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문화하면 떠오르는 도시들 미국의 뉴욕이나 영국의 런던, 프랑스의 파리를 꼽으실 겁니다. 수많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구경거리는 물론이고 각종 음악회와 공연 등 문화행사가 줄을 잇고 있는데요. 도시의 경쟁력은 곧 문화가 좌우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의 문화 경쟁력을 높이고 서울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서울문화재단'이 올해 최근 새로운 대표를 맞으면서 올해 사업추진 방향과 내용을 밝혔습니다.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문화의 질을 높이고, 시민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겠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서울문화재단 안호상 신임대표를 초대해 올해 출범 4년을 맞는 서울문화재단의 사업구상과 우리 문화의 현주소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서울문화재단 안호상 대표입니다.
안호상 대표는 1959년 충북 보은 출생으로 1984년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습니다. 같은 해 서울 '예술의 전당'에 입사해 공연기획부장과 예술사업국장을 역임했습니다. 토월 정통연극시리즈 '갈매기' '보이체크' '덕혜옹주' 등을 기획해 올해의 예술상과 동아 연극상을 수상했고, 이밖에도 호암예술상과 아사히 예술상 대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올해 2월부터 서울문화재단 신임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우선 늦었지만 2기 대표를 맡으신 걸 축하드리구요, 경력을 보니까 대학 졸업 이후에 예술의 전당에 입사하셔서 예술행정가로 그야말로 한우물을 파신 분이 서울문화재단 대표까지 되셨어요. 예술의 전당은 그래도 20년이 넘은 기관이라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서울문화재단은 2004년에 생겨서 아직 생소한 분도 많은것 같아요. 서울문화재단이 왜 생겼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을 해주시죠.
안호상 : 서울시의 문화정책, 문화행정, 문화적 지원사업들을 그동안 공무원들에 의해서 시행해 왔는데요, 이런 문화지원사업이나 문화예술정책이 좀 더 전문가들에 의해서 수립되고 시행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게 아마도 사회 전반적인 요구 아니었나 생각되고. 그런 과정 속에서 2004년에 서울시에서 서울문화재단을 만들게 됐습니다. 예술가들에게 예술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 지원금을 나눠준다든가, 또 그렇게 함으로써 결국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고 좋은 예술가들이 시민들한테 봉사하고 시민들을 행복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고 보면 되겠죠.
박인규 : 작년 5.31 지방선거를 하면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신 분들 인터뷰도 했는데 많은 분들이 문화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또 하나는 생태였는데 오세훈 시장도 문화적 역량을 높이겠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어떻습니까... 오세훈 시장이 서울문화재단을 말하자면 지원해 주시는 입장이긴 합니다만, 오세훈 시장이 되면서 서울시의 문화에 대한 접근이랄까... 이전과 많이 달라진 게 있습니까?
안호상 : 역대 어느 시장님보다 오세훈 시장님, 민선 4기에 들어서 문화에 대한 관심과 강조와 실질적인 시각이 제일 구체적이고 강하지 않나... 전 그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특히 하드웨어적 측면보다 도시의 소프트웨어적 측면에 대한 관심이 우선 높고, 시민들의 행복 총량을 문화를 통해 증진시키자는 구체적 목표를 갖고 지금 일하고 계시기 때문에 앞으로 이쪽에서 많은 변화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박인규 : 서울문화재단이 2004년도에 생겼고 4년째를 맞기 때문에 아직은 걸음마를 하는 단체라고 보여지는데 안호상 대표께서 서울문화재단을 맡으시면서...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의 문화를 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광범위하다고 말씀하셨는데, 특별히 어떤 부분에 신경쓰고 집중하겠다 하는 분야가 있습니까?
안호상 : 특정 장르에 집중해서 일할 수는 없을 것이고, 먼저 크게는 서울시 전체를 저는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보고 일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각 지역, 문화적 특성을 가진 각 지역들의 성격을 조금 더 강화하는 쪽에 먼저 역점을 두겠다. 서울이 갖고 있는 문화적 콘텐츠들이 많습니다. 역사적인 콘텐츠, 북촌 마을이나 역사적 고궁 같은 유산들, 그 외에도 지역적인 콘텐츠들이 있거든요. 대학로, 인사동, 홍대앞, 이태원도 서울의 중요한 문화적인 한 블록이라고 봐야 되고. 그런데 이런 서울이 갖고 있는 문화적 콘텐츠를 시민들이 과연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느냐에 관심을 갖고. 그래서 저희가 서울시민들이 서울이 갖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 모습들을 좀 더 가깝고 친근하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재단이 나서서 뭔가 사업적으로 만들어내야겠다고 생각하구요.
