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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ㆍ전문가가 앞장서는 나라가 선진국"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3/02] 서울대 경영대학 조동성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중국은 물론 말레이시아에도 밀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특히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의 네 마리 용 가운데.. 우리나라만 국가경쟁력이 20위에서 40위를 맴돌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서울대 경영대학 조동성 교수는 이같은 지적을 하면서 그러나 우리나라도 전략만 제대로 갖추면 5년 내 세계 5위 진입이 가능하며,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집중과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서울대 경영대학 조동성 교수를 초대해..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의 현주소와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전략들이 필요한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서울대 경영대학 조동성 교숩니다! 조동성 교수는 1949년 서울 출생으로.. 71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76년 미국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과 걸프오일회사에서 근무한 후, 78년부터 지금까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한국자원경제학회, 한국경영학회 등의 회장직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지난달 말, 조 교수님께서 선진화포럼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싱가포르, 홍콩은 물론이고 중국과 말레이시아에도 뒤쳐져 있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많은 분들이 중국까지는 몰라도 말레이시아 정도는 우리가 앞서도 있다고 생각하셨을 텐데 상당히 충격이었던 것 같습니다. 보도도 많이 나왔고, 실제로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이 많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입니까?

조동성 : 경쟁력이라는 객관화되기 어려운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을 숫자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사실 얼마나 과학적이냐 하는 문제는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경쟁력이란 개념은 그 나라의 경제력, 경쟁력과 경제력을 구별할 필요가 있긴 한데 경제력이라는 건 GNP라든가 국민의 1인당 소득을 나타내는 구체적인숫자구요, 결과죠. 경쟁력은 경쟁에서 싸워서 이겨내는 힘이거든요. 경쟁력은 조금 미래지향적인, 앞으로 경제력이 커지겠느냐 작아지겠느냐, 앞으로 다른 나라와 싸워서 이기겠느냐 지겠느냐, 미래지향적 개념입니다. 그러니까 중국이나 인도, 브라질 등의 나라들이 쫓아오고 있는데 이런 나라와 비교해서 우리 경쟁력이 뒤진다면 그것은 5년 10년 후에 우리나라가 밀린다는 이야기죠.

박인규 :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요소에는 어떤 게 들어갑니까?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조동성 : 경쟁력을 평가하는게 참 어렵습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그 나라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건 생산성이고 생산성은 돈과 사람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봤어요. 돈의 이자가 싸고 사람의 임금이 싸면 그만큼 싸게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생산성과 경쟁력이 높아진다. 이게 80년대 개념이었습니다. 굉장히 단순한 개념이죠.

그런데 90년대 와서 많은 사람들이 경쟁력 연구를 하면서 한 나라의 경쟁력이라는 게 돈과 사람이라는 단순한 요소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구요. 여기에서 90년대 초반에 세 가지 요소를 더 찾아냈습니다. 사람과 돈이라는 부존자원 외에, 두 번째로는 그 나라의 산업환경, 산업환경에는 크게 세 단계가 있는데, 국가적 차원에서 이데올로기죠... 자본주의를 채택하느냐 공산주의를 채택하느냐. 당연히 자본주의가 훨씬 유리하다는 걸 알아냈지 않습니까. 또 산업환경에서도 예컨대 경쟁이 치열한 산업이냐 독점적인 산업이냐. 당연히 경쟁이 더 낫겠죠. 또 기업 내부의 상황에서도 노사관계가 원만하냐 사이가 안 좋으냐. 그게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런 두 번째 요소인 산업환경을 찾아냈구요.

세 번째로는 관련 및 지원산업이라고 해서, 한 나라의 특정 산업이 그것과 관련되고 그 산업을 지원하는 여러 산업과 함께 어울려서 하나의 산업 클러스터 형성을 할 때 거기서 국가경쟁력이 나오는 거지 하나하나의 산업이 제각기 따로따로 움직이고 관련성이 없으면 경쟁력이 없다는 겁니다. 산업을 육성할 때도 서로 연관성을 생각하면서 함께 길러야 된다는 얘기가 나오겠죠.

