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낸 한양대 경영학부 강병호 교수를 초대해.. 여러 금융기관 가운데 유독 은행의 공공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이며. 우리 은행들의 사회공헌 실태는 어떠한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낸 한양대 강병호 교수입니다. 강병호 교수는.. 1946년 경상남도 함양 출생으로.. 69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86년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69년부터 81년까지 한국은행에서 근무했고, 98년, 초대금융감독원 부원장과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을 역임했습니다. 81년부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2004년부터 국내 대형은행들의 영업실적이 좋다고 해요. 어느 정도입니까?
강병호 : 작년도 영업이익이 당기순이익이 약 13조 5천억. 재작년 13조 6천억이니까 한 13조 정도 이익을 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박인규 : 속된 말로 하면 그야말로 돈장사가 정말 잘 된다는 얘긴데, 은행의 순이익이 급증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강병호 : 은행의 수익을 계산하는 건 좀 독특합니다. 소위 말해서 은행이 갖고 있는 자산에 대해서 충당금을 쌓는데요, 자산이 부실자산이면 충당금을 많이 쌓아야 되고, 상대적으로 경제상황이 좋아져서 신용도가 올라가면 적게 쌓아야 되고 그렇습니다. 작년도 금년도 이익이 많이 났다는 건 과거에 경제가 불안할 때 많이 쌓아 놨던 충당금을 환입을 해서 이익이 많이 났습니다. 예를 들면 2003년도에 대손충당금을 14조원을 쌓았는데 작년에는 5조원만 쌓았습니다. 그러면 9조원의 환입이익이 생기는 겁니다. 그래서 이걸 거꾸로 말하면 내년도에 많이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또 적자로 반등될 수도 있는 것이 은행의 수입입니다.
박인규 : 서민들 체감경기는 굉장히 나쁘다고 얘기하는데 은행의 대손충당금이 줄었다는 건 경제상황이 좋다는 얘기가 되는 건가요?
강병호 : 옛날에 비해서 은행들이 지급한 자산의 건전성은, 위험한 대출은 안 하고 안정된 대출을 많이 했다. 기업대출보다는 가계대출, 집을 담보로 해서 담보대출을 많이 했다... 안정성 위주로 많이 운용했기 때문에 충당금 규모가 적어졌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박인규 : 은행별로 1조, 2조 순이익을 올렸다는데 순이익이 많이 난 반면에 좀 사회환원이랄까요 사회공헌이 좀 인색하다는 비판이 많은 것 같아요
강병호 : 저 역시도 그런 요인을 갖고 있습니다. 은행의 공공성이라고 하면 꼭 사회 공익단체에 기부하는 것만 갖고 얘기하는 건 아니지만 작년에 우리나라 은행들이 소위 사회공익단체라든가 장학기금 등에 내놓은 것이 한 천억 된다고 해요. 그런데 전체 이익이 13조인데 천억이라니까 너무 미미한 수준이고,
박인규 : 1%도 안 되네요.
강병호 :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금융에서 소외된 계층, 중소기업이나 영세금융 이런 데는 정상적인 시장기능에 의하면 대출이 일어날 수 없는 데입니다. 이런 데는 은행이 좀 손해보더라도 다른 데서 이익 난 걸 가지고 적극적으로 금융을 지원하는 이런 것이 은행의 공익성이라고 하는데, 그런 면이 상대적으로 좀 소홀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예전에, 특히 박정희 정권 시절이나 5공 때는, 관치금융이라고 해서 상당히 비판받았지만 그래도 그때 은행들은 이른바 생산성 있는 데, 기업이라든가 이런 데 주로 대출한 거 아닙니까?
강병호 : 그런 점이 있죠. 그때만 해도 우리가 은행들이 자금을 갖다가 참 제한된 자금을 배급받던 시대니까, 그냥 소비금융 등에서 낭비해선 안되겠다 해서 정부에서 자금지원대상 우선순위를 정해서 지정해 줬죠. 예컨대 수출산업이나 중화학공업이라든가 중소기업, 이런 식으로 정부에서 강제로 지시하니까 거기 따라서 금융이 상대적으로 많이 지원됐지만, 지금은 완전히 금융자산운용에 대해서는 시장의 자율에 맡겼으니까 은행의 자율성.. 여기에 우리가 기대할 수밖에 없는 거죠.
