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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 극복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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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여성노동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 극복돼야"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3/07]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 KTX 승무지부 민세원 지부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내일 3월 8일은 UN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요즘 여성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남성중심적 편견과 의식은 여전히 여성들에게 힘겨운 부담이 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자로 KTX열차 승무지부를 선정했습니다. KTX승무지부가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비정규직화에 당당히 맞선 투쟁으로 우리 시대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 수상 이유인데요, 실제로 KTX승무지부는 한국철도공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작년 3월부터 1년 넘도록 파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의 주인공인 철도노조 KTX승무지부의 민세원 지부장을 초대해 이번 여성운동상이 주는 의미와 1년을 넘긴 KTX승무지부의 파업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철도노조 KTX열차 승무지부 민세원 지부장입니다. 민세원 지부장은 1973년 서울 출생으로.. 93년부터 98년까지 대한항공 스튜어디스로 근무했고..2004년 4월1일 KTX 개통과 함께.. KTX 승무원으로 입사했습니다. 2005년 철도노조 KTX열차 승무지부 지부장을 맡게 됐고..지난해 3월부터 한국철도공사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파업을 이끌다가..같은 해 5월 동료 승무원 280여명과 함께 정리해고를 당했습니다. 현재도 80여명의 조합원들과 함께 투쟁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작년 4월인가 뵙고 한 1년 가까이만에 뵙는데 서울역 근처 서울지부에서 농성장에서 농성하실 때 뵈었죠. 사실 복직이 돼서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아직 안 됐고, 그래도 상을 받으셨으니까 일단 축하는 드립니다. 여성운동상을 받으셨어요. 민세원 지부장이 받은 게 아니라 모든 KTX승무원들이 받았는데 여러 가지 느낌이 많겠어요.

민세원 : 이 여성운동상의 유래와 역사를 보니까 굉장히 영광스런 상이더라구요. 그래서 그걸 저희 승무원들한테 주신 것은 사실 KTX승무원들이 1년 동안 싸워온 것이 수십 수백 명의 여승무원들 고용문제를 떠나서 한국사회에서 여성노동자,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문제를 다 안고 있는 승무원들이 진실을 알리기 위해 1년 동안 열심히 노력했고, 또 어려운 현실적인 고통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왔다는 것에 이 상을 주신 것 같아서 굉장히 영광스럽고 기쁩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여성노동자라는 어려운 입장에서도 그걸 바꿔보고자 개선하고자 노력했는데, 노동보다는 여성 쪽에 힘을 실어준 상이었다. 작년에는 제가 알기로는 박종철 인권상도 받았어요. 그것도 말하자면 여성노동자의 문제기도 하면서 인권문제라고 보는 건가요?

민세원 : 그렇습니다. 저희가 비정규직 하청노동자였는데요, 똑같은 승무업을 하는데도 신입을 100% 여성으로만 뽑으면서 비정규직이고 하청을 줘서 뽑았다는 거죠. 그 뽑는 과정에서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시켜 주지도 않고 사실 차별과 착취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음으로 인해서 그걸 극복하고 인권을 회복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래서 준 상이었습니다.

박인규 : 어떻습니까... 아직도 정규직을 요구하는 투쟁 과정에 있는 승무지부에게 여성운동상이 주어졌다는 건, 민세원 지부장이 보기에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여성노동자의 위상이 낮다고 봐야 될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민세원 :
저도 대한항공을 5년 동안 다닐 때는 고민해 보지 못했고 몰랐습니다. 그나마 대한항공에서는 성차별은 없었거든요. 남성 승무원이라고 해서 더 대우해 주고 여성 승무원이라고 해서 폄하하지 않았고, 똑같은 승무원으로서 똑같은 업무를 하고 진급이나 승진, 임금에서 차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몰랐는데 사회에 나가 보니까 여성노동력에 대한 폄하나, 굉장히 쉽게 생각하는 것들이 많더라구요. 결혼을 하게 되면 능력에 상관없이 언제 임신할지 모르기 때문에 쓰면 불편한 노동력쯤으로 생각하고, 또 젊은 대학을 졸업한 인력이 아무리 똑똑하고 능력이 있어도 아줌마가 되고 결혼해서 임신하게 되면 쓰기 불편한 인력, 그래서 젊었을 때, 20때 초중반에 반짝 쓰고 말 인력으로 인식하는 게 전반적이었습니다.