또 지금 문화예술의 관심과 화두가 대체로 문화예술교육 쪽으로 많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건 여러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 건데 결국 미래의 예술관계 개발이라는 건 교육을 통해서 가능한 게 아니냐는 게 많은 연구의 결과로 나오고 있고, 그래서 지금 정부나 자치단체나 문화예술기구 등에서 교육에 대해서 다양한 관심을 갖고 있고. 특히 평소에 예술과 쉽게 접할 수 없는 소외된 취약계층에 있어서는 더욱 더 그런 교육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고. 또 예술교육이라는 게 어려서 취학 전, 초등학교 시절부터 가깝게, 생활 속에서 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 결국 나중에 예술에 대해 친근감을 갖고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보기 때문에 전문음악가나 미술가가 되기 위한 교육이 아니고 우리 삶 속에서 쉽게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도나 사업들을 재단이 좀 강조해서 펼쳐야 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서울문화재단의 1기 대표가 유인촌 대표였는데, 배우로서도 아주 유명하신 분이고... 유인촌 대표께서 지금까지 이뤄 놓으신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유인촌 대표와는 다르게 좀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안호상 : 유인촌 대표께서 재단을 성공적으로 출범시키셨죠. 저는 한 사람이 사회에 나와서도 결국 처음 출발할 때 6개월이나 1년의 그 사람의 많은, 긴 미래를 좌우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들을 하는데, 우리 문화재단에 처음 와서 느낀 건 그런 측면에서 아주 저는 만족스럽고, 또 개인적으론 행복하다,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아주 좋은 목표를 갖고 있고 좋은 직원들을 구성원으로 갖게 됐고. 또 재단으로서는 유인촌 대표한테 큰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해야지요. 왜냐 하면 아직도 서울문화재단 하면 많은 분들이 잘 모르지만 유인촌 대표가 계시던 데라고 하면 또 많은 분들이 알고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저희들이 많은 빚을 지고 있습니다.
박인규 : 서울의 문화적 콘텐츠를 개발하고 교육도 하고, 하실 일이 많을 것 같은데... 지금 서울문화재단에서 일하시는 스텝 분은 몇 분이나 되시고 예산은 어느 정도나 쓰고 계신지....
안호상 : 직접 재단의 일을 하는 직원이 한 42명 정도 됩니다. 또 그 밖에 서울시로부터 위탁 받아서 운영하고 있는 창동 열린극장이 있는데, 아주 중요한... 지역적으로 강북의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에서 뭔가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해보려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 그쪽에 직원이 한 10명 정도 있고. 그래서 전체적으로 50명 정도의 직원이 일하고 있고. 예산은 270억원 정도를 가지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서울시민이 1100만이라고 하는데, 270억, 50명이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천만이 넘는 서울시민들을 위한 문화지원, 문화사업을 하는 게 쉽진 않을 것 같아요. 혹시 올해의 중점적인 사업이랄까? 올해를 시민문화자치확산의 원년..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문화자치라는 개념이 뭔지 설명을 좀 해주시죠.
안호상 : 방금 말씀하셨듯이, 도 재원을 가지고 일한다는 건 아무리 많은 재원을 들여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그 재원을, 작은 재원이라 해도, 또 적은 인력을 가지고 어떤 일로부터 효과적인 분야를 찾아서 일하느냐. 그리고 그 작은 일이 더 큰 영향으로 사회에 확산될 수 있느냐. 그런 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또 일하는 방식에서 좀 더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우리 문화예술계 전체가 좀 더 빠른 시일 내에, 시민들의 욕구수준에 맞는 서비스가 가능하지 않겠느냐, 저는 그렇게 보고 있고. 그래서 지금까지 전문가들 위주의, 예술가들을 위한 지원 위주였고 또 그런 지원의 결정에서도 상당히 많은 부분이 관계전문가들 위주로 이뤄져 왔다면, 시민들의 직접적인 요구를 반영하는 쪽으로 앞으로 정책이 조금 방향을 바꿔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원방식에도 변화가 있어야 되고 예술단체를 선정하는 데서도 변화가 있어야 되고. 또 이뤄지는 공연이나 전시 등 문화예술활동의 평가도 시민의 입장에서 평가되고, 또 그런 단체들이 더욱 더.. 그래서 좋은 평가를 받은 단체가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되는 쪽으로 바꿨으면 좋겠고....
