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인 교수는 방송현업은 물론 학계와 방송정책규제기구에 몸담았던 우리 방송계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오늘은 지난 방송 80년을 되돌아보고 방송통신융합과 상업방송의 성장 등 미디어환경의 변화 속에서 공영방송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강대인 전 방송위원장입니다. 강대인 교수는 1942년 함북 청진 출생으로.. 93년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언론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69년부터 80년까지 극동방송과 기독교 방송에서 PD와 편성부장, 기획심의실장, 논설위원으로 근무했고.. 82년부터 2000년까지 계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99년 대통령자문 방송개혁위원회 부위원장 겸 실행위원장, 2000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2002년 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2003년부터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다가.. 이달 말 정년퇴임할 예정입니다.
박인규 : 최근에 정년퇴임 기념 토론회를 하셨죠?
강대인 : 지난 2월 7일에 있었습니다.
박인규 : 내일 모레면 정년퇴임하신다고 하는데, 방송현업인으로, 학자로, 정책담당자로서 40년 몸담았던 방송계를 떠나시게 되는 소감이 남다르시겠어요.
강대인 : 그렇습니다. 60평생의 삶 중에 한 40년을 방송 관련된 일로 함께 보내왔기 때문에, 그런 순간순간, 예컨대 방송 현업이나 학계나 방송정책기구에 있을 때 함께했던 많은 동료 분들의 고마움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이만큼 시간이 흘러 생각하니까 오늘 이 자리에 서 있는 게 나 혼자의 힘으로 있는 게 아니라 여러 많은 도움의 손길 덕분이다, 그런 고마움을 생각하게 됩니다.
박인규 : 올해가 방송전파가 시작된 지 80년 되는 해인데요, 80년을 돌아보면 굉장히 큰 발전을 했죠?
강대인 : 그렇습니다. 처음에 1927년이죠, 2월 16일에 최초의 라디오방송이 시작돼서 80년이 됐는데, 그때 라디오 보유 대수가 한 200 몇 대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한 200~300대의 라디오 수신기를 대상으로 시작한 방송하고 지금 1400만 이상의 가입자들을 갖고 있거나 시청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방송을 생각하면 너무도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 당시의 방송을 오늘의 잣대로 그걸 방송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큰 변화가 있다고 봐집니다.
박인규 : 일부에서는 27년이 식민지하인데, 어떻게 보면 일제가 식민통치의 도구로 방송을 시작했는데 그걸 우리 방송 80년으로 하는 데는 문제가 있지 않느냐, 이런 이의도 있는 것 같아요.
강대인 : 저도 그런 논쟁에 참여해 본 적이 있습니다. 초기에는 1927년 일제하에 시작된 방송, 45년까지 한 18년간 그때 한국방송을 한국방송의 역사 속에 포함하느냐 마느냐는 아직도 학계에서 논쟁거립니다. 그러나 설령 그런 논쟁이 있다 해도 적어도 이 땅에서 우리 사람들이 참여해서 이뤄진 방송 자체를 우리 역사에서 들어내는 일은 너무 짧은 의견이다 하는 의견을 갖고 있습니다. 예컨대, 우리가 몽골침입을 받았던 불행한 시기나 임진왜란 기간이라든지 또는 일제 35년의 강점기와 같은 불행한 역사를 우리 역사에서 제외하고 우리 역사를 얘기하자, 그렇게 하면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설령 부끄러운 역사라 하더라도 1927년에 시작한 우리 방송의 뿌리 자체를 부인하는 건 온당치 않다는 생각을 갖습니다.
박인규 : 부끄러운 부분이 있다고 해도 큰 틀에서 봐야 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보자면 방송의 독립성, 특히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이라는 게 참 오랫동안 우리 방송계의 숙원이었는데, 강 전 위원장님께서도 주로 70년대에 현업에 계셔서 어떻게 보면 힘든 현업생활을 하셨을 것 같아요.
강대인 : 그렇습니다. 제가 유학을 갔다가 돌아온 게 73년인데, 유신 때였습니다. 그러니까 와서 얼마 안 있어서 제가 한 라디오 방송의 편성부장을 맡았을 때였는데, 그때 방송 주무부처인 공보부에서 매월 5개 방송의 편성부장들을 아예 회합을 열었습니다. 그래서 한 달 간의 방송 편성의 큰 방향과 정책목표를 제시합니다. 그래서 아예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거죠. 아침 프로그램은 무엇을 다루고 저녁에는 어떻게 다루고 어떤 사람들이 나오는 게 좋겠고, 방송의 큰 틀을 짜주는 거죠. 물론 구체적인 뉴스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과, 기관원들이 상주해서 방향을 제시하는 일들은 그 이후에 이른바 여러 가지 언론인들의 저항운동으로, 자유언론실천운동이라든지 이런 것으로 이어지게 되긴 합니다만, 방송편성의 부분으로 봤을 때도 그 당시에는 아주 불행하거나 되돌리기 어려운 기억들이 생생합니다.
