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인터넷과 지식 그리고 춤추는 돈
□ 실체(entity)는 디지털인가 아날로그인가 ?
아날로그(Analog)라는 말을 넘어 디지털(Digital)이라는 말이 범람합니다.(1) 사람들은 아날로그는 구시대의 유산이고 디지털은 새로운 시대의 총아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디지털이라고 하면 모두 "더 선명하고 명확한" 것으로 인식하여 그것이 사물의 실체로 가는 것처럼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 디지털과 아날로그 |
좀 어려운 개념이기는 하지만, 사물의 존재 그 자체의 속성은 연속성(Continuity)을 본질로 하고 있습니다. 칸트(Kant)는 사물의 존재 자체를 '물자체(物自體, thing itself)'라고 했습니다.(2) 그런데 문제는 이 '물자체(사물 그 자체)'를 우리의 감각기관으로 정확히 인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는 초음파(ultrasonics wave)도 들을 수 없고 일정한 크기 이하는 눈으로 볼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인간은 세상을 이해하고 내일을 설계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감각의 한계 내에서 사물의 실체에 도달하기 위해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최대한 '비슷하게(analogously)' 실체를 묘사하려 합니다. 그래서 사물을 묘사하는 방식으로 아날로그적인 방법을 선택합니다. 아날로그(analog)의 원래의 의미는 '비슷하다(類似)' 또는 '서로 닮았다(相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사물의 본체는 실존적으로 보면, 도달할 수 없지만 최대한 비슷하게 묘사해내는 형식이 아날로그입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아날로그란 전압이나 전류처럼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물리량을 표현하기 위해 연속적인 그래프 또는 그림의 형식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디지털(digital)은 다릅니다. 0과 1이라는 신호 체계로 구성됩니다. 물론 반드시 0, 1에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원래 디지(digit)이라는 말은 수를 의미합니다.(이 부분에 관해서는 다른 장에서 구체적으로 해설하겠습니다.) 즉 연속적이 아니라 단절적이고 계수적(計數的, numerical)인 것이 디지털입니다. 이런 숫자들을 토대로 사물의 실체에 도달한다 ? 이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1980년대 제가 대학 다니던 시절에 컴퓨터 공학과(당시는 전산학과)의 친구에게 가면 재미있는 그림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흑백 또는 보라색 잉크의 다빈치(Leonardo da Vinci)의 모나리자(Mona Lisa) 그림들이 여기저기 버려져 있곤 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그림은 0과 1 또는 기호나 숫자로만 그려진 것입니다. 그래서 가까이서 보면 형편이 없습니다. 모나리자의 눈을 상상할 수가 없었고 부드러운 손도 숫자로 그려져 있으니 슬그머니 짜증도 납니다. 아름다운 모나리자는 온데 간 데 없고 이상한 숫자들이 배열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 묘사입니다. 특이한 것은 이렇게 프로그램화되면, 언제 어떤 때라도 똑같은 그림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무언가 미래에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예감이 있었죠.
▲ 아날로그 모나리자와 디지털 모나리자 |
어쨌든 그 때만 해도 디지털 기술은 그런 정도의 수준이라고 보면 됩니다. 차라리 희미하더라도 미술책에 있던 모나리자 그림을 복사하는 것이 훨씬 더 나았습니다. 그런데 불과 20년이 되지 않아 디지털 기술은 고도화되었습니다. 이제는 작은 PC 하나에 올림픽 운동장에 쌓아올린 책의 내용을 다 담을 수 있는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미술책의 그림을 복사하는 아날로그 방식으로는 도저히 따라가기 힘든 시대입니다. 그림을 복사하는 것은 복사기 상태나 미술책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고 갈수록 더 희미해지지만 디지털화되면 언제 어디서나 항상 같은 모습으로 묘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디지털 방식으로는 그 속성상 결코 연속성을 본질로 하는 '물자체(thing itself)'에 접근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아마 그저 끝없이 '물 자체'에 가까이 가려할 것이고 이것을 누군가 끊임없이 실체라고 우리를 협박하려 들 것입니다. 무섭고도 놀라운 일입니다.