마지막 네 번째 요소는 그 나라의 시장규모입니다. 시장이 역시 떠받쳐 줘야 그 나라에서 활동하는 기업의 경쟁력이 생기고 나아가서 국가경쟁력이 생긴다는 거죠. 이때 시장규모는 단순히 양적인 규모뿐 아니라 질적 수준까지도 얘기합니다. 구매력도 중요하고, 그 나라 구매자들이 얼마나 까다로운가. 예컨대 그 나라 또는 소비하는 제품에 대해서 아주 높은 고객들의 수준이 있어서 굉장히 많은걸 요구하고 애프터서비스나 품질 등.. 그럼 당연히 그걸 맞추기 위해서 기업이 노력하다 보니 전반적으로 경쟁력이 생긴다는 거죠. 그래서 90년대에는 그렇게 네 개 요소가 나왔는데 2000년대 오면서 그 외에 진짜 중요한 건 사람 아니냐. 그 나라 근로자들의 수준, 또 정치가, 행정관료, 그 나라의 창업가들, 전문경영자. 기술자, 디자이너, 이런 사람들의 수준이 어떤가를 따지게 됐고 그래서 오늘날은 물적 자원과 인적 자원을 다양하게 평가하면서 경쟁력 랭킹을 매기고 있습니다.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까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요소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고 갈수록 인적자원이라든가 추상적인 게 들어가는데, 이번 세미나나 언론보도를 보면 국가경쟁력이라는 게 약간 좀 변동도 많고.. 예를 들면 일본도 1위였다가 20몇위가 되고 하는데, 우리가 국가경쟁력에 너무 신경 쓸 필요 없다는 얘기도 나왔어요. 어떤 의미에서 그런 지적이 나온 거죠?

조동성 : 경쟁력의 숫자 자체가 사실은 왜곡이 가능하고, 사람이 하는 일이고 자료를 수집해서 하는 일이다 보니 자료가 틀릴 수도 있고. 설문지의 경우는 누가 답변하느냐에 따라서 왜곡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 숫자 자체를 아주 획일적으로 신앙 같이 믿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평가가 없는 곳에는 진보가 없다'라는 영어 속담이 있습니다. 국가경쟁력이라는 추상적인 것도 현재 부족하긴 하지만 평가하고 측정함으로써 우리가 발전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무시할 게 아니라 거기서 조금이라도 배울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걸 찾아서 배우는 게 발전하는 태도 아닐까..

박인규 : 조 교수께서는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답보 내지는 심하게는 약화되고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조동성 : 숫자로 나오면 답보 내지는 약간씩 떨어지고 있는 모습인데요, 우리나라가 설령 그렇다고 해서 항상 비관할 필요는 없습니다. 재밌는 자료가 하나 있습니다. 1980년대 미국의 뉴스위크라는 시사주간잡지에서 표지로 '네 마리의 호랑이가 동아시아에서 몰려오고 있다' 그래서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를 지목했습니다. 그때 한국이 네 마리의 호랑이 중 항상 앞에 섰어요. 그런데 지난 20년 동안 그 네 마리 호랑이 중에서 한국을 뺀 대만, 홍콩, 싱가포르는 경쟁력이 각각 1, 2, 3등을 했습니다. 싱가포르는 1등을 한 적이 있고 홍콩은 2등까지, 대만은 3등까지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한국은 지난 20년 동안 여러 가지 경쟁력 지표에서 가장 높이 올라간 게 17등이고 밑으로 떨어진 건 38등, 40까지 있습니다. 한국만 뉴스위크의 그때의 미래추측성 기사에 부응하지 못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그걸 역으로 보면 우리는 잠재력을 지금 키워가고 있기 때문에 그 세 나라가 각각 1, 2, 3등을 한 것처럼 한국도 언젠가는 1, 2, 3등 할 가능성이 있다. 그걸 역으로 보여는 거라고 할 수 있죠.

박인규 :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자.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점.. .경쟁력하고도 관련되겠습니다만 그런 문제점으로 노동 문제, 부동산, 의료, 교육 문제 등을 뽑으셨어요. 이런 것들이 우리 사회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조동성 : 사실 그런 요소들의 걸림돌이 아니고, 아까 말씀드렸던 원인... 네 가지 물적 요건과 네 가지 인적 요건들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하면 그게 걸림돌이죠. 예컨대 근로자들이 학습을 통해서 기술수준을 높여야 되는데 그런 노력을 안 하고 기술 수준이 높지 않은데 임금만 높아지고 있다. 그러면 문제죠. 예컨대 정부나 정치지도자, 행정관료가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현명하게 정책을 써서 국가의 자원을 활용해야 되는데 그런 자세는 안 보이고 이기적으로 권력다툼, 자리다툼이나 하고 있다, 그런 게 발목을 잡는 거죠. 창업가나 전문 경영자도 마찬가집니다. 그런데 그런 발목을 잡는 요소들이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나타나느냐 하면, 아까 말씀하셨던 교육 의료, 노동, 부동산문제로 나타나죠. 그러니까 그 문제를 문제로서 해결할 게 아니라 원인이 되는 요소를 변화시켜서 그걸 가지고 이 네 가지 문제를 풀어내면 되겠다.