박인규 : 은행은 기본적으로 민간기업, 사기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은행은 공공성이 있다, 이런 말을 많이 하고 있고. 특히 사회환원이라는 게 순이익이 나서 그 중 얼마를 사회에 되돌려주는 것보다는 은행 자체의 업무에 공공적 기능, 공공적 성격이 있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은행의 공공성이란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합니까?
강병호 : 두 가지로 말할 수 있는데요, 첫째는 은행이라는 제도는 사기업이긴 하지만 정부에서 면허를 줘서 면허권을 갖고 장사하는 뎁니다. 다시 말하면 은행만이 지급, 결제기능을 갖고 있고, 은행만이 우리가 얘기하는 자기앞수표.... 그건 사실 사회적 인프라에요. 그걸 갖다가 은행한테 우리가 독점적으로 허용한 겁니다. 그럼 그걸 갖고 장사를 하는 거라면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부담해야 되고 거기 따르는 정부의 규제를 받아야 되죠. 그래서 그런 차원에서 은행은 사회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될 책임이 있고. 그 외에 최근 들어서는 단순히 그것뿐 아니라 은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책임이 있다. 예를 들면 영세민들에 대한 금융소외지역에 들어가서 금융을 확대하고, 중소기업이라든가 이런 데 대해서 금융을 확대하고 환경친화사업 등에 금융을 지원하고 이렇게 하는 은행의 공공성이다. 물론 사회단체 등에 기부하는 것도 하나의 공공성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건 은행의 공공성의 아주 일부분에 불과하죠.
박인규 : 지금 시중에 500조의 부동자금이 돌아다닌다는 얘길 하지만 어떻게 보면 중소기업 같은 경우는 국내 고용에서도 대단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그런데도 금융혜택이란 측면에선 굉장히 사각지대에 있다.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꺼리는 이유는 어떤 겁니까?
강병호 : 아무래도 중소기업에 대출을 하면 그걸 제대로 회수할 수 있겠는가. 은행이 장사를 하려고 하다 보면 그런 데 가급적이면 대출을 안 하려고.. 시장기능에 맡겨 놓으면 그렇게 되는 거죠. 그렇지만 은행이란 게 기본적으로 생각해 볼 때, 은행이 리스크를 먹고 사는 기업입니다. 다시 말해 개인이 개인에게 돈을 빌리려면 위험하니까 은행을 통해서 자금을 맡겨서 그걸 하는 거거든요. 그럼 그런 리스크를 전부 은행이 부담해 주고 대신 고객들한테 이자도 받고 수수료도 받는 겁니다. 중소기업이 위험하다고 해서 전혀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중소기업에 대출 안 하겠다. 우리는 안전한 데 담보만 받고 대출하겠다.. 그러면 은행이 왜 존재합니까? 그런 의미에서 은행이 적극적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그리고 중소기업에 대한 가능한 한 대손을 줄이는 방법으로 하되 중소기업에 대한 것은 일반 시장기능과는 다른 차원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대처를 적극적으로 해야지요. 그래서 최근 들어 국내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려고 많이 노력하는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도 금융을 받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등이 좀 미흡하지 않나 하는 생각은 듭니다.
박인규 : 뭐, 은행이 자기가 돈 벌어서 주주배당하는 것도 좋긴 하지만, 그래도 주주배당금을 7배나 올리기도 하고 은행직원들 연봉만 올리고.. 진짜 사회적으로 필요한 데에는 돈을 안 주고 있다. 어떻습니까? 이런 부분들.. 그냥 용인해도 되는 겁니까?
강병호 : 국민은행이 올해 이익의 반을 배당한다고 그래서, 작년에 비해서 7배가 많다고 해서... 제가 그래서 국민은행 수석경영자한테 전화를 해봤습니다. 어떻게 해서 그렇게 배당을 많이 했느냐.. 작년과 재작년에 배당을 못했답니다. 그래서 2년간 배당 못한 걸 갖다가 올해 한꺼번에 배당하는 거고, 그리고 지금 그렇게 배당을 해도 BIS비율이 14%가 돼야 한답니다. 그 은행의 기준이 8%거든요. 그럼 6%가 남는다는 거예요. 자본이 너무 많다 이거죠. 그런 의미에서 했다지만 어쨌든 배당 수준이 3750원이니까, 옛날 자본 배당별로 하면 5천원 정도로 하면 70% 정도 되니까 그렇게 작은 건 아니라고 할 수 있죠. 어쨌든 은행들이 배당보다는 내부유보를 해서 자산건전성을... 자본금을 확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죠.