(1) 인터넷(Internet)의 등장
지금 우리는 인터넷 없는 세계를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공간이 소멸한 느낌입니다. 그러나 인터넷은 탄생부터가 정치적입니다. 인터넷은 1960년대 미국과 소비에트러시아(소련)간의 극심한 대립기에 국방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시도된 것입니다. 인터넷은 미국이 소련의 위협을 이겨내기 위해 전쟁 발발에도 정보의 손상이 없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당시 미국 과학재단이 5개의 슈퍼 컴퓨터센터(Super Computer Center)를 서로 연결하여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려 한 것이죠. 1970년대에는 이것을 국제적으로 연계하려고 하였고 비로소 인터넷이라는 말이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1973). 1980년대에는 도메인 네임 시스템(DNS : Domain Name System)이 만들어졌고(1984) 1990년대에는 인터넷의 세계화 · 대중화가 폭발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인터넷 혁명은 소수의 기술적 천재들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이들을 흔히 '기술의 신(Technical Wizards, 기술의 마법사)'이라고 합니다. 인터넷이 성립된 과정은 이들의 인터넷을 향한 노력과 일치합니다. 즉 ①<인간-컴퓨터 공생(Man-Computer Symbiosis)>을 집필하여 초기 인터넷의 비전(vision)을 제시했던 릭라이더(Licklider), ② 하이퍼텍스트(hypertext) 개념을 처음 구상하였던 엥겔버트(Douglas Engelbart), ③ TCP/IP를 개발해낸 빈튼 서프(Vinton Cerf), ④ 하이퍼텍스트를 이용해 월드와이드웹(WWW)을 제안했던 팀 버너스리(Tim Berners Lee), ⑤ 웹 브라우저를 제안했던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 등이죠. 이 과정에서 인터넷 소사이어티(ISOC: The Internet Society)가 설립됨으로써 무정부 상태의 인터넷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1992). 1990년 중반 이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비즈니스가 본격화되기 시작합니다.
▲ 인터넷의 선구자 릭라이더 |
이후 빈트 서프(Vinton Cerf)는 컴퓨터가 통신망을 타고 데이터를 주고받기 위한 규약(네트워크 세계의 언어와 문법)을 만듭니다. 팀버너스 리(Timothy John Berners Lee)는 월드와이드웹(WWW : world wide web)을 디자인하여 여기에 무한한 사이버 공간을 만들고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은 사이버세계에 1등 항해사로 불후의 작품인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Netscape Navigator)'라는 웹브라우저(Web Browser)를 제안합니다. 쉽게 말해서 페이지도 없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이버 데이터나 문서만 있는 상태에서 그것을 찾아가기 쉽도록 한 것이 마크앤드리슨이죠.
▲ 인터넷 기술의 신들(엥겔버트, 서프, 리, 앤드리슨) |
이 같은 수많은 천재들이 인터넷의 시대를 여는데 공헌했습니다. 여기에 개인용컴퓨터(PC : personal computer)를 대중화시킨 빌게이츠의 역할도 뺄 수 없겠지요. 게이츠는 개인용 컴퓨터의 운영체제(OS)를 개발하고 이것을 보기 쉽고 알기 쉬운 아이콘(icon)으로 만들어서 전 세계가 PC 왕국이 되는데 큰 기여를 합니다.
여기서 잠시 현대 기계(Machine)의 제왕인 컴퓨터를 기점으로 하여 인간의 역사를 보는 색다른 분석을 해보고 넘어갑시다.
인간의 역사를 구분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시스템(system)의 관점에서 인간(Human)과 기계(Machine)를 구성요소로 보는 경우, 매우 재미있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고대 노예 사회일 경우에는 ① 인간(주) - 인간(종) 시스템[H-H system], 산업사회는 ② 인간(주체) - 기계(객체) 시스템[H-M system]입니다. 현재까지도 이 같은 시스템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점진적으로 ③ 인간∙기계 퓨전(Fusion : 융합) 시스템[HM system]을 거쳐 ④ 기계(주체) - 인간(객체)의 시스템[M-H system]이 곧 나타나리라 생각됩니다. 이 기계가 주체가 된 사회가 가지는 위험한 속성들을 묘사한 것이 유명한 영화 <터미네이터(Terminator)>입니다. 기계에 종속된 인간의 모습이 너무 적나라하고 처참하기까지 합니다. 우리의 미래 모습이 장밋빛 화원이 아닐 것 같아서 두렵군요.
다행히 아직까지는 컴퓨터가 인간과 분리되어있어서 인간 - 기계 시스템의 일부이지만 장기적으로 인간의 몸속으로 컴퓨터가 들어와서 인간 - 기계의 퓨전 시스템으로 갈 가능성이 크므로 미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정말 걱정스러운 것은 인류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저개발국들의 사람들입니다.