박인규 : 아직도 여성인력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편견이 많다. 작년 3월 1일에 파업을 시작하시고 1년 넘게 파업이 계속되고 있는데, 아시는 분은 아시지만 도대체 KTX의 여승무원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싸우고 있는지를 잘 모르시는 분도 있는 것 같아요.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설명을 좀 해주시죠.

민세원 : 저희가 철도공사 직접고용정규직을 요구했는데 그게 너무나 당연한 요구임에도 불구하고, 언감생심 꿈도 야무지다는 얘길 많이 들었습니다.

박인규 : 직접고용이라는 건 지금 소속이 철도공사 소속이 아니란 얘깁니까?

민세원 : 네. 저도 사회경험이 있지만 간접고용이라는 것 자체를 몰랐습니다. 그래서 노동력을 필요로 해서 사용자가 노동자를 고용한다면 당연히 필요해서 뽑은 사용자가 나의 고용인이 될 거라 생각하고 입사하는데, 그게 아니라 사실은 중간에 법적으로 다른 회사를 놓고 거기 소속을 시킴으로 인해서

박인규 : 이른바 파견근무 같은 거군요?

민세원 : 네. 파견, 도급 이런 것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저도. 그것에 대해서 저도 몰랐고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승무원들도 몰랐는데, 개통할 때 거기에 대해서 철도청이 전혀 설명해 주지 않고, 오히려 철도청이 정부기관이기 때문에 TO에 따라 신규를 뽑는데 TO배정을 못 받고 급하게 개통을 앞두고 있어서, 급하게 비정규직으로 뽑지만 공사화 되면서 정규직화를 당연히 시켜줄 거다. KTX가 존재하는 한 존재할 승무원인데, 비정규직으로 왜 쓰겠느냐.. 그리고 당신들은 우리와 한 가족이고 KTX의 미래가 당신들의 어깨에 달려 있습니다. 이렇게 철도청장님이나 철도청 관리자들이 계속 말했었죠. 1월부터 3월까지 그렇게 교육을 받으면서 그런 설명을 듣고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그렇게 믿은 상태에서 4월 개통 전에 근로계약서를 350명한테 나눠 줬어요. 그래서 이건 형식일 뿐이니까 이름 쓰고 사인하고 내시면 됩니다. 그 말을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믿었어요. 설마 높으신 경영진 분들이 350명을 앞에 놓고 거짓말을 했겠느냐 하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이 현실과 너무 달랐죠.

박인규 : 말하자면 철도청.. 철도공사가 약속을 안 지킨 거네요?

민세원 : 네. 그래서 구두로 한 약속이기 때문에 물증이 현재 남아있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말한 적 없다고 하는데 그 380명의 증언이 다 똑같은데... 그것도 변호사님은 법적으로 효용성, 강제력이 있다, 구두약속도 약속이라고 말씀하시는데요. 공개적으로 토론하거나 협상한 적이 없고 항상 언론플레이만 공사 측에서 하기 때문에 저로선 참 답답한 면이 많습니다.

박인규 : 3월 1일에 파업에 들어가시고 철도공사에서는 5월 15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됩니까?

민세원 : 파업하기 전부터 KTX관광레저라는 새로운 위탁사로 가고, 공사의 자회사인데요. 그리고 기존의 승무원 업무가 아닌 영업사원 업무를 해라.. 그래서 현재 철도유통.. 구 홍익회 아저씨들이 카트를 밀고 다니면서 하는 판매를

박인규 : 아.. 열차 안에서 카트 밀고 다니는 일을 영업사원이 합니까?

