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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와 부시의 남미 민심 잡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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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와 부시의 남미 민심 잡기, 승자는?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241> 차베스의 아르헨티나 방문 현장

"부시가 지나가는 곳마다 유황냄새가 아닌 화약과 최루탄 냄새가 넘쳐났다"

반부시 집회를 주도한 아르헨티나 인권단체들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남미 순방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가 가는 곳마다 연일 극렬한 시위가 계속됐다는 얘기다.

이는 또한 지난해 9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을 향해 '유황냄새를 풍기는 악마'라고 빗댄 것을 풍자한 것이기도 하다.

지난 8일 브라질을 방문한 부시 대통령은 룰라 브라질 대통령과 차세대 대체 에너지로 평가 받고 있는 에탄올 생산과 소비를 대폭 늘인다는데 합의한 반면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차베스 대통령은 농경지를 활용해 대체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것은 일종의 죄악이라고 비난의 목청을 높였다.

이날 오후 늦게 아르헨티나에 온 차베스는 미국과 브라질의 대체에너지 협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현지기자단의 질문에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중남미 민중들의 실상을 외면하고 자동차를 위한 연료생산에만 주력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말했다.
▲ 에비타의 깃발이 넘쳐난 반미시위 현장 ⓒ김영길

이는 역사적으로 브라질이 식민지 시절 커피생산에만 주력해 지주들은 엄청난 부를 축적했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식량부족 현상을 심각하게 겪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발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베스는 자신이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목적은 옥수수와 감자, 유가공식품의 증산을 위한 것이라며 아르헨 정부와 해당분야의 11가지에 달하는 협정을 체결했다고 공개했다. 아르헨티나의 농업과 목축업 기술을 활용해 베네수엘라 극빈서민들의 배고픔을 원천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차베스의 아르헨티나 방문 하이라이트는 9일 오후 8시 3만 여명 군중이 운집한 뻬르로 까릴 축구경기장 행사였다.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쿠바 국기가 나부끼고 에바 페론의 초상화로 뒤덮인 행사장은 반미구호가 지축을 흔들었다.

이날 차베스를 초청하여 반미시위를 주도한 '5월 광장 어머니회'의 에베 보나피니 회장은 "지난 군정기간 동안 희생된 3만 명 이상의 영혼들은 중남미가 미 제국주의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양키 고 홈"을 외쳤다.

아르헨 군정기간동안 자행된 '더러운 전쟁'의 직접적인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부각시키는 발언이다.
▲ 반미시위 주최측인 5월의 광장 어머니회 임원들과 담소 중인 차베스 ⓒ김영길

'베네수엘라 석유는 중남미 민중들의 소유'

이어 단상에 등단한 차베스는 "북쪽의 신사(부시 대통령)가 지금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차베스 연설 당시 부시 대통령은 우루과이를 방문 중이었다. 두 지도자 사이의 거리는 불과 50km). 그러나 우리는 형제국가인 우루과이 국민들을 충동해 사보타지를 일으킬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정치적인 시체이기 때문에 곧 가루가 될 것이며, 바람에 날려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차베스는 또 브라질과 협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을 의식한 듯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는 이미 통합의 길목에 들어섰으며 양국이 시몬 볼리바르 장군과 산 마르틴 장군의 뒤를 이어 중남미 통합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또한 "최근 베네수엘라 오리노꼬 유전벨트의 석유 매장량이 세계 최대임이 밝혀졌다"고 주장하고 "하지만 이 석유는 이제 미국의 소유가 아니라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민중들의 것이며 중남미 전체 민중들 모두의 소유"라고 말해 오랫동안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제국주의와 다국적기업들의 자원착취를 근절하기 위해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정부가 남미 가스생산국가기구를 출범을 협의 중이라고 공개한 차베스는 미주 대륙 북쪽은 조지 워싱턴 장군의 후손들이며 중남미는 시몬 볼리바르 장군의 후손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자신은 볼리바르 장군의 정통성을 이어받았지만, 부시 미 대통령은 워싱턴의 후손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며 하지만 여기에서는 누구의 자손인지를 언급을 피하겠다며 군중들에게 "X자식"(Hijo de XX)이라는 욕설을 유도하기도 했다.
▲ '베네수엘라 석유자원 모두는 여러분들의 것입니다' ⓒ김영길

이날 시위현장에 모인 인권단체 대표들은 부시 대통령이 중남미를 휩쓴 좌파바람을 의식해 중남미 5개국 순방을 통해 반차베스 세력을 형성하고자 했지만 결과는 워싱턴의 의도와는 반대로 반부시와 반미 열풍이 예전보다 한층 더 강하게 불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이번 행사를 차베스가 지원했다는 게 사실이냐는 현지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고 "이번 행사는 아르헨티나의 40여 개 인권단체들의 5월 광장 어머니회 보나피니 회장을 지원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라면서 차베스의 재정 지원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들은 "이번 행사를 위해 약 20만 달러의 경비가 소요됐는데 많지는 않지만 일정부분 베네수엘라 정부의 지원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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