참고로 인터넷은 internet이 있고 Internet 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차이를 한번 생각해보신 적은 있습니까? 하나는 대문자로 시작하고 다른 하나는 소문자로 시작하고 있지만 internet 속에 Internet이 있습니다. 대문자로 표시된 인터넷(Internet)은 미국 국방부 고등연구 계획국(ARPA에서 DARPA)에 의해 개발된 TCP/IP라는 프로토콜을 써서 전용의 통신회선에 의해 상호 접속한 컴퓨터 네트워크를 총칭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소문자로 표시한 인터넷(internet)은 네트워크와 네트워크를 연결한다는 의미로 사용된 개념으로 'network of networks'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소문자로 시작하는 인터넷(internet)은 네트워크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모든 전화망이나 컴퓨터 네트워크를 모두 포괄한 말이 됩니다.
(2) 데이터(data)에서 지식(knowledge)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지식사회 또는 지식정보화사회, 정보 지식 사회 등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어떤 말이 반드시 틀렸고 어떤 말이 맞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개념적으로 정리가 필요한 말입니다. 먼저 정보를 계통적으로 이해해 보도록 합시다.
데이터(data)란 현실세계에 대한 관찰이나 측정을 토대로 수집한 사실이나 값(value) 뿐만 아니라 개념, 명령 등을 인간이나 자동기계가 통신해석 처리하기에 적절한 자료형태로 표시한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데이터란 어떤 형태이든 유용성을 가지기 위해 특정한 사실이나 관찰의 결과에 대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정리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보(information)는 이 데이터를 원재료로 하여 생성되는 것입니다. 데이터가 정보가 되는 과정은 ① 대개는 데이터를 특정한 목적에 맞게 가공함으로써 정보가 생성됩니다(예를 들면 만두의 판매량으로부터 시기적인 판매량의 변동을 파악할 수 있도록 시간적으로 배열한다든지 하는 것). 그러나 ② 데이터의 주체가 매우 중요한 존재일 때 데이터 자체가 정보가 되기도 합니다(가령 제가 광화문에 가봐야 정보가 안 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광화문에 가면 매우 중요한 정보가 되지요). 경우에 따라서 ③ 주변의 상황(circumstance)에 따라서 데이터가 정보가 되기도 합니다.
정보는 데이터를 원재료로 하여 처리하여 가공한 결과물로서 특정 목적에 부합할 경우 가치를 가지게 됩니다. 정보가 가치를 가지려면 새롭고, 타당해야하고 온전해야합니다. 쉽게 말해서 6하 원칙에 맞추어서 제대로 구성되면서도 새로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정보는 바로 돈(money)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정보들 가운데서 '정보를 생산하는 정보(information producing information)'가 있는데 이를 지식(knowledge)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좀 어려운 말로 '확장성(expansibility)'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중력(gravity) 때문에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면 기름이나 우유, 돌멩이도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겠죠. 물론 사람들에 따라서 정보나 지식을 다른 각도에서 정리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다만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지식을 살펴보았습니다.
(3) 지식사회인가 정보지식사회인가?
현대에 갈수록 지식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식경영이라는 말도 사용합니다. 지식경영(knowledge based Management)이란 기업이나 조직 내의 인적 자원들이 축적하고 있는 개별적인 지식을 체계화하여 공식화함으로써 경영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기업이나 조직이 보유한 자원(Resources)은 크게 ① 유형자산(Tangible Assets), ② 무형자산(Intangible assets) 등이 있는데 이 무형자산들 가운데 기업 구성원들이 가진 지식은 ① 형식적 지식(Explicit knowledge : 외형적으로 공식화할 수 있는 명확한 지식), ②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 : 공식화하기 힘든 개별적인 지식) 등으로 나누어질 수 있습니다.
지식경영에서 말하는 지식이란 단순히 인적 자원이 가진 지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전체의 지적 자산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개념으로 지적자산 전체를 관리시스템 하에 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암묵적 지식이란 공식화 또는 매뉴얼(manual)로 만들기 힘든 것인데 그조차도 경제 체제 아래서 관리하겠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국가적으로 확대된 것이 바로 국가지식경영이죠.
▲ 지식사회의 출현에 따른 패러다임의 변화 |
이제 정리합시다. 지식은 정보보다도 진화된 개념이죠? 따라서 지식사회라는 말로 모든 것이 충분히 커버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 지식정보화사회 또는 정보지식사회라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4) 돈이 이상해요
요즘 돈(money)이 이상합니다. 돈이 돈 같지 않습니다. 신용카드나 인터넷을 이용한 거래가 발달해서 인지 도무지 돈에 대한 감각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물건도 함부로 사고 은행돈도 쉽게 빌리는 것도 돈에 대한 불감증 때문은 아닐까요?