민세원 : 네. 그게 지금 KTX안에서도 열차 내 영업사원이라고 호칭이 되고 있는데 그 업무를 여승무원더러 하라는 거였습니다. 입사해서 2년 동안 승무원으로서 근무해 왔는데 하루아침에 업종을 바꾸라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승무원으로 제대로 일하고자 직접고용을 요구하는데 한굴 더 떠서 업종까지 바꾸라고 하고, 간접고용 형태로 더 부실한 자회사로 가라고 하니까 그겄에 반대해서 파업에 들어간 거였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파업을 포기하고 오는 순서대로 진급시켜 주겠다는 회유책에서부터 시작해서 지금 당장 안 오면 무조건 해고라는 협박까지 3월부터 5월 15일까지 계속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서 이뤄졌고. 그것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싸우니까 5월 15일자로 280명 전원이 정리해고 된 겁니다.

박인규 : 그럼 지금 1년째 파업하는 분들은 그때 300명이 다 하시는 건가요?

민세원 : 아니요. 지금까지 남아 있는 승무원들은 80명 정도 됩니다. 중간에 이게 너무 길어지다 보니까 부모님이 IMF 이후 경제력을 상실한 분이 꽤 많더라구요. 그래서 미혼이고 20대지만 생계를 책임져야 되는 승무원들이 많아서 결국에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나가고 다른 직장을 구한다든가, 아니면 몸에 병이 들고 너무 힘들어서 포기한다든가, 이런 인원이 계속 생겼죠.

박인규 : 하긴 1년 동안 계속 파업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80명은 지금 지금 어디서 머무르고 계십니까?

민세원 : 지금 용산역 근처에 있는 서울지방본부라고, 철도노조 건물이 있습니다. 거기 사무실로 쓰던 공간을 사무집기 다 빼내고 시멘트 바닥에 스티로폼 깔고 지금 합숙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1년째...

민세원 : 네. 실제로는 저는 여성이 남성보다 신체적으로 약하다는 걸 느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1년 동안 파업을 하면서 여성이기 때문에 훨씬 더 병이 많이 생기고 몸이 약하더라구요.

박인규 : 건강도 그렇지만 80명이 먹고 자고 하려면 상당한 비용도 들 텐데, 그런 경제적인 부분은 해결이 됩니까?

민세원 : 다행히 파업하기 전에 2005년 12월 2일에 민주노총 산하 철도노조로 조합을 변경했습니다. 처음에는 홍익회 노조 산하였거든요. 그런데 그러고 나서 조합원으로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같이 총파업을 시작했던 거고, 철도 전체 파업과. 그리고 정규직들이 현장으로 돌아가고 나서도 저희는 계속 남아서 파업하는 것에 대해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잘 수 있는 공간도 내주시고 하루 세 끼 식사값 등을 철도노조에서 지원해 주고 계세요.

박인규 : 지금 파업이 1년이 넘었는데 같이 파업생활을 하고 계신 80명의 승무지부원들의 입장은 뭡니까?

민세원 : 변함없이 직접고용이 이뤄져야만 한다는 겁니다.

박인규 : 철도공사가 직접 우리를 고용해라.

민세원 : 네. 여러 지면상이나 인터뷰상에 말씀드렸지만, 승무업무가 안전업무가 본질입니다. 대한항공이든 KTX든, 승무원을 뽑는 이유가 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승객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죠. 그 안전업무라는 게 테러나 화재나 이런 어쩌다 일어나는 상황만이 아니고 일상적인 안전업무가 굉장히 많고,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방지하는 것이 안전업무입니다. 그래서 매번 반복되고 중요시 돼 왔는데 그런 안전업무를 KTX 안에서 저희 여승무원이 하게 되면 그게 불법파견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공사가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저희가 문제제기를 하니까 KTX관광레저에 소속돼 있는 현재 승무원들은

박인규 : 아, 그러니까 승객의 안전을 담당하는 분은 직접고용이 된 사람이 해야지 파견된 사람이 하면 안 된다는 겁니까?

