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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운하의 운명, 미국에서 중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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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운하의 운명, 미국에서 중국으로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239> 파나마 운하 확장계획의 속사정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 확장공사가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됨에 따라 전세계 해양운송망에 일대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또 베네수엘라와 쿠바 등 중남미 국가들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석유와 액화 가스 등 에너지·원자재 교역이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1914년 개통된 파나마 운하는 최근 들어 아시아와 미국, 중남미 국가들 간에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물동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2004년부터 확장공사 문제가 활발하게 논의됐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공사비 때문에 엄두를 못 내고 시간을 끌어 왔다.

인구 350만여 명에 연간 예산이 65억 달러 정도인 파나마로서는 힘에 부칠 만큼의 천문학적인 공사자금이 문제였던 것. 운하의 넓이와 깊이를 두 배로 만드는 확장공사는 공사비만 52억2000만 달러가 소요되는 규모.

공사비 조달문제로 지지부진하던 파나마 운하 확장공사가 급물살을 타게 된 건 이 운하의 최대고객으로 부상한 중국의 의지와 운하의 실질적인 경영을 맡고 있는 홍콩 '허치슨 암포아'의 리자청(88) 회장의 강력한 지원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원유의 원활한 수송을 위해 파나마 운하 확장을 밀어붙이면서 현실화되기 시작했다는 게 정설이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파나마 운하의 확장계획 조감도 ⓒ파나마 운하 관리청

현재 외견상 파나마 운하를 관리하고 있는 건 파나마운하관리청(ACP)이지만 실질적인 관리와 운영은 리자청 회장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다시 말해 운하의 하드웨어는 파나마 관리청이 관리하고 소프트웨어는 허치슨 암포아가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컨테이너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는 허치슨 암포아(아르헨 현지법인 명 Bs,As Container terminal Service. SA)의 한 관계자는 "파나마 운하의 대서양 끄리스또발 항과 태평양의 발보아 항 터미널의 화물 선적과 하역 등의 서비스 업무는 허치슨 암포아사가 운영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파나마 운하의 전체적인 관리는 파나마 정부의 몫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둘러치면 이렇게 얘기할 수 있고, 메치면 저렇게 얘기할 수 있는 내용이다.

파나마 운하 사정에 정통한 부에노스아이레스 항만관리들은 같은 내용을 이렇게 얘기한다.

아르헨 항만관리청의 한 고위관리는 "허치슨 암포아는 멕시코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중남미의 5개 주요 항구와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38개에 달하는 주요항구도시의 화물 터미널의 운영권을 쥐고 있다"며 "허치슨 암포아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려는 선박의 통항순서는 물론 이 운하를 통과하는 모든 선박들의 통항관리까지 대리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리에 따르면 미 해군 군함이 이 운하를 통과할 때마다 운하관리청과 미 펜타곤 사이에 분쟁이 있어 왔는데 이는 미 군함이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는 8시간 동안 허치슨 암포아사의 현지 법인체 직원들에게 미 군함 내부를 상당부분 공개해야 되기 때문이다.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모든 선박들에 대해. 운하 통과기간 동안 현지 파일럿을 비롯한 상당수의 허치슨 암포아사 소속 선원들이 승선해 통항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결국 파나마 운하는 처음부터 끝까지 허치슨 암포아사에 의해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얘기다.

1914년 미국 자본과 기술에 의해 개통된 파나마 운하는 지난 100여 년간 미국에 의해 운영되어 오다가 이제 새롭게 확장해 향후 50년간은 중국인의 손에 운영되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허치슨 암포아와 파나마 정부가 맺은 운하 임대기간은 25년이지만 운하 확장 후 일차적으로 25년간 계약기간을 연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명문화 했으며, 그 이후 계약권을 허치슨 암포아가 지정한 국가 혹은 기업체에 양도할 수 있다는 문항까지 삽입해 놓았기 때문이다.

파나마 운하를 통해 거리 좁힌 중국과 베네수엘라

지난 1977년 미국과 파나마 양국간 조인된 운하 반환조약에 따라 파나마 정부는 1997년 운하 관리법인체 공개입찰에 나서게 된다. 이때 일본의 카와사키와 미국의 벡텔, 홍콩의 허치슨 암포아가 운하 운영권을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결과는 중국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허치슨 암포아의 리자청 회장이었다. 리 회장은 역대 중국 정부의 최고실력자들과 막역한 관계를 유지해 온 아시아 최고의 자본가이자 홍콩 반환에도 깊이 간여한 정치성이 강한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중국 정부와 리 회장이 운하 운영권 공개입찰 과정에서 파나마 정부에 어떤 조건을 내세웠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파나마 정부가 리 회장을 향해 추가로 특혜 사업을 할애해주겠다고 제안할 정도로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 파나마 운하의 실질적인 관리자인 리자청 회장 ⓒPanama Ports Co.

이 소식을 접한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는 펜타곤과 의회의 반발로 파나마 정부를 향해 공개입찰 결과를 백지화하도록 압력을 행사했으나 무위로 끝나자 당시 언론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리 회장이 미국 내 인맥을 총동원해 클린턴 주변인사들과 정치계에 강력한 로비를 펼쳐 미국 내 반발을 무마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찌됐건 막강한 자본과 전세계에 널리 퍼진 자신의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리 회장은 철저히 자신을 낮추고 파나마 정부의 체면을 살려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운하의 관리 운영도 투명하게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나마의 마르띤 또리호스 정부 역시 이 점을 높이 사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파나마 정부는 운하의 확장공사 기간을 6년으로 보고 있다. 2014년에야 확장공사가 끝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차베스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은 베이징 합의를 통해 2012년부터는 베네수엘라산 원유 100억 배럴 이상을 매일 파나마 운하를 통해 운송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물론 이들은 확장공사의 시작을 2007년 중반으로 계획했었다. 그러나 정작 확장공사는 오는 2008년에야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차베스와 후진타오가 합의했던 계획과는 2년의 차이가 나지만 파나마 운하의 확장계획을 중국과 베네수엘라가 파나마 정부를 앞세워 암암리에 추진하고 있었음을 방증하는 정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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