경제학에서 말하는 돈(money) 즉 화폐란 정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화폐는 일반적으로 교환의 수단(Medium of Exchange), 지불수단(Means of Paying), 계산의 단위(Unit of Account) 등의 용도로 사용됩니다. 그래서 돈은 지불의 수단(Means of Payment)이자 후일에 소비하기 위해 일단 숨겨두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전문적 용어로 구매력(購買力)의 일시적 은신처(Temporary Abode of Purchasing Power)라고도 합니다.
케인즈(Keynse)는 화폐를 유동성(Liquidity)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화폐 개념의 폭을 확장합니다.(4) 유동성이란 어떤 자산을 다른 자산으로 교환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나 적은가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현금은 유동성이 100%지요. 즉 어떤 비용도 들지 않고 바로 그 액수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견해에 따르면 증권, 주식, 국채, 부동산 등도 화폐죠. 책상이나 가재도구도 화폐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사용하고 있는 낡은 허리띠나 칫솔도 화폐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바로 현금화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뿐이지요.
그렇다면 현금이 최고의 화폐인가요? 반드시 그렇진 않죠. 국가부도나 전쟁이 나서 인플레이션(inflation)이 심한 나라에서 현금은 집안에 있는 쓰레기통보다 못한 화폐일 수도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오랫동안 물건(commodity)들이 오늘날 현금처럼 사용되었습니다. 이를 상품화폐(commodity money)라고 합니다. 그리고 물건들 가운데 보다 일반적인 교환 수단이 될 수 있는 쌀(rice)과 같은 곡물이 주요 화폐가 되었는데 이를 대표 상품화폐(Representative commodity money)라고 합니다. 그러다가 지폐의 등장 및 불환지폐의 시대를 거쳐 이제 예금 화폐, 신용화폐가 나오더니 디지털 시대가 되어 드디어 전자화폐(e-Money)가 등장합니다.
지금 우리는 지폐(종이돈)를 신나게 사용하고 있지만, 화폐의 역사에서 보면 혁명적 사건입니다. 종이에다 멋있는 그림만을 그려두고 돈으로 사용하라니 충격적인 일이 아닙니까?
긴 세월 동안 사람들은 화폐가 그 자체가 '가치 있는 상품'이어야 하고(교환가치가 있을 것), 사람들이 누구나 좋아하고 널리 알려져 있을 것(known to everybody), 이동이 쉬울 것 (easy to carry), 내구성이 강하고 동질적일 것, 분할이 쉽고 계산이 가능할 것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에 가장 합당한 것이 금(gold)과 은(silver)이었습니다.
현대 사회에 와서도 이 같은 생각은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특히 무정부성(無政府性)을 본질로 하는 국제사회에서 나라의 수만큼 화폐가 있는데 그것을 객관적으로 담보하는 기준은 사실상 금(gold)이었습니다. 적어도 1971년 8월 15일 미국의 닉슨(Nixon) 대통령이 금태환(gold convertibility)의 중지를 선언할 때까지는 말입니다. 즉 이날 이전까지 적어도 공식적으로 미국은 1달러를 발행할 때마다 금 1달러어치를 은행에 예치를 했다는 것입니다. 베트남 전쟁과 이른바 '위대한 사회 건설'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복지정책으로 재정이 파탄이 날 때까지는 말입니다.
바로 이 날부터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고 그저 위인들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는 종이 조각을 화폐로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보증하는 것은 각국 정부의 중앙은행뿐이었습니다. 이전에는 금과 연계된 국제통화인 달러를 기준으로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든지 자국의 돈이 달러와 연계되어있고 각국의 정부가 이를 보장해주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국제화폐(international currency) 즉 기축통화(key currency)가 되려면, ① 신뢰성(confidence)과 ② 안정성(stability) 이 있어야하고 ③ 공급과 수요가 커야 합니다. 이 조건을 제대로 충족시킬만한 준비된 국제화폐는 달러말고는 없었던 것이죠.