박인규 : 어떤 언론인터뷰를 보면, 안 대표께서 문화가 공급자, 전문가 위주다. 수요자나 소비자 위주가 돼야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말씀하시는 취지도 시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실은 천만이나 되는 시민들의 요구사항이나 문화에 대한 욕구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겠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안호상 : 그렇기 때문에.. 그 일이 어렵기 때문에 직접 수요자, 향유자의 요구가 무엇인지 하나로 정의할 수 없으니까, 좀 더 단위가 작은 어떤 매개, 중간에 있는 예술가들의 요구를 통해서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해 왔다고 보여지는데, 이제는 그런 방식에 대해서 시민들이 그렇게 만족하는 단계가 아니다. 직접적으로 시민들의 요구가 분출하고 있고 시민들이 자기가 주체, 주인으로서 참여하고 싶은 사회적 분위기가 강화되고 있죠.
그래서 직접 시민들을 저희가 하나의 의견표출을 시킬 수 있는 단체로 해서 의사결정을 하게 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만, 지금 서울시에 많은 자치구가 있고 자치구에 문화예술활동을 하는 문화예술회관이나 센터들이 있거든요. 그런 데를 통해서 요구를 수렴한다면 조금 더 직접적인 시민의 요구를 수렴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고. 또 사실 시민들의 요구라는 게 흐름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흐름을 파악하면 시민들의 요구를 아주 쉽게 가까이서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먼저 결정된 것을 시민들한테 공급하겠다는 생각이 아니고 시민들의 요구의 흐름을 잘 파악해서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좀 더 시민과 밀착된 사업들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문화예술계의 현안이라고 할까요? 양극화라고 해야 될지 빈익빈 부익부라고 해야 될지.... 이른바 잘 되는 전시장이나 공연장은 잘 되고, 작은 화랑이나 대학로 소극장은 어렵다. 말하자면 규모는 작지만 창조적인 역할을 하는 데가 좀 지원돼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불만도 있는 것 같은데 그런 부분에 대한 발굴 같은 것도 가능할까요?
안호상 : 재단의 입장에서는 그게 무척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서울의 전체적인 문화가 편중돼 있고 또 지역간, 장르간 편차가 심한 게 현실이거든요. 서울시 전체의 입장에서 일하는 재단의 입장에서는 제가 한 극장에서 일할 때와 큰.... 그 부분이 다른, 제가 관심을 가져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우선 저희들이 소극장과 화랑들, 이런 데를 좀 더, 제가 먼저 말씀드린 대로 지원하고 개발하고 이쪽의 문화적인 활동들이 결국 제대로 전달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사람들한테 문화적인 도시다, 문화적인 총량.. 이쪽에서 일어나는 문화적인 활동이 결국 시민들한테 제대로 전달된다면 서울시가 지금보다 훨씬 더 사람들한테 문화적인 활동이 풍부한 도시라는 걸 시민들이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아직 그런 것들이 좀 부족한 것 같아서, 우선 그동안 유인촌 대표께서 동숭동에 작은 극단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연습실을 만드는 지원활동도 하셨고. 또 인사동의 지역축제를 지원하는 일도 했고. 또 제가 앞으로 대학로에 연극인센터를 곧 설립할 예정입니다. 혜화동 동사무소 자리를 서울시에서 내 주셔서 공간을 금년 중에 내부시설을 리노베이션해서..
박인규 : 서울문화재단에서 돈을 대서 만든다.