박인규 : 노동 문제를 예로 들면 정부에서도 마찬가지고 근로자들의 임금 요구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말을 하는가 하면, 노동계 같은 데서는 비정규직이 너무 많아서 노동자들의 질적 숙련도랄지 일적 수준향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노동문제는 어떻게 풀어가는 게 국가경쟁력이 도움이 될 것인지 나름대로 복안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조동성 : 노동문제를 두 가지 이슈를 가지고 설명하셨는데요, 하나는 임금이 과도하게 올랐다는 것. 또 하나는 비정규직 문제 얘기하셨습니다. 저는 그 두 가지도 아닌 다른 시각으로 이 문제를 접근하고 싶습니다. 노동문제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 중 어느 누구도 전투적인 노조행위가 우리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노사분규만 나면 사실 노조를 두들기고 있죠. 그런데 이 노조에도 두 그룹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에도...... 하나는 정말 순수하고 순진한, 다만 약간 즉흥적인 노동근로자들이 있고, 그 다음 소위 귀족노조라고 표현하는..... 노조원들 중에서도 훌륭한 사람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정치적 목적이라든가 치부를 한다든가 그런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서 노조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이 두 그룹으로 볼 수 있는데, 그래서 노동문제를 많은 사람들은 두 번째 문제에 초점을 두고

박인규 : 지나치게 권력화 된, 또는 정치화 된 노조가 문제다.

조동성 : 그렇게 얘길 하죠. 그런데 사실 왜 이런 현상이 존재하느냐에 있어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첫 번째 그룹, 즉 순수한 노동자들이 왜 그런 뒤에 있는 노조귀족들의 사주를 받아서 움직이느냐. 이유는, 기업의 경영자 중에.... 일부 경영자라고 얘기하겠습니다. 오너라고 불릴 수도 있고 최고경영자라고 불릴 수도 있는 그 그룹 중에 진정으로 기업을 위해서 활동하는 게 아니고 개인적 이득을 위해서 기업을 악용하는, 투명하게 정직하게 경영 안 하고 윤리적 경영을 하지 않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악덕경영자라고 표현할 수 있는 그런 경영자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들이 파행적으로 경영한다는 걸 제일 잘 아는 사람들이 근로자들이죠. 우선 비서부터 시작해서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들이 자기가 일하는 기업에서 경영자들이 자기가 열심히 일하면 돈을 빼먹는다든가 그런 걸 보면서 억울한 마음이 안 생기겠습니까. 그러니까 불만이 생기는 거죠. 그 불만을 자극해서 노동분규를 일으키게 하는 게 그 안에 있는 노조의 간부들이죠. 물론 그 간부들 중에는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개인적인 목적을 추구하면서도 나는 개인적인 목적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걸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을 거 아니에요. 그러나 그 앞에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조종해서 자기 목적을 추구하는 겁니다.

그럼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되겠습니까. 저는 첫 번째로는 역시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윤리경영, 투명경영을 하고 정도에 맞는 경영을 함으로써 불만을 가진 근로자들이 먼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라지더라도 개인적 이득을 추구하는 노조 간부들이 있죠. 그러나 정도경영을 하는 기업에서 불만을 가진 근로자들이 사라지면 개인적 목적을 가진 노조원들은 태양 앞에 쪼이게 되거든요. 그럼 당연히 사라지죠. 시간은 좀 걸리지만 수순이... 먼저 경영자가 정도경영을 하면 시간이 걸림에 따라서 그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는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 노조에게만 책임을 묻기보다는 경영진도 기업을 위해서, 사회를 위해 일하는 자세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

조동성 : 숫자로 말하긴 그렇지만 70%는 경영자에게 먼저 책임이 있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박인규 : 또 말씀하신 것 중에 여러 가지 인적 요소 중에서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데서 정치인이나 관료가 한 발짝 물러서고 오히려 기업인이나 전문가가 국가경영 전반에 나타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어떤 의미입니까?