박인규 : 거기 이어서 80년대에는 KBS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신문들이 땡전뉴스라는 말을 들었고 심지어는 시청료 거부운동까지 나왔고. 상당히 어두운 시절을 보냈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98년도에 방송개혁위원회가 생겨서 방송의 독립성을 위한 여러 가지 모색을 했고, 2000년도에 민간합의기구로서 방송위원회가 출범했어요. 이건 대한민국 방송사에서 보자면 상당히 의미있는 사건 아닙니까?
강대인 : 그럼요. 전 사실 개인적으로는, 결과적으로 김대중 대통령 정부에서 이루어진 일이라서 마치 어느 대통령의 업적으로 얘기하는 것 같아서 죄송스럽긴 하지만, 적어도 한국 방송 80년의 큰 흐름 속에서 늘 한국방송이 정치적 목적이나 정치권력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예컨대 1927년에는 일제하 총독부의 영향 아래 있었고, 1945년 해방공간 속에서는 미군정의 영향이 있었어요. 우리가 미국방송을 다 민간상업방송이고 자유로운 방송이라고 했는데 군정 3년 동안의 방송은 군정의 틀 속에 들어가서 군정이 모든 방송을 통제했습니다.
그런 관행이 결국 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함께 다시 방송에 대한 모든 관할과 규제권을 국가가 가져갔단 말이죠. 그래서 공보부나 공보처라든지 국가의 부처가 방송을 통제하는 시스템으로 왔습니다. 그런 역사적 과정들이 결국 정치권력이나 또는 권력을 가진 분들이 부단하게 방송에 압력을 가하는 행태로 나타났기 때문에, 이런 것을 어떻게 역사적으로 단절해내느냐 하는 것이 숙제였고. 조금 전에 말씀하신 대로 1980년대에 땡전뉴스 같은 것들을 통해서 방송이 적어도 권력으로부터 분리되는 단초는 만들어야 되는 거 아니냐. 그렇게 해서 합의된 것이 결과적으로는 현재의 통합방송법이라고 할 수 있고 그렇게 해서 출범한 것이 방송위원회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거죠.
박인규 : 일부에서는 방송의 독립성이나 특히 공정성 부분에서 굉장히 비판도 많고 논란도 많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방송의 독립성이나 공영성의 수준은, 완벽하다고 할 순 없지만, 어떻게 평가하세요?
강대인 : 글쎄요. 상대적으로 수치화할 수 있는 일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2000년에 방송법과 민간인이 참여하는 합의제 행정기구로서 방송위원회가 방송위 규제권과 정책권, 행정권을 행사한 이후에 적어도 정치권력이 내놓고 방송에 관여하는 일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그런 점에서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상당히 신장돼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고. 그러나 역으로 과연 소위 어떤 권력이 방송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유혹과, 또는 그런 부분이 늘 있는 것이지 어느 정권은 선하니까 방송에 대한 간섭은 안 할 것이다. 또 방송에 대한 영향력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권력은 없다고 봅니다.
박인규 :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은 끊임없이 제기되는 과제일 수밖에 없다.
강대인 : 그렇죠. 늘 긴장관계에서 이 부분을 봐야 되고 또 가능하면 제도적 노력이나, 아니면 적어도 시민단체의 영향이 그만큼 커졌으니까 어떻게 하면 구체적인 정치권력이 방송에 개입하는 부분을 제어하거나 막아내는 힘을 모을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입니다.
박인규 : 이제는 시민운동이나 언론단체 등에서는 방송의 독립성이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도 문제지만 이른바 자본이나 상업성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야 된다. 최근에 뉴미디어라든가 거대 통신재벌, 또 FTA를 통한 외국통신, 방송이 들어오면서 자꾸만 수익에 너무 몰려가고 있다. 특히 방송통신융합에서도 이것이 방송의 질 향상보다는 IT산업의 발전을 위한 상업적 움직임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비판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지난 해 말인가요? 정부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을 냈다가 상당히 논란을 일으켰는데,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방통융합 잘 돼가고 있다고 보십니까?
강대인 : 방향은 바로 잡은 것 같구요, 제가 방송개혁위원회를 책임을 맡고 있을 때나 방송위원회 책임을 맡고 있을 때의 생각은 적어도 방송통신위원회로 이미 매체현장은 그렇게 가 있는데, 1990년대 중반 이후 벌써 예컨대 인터넷 방송이나 웹캐스팅 같은 방송도 아니고 통신도 아닌 융합서비스는 이미 이뤄져 있는데, 그걸 규율할 수 있는 법제는 아직도 후퇴해 있었으니까 이런 문제를 현실적으로 빨리 조정해내서 적어도 그 시대변화나 환경변화에 걸맞은 제도와 옷을 입어야겠다는 생각이었고.
