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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연료 재처리…외국은 다들 손 떼는데, 한국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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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연료 재처리…외국은 다들 손 떼는데, 한국은 왜?"

[토론회] 사용후핵연료 처분과 재처리 정책 국제세미나

사용후핵연료 처분과 재처리 정책에 관한 국제세미나가 개최됐다. '세계 사용후핵연료 처분과 재처리 정책 국제세미나'의 참석자들은 재처리를 추진 중인 영국, 프랑스, 일본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 한국의 재처리 현황과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 도입 여부에 관해 토론했다.

지난 26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 토론회는 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 박홍근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 연구모임이 공동 주최했다.

원자력 발전소는 핵분열을 일으키는 우라늄을 연료로 가동된다. 천연 우라늄 광석의 0.7%는 '우라늄 235'다. 이 '우라늄 235'를 제외한 나머지는 핵분열하기 어려운 '우라늄 238'이다.

이 때문에 인공적인 과정을 통해 핵분열하는 부분의 비율을 높여야 하는데 이 작업이 농축이다. 핵연료는 원자로에서 3~5년간 핵분열하고 난 뒤 다 쓰고 난 연료인 사용후 연료는 다시 원전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

핵연료가 분열을 하고 나면, 그 안에 들어 있던 '우라늄 238'이 '플루토늄 239'로 바뀌는데 이 안에는 핵분열이 가능한 '우라늄 235'가 들어있다. 이를 꺼내어 가공해 다시 핵연료로 쓰는 것을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라고 한다.

그러나 이 재처리 과정을 조금만 바꾸면 사용 후 연료로 핵무기를 만들 수 있으므로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는 국제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사용후핵연료 건식처리'로 불리는 파이로 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의 한 방식이다. 한미 양국은 오는 2014년 3월 만료되는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를 내년 양국의 신정부가 출범한 이후 논의하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는 재처리 비중 줄이기로 했다"

국제핵 및 에너지정책 전문가인 마이클 슈나이더는 '프랑스와 영국의 플루토늄 산업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슈나이더는 프랑스와 영국에서의 재처리 산업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슈나이더는 "지난 9월 28일에 프랑스는 원자력 정책 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다. 이는 대통령 주최의 고위급 회의였다"며 "(이 자리에서) 재처리에 대해 다시 한 번 재확인했는데 프랑스 정부는 재처리 비중을 줄이겠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슈나이더는 "현재 EDF와 아레바는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해있다"며 "아레바의 경우 핀란드에서 새로운 원전 건설을 추진해왔는데 많은 손실 겪었고 아레바의 주가는 88%가 떨어졌다"고 밝혔다. EDF(Electricite De France)는 프랑스 전력청이며 아레바(Areva)는 프랑스의 원전그룹이다. 재처리 산업으로 이득을 얻지 못해 관련 기관 모두 재정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어 그는 "플루토늄의 시장가치는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단언하며 "그래서 플루토늄을 팔려면 돈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야 하는 기이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파이로 프로세싱 효과 미미하다고 결론"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이자 IPFM(국제핵물질위원회)의 공동의장인 프랭크 반 히펠은 미국 내 재처리 산업 논의에 참여해온 경력을 바탕으로 '미국 및 전 세계의 사용후핵연료 관리현황'을 발표했다.

그는 재처리 산업이 그다지 효용성이 없는 데다 핵확산 방지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히펠 교수는 "파이로프로세싱은 70년대에 개발됐다"며 "아들 부시 시절에 모든 국립연구소에서 공동연구를 진행했는데 파이로프로세싱이 여전히 이득이 미미하다는 같은 결론 나왔다. 그리고 핵확산을 저지하는 데도 그다지 이득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재처리 과정에서 플루토늄을 분리해내기 쉽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히펠 교수는 "재처리를 하면 20% 농축도의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이란보다도 더 많은 플루토늄이 나올 수도 있다"며 "74년에 인도가 이 재처리 시설을 통해서, (처음에는) 평화적인 이용이라고 했지만 결국은 핵폭탄을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인도는 지난 1974년 5월 첫 핵실험을 행한 바 있다. 히펠 교수는 "사실 일본만이 핵무기가 없는데 재처리하는 유일한 나라"라며 "그래서 우리는(미국은) 일본에 재처리하지 말라고 하고 있고 몇 년 후엔 (일본이 재처리를) 중단하지 않을까 한다"고 예상했다.

▲ 지난 3월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2012 서울 핵안보 심포지엄'에 참석한 프랭크 본 히펠 교수 ⓒ연합뉴스

정부 부처 측 참석자들 재처리 산업지지 의견 표명

핵연료와 관련된 산업을 주관하는 정부부처의 사람들도 세미나에 참석해 정부 측의 입장을 밝혔다.

정택렬 교육과학기술부원자력 기술과 과장은 "우리나라는 아직 2004년 이후 중장기적 방향만 제시했으며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현재 교과부는 장기적 관점에서 처분기술과 재활용기술 등에 대한 기초적 연구를 지원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성원 원자력연구원 부원장은 "한국처럼 1차 에너지 자급률이 낮은 나라가 없다. IEA(국제에너지기구) 자료에 의하면 원자력을 제외하면 한국의 에너지 자급률은 3%"라며 "1차 에너지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자립도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모든 방안을 행해야 하며 신재생이 떠오르는 건 당연한 계획"이라고 재처리 산업을 지지했다.

박 원장은 "(한국 정부가) 국가 기본 계획을 2008년에 발표하며 원자력 쉐어(share·지분)를 2배까지 증가시키겠다는 방침을 정한 건 그와 같은 한국의 에너지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왜 위험한 원자력을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현재로서는 대용량의 전력을 공급할 수 없으므로 가장 대용량의 전력인 원자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원장은 "국민 공감대 형성 후 결정하겠다는 게 국가의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원자력 기술개발보다 안전 정책에 투자해야"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 국장은 "우리나라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정책은 어쨌든 사용후핵연료가 자원이라는 것 아니냐"며 "어찌 됐든 활용한다는 전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 국장은 "세계적으로 검증되지 못한 이미 실패한 기술이라는 재처리 기술을 이렇게 저렇게 바꿔서 추진하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양 국장은 "기술에 대한 정당성을 보장받기 위해 IAEA(국제원자력기구), 미국과 공동연구를 하겠다고 이야기하는데 누가 돈을 대느냐. 우리나라가 다 돈 대는 거 아니냐"고 질문을 던졌다. 양 국장은 원자력 정책과 관한 정부의 예산 편성에 대한 의견도 개진했다.

양 국장은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감에 들어가서 예산 보니 원자력 기술개발에 1400억 정도 쓰이는데 고속로에 350억 원,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에 400억 원이 쓰였다"며 "반면에 원자력 안전에는 300억 원 쓰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양 국장은 "안전기술 투자 이야기를 할 때 (원전) 폐로 기술 투자 이야기를 빨리해야 한다"며 "국민은 (원전이) 고장 나서 멈췄단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벌렁벌렁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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