그런데 세계는 경제학자들만큼 크게 충격을 받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금태환의 중지가 선언되고 20여년도 되지 않아서, 각 나라에서는 자국 위인들의 초상화로 그려진 종이 조각(현금화폐)를 비교적 잘 관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프랑스, 영국 등은 이것을 기회로 하여 자기 나라의 돈의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하여 세계는 다극화되기 시작합니다. 정치도 자연스럽게 다극화(multipolar system)로 갑니다. 흥미 있는 일이지만 화폐가 다극화되면서 정치도 다극화됩니다.
미국의 위기가 이 나라들의 기회였던 것이죠. 각국 정부는 자국의 필요에 따라 화폐를 무제한적으로 발행할 수도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 당장에 나타날 수 있는 것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inflation)입니다. 이후 세계는 항상 인플레이션의 위협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리고 영국, 프랑스, 일본, 독일 등과 같이 주요국이 아닌 나라들은 이들 주요 국가들의 화폐에 연계하여 화폐정책을 운용해야하는데 이것이 또 문제였습니다. 왜냐하면 이들 나라들의 경제여건이 부실해지면 이내 환투기(換投機, exchange speculation)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죠.(5) 결국 미국의 금태환 정지 선언(1971.8.15) 이후에 세계는 항상 인플레이션과 환투기 등에 시달릴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돈은 단순히 돈이 아닙니다. 돈은 일종의 국체(國體)이기도 합니다. 어떤 나라의 돈이 가치가 있으면 그 나라 국민들도 자부심(national pride)을 가지게 되고 돈이 가치가 없으면 국민들의 자부심도 달아납니다.
돈은 추상적인 가치(value)를 구체적인 가격(price)으로 표현할 수 있는 주요한 매체(도구)입니다. 인플레이션(inflation)이 심한 사회에서는 사람들의 마음도 다급해지고 디플레이션(Deflation)이 심한 사회에서는 사람들의 마음도 우울해지고 피로해집니다.
만약 돈에 대한 신뢰감과 신비감이 없어지고 단순히 정부가 강압적으로 이 돈에 대한 가치를 강요하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들은 상당한 가치관의 혼란도 동시에 오게 됩니다. 돈이 돈같지 않으니, 빚을 져도 빚을 진 것 같지 않아 갚는 것도 깊은 의무감을 못 느낄 수도 있겠지요. 또 돈도 같은 돈이 아니라 인기가 있는 것도 있고 인기가 없는 것도 있으니 참으로 난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치 기준이 사라진 거죠.
(5) 이상한 화폐의 세상 : 춤추는 돈(Dancing money)
인터넷이 세계적인 하드웨어가 되자 돈이 춤추기 시작합니다. 인터넷 게임의 도구들이 돈이 되고, 각종 전자 상품권이 정신없이 나타납니다. 인터넷뱅킹(internet banking)도 이에 크게 한몫을 합니다. 전자화폐(e-Money)가 본격적으로 나타납니다. 이것은 가뜩이나 허약해져 있는 실물경제(real economy)에 대한 감각을 더욱 떨어뜨립니다.
전자 화폐(e-Money)를 제대로 설명하기는 아직은 힘듭니다. 크게 보면, 여러분들이 사용하시는 신용카드(credit card)나, 교통카드도 전자화폐이고 인터넷 게임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전자화폐고, 여러분들이 은행의 벤딩 머신(vending machine, 단말기)를 이용하여 송금하는 것(EFT, electronic funds transfer : 전자 자동 결재 시스템)이나 인터넷으로 송금하는 돈도 전자화폐화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충전식 교통카드도 전자화폐의 일종입니다. 교통카드에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집적회로(IC) 반도체가 들어있어 버스나 지하철의 판독기에 이 카드를 대면 요금을 스스로 계산해냅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만 쓸 수 있는 사이버 머니(cyber money)를 받아서 가상공간에 저장해 놓은 것도 전자화폐입니다. 그래서 크게 보면 앞의 것을 IC칩(chip) 형 전자화폐라고 하면 뒤의 것은 네트워크(network)형 전자화폐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자 화폐(e-Money)란 개념적으로 전자적인 방식에 의해 거래되는 화폐(IC칩형)로 인터넷상에서 사용 가능한 디지털화된 화폐(digitalized money, 네트워크형)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특히 네트워크형은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통용될 수 있는 것으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종이 화폐나 동전과 같은 기능이 네트워크상에서 구현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순수하게 전자화폐라고 하면, 분할이 용이하여 소액결제도 가능한 것을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IC칩형 전자화폐(예를 들면 교통카드)는 사실상 우리가 사용하는 신용 카드와 모양이 유사하여 혼동하기 쉽습니다. 신용카드는 은행을 거쳐야 하고 돈거래에 비용도 많이 들어 청소년들처럼 신용카드를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은 인터넷상에서 거래를 하는데 문제가 있죠. 그래서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컴퓨터 상에서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IC 칩 형 전자화폐는 신용카드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여러 면에서 다릅니다.