박인규 : 또 일부에선 은행들이 이른바 수수료 현실화다 해서 돈벌이에만 너무 신경쓰는 거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병호 : 과거에는 은행이 공공성.. 쉽게 얘기하면 정부의 자금배급기관이기 때문에 수수료는 공짜로 해주는 것이 좋지 않느냐, 동호회에서 그런 걸 싸게 해주듯이. 그런데 은행들이 보니까 예대마진... 예금과 대출이자만으로 수익을 내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그러면서 수익을 내려다 보니까 수수료를 받는데, 그것이 갑작스레 너무 일반화하고 모든 것에 다 서비스를 받으니까 국민들의 거부감이 많은 건 사실이죠. 그렇지만 수수료는 물론 수익자 부담에 의해서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내는 건 당연하지만 그것이 너무 과하지 않느냐, 이것은 따로 우리가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죠.
박인규 : 과거에 은행이 경제개발에 역점을 뒀다면 요즘 은행은 돈벌이에 최대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런 이유 중 하나가 우리나라 은행들이 거의 사실 외국은행이다시피, 통계를 보니까 80몇 퍼센트, 70몇 퍼센트.. 겉모습은 우리나라 은행이고 실제 주인은 외국자본이다. 우리나라 외국자본의 지배비율이 외국이랑 비교해 보면 심한 건가요?
강병호 : 지금 국내 은행들의 시가총액에서 외국인 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한 60% 됩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금융 같은 경우는 정부가 78%지분을 갖고 있는 거니까 그거 빼고는 국내 대형은행들은 거의 70~80%가 외국자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주인이 외국인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는 거죠. 그렇지만 경영은 우리 한국사람들이 하니까 그냥 은행이 외국은행이라고 얘기하긴 좀 그렇죠.
박인규 : 그런데, 예를 들어 OECD가 주로 선진국 그룹이라고 하는데 거기 속한 국가 중 우리나라처럼 시중은행이 외국자본에 많이 소유된 나라들이 있습니까?
강병호 : 제가 알기론 멕시코 정도고, 아마 그 외에는 우리나라 은행의 소유에서 외국자본이 가장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건 우리의 특수한 여건 때문에 이렇게 됐죠. IMF 이후에 부득이하게 은행들이 많이 퇴출되고 은행이 거의 부실화 됐죠. 그래서 자본확충을 위해서 국내자본은 없고 하다 보니 외국자본들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외국자본의 지분이 올라갔는데, 앞으로 그런 은행의 소유와 지배구조 문제에서 많이 고민을 해야지요.
박인규 : 물론 외국자본이라고 해서 무조건 적대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외국자본이 거의 시중은행을 지배하게 될 경우에 득도 있다고 해요. 득과 실을 따져서 설명 좀 해주시죠.
강병호 : 저는 우선 아주 직접적인 것으로 보면 우리나라 국제신용도가 많이 올라갔습니다. 외국자본에 의해서. 우리가 외환위기 때 제일은행을 뉴브릿지 캐피탈이 인수함으로 인해서 국가신용등급이 그날 하루만에 2등급 올라갔어요. 그만큼..
박인규 : 말하자면 국제사회는 외국자본을 더 믿는 거군요.
강병호 : 그렇죠. 한국보다 그런 외국자본이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또 하나는 제가 가장 본질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외국자본이 들어오면서 자본주의의 냉혹성을 알게 됐다. 자본주의의 냉혹성이란 건 정말 이익추구나 경쟁이 치열하죠. 우리 과거의 국민 사회라는 건 서로 연고주의 온정주의를 통했는데, 이제는 외국자본이 들어오면서 거래중심으로 해서 각 거래에 따라 손익이 얼마냐, 이걸 철저하게 따르는 사회가 됐다. 또 하나는, 그래서 우리가 국민의 국제화의식을 높이고, 소위 주주중심의 자본주의 교육을 받는 데 굉장히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고. 혹자는 외국금융기관이 들어옴으로 해서 우리가 선진금융기법을 많이 배웠다는 얘길 하는데 저는 거기에 대해서는 그렇게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국내금융에서 국내기업에 대한, 또 국내금융행태에 대해선 우리가 제일 잘 압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외국의 선진기법을 배우려면 국내에 진출한 외국금융기관을 통해서 배울 필요가 없고, 지금이 어떤 시댑니까? 외국에 가서 배울 수도 있고 정보화 사회에서 할 수도 있는 건데, 그런 의미에서 외국자본이 기여한 것도 크지만.