안호상 : 예. 직접 저희들이 운영하고. 작은 소규모 극단이나 작은 극장들은 자기 스스로 마케팅이나 프로그램을 총체적으로 시민들한테 알리는 활동에 아무래도 소극적이거나 빈약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연극센터를 통해서 지역의 예술활동 전체를 하나의 패키지화 한다든가, 그래서 시민들한테 일목요연하게... 시즌별 아니면 연중 프로그램을 알게 하고 전체적인 공연을 좀 더 할인된 가격으로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서 쉽게 용이하게 볼 수 있게 하는 등의 활동을 지원하려고 생각하고 있고. 점진적으로 인사동, 홍대앞 이런 데의 활동들도 시민들한테 좀 더 효과적으로. 활동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시민들의 선택을 돕는 일이기 때문에 더 그런 쪽에서 좀 더 많은 일을 하려고 합니다.
박인규 :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많은 분들이 서울의 독특한 문화자원이야 말로 최대의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고 하시거든요. 혹시 한국의, 특히 서울의 독특한 역사적 전통이나 문화를 외국에 알릴 수 있는, 그런 나름대로의 복안도 갖고 계신가요?
안호상 : 저희들이 금년도.. 우선 3월 25일, 넷째 일요일을 '문화는 내 친구'...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을 '문화는 내 친구'에 참여하는 나들이의 날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 프로그램 중에 숭례문에서 광화문까지 걸어가면서 서울의 역사나 건축물, 살아있는 이야기 등을 영어로 안내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엄청 뜨겁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외국회사에 근무하는 분들, 대사관 직원들 등의 반응이 뜨거워서 신청자를 지난주에 받았는데 순식간에 다 마감이 됐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 프로그램을 좀 더 확대할 생각이고, 이런 걸 통해서 서울이 갖고 있는 문화적 모습, 역사적 모습들을 부각시키자. 그런 것들이 이런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통해서 외국에, 자기 본국에 퍼져 나가게 될 거고. 또 이런 상품이 한두 개 더 늘어나게 되면 하나의 상징적인, 서울을 이해하는 문화상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매월 마지막 일요일에 서울의 중요한 문화유산들을 외국인들에게 영어로 소개해 준다. 그게 3월 25일에 처음 시작된다. 앞으로 계속 확대가 되겠네요. 기대를 해보겠습니다.
약간 개인적인 질문도 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예술의 전당에서 21년간 예술행정가로 한우물을 파시다가 서울문화재단 대표까지 되셨는데, 대학에선 정치외교학을 전공하셨어요. 어떻게 정치학을 하시다가 예술 분야의 행정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됐는지 참 궁금하네요.
안호상 : 저도 대학 다닐 때까지 그렇게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은 아니에요. 한 예로, 그 당이 신문이 8면이 나왔는데 그 중에 두 면이 문화면이었습니다. 저는 늘 어떻게 문화가 8면 중에 두 면 씩이나 차지하느냐, 이만큼 문화의 비중이 높으냐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사실...
박인규 : 문화가 뭐길래.... 그러셨군요.
안호상 : 예. 그런 입장이었는데 예술의 전당에서 처음 일을 시작한 건 84년인데, 우연히 우리나라 최초의 예술행정요원을 뽑는다는 공고가 있었고. 또 그 안에 문화 콤플렉스를 만들고 대형 예술센터를 만드는데 국내에 그런 예술 전문가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새롭게 사람을 충원해서 훈련시켜서 이 공간이 개관돼서 운영을 시작할 때 그 안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공고를 보고 뭔가 마음이 끌려서 지원을 했는데.... 입사시험을 볼 때 예술상식문제가 났는데 잘 쓰지도 못했습니다. 몇 문제 쓰지도 못했는데, 기회를 갖게 됐고. 일을 시작하면서 막연했고. 또 설계를 막 시작하던 시점이었어요. 한쪽에선 부지를 매입하고 있고. 건축가들이 이 공간을 뭐에 쓸 거냐, 소위 스페이스프로그램을 만드는데 구체적으로 무대 뒤 리허설 룸은 몇 개를 둬야 되고 사이즈를 어느 정도 규모로 해주는 게 좋고 분장실 몇 개를 만들어야 되느냐...., 이런 요구들을 계속 해오는데 저희들이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가 없고.