신용카드는 한 달에 한 번씩 모아서 나중에 결제하지만 전자화폐는 미리 일정액의 돈을 저장해 놓은 뒤 물건을 살 때마다 저장해 놓은 돈을 꺼내 쓰는 방식입니다. 즉 신용카드(credit card)는 후불(後拂)로 외상(credit) 거래인 셈이고, 전자화폐는 선불(先拂)이죠. 신용카드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만 발행해주지만 전자화폐는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죠.
▲ 칩형 전자화폐와 신용카드의 형태 |
무엇이 이리 복잡합니까? 맞습니다. 화폐가 유동성이라는 개념을 가지면서도 엄청난 개념의 혼란이 있는데 돈이 이렇게 춤을 추고 있으니 일반인들이 화폐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설 리가 없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려면, 꼭 알긴 알아야 하는데 정신이 없군요.
그러나 이렇게 복잡한 전자화폐를 쉽게 이해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이들 간의 유사점(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문제점 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 전자화폐들의 공통점(유사점) |
▲ 전자화폐들의 차이점 |
▲ 전자화폐들의 문제점 |
돈이 이렇게 영역을 무한히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돈은 해킹(Hacking)에 의해 단 몇 초 만에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이제 돈은 현금 자산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기술(Technology)과 연계되어 나아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기존의 경제·경영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합니다. 화폐 이론 자체에 대한 회의가 발생합니다. 도대체 돈이 무엇입니까?
원래 화폐란 그 자체가 '가치있는 상품'이어야 하고(교환가치가 있을 것), 사람들이 누구나 좋아하고 널리 알려져 있을 것(known to everybody), 이동이 쉬울 것 (easy to carry), 내구성이 강하고 동질적일 것, 분할이 쉽고 계산이 가능할 것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합니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범용성(汎用性, generality) 즉 누구라도 사용이 가능한 것이라야 합니다. 그런데 신용카드를 포함해서 전자화폐에 이르기까지 화폐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철저히 기술적 기반 하에서만 존립할 수 있는 이상한 세계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물론 신용카드(Credit card)의 등장이 시작이기도 합니다. 이 신용카드는 1894년 미국에서 처음 제작되었지만 우리가 쓰는 것과 같은 신용카드는 한국에서는 1980년대 중반부터 제대로 사용된 것입니다. 신용카드는 거래의 안정성을 보장해주고 세계적으로 가장 일반적인 결제 수단으로 법적 제도적인 문제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신용카드의 성격은 소액 결제에 부적당하고 카드 발급이 철저히 제한되었다는 점에서 기존의 화폐 개념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
이제 다시 화폐문제로 돌아갑시다. 좌파 경제학이든 우파 경제학이든 경제학 패러다임과 관련하여 보면, 화폐이론에 있어서 여러 가지의 큰 이론적 위기들이 발생하였습니다.
첫째, 화폐가 가진 보편적인 성격인 범용성, 평등성이 사라지고 화폐의 계급성과 계층성이 강화되었다는 점입니다. 원래 중산층에서 보편화된 신용 카드는 사실상 현대 귀족의 상징이었습니다. 비록 이것이 중산층 나아가 서민층까지 확대되고 있지만 원천적으로는 귀족성(nobility)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를 전후로 이 신용카드 제한을 풀면서 사단이 나고 말았습니다. 신용 카드의 성격상 절대로 함부로 발급하면 안 되는 것인데 말입니다. 즉 당시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신용카드가 가진 귀족성을 무시하고 대중화하였는데 그 결과는 매우 참담하였습니다. 이것 또한 한국의 가계부채의 급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말았습니다. 화폐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정책을 수행하다보니 참담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지요.
둘째, 화폐가 정보기술에 종속성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 점은 이전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간의 역사에 있어서 화폐가 기술요인에 의해 좌우된 적은 없기 때문입니다.