조동성 : 전 세계 후진국에서 개도국, 중진국, 선진국의 패턴, 활동을 보면 경제주체가 크게 네 가지 있지 않습니까. 근로자, 정치가 및 관료도 중요한 주체고, 그 다음 기업가, 전문경영자인데, 대개 후진국은 근로자는 있지만 나머지 그룹이 없는 나라죠.

박인규 : 근로자들의 노력으로만 끌고 갈 수밖에 없는..

조동성 : 그러니까 후진국이죠. 그런데 개도국이 되면서 사실 정부관리가, 정치지도자와 행정관료가 앞서나가면서 국가를 끌어나갑니다. 그러다가 중진국쯤 되면 그런 정부 내지는 정치지도자 가 약간 뒷면으로 가고 창업가가 나타나요. 그러나 선진국은 전문경영자가 모든 것을 주도합니다. 패턴이 그렇거든요. 네 그룹이 다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 누가 더 중요하냐, 이건 경제발전단계에 따라 다릅니다. 우리가 지금 근로자가 문제라고 얘기하고 문제지만, 근로자가 문제가 되는 나라는 후진국이에요. 중진국 선진국 가는 나라에서도 근로자가 문제지만 그걸 문제라고 얘기 안 하거든요. 그걸 끌어안고 전문경영자, 기업가가 나가는 게 선진국이거든요. 또 마찬가지로 정부도 문제지만 정부에 모든 책임을 맡기는 것도 개도국 멘탈리티라고 저는 봅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나라는 중진국 선진국이 되는 나라니까 이젠 기업가가 나서고 전문경영자가 나서 가면서 근로자가 부족하고 정부가 좀 부족하더라도 그걸 감당하면서 나가는 게 선진국 된 자세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박인규 : 또 하나 주장하신 게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특별한 위원회를 만들어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이랄까 방안을 마련해 보자고 말씀하셨는데. 워낙 요새 위원회가 많아서 그런지 이게 과연 효력이 있을 거냐, 그런 회의론도 있는 것 같구요. 왜 필요한지 설명을 좀 해주시죠.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조동성 : 우선 우리나라의 행정을 보면 전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행정력이 강한 소위 행정국가입니다. 예컨대 불법과외도 행정력으로 막아내는 나라가 한국 아닙니까. 전 세계에 이런 나라는 없어요. 행정력이 지나치게 비대해 있는 건 사실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행정력을 가진 정부가 각종 법이나 제도를 통해서 기업활동을 돕기도 하고 막기도 하는데요, 문제는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자유도 필요했고 민주도 평등도, 평화도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런 건 어느 정도 갖췄거든요. 이젠 경제적 번영과 선진화, 행복 이런 걸 추구할 때가 왔다 이거죠. 그게 경쟁력인데 정부의 제도나 규제나 이런 게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잘 정렬이 된다면 한국의 지금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요소를 가지고,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5등으로 가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5년 안에 충분히 됩니다. 다만 그렇게 되려면 모든 제도를 정렬해야 되거든요. 그런 정렬을 하는 기준을 가지고 그 기준에 따라서 모든 제도를 평가하고 실행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원회를 만들자는 거구요. 기존의 위원회를 전부 통합해서 한 개 위원회로 모든 걸 해결하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박인규 : 우리의 강력한 행정능력을 봐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하면 5위로 들어가는 것도 시간문제다.

조동성 : 5년이 아니라 그 이전에도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박인규 : 조동성 교수께서는 지난 1월에 유명한 스위스 다보스경제포럼에 참석하셔서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최초로 세션 사회도 맡으셨고, 그 전에도 하얼빈 다녀오시고 두바이 다녀오시고. 올해 들어서만 해도 여러 곳을 다니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외국을 다니시면서 우리 사회의 국제경쟁력에 대해서 느끼신 바가 많다고 들었는데요, 우선 다보스포럼에 관해서. 우리나라가 지금 세계 10위대의 경제대국이라고 자랑하고 앞으로도 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긴 한데 실제로 외국의 여러 사회, 정치지도자들이 모인 자리에 나가서 보니까 한국의 위상이나 실력이 어떻던가요?