박인규 : 지금까지는 긍정적인 측면을 말씀해 주시는 거고.
강병호 : 그런데 소위 실이라면 오늘날 주제가 되는대로 너무 외국자본이 단기적인 이익추구에 집중하고 공익성을 외면한 거 아니냐. 그리고 아파트 담보나 잡고 소매금융을 많이 하고, 중소기업대출도 60%정도 했던 걸 40%정도 하고. 이런 식으로 너무 단기이익 추구만 하지 않느냐. 또 하나는 경우에 따라서는, 은행의 공공성에 따라서 정부의 정책에 협조를 해야 되는데 비근한 예로 지난번 LG카드 사태가 일어났을 때, 은행들이 정부의 혜택을 받아서 융자를 하는 협약을 만들어 놓고 외국은행이 그걸 깨버렸습니다. 그만큼 정부정책에 비협조적이다.
박인규 : 공공성이나 정부정책보다는 돈벌이가 우선이다.
강병호 : 그런 속성을 갖고 있죠. 그래서 최근에는 외국금융기관, 특히 다국적기업도 현지에 진출했으면 현지에 기여를 해야 되지 않느냐, 그런 나름대로의 강령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박인규 : 국내자본이 다시 국내은행을 지배할 수 있도록 국내자본의 비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없습니까?
강병호 : 지금 그게 사회적인 이슈가 됐습니다. 우리나라 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할 정도로 은행에 자본참여를 할 수 있는 것은 쉽게 얘기하면 재벌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현재 과거의 재벌들이 은행을 소유함에 따른 폐해가 60년도 이전에 한 번 있었습니다. 사금고가 된다고 해서 그래서 그때 국민의 의식이라든가 국민적인 기대감 때문에 재벌은 은행에 참여하면 안 되겠다 해서 재벌들이 은행의 주식을 소유 못하게 해놨습니다. 4%까지만 가질 수 있고 초과해서 가지면 안 됩니다. 그런데 외국자본은 10%까지는 그냥 가질 수 있고 10% 초과해서 가질 때도 감독원의 승인만 받으면 돼요. 그래서 우리가 굳이 외국자본에 대해서 은행을 열면서 우리 산업자본이라고 해서 국내자본에 대해서 막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느냐. 그 문제를 우리는 앞으로 많이 고민해야 될 겁니다.
박인규 : 상당히 딜레마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 국민들이 재벌들이 은행까지 가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할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참 어렵습니다. 은행이 기본적으로 돈을 벌어야겠지만 공공적 성격의 기관이고 그런 역할을 해야 되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아닌 것 같다. 외국에서는 은행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 같은 게 있습니까?
강병호 :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법으로 정해 놨습니다. 미국은 지역재투자법이라고 해서 은행이 지역사회에 기여해야 된다는 거죠. 그래서 어떻게 기여했느냐로 점수를 내서 각종 인허가 등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캐나다,,프랑스 등에서는 은행이 공익사업을 한 것, 중소기업 투자라든가 영세금융, 사회기부를 했다든가 이런 걸 전부 감독원에 보고하게 돼 있고 그걸 일반에 공시를 하게 돼 있습니다. 일본도 그런 걸 해서 그런 내용으로 법제화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에 공공성보다는 우선 은행을 살리는 게 급했기 때문에 공공성에 신경을 미처 못썼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제 앞으로 그런 걸 해야지요. 그런 작업을 하기 위한 준비는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제도화 돼서 나오진 않았습니다.
박인규 : 우리도 은행의 공공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사회적 방안들을 고민을 해야 될 때가 된 거군요.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이 국내은행에 많이 들어오면서, 우리 은행의 금융기관으로서의 경쟁력이랄까요, 많이 향상됐습니까?