전자화폐를 구성하는 요소는 IC 카드를 이용하거나 전화와 PC 등의 단말을 이용한 전자 뱅킹, 인터넷 기반의 네트워크상의 전자 거래(EC) 등인데 이와 관련된 시장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고객과 판매자가 새로운 카드와 카드판독기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판매자들이 신뢰할 만한 수준의 결제서비스가 제공해야합니다. 그리고 전통적인 화폐방식의 결제처리와 결합되어야하는 보다 심리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즉 사람들이 돈을 돈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전자화폐 특히 네트워크(network) 상의 화폐들은 돈이라기보다는 마치 선물(gift)이나 보너스(bonus)같은 느낌도 드니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회 전반적으로 공짜 심리가 만연하기도 합니다.
전자 화폐가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① 화폐의 위조 또는 복제를 막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고, ② 소액결제를 지원할 수 있도록 단순하고 저렴하면서, ③ 구매자와 판매자가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았을 경우도 결제처리가 가능해야합니다. 그런데 이 같은 조건들을 충족하자면 ① 위조를 막고 한 번 이상 사용되지 못하게 하는 특별한 하드웨어 기기를 이용하는 디지털화폐 공급업체의 존재, ② 디지털화폐 제공업체는 현재 유통되고 있는 모든 화폐의 일련번호들이 저장된 화폐서버의 관리 등이 전제되어야 하겠지요. 이 같은 일련의 기술진보가 일어나면 화폐의 모습이 어떻게 될 지 무서운 생각도 드는 군요. 돈이 돈 같지 않으면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요?
셋째, 전자화폐에 대한 거래와 거래 방식은 기술적으로 상당한 위기나 문제점들을 야기시킬 수 있습니다. 2002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전자거래법에서 '전자거래'란 "재화나 용역의 거래에서 그 전부 또는 일부가 전자문서에 의해 처리되는 거래(제1-2조)" 라고 하는데 이 때문에 현재 급증하고 있는 비구조적이고 비정형화 된 거래에 대한 처리문제가 발생합니다. 아마도 상당히 오랜 기간은 유추해석(類推解釋, analogical interpretation)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나아가 전자적 거래로 성립된 전자 문서가 과연 증거 능력을 가질 수 있는지도 장기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입니다. 전자 문서는 누구나 쉽게 고칠 수가 있어 변조(變造)가 쉽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문서들을 계약 당사자가 일일이 서명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거래가 이미 세계화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만약 해커들이 전자화폐에 대한 거래에 심각히 개입하면 이 또한 언젠가는 리먼브라더스(Lehman Brothers Holdings, Inc.) 사태와 같은 파국이 올 수도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계약 문서가 성립되려면 ① 물리적 물체표시, ② 물리적 형태의 문자나 부호로 표시, ③ 문서작성 의도 표시, ④ 증거용 서명첨부 등이 있어야 하고 이 때문에 계약서라는 것은 ① 물리적으로 분명한 형태를 가질 것[유체성(有體性)], ② 눈으로 볼 수 있을 것[가시성(可視性)], ③ 서류의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판독성(判讀性), ④ 서류가 영구적으로 보관될 수 있을 것[영속성(永續性)]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증거 능력을 가지는 것인데 전자문서 자체는 이 요건들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넷째, 부동산을 포함하여 우리가 아는 전통적인 화폐(traditional currency, traditional money)를 제외하고도 돈이 너무 다양화되어있습니다. 각종 게임 사이트의 아이템(item)은 물론 각종 전자 상품할인권, 인터넷 구매 후 적립되는 각종 포인트(point), 각종 사이버 머니(cyber money) 등 실질적으로 화폐로 분류할 수 있는 돈들이 너무 많이 산재해있습니다. 그리고 이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돈들은 인터넷 기술과 정보라든가 검색능력에 따라서도 사람마다 천차만별이 됩니다. 정보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더 많은 화폐를 공급받을 수 있고, 인터넷이나 IT와 거리가 먼 사람들은 화폐 공급이 불가능합니다. 좀 어려운 말로 하면 화폐 공급 시장(supply market)이 여러 층의 구조로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죠. 재미있게도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도 화폐의 공통성이 사라져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선진국의 사이버 머니들이 후진국에는 아예 없기도 하여 결국은 각국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위인 초상화 종이조각(종이화폐)을 기준으로 하여 거래가 성립되는 환경이 되는데 이 종이화폐 조차도 기준점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화폐들의 전쟁(war of money)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서로 서로 기축 통화(key currency)가 되려고 안달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보면 차라리 '구관이 명관(舊官名官)'으로 미국의 달러(dollar)가 기축통화가 되도록 매달리는 것이 현명할까요?