민세원 : 저희가 주장하는 건, 지금 파견의 형태로 돼 있다는 거고 공사는 도급이라고 주장합니다. 도급의 형태면... 안전업무를 하게 되면 도급이 아니라 파견이 되거든요. 그런데 파견이 지금 현행법상 26개 직종만 가능하게 돼 있는데 승무업무는 파견이 안 되는 직종이에요. 그런데 파견을 했으니까 불법파견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그 딜레마에 빠졌죠. 그래서 본인들이, 공사에서 주장하고 있듯이 도급이 되려면 안전업무를 시키면 안되고, 그러다 보니 현재 KTX관광레저의 승무원들한테는 안전업무 하지 마라. 그래서 화재가 나도 승무원들만 피해라, 승객들 건사 안 해도 된다.

박인규 : 그러면 승무원들을 뭐하러 태웁니까?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민세원 :
그래서 판매를 조건으로 지금 입사를 시킨 건데 한쪽에서 저희가 파업을 하고 있다 보니, 사실 2007년 1월부터 판매를 시작하기로 해 놓고 4월로 미뤘어요. 4월이 다음달인데 그것도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왜냐 하면 레저에 있는, 파업을 포기하고 간 승무원들은 상황을 알기 때문에 다 감수하는데 신규로 들어온 200명 300명 되는 승무원들도 역시 승무원이라고 들어왔거든요. 영업사원으로 뽑았어야 되는데. 그래서 그에 대한 반발이 굉장히 있다고 합니다.

박인규 : 어떻습니까.. 지금 철도공사 측하고 어쨌든 대화를 해야 문제를 풀 거 아닙니까? 공식적, 비공식적이든 대화는 있습니까?

민세원 : 지금까지는 비공식적 밀실대화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저희 가대위... 어머님들도 이철 사장님과 경영진이 만난 적이 있으세요. 그랬을 때 정부기관에서 하라고 하면 하겠지만 공사가 마음대로 할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어머님들한테 말씀을 하셨는데 인권위원회나 노동부의 입장이 나왔는데도 안 된다고 하시는 걸 보면 정부기관에서 하라고 하면 할 수 있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었던 것 같고요. 공개적인 토론회를 요청하고 제안했는데 그건 계속 거부한 상탭니다. 앞으로는 직접고용을 해야만 승무원으로서 안전업무를 담당하고 파행운영이 되지 않을 수 있는 차원에서라도, 공기업 입장에서 KTX나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될 책임이 있습니다. 다른 여러 가지 요인과 문제가 있지만 그거 한 가지만 놓고 보더라도 직접고용을 고려하면서 함께 대화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일부에서는 이런 의견도 있어요. 요즘 20대 젊은이의 90%가 백수인데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그것도 일자리라면 감지덕지지 뭘 싸우냐, 일이나 열심히 하지...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있는데 뭐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

민세원 : 그게 굉장히 안타까운 한국사회의 현실인데요,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 졸업하고 해외연수를 다녀올 때가지 여성과 남성의 차별은 없습니다. 부모님 슬하에서 똑같이 투자되고 아끼면서 성장과 교육을 해왔는데,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면서부터는 그런 차별이 존재한다는 거죠. 그래서 저희가 1년 동안 파업을 한다고 하니까, 집에 가라, 다른 직장 가라, 결혼이나 해라... 이런 악플들이 달립니다. 그런데 여성이 이제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는 결혼도 하기 힘든 현실이에요.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 힘든, 아이도 낳기 힘든 상황이고. 그래서 여성도 일자리를 필요로 하고 있고 또 사회에서 역할을 하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지금 공사에서 그렇게 대우가 안 좋으면 다른 데 가라고 얘기하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 저희는 대학을 졸업해서 가장 노동력의 가치가 높고 좋은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습니다. 3년이란 시간이 지나서 20대 후반이 왔어요. 그 3년이란 시간에 대한 인정을 못 받고 그걸 일방적으로 삭제당한 후에 지금 다시 새로운 직장을 잡으려고 하니 너무 어려움이 많은 겁니다. 결혼한 사람은 결혼해서 안 되고, 나이 먹어서 안 되고, KTX승무원이라는 것 때문에 오히려 다른 기업체에서 원하지 않고 오히려 그 경력이 마이너스가 되는. 노동운동을 했다고 해서. 그래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하지만 이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절들은 다 똑같다는 거죠. 여성노동력에 대해서 그런 폄하나 차별과 착취가 일어나고 있는 건 어디나 다 똑같기 때문에 지금 이 공사라는 절을 고쳐서 우리가 해왔던, 과거 2년 동안 해왔던 업무를 계속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어쨌든 이제는 다른 데 갈 수도 없고 이 부분에서 뭔가 결말을 봐야겠다...

