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작 <불편한 진실>이 다큐멘터리 영화로서는 드물게 흥행에 성공한 것이 고어가 대중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었다면,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고어가 현장에서 보여준 쇼맨십은 '딱딱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벗고 스타로 '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경직된 이미지 벗고 '정치스타'로 급부상
이에 미국 현지 언론들은 고어의 수상 소식과 함께 2008년 대선 출마 가능성을 타진하는 분석 기사들을 쏟아냈다.
고어는 이날 시상식에서도 "대선에 다시 출마할 생각은 없다"고 단언했지만 상승세를 타고 있는 고어의 인기가 정점에 오르고 그 동안 경합을 벌이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과 바락 오바마가 흙탕물을 뒤집어쓴다면, 그래서 다수의 민주당 지지자들이 고어의 출마를 원한다면 언제라도 번복될 수 있는 선언이라는 것이 워싱턴의 일반적 관측이다.
<네이션> 인터넷판은 "고어가 이날 중대 발표를 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2008년 대선 출마에 대한 추측을 잠재우지도 않았다"며 출마 여지를 넓게 열어뒀고, <CBS> 방송은 아예 "고어가 늦어도 9월께에는 출마를 선언하고 민주당의 후보 자리를 꿰 찰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출마시기를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고어가 이른 시일에 대선 행보를 시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출마를 결심하더라도 공식발표는 정치인이 아닌 환경운동가로서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우호적인 환경을 최대한 활용한 다음이다.
2000년 대선에서 고어 캠프의 선거운동을 담당했던 돈나 브라질 씨는 <CBS> 인터뷰에서 고어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전망하면서도 "당장 내일 출마를 선언하라고 요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고어의 주가는 상한이지만 많은 선수들이 스테이지에 올라와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5월 신간 출간, 7월 세계적 콘서트 출연…'시간'은 고어편?
향후 5개월 동안 최소한 세 번은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를 마련해 두고 있는 고어에겐 오히려 시간이 힘이다.
일단 고어는 다음달 21일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상하원 합동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예산과 집행, 이권 등과 연관되지 않은 운동가는 정치적 공방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 있기 마련이다.
5월엔 정치적 소신과 견해를 담은 신간 출간을 앞두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고어가 신간에 대한 반응을 보고 출마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7월에는 전 세계적 이목을 집중시킬 행사가 계획돼 있다. 2007년 7월 7일로 7이 세 번 겹치는 '행운의 날'에 24시간 동안 열릴 환경 콘서트에 100여 명의 뮤지컬 스타들과 함께 출연할 예정인 것이다. 주최측은 7개 대륙에서 200만 명이 현장에서 혹은 방송 중계를 통해 고어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처할 뛰어난 지도자 있어 영광" 찬사
이미 고어는 전 세계가 흥미롭게 지켜본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다른 어떤 배우보다 재치 있는 모습을 보여줘 대중적 호감도를 급상승시키는 데 성공했다.
환경운동에 함께 나선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같이 이날 무대에 선 고어는 디카프리오가 "오늘 중대한 발표가 있다죠"라고 운을 떼자 안주머니에서 발표문처럼 보이는 종이를 꺼내들었다.
고어가 "친애하는 미국인 여러분, 오늘 밤 수십억 명이 지켜보는 이 자리를 빌어 정식으로…"라며 말꼬리를 끌자, 말을 마치라는 신호로 반주가 흘러나왔다.
전직 부통령이 연출한 '가상 출마선언'에 객석에선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이에 디카프리오는 "이번 시상식이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으로 '그린 환경 쇼'가 됐다"고 선언하며,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처할 뛰어난 지도자가 있어 영광"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사회자 엘렌 드제너러스도 "고어가 여기 있습니다. 미국이 그에게 표를 던졌고, 그 다음은 매우 복잡합니다"라며 대선 패배에 대한 아쉬움을 담아 고어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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