▲ 세계의 화폐들 |
다섯째, 화폐가 사람들의 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거래들이 인터넷뱅킹 등을 비롯한 전자적 거래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돈이 돈 같지 않으니 돈 귀한 줄을 모르고 마구 소비하면서도 또 그 돈 때문에 너무 많이 시달리고 있습니다. 돈은 계속 허공에 춤추고 있습니다. 사이버 월드(cyber world)를 포함하여 주변 세상에 각종 돈들이 산재하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경기는 계속 침체하고 있습니다. 화폐가 이렇게 춤추면, 우리들 정신도 이에 덩달아 춤추게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가치관도 함께 춤추게 되어있습니다. 미래는 더욱 심각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신용카드의 제한이 풀린 이후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한국인들의 근검절약 정신은 사라진 지 오랩니다. 즉 한때 경기를 살리려고 신용카드를 무제한적으로 발급하자 사람들이 외상거래에 맛을 들여 돈 무서운 지를 모르고 함부로 소비하는 패턴이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요즘 한국의 각종 마트(mart)나 백화점에 가보면 아찔합니다. 사람들이 하나같이 상품들을 산더미같이 한가득 쇼핑카트를 몰고나오는 것을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른 당연한 결과겠지만 화폐에 대한 수요와 공급 이론도 불가피한 변화가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과연 경제학이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수용하여 따라갈 수 있을 지가 걱정입니다. 제가 보기엔 좌파든 우파든 기존의 경제학은 이를 포기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새로운 시작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새로운 화폐 금융이론이 연구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필자주석
1. 일반적으로 아날로그의 세계는 디지털 세계의 모태로 자연과 물질(원자)의 세계이고 디지털은 비트(bit : 0과 1로 이루어진 데이터의 최소 단위이자 정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의 세계로 보고 있다. 과연 디지털의 모태가 아날로그인지 아니면 디지털은 사물에 대한 인식을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추진한 방식인지에 대한 검토는 계속 필요하다. 컴퓨터의 등장으로 아날로그 세계가 디지털로 전환되고 있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아날로그 콘텐츠들(analog-contents) 모두가 디지털 콘텐츠(digital-contents)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디지털-아날로그의 본질에 대한 접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인식(recognition)에 대한 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바로 이 점에서 칸트(Kant)의 물자체(物自體, thing itself) 개념이 필요한 것이다.
2. 칸트는 한 번도 경험과 '물 자체(사물 그 자체)'와의 관계에 대한 그의 생각을 뚜렷하게 규정한 적이 없었다. 그는 현상(외부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서의 경험을 논하였다. 그는 오직 현상에 대해서만 선천적 종합인식을 가질 수 있는바, 이것은 현상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정신의 활동이 아무것도 구성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그는 사물들 그 자체를 과학을 통해서 인식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와 같이 그의 말의 많은 부분은 경험되지 않은 외부의 대상과 경험되는 현상을 갈라서보는 로크의 이원론(二元論)으로 되돌아감을 시사(示唆)하지만, 칸트가 로크의 이원론을 지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에 대하여 헤겔(Hegel)은 칸트의 상정을 거부하고, 세계 밖에 절대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 그 자체가 절대라고 하여 일원적인 설명원리로서의 관념론을 집대성하였다. S.P Lamprecht(램프레히트)『서양철학사』(을유문화사, 1996).
3. "J.C.R. Licklider" The History of Computing Project. thocp.net. July 8, 2001. Retrieved August 7, (2011).
4. 케인즈는 화폐의 수요(demand of money)를 유동성 선호(Liquidity preference)라고 하였다. 즉 우리가 화폐를 가지고 있으면 언제나 필요에 따라 다른 재화나 서비스를 쉽게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케인즈는 이 같은 화폐의 성질을 물에 비유하여 유동성(Liquidity)이라고 한 것이다. 즉 물은 둥근 컵에 들어가면 둥글게 되고 네모난 그릇에 들어가면 사각형이 되듯이 어떤 형태든지 자유롭게 성질을 바꿀 수가 있다.
5. 환투기란 외국환시세, 즉 환율의 변동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용하여 금리차(金利差) 또는 환차익(換差益)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외국 화폐의 매매거래를 말한다. 환투기가들은 환율이 상승할 것이 예상되면 외국환을 매입하고, 하락할 것이 예상되면 매각한다. 그래서 환율이 예상대로 변동하면 그만큼의 이익을 보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손해를 보게 된다. 환투기는 선물환거래(先物換去來)와 연계하여 환율에 중대한 교란을 일으킬 수도 있고, 투기대상국의 통화를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조작할 수도 있으므로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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