조동성 : 여러분이 잘 아시다시피 다보스미팅은 1983년부터 시작했습니다. 한 25년째 쯤 되고 있는데요, 전 세계의 정치지도자와 기업의 최고경영자들, NGO 지도자들이라든가 기타 여러 사회의 지도자들이 모여서 전 세계적인 이슈가 뭐고 잉걸 우리가 슬기롭게 대처할 것인가를 함께 모여서 토론하는 자리죠. 이번에도 1월 24일부터 28일까지 5월에 걸쳐서 진행됐는데 한 2400명정도 모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치지도자.. 즉 대통령과 수상만 23~24명 모였다고 하고. 그런데 이번에 가서 제가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우선 아침 7시 반부터 시작해서 대개 한 시간 내지 두 시간 간격으로 밤 11시 반까지 하루에 계획을 잘 짜면 10 내지 12개 정도 세션을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빽빽하게 계획이 잡혀 있구요.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한 200여 개 세션이 진행됐습니다. 우선 체력이 있어야 거기 가서 뭔가 많은 걸 배우겠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거기 가서 재밌는 현상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눈에 안 들어왔는데 며칠 지나고 보니까 그 수많은 이슈들을 다루는 세미나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눠지더라구요. 첫 번째 그룹은 FTA, 자유무역협정이라든가 중국, 인도의 부상, 그리고 에너지 문제, 또 기타의 경제 문제, 이런 것들이 상당히 많이 세미나의 주제였고. 또 다른 주제는 전 세계 질병 문제, 또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굶어죽고 있지 않습니까. 기아 문제, 환경 문제, 환경의 이상이 굉장히 큰.. 날씨가 변하는 게 굉장히 큰 문제고. 그리고 후진국 국민들의 교육 문제... 이런 게 또 큰 한 덩어리를 이루고 있더군요.

그런데 제가 가서 참 창피함을 느꼈는데요, 저도 그냥 개인 자격으로 갔으면 경영학을 전공하는 사람이니까 찾아다니는 세션이 경제 문제 쪽으로 가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공교롭게도 이번에 그쪽에서 초청을 해서 사회도 맡기고 패널발표도 맡기고 해서, 집행진에서 한 6개 세션을 의무적으로 들어가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를 떠나서 거길 꼭 갔었어야 되죠. 그런데 재밌게도 제가 배정받아서 간 세션을 보니까 거긴 우선 한국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어요. 이번에 한국 분이 한 20여 분이 같이 가셨는데, 한국 참가자들이 모두가 경제 쪽에만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인간복지 문제라든가, 이런 문제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거군요?

조동성 : 세계적인 문제, 기아, 질병, 교육 등에 대해서보다는 당장 돈이 되는 이슈에 훨씬 관심이 많은. 정말 우리가 다른 나라 비판하지만 우리야 말로 경제적 동물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세션에 가보니까 그 자리에는 아까 말씀드린 세계 지도자, 각국의 대통령이나 수상이나 큰 기업의 회장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라든가 시스코의 존 챔버스라든가, 그런 굴지의 대기업 CEO들, 회장들은 전부 이런 세계적인 이슈를 다루는 세미나에 와 있는 거예요.

박인규 : 말씀을 듣고 보니까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왜 존경을 못 받는지, 또 양극화 때문에 왜 서민들이 고통받는지도 약간 이해가 가는 감이 있네요. 시간이 많지 않아서 많이는 못 여쭤보겠습니다만, 두바이 같은 경우는 작년에도 노무현 대통령이 갔다 오셔서 상당히 감탄하셨는데, 우리나라가 앞으로 성장잠재력과 함께 모든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이런 부분에 신경써야 한다, 이런 건 뭐가 있을지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조동성 : 제가 이번에 1월에는 하얼빈에 가서 빙등제 축제에 갔었는데, 그 추운 겨울에 아주 시베리아 혹한에 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하는 걸 봤습니다. 또 다보스나 두바이에서도 정말 세상이 이렇게 빨리 변하고 있고 불가능한 걸 가능으로 만드는 현장을 목도했는데요. 이걸 통해서 우리가 변화해야 한다고 하고 혁신을 한다고 얘기합니다만, 이제 전 세계적인 과제는 변화와 혁신이 아닌 것 같아요. 창조인 것 같습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고,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많은 사람들이 핀잔을 주고 비판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정신. 그게 앞으로 한국을 이끌어나가는 화두가 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걸 깨달았습니다.

박인규 : 한국이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창조정신이 필요하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조동성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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