박인규 : 나도 잘 모르겠다.
안호상 : 예. 저도 모르겠고, 또 밖에 다니면서 이쪽 분야의 기존에 일하셨던 많은 분들에게 여쭤 보는데 그 분들도 확신이 가는 답변을 주시는 데가 없고, 그러다 보니 제가 자꾸 혼자 고민을 하게 되고. 또 이런 비슷한 공간을 운영한 해외의 사례들을 나름대로 조사하게 되고. 그러면서 조금씩 더 많은 관심이 생겼고 또 그러다 보니 애정이 생겼고. 그 후에 만들어진 예술의 전당이라는 시설이 너무나 방대하고 엄청나서, 그 공간을 그냥 둬서는 도저히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뭔가 그 일에 사명감을 갖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예술행정이라는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것을 20여 년 전부터 닦아 오신 셈인데, 지금 뉴욕이나 파리, 런던에 비교하면 물론 우리가 아직은 떨어지겠습니다만, 20년 전에 비해서는 예술행정이 많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예술행정 분야에서 이런 부분이 좀 부족하다고 느끼신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안호상 : 많은 부분 아직 저희가 부족하구요. 특히 아직 출발선상에서의 개념이 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역시 예술행위가 시민과 만나게 하는 것이 어떤 예술공간, 전시장이 됐든 공연장이 됐든 박물관이 됐든 이런 공간의 역할인데, 그런 공간이 시민들한테 좀 더 용이하게 쉽게 친숙하게, 또 효과적으로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이런 활동들이 공연장이나 박물관 등 예술공간에서 일어나야 되는데, 그러려면 많은 해외의 공연장들이나 문화공간들의, 경험에 의해서 축적된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방식이 있습니다.
박인규 : 공간 자체는 부족하지 않다고 보시나요? 공간의 친숙도나 접근도에서 많이 떨어진다는 말씀이신가요?
안호상 : 예. 그런 측면에서 저희가 제도적이로 시민들을 맞이하는 방식에서, 문화공간, 활동들이 시민들한테 다가가는 방식에서 근본적으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왜냐 하면 80년대 성장의 결과 지금 우리 시민들의 문화욕구는 엄청난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고 저는 이해하고 있는데, 그런 팽창하는 욕구를 안내해 주는 책임이 그런 문화공간 운영자들한테 있는데,
박인규 : 할 일이 많다... 서울시민들에게 문화를 향수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주기 위한 서울문화재단의 신 대표를 맡으셨는데 앞으로 3년 동안의 임기가 있으십니다. 앞으로 3년 동안 어떤 식으로 끌고 가겠다... 그런 본인의 철학이랄까요? 그런 걸 마지막으로 말씀해 주시죠.
안호상 : 저희가 많은 사업을 통해서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구요. 중요한 서울시의 시민들을 위한 재단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있는데, 아직 제가 시작해서 먼저 제 포부를 강조해서 말씀드리는 건 그렇지만, 문화적인 매개기관이거든요. 활동을 하는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또 그 지원이 시민들한테 제대로 전달되게 하고. 또 그 활동이 시민을 향해서 이뤄지게 하고 예술가의 활동이나 예술단체의 활동이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 이뤄지기보다 결국 늘 끊임없이 시민들을 향해서, 시민들의 욕구를 향해서 뭔가 만들어지도록 하는, 그런 방향을 바꾸는 일을 근본적으로 먼저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 하는 일 중에 지원사업이 제일 중요하고 제일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예술가들을 통해서 문화적인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향설정을 먼저 해야 되겠고. 또 한 가지, 이런 시민들의 문화에 대한 욕구나 필요가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다는 걸 예술가들, 예술단체가 빨리 피부로 인식할 수 있는 활동들을 저희가 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양쪽의 필요를 서로 정확하게 인식하는 가운데 많은 중간에서의 활동이 일어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예술 현장에서 20여 년간 닦아 온 예술행정능력이 잘 발휘돼서 서울시의 문화 수준이 한 단계 높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서울문화재단 안호상 신임대표를 초대해 올해 출범 4년을 맞는 서울문화재단의 사업구상과 우리 문화의 현주소에 대해 말씀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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