운동을 일궈 나갈까를 아주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구요. 이런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필요한 것 같고,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인규 : 이제는 민주보다는 민생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참여연대도 우리 국민들의 삶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데 역할을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참여연대 김민영 신임 사무처장을 초대해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참여연대의 입장과 우리 사회에서 시민단체의 역할에 대해 말씀 나눠봤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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