강병호 : 잘 아시겠지만 우리가 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해서 160조라는 공적자금을 넣었죠. 그러다 보니 재무안정성은 표면적으로 많이 올라갔습니다. BIS비율도 선진국 수준이 도달했고 수익성도 미국보다는 조금 덜하지만 영국이나 일본보다는 훨씬 좋고, 표면상으로는 좋지만 실제로 은행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본질적인 경쟁력은 그게 아닙니다. 상품개발능력이나 리스크관리능력, 이런 것들은 아주 낮다고 봐야지요.
박인규 : 이른바 담보대출 같은 것..
강병호 : 그런 것도 그렇고, 우선 중소기업 같은 데에 대출을 할 때 어떻게 하면 신용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느냐
박인규 : 말하자면 이 기업에 돈을 꿔 줘도 되는가 안 되는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
강병호 : 그런 능력을 갖춰야 되고, 그런 인프라, 데이터베이스 등 인프라를 갖춰야 되는데 아직은 그런 게 취약하고. 또 하나는, 최근에 각종 신용, 금융상품들이 나오는데 대개 그게 우리 금융기관들이 개발한 상품이 아니에요. 외국에서 개발한 것을 사용료를 주고 운영하는 건데..
박인규 : 사용료도 줍니까?
강병호 : 예. 그래서, 그런 의미에서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약하다. 또 하나는 우리가 지금까지는 외국자본을 끌어들여다가 국내에 배급했는데, 이제는 우리가 외자도 많고 하면 국내 것을 끌어다가 나가야 되는데 나가서 하는 금융기관들이 하는 것이 아주 미미해요.
박인규 : 나가서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좀 부족하군요.
강병호 : 예. 나가서 외국인 상대로 돈을 벌어야 됩니다. 마치 외국은행이 우리나라에 와서 돈 벌어가듯이. 우리가 외국에 진출한 건 기껏 해봤자 교포 상대로 해서 돈장사 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박인규 : 아직은 우물 안 개구리다. 금융감독원 초대 부원장을 지내셨으니까 여쭤보는 건데요, 금융감독원을 통해서 은행의 경쟁력이나 공공성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은 없나요?
강병호 : 그게 금융감독원의 사명이죠. 옛날에는 구조조정을 하면서 우선 은행의 재무구조를 확충하는 데에만 신경썼는데 이제는 그런 데에 신경을 많이 써야 되죠. 그런데 많이 노력하고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너무 감독원의 감독정책이 금융기관의 건전성이나 행태를 건전화시키는 것보다는 경기대책적인 것.. 카드정책 같은 것. 카드를 소비를 증진한다고 규제를 완화해 버린다든가. 최근 들어서 부동산 투기 억제한다고 해서 계속 감독정책으로 규제하는 것은 감독당국 본연의 임무는 아니죠. 가급적 그런 의미에서 금융감독기구의 중립성, 정부로부터의 중립성, 정치권으로부터의 중립성이 강조돼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조금 미흡하다는 생각입니다.
박인규 : 경제개발 시절에는 모든 은행이 그야말로 정부의 한 마디에 움직이는 관치금융시절이었는데, 그게 민간의 손으로 돌아간 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러다 보니 공공성이 약화됐다... 그런 문제가 제기됐는데, 마지막으로... 어떻습니까. 물론 은행보고 돈 벌지 말라고 할 순 없는 거고, 돈도 벌면서 사회 공공의 역할도 양립하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 혹시 지금 말씀하신 것 중에서 안 된 부분이라든가, 공공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마무리 말씀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강병호 : 지금 우리나라 은행의 수익구조가 참 취약한 것이, 거의 90% 예대마진입니다. 예금하고 대출하고의 차익...
박인규 : 이른바 이자따먹기.
강병호 : 이자따먹기란 말이죠. 그것보다는,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고. 그건 은행이 진짜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 흔히들 생각하는 것이 자본시장상품이나 개인의 자산관리상품 등 상품개발을 통해서 전적 부가가치를 창출해서 은행의 수익성을 올리는. 단순히 예대마진으로 금리를 따먹는, 그런 장사가 안 됐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은행들이 인재를 많이 개발해야지요.
박인규 : 결국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수익성도 올리고 공공성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겠군요. 뭐든지 실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강병호 : 감사합니다.
박인규 :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낸 한양대 경영학부 강병호 교수와 함께 은행의 공공성이 무엇인지.. 우리 은행들의 사회공헌 실태는 어떤지.. 얘기 나눠봤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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