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지향의 정치세력화를 표방하고 있는 '전진코리아'의 창립대회에는 한나라당 경선 불출마 가능성 높게 점쳐지는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와 중도개혁세력의 대통합을 강조하는 구(舊)여권의 인사들이 모여 외형상으로는 마치 '중도세력 통합'의 예고편을 방불케 했다.
이날 서울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 열린 창립대회에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함께 한나라당 원희룡, 고진화 의원, 열린우리당 김성곤, 김부겸, 임종석 의원과 민주당 김종인 의원, 국민중심당 신국환 대표가 참석했다.
손학규 "새로운 정치질서 출현 위해 준비할 때"
손 전 경기도 지사는 이날 창립대회에서 전진코리아 회원들의 환호 속에 첫 번 째 축사를 맡았다. 경선 불참 가능성이 짙어진 그가 당 밖의 정치세력과 손을 잡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법한 대목이다.
손 전 지사는 '전진 코리아의 시대정신과 손 전 지사의 구상이 일치하느냐'는 질문에 "묵묵부답, 오늘은 할 말이 없다"며 대답을 피했다. 축사를 마치고 행사장을 빠져나갈 때에도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 속에서도 얼굴에 미소만 띄운 채 '묵언'으로 일관했다.
또 손 전 지사는 이날 '21세기 동서포럼' 초청 특강에서는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 반면 창립대회에서는 '전진코리아'와의 정치적 해석을 우려해서인지 오로지 '축사'만 했다.
그러나 손 전 지사는 이날 축사에서 "무능한 진보는 이 사회를 더 이상 책임질 수 없고 마찬가지로 수구보수도 역사를 더 이상 책임질 수 없다"며 "이제 우리는 새로운 정치질서의 출연을 당위성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전진코리아'와 일맥상통하는 정치적 지향을 드러냈다.
그는 또 "이는 단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당연히 올 것이며 새로운 정치질서 출현을 위해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원희룡 의원도 '전진코리아'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원 의원은 창립대회 사전행사로 열린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가해 "'전진코리아'는 정치의 판을 바꾸는 문제를 제기한 것 같다"며 "정치와 국민 사이에서 개방적이고 건설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정파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진코리아'도 손 전 지사 등과의 연대 가능성을 폭넓게 열어뒀다. 이들은 '2007년 사업계획'에서 "기존 정치권의 한나라당, 범여권 내 우리와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세력과의 연대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라며 "'창조한국 미래구상' 등 각종 시민운동 출신의 정치적 블록과도 연대와 교류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한나라당과 범여권을 뛰어넘는 새로운 정책, 새로운 인물, 새로운 조직으로 대선을 돌파하고 총선을 준비하겠다"며 "이를 위해 새로운 정당 건설의 중추를 형성하고 새로운 정당 창당에 이바지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진보도, 보수도, 중도도 아니면 대체 뭐냐?"
그러나 2007년 대선에 임하는 '전진코리아'의 방법론은 이처럼 구체적으로 제시한 반면 정치적 지향은 추상적인 수준을 맴돌았다.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최배근 추진위원은 "(전진코리아는) 코리아 공동체의 미래 희망을 만들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을 기치로 내걸고 '민주 대 반민주'의 이분법이나 '보수 대 진보'의 구분 등을 거부한다"며 "새로운 비전과 리더십을 갖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은 '진보와 보수',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을 모두 싸잡아 비판해 손 전 지사의 축사와 결을 같이 했다. 최 위원은 "민주화 진전의 주역들이 양극화 심화와 실질 민주주의의 후퇴 및 위기라는 역설을 만들어냈다"며 또 "산업화 세력에 대한 최근의 국민의 지지는 기본적으로 제2의 도약을 만드는 데 실패한 민주화 운동세력의 무능이라는 반사이득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전진코리아'의 정치적 지향은 '정치적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이날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가한 '창조한국 미래구상'의 지금종 사무총장은 "진보도 보수도 중도도 아니라면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국민들이 진보와 보수간 갈등을 싫어하니까 '진보-보수 프레임에서 벗어나자'는 수사가 먹힐 수는 있을 것"이라며 일침을 놨다.
원희룡 의원도 "사실 이러한 문제제기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정치 세력이 실패해 새로운 세력이 되어 나아가겠다는 자임은 수없이 반복되어 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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