민세원 : 네. 갈 수 없기도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 투쟁하고 있는 80명의 승무원들도 그렇지만, 레저에 간 승무원이든 다른 직장을 구한 승무원이든, 어떤 사람이든 간에 이 파업이 옳고, 법에 보장된 이 권리를 위해 싸워야겠다고 생각한 380명이, 앞으로 3,4,50대를 여성 노동자로서 당당하게 살 수 있으려면 본인들이 선택했던 선택, 판단이 옳았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고 저는 지부장 입장에서 생각합니다.

박인규 : 어쨌든 철도공사가 진지한 대화를 해서 원만한 해결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80명이나 되는 분이 1년 동안 집에도 안 가고, 여성들이 농성하시면서 있다는 게 어떻게 보면 경이적이란 생각이 드는데요, 80명이 똘똘 뭉쳐서 투쟁하게 된 원동력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민세원 : 일단 개통과 함께 꿈과 희망과 미래의 주역으로 호칭되고 그렇게 설명 듣고 인지하고 입사한 첫 직장이.... 그 내용들에 다 속았고 진실과 다르다. 그래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때부터 다른 직장과 항공사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했다. 그러고 나서 2년 동안 열심히 일한 시간까지도 무시당하고.... 그것에 대한 분노가 큰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제자리로 가야겠다는 열망이 큰 것 같고, 특히나 개통 때는 저희 입사한 350명뿐 아니라 전 국민이 철도청의 KTX승무원이 철도청 공무원인 줄 알고 계셨어요. 그래서, 근무할 때, 2004, 2005년에... 공무원이라 좋으시겠어요. 연봉이 3천이세요 4천이세요.. 어떻게 그렇게 좋은 직장을 잡으셨어요.. 이렇게 고객님들이 계속 말씀해 주셨거든요. 그런 걸 보면 전 국민이 그렇게 인지하게끔 철도청에서 광고하고 선전했는데, 그렇게 해서 입사한 저희들이.. 세상물정 모르던 저희들이 경영진의 말을 믿었다고 해서 그것이 어리석었다고 질책하신다면 좀 답답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작년에 만났을 때는 머리가 길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굉장히 남자차럼.. 스포츠 머리에요. 삭발을 하셨나요?

민세원 : 작년 9월 29일에 노동부 불법파견 조사결과가 있었지 않습니까? 원래는 9월 20일에 장관께서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로 하고 그 전 18일에 300페이지에 가까운 조사보고서를 법률자문단에게 검증받고, 그러고 나서 20일에 발표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18일에 잡혔던 법률자문단 회의가 파기되고 민변 출신 변호사는 제외되고, 그리고 30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가 아닌 한 장짜리 위탁협약서만 이메일로 보내져서.. 사실상 법률자문단의 자문을 없애고, 29일 추석연휴 바로 직전으로 미뤘습니다. 그 과정에서 공사의 이철 사장의 로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그래서 판결 결과가 뒤집어지는 걸 막고자 제가 삭발단식을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그 로비를 막을 수가 없었구요, 세 명의 근로감독관이 두 달 넘게 조사했던 300페이지의 보고서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29일에 나온 건 12페이지짜리 보고서였고 그 내용이 노동부 고시조차 어긴 결과 내용이었어요. 열 가지 중 한 가지만이라도 파견의 요소가 있으면 파견으로 본다는 게 노동부의 고시고 그 고시에 따라 노동부가 판단해 왔습니다. 여러 사업장의 불법파견 결과를. 그런데 KTX만큼은 열 가지 중 여섯 가지는 파견의 요소가 있고 네 가지는 도급의 요소가 있다. 그런데 네 가지 도급의 요소를 놓고 종합적으로 도급이라고 보겠다. 이렇게 명백하게 고시조차 어긴 12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냈다는 거죠. 그래서 굉장히 지금까지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원래는 KTX의 여승무원이셨잖아요. 1년 동안 투쟁을 하다가 여성운동가 내지는 노동운동가가 돼 버리고 말았는데, 1년 동안 투쟁하면서 본인의 세상을 보는 눈이랄지..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민세원 : 네. 제가 지금 35세인데, 만으로 34세구요. 30년 넘게 살아오면서 저는 학생운동을 한 적도 없고 정치 사회문제에 별로 관심을 못 가졌습니다. 제가 당장 생계를 꾸려야 되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그런데 이렇게 다 늙게, 나이 먹어서 새삼스럽게 KTX승무원을 하면서 알게 된 거예요. 이런 모든 일들이 너무 터무니 없이 눈앞에서 버젓이 일어나니까 너무 충격이 컸습니다.

박인규 : 우리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구나.

민세원 : 너무 많은 거죠. 그리고 아, 이런 거였구나. 이게 법전을 찾아보니까 법에 다 보장돼 있는데도 그걸 고칠 수가 없는 거예요. 바꾸라고 요구해도 사용자들은 귀 닫고 듣지도 않고. 그래서 이런 충격이 굉장히 컸고, 또 저는 처음에 저희가 싸우기 시작했을 때는 법에 버젓이 있으니까 이게 이렇게 어려울 거라고 생각을 못했습니다.

박인규 : 철도공사 전체 직원이 굉장히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민세원 : 예. 3만 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박인규 : 그럼 3만 명인데, 350명 정직원으로 채용하는 건 별로 큰 문제나 부담이 아닌 것 같은데 왜 안 한다고 보세요?

민세원 : 작년 국정감사 때 이철 사장이 직접 증인으로 나와서 진술하신 걸 보면, 비용 문제도 아니고 경영효율성의 문제도 아니고 단지 원칙의 문제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원칙이, 다른 게 아니라.. 애초에, 처음 뽑을 때부터 외주화 시켜서 뽑았는데 이제 와서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기 힘들다. 이런, 어떻게 보면 명분과 근거가 상당히 부족한 말씀이셨어요. 그런데 저희가 파업하기 전에 여쭤 봤었습니다. 철도여객사업본부장 및 철도경영진과 1대 1로 교섭할 때, 왜 KTX승무원을 외주화를 하셨습니까.. 저희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업무효율도 일어나지 않고 비용에서도 절감효과가 없는데. 그랬더니 그때 말씀하신 건 공기업은 매년 정부로부터 공기업 평가를 받는데, 그 정부로부터의 공기업평가 기준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항목이 예산에 있어서 인건비 지출 퍼센테이지였습니다.

박인규 : 작을수록 좋은 거다.

민세원 : 예. 직접고용을 비정규직으로라도 직접 고용하면 임금에 대한 예산 지출이 인건비 명목으로 나간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더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외주화를 하면 사업비 명목으로 지출되기 때문에 인건비 수치 퍼센테이지는 낮아진다는거죠. 그런데 눈 가리고 아옹이지만 정부 방침이 그렇기 때문에 우리로선 어쩔 수 없고, 그 퍼센테이지에 따라서 상당 금액의 인센티브를 매년 정부로부터 받는다는 거죠.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몰랐는데요, 작년에 꼴찌를 했다는 철도공사가 1000억을 받았습니다.

박인규 : 정부에서는 비정규직을 없앤다는 취지에서 비정규직으로 고용한 분들을 일부러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도 하는데 그런 전향적인 조치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80명의 KTX여자승무원의 1년을 넘긴 파업투쟁. 이게 우리나라 여성노동자들의 위상을 보여주는 아주 대표적인 사례가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분들이 일터로 돌아갈 때 올해 여성운동상이 의미를 갖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고. 어쨌든 철도공사든 정부든 원만한 해결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내년에는 또 복직한 뒤에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결과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민세원 : 감사합니다.

박인규 :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받은 철도노조 KTX 승무지부의 민세원 지부장과 함께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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