그래서 사실 99년도에 법을 만들 때도 방송통신위원회로 가는 쪽으로 가야 한다, 이미 그렇게 합의하고 2001년 상반기에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매듭을 짓겠다, 이렇게 로드맵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이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하다가 현 참여정부 후반기에 와서 이 문제에 대한 매듭을 짓겠다 하는 일련의 작업들이 이뤄지는 부분은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과연 방송통신융합에 대한 논의들이 이번에 정부가 마련해서 국회에 넘겨져 있는 그런 법안의 내용대로 과연 해결됐을 때 방송통신융합의 모든 현상들을 아우를 수 있는 틀을 만들 수 있겠는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박인규 : 이달 초에 있었던 강 교수님 정년기념 토론회 내용을 보면 방송통신융합추진을 한다는 것이 기본적으로는 수용자 또는 국민을 위한 것인데, 방송 쪽도 반성해야 될 부분이 많이 있고 통신도 반성해야 될 부분이 많이 있다고 지적하셨어요. 자세히 좀 말씀해 주시죠.
강대인 : 그 부분에 대한 말씀 전에 한 가지만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방송통신융합에 대한 논의가 마치 기구통합에 대한 논의로 귀결되는 것 같은,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를 통합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인 양 논의가 너무 단순화 돼 있는 부분에 대해서 좀 불만이구요.
왜 그러냐 하면 방송과 통신이 융합해 가는 매체시장의 환경이 어떻게 바뀌느냐... 소위 시장을 획정하는 문제, 그런 시장획정과 시장지배력을 판단해내는 일. 산업영역간의 차별적 시장지배력을 고려한 비대칭규제를 도입하는 문제, 또 수평적 또는 수직적 결합에 따른 소유규제 문제를 도대체 어떻게 가지고 가야 되겠느냐 하는 문제, 그리고 지배적 사업자의 시장지배력 전이 문제인 소위 바운들링 문제를 어떻게 봐야 되는지 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중요한 콘텐츠 문제, 콘텐츠 공급상 파생되는 불공정행위 등에 관한 여러 논의들을 우리가 점검해서 이런 문제를 아우를 수 있는 제도와 틀은 무엇이어야 되느냐. 이렇게 접근해야 되는데 그런 것들이 뒷전으로 밀리거나 배제된 채 마치 기구만 통합되면 이뤄지는 것처럼 그렇게 접근하는 인상을 받는 부분에 대해서 좀 불만입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방송과 통신 부분이 서로 반성할 부분이 있다 하는 것은, 방송시장이 지난 10여 년 사이 너무 크게 변했습니다. 특히 1995년에 케이블TV가 도입되고, 그 해 무궁화 위성이 쏘아올려졌지만 결국 위성방송이 시작된 건 2002년 와서야 가능했습니다만, 그런 유료방송시장이 확산돼 가면서 방송영역이 종전의 지상파 중심의 단일방송 체제를 이미 벗어나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지상파 방송들이 갖고 있는 우월성이랄까, 특권의식이랄까... 그런 부분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이제 방송시장의 변화 자체를 받아들이고 거기서 어떻게 소위 자기 매체의 정체성을 확립해 갈 것인지. 그리고 나름대로의 특성을 이뤄갈 것인지 하는 진지한 고민이 방송계 내부에서도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고. 또 통신의 경우 이게 너무 산업적 논리로 접근하게 되면, 그래서 마치 통신사업자들이 갖고 있는 망에 대한 특권을 가지고 소위 융합서비스에 대한 영향력 확대라든지 이런 쪽으로 접근해서는 적어도 방송통신융합의 모든 환경을 아우를 수 없는 것 아니냐 이런 생각입니다.
박인규 : 강대인 교수님도 지적하셨고, 제가 많은 분들을 만나면 최근에 뉴미디어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른바 테크놀로지푸쉬라는 말이 나와서, 새로운 기술이 나왔으니까 채워보자고 하는데 콘텐츠는 부재하다. 부족하다. 결국 아무리 많은 새로운 미디어가 나와도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강대인 : 옳으신 지적이죠. 실제로 콘텐츠를 단순히 방송프로그램이라는 좁은 의미로 봐서는 안 될 것 같고, 본질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될 텐데... 그간의, 그건 저도 일련의 책임을 져야 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방송시장에 진입하는 사람들로부터 방송발전기금을 조성해온 부분이 꽤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조성된 방송발전기금이 소위 콘텐츠 개발이나 발전을 위한 재투자로 투입돼야 됨에도 불구하고 과연 지난 6,7년 동안 그렇게 이뤄졌느냐 하고 되물어봐야 되고.
그리고 우리가 방송시장 개방이라는 현실적 문제에 직면해 있을 대 과연 우리 방송시장에 채울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는지, 외국의 싸구려 콘텐츠 말고 있겠는지 하는 부분에 대해서 서글픈 생각이 듭니다. 그런 부분에서 정책적 결단과 함께 적어도 이 부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콘텐츠라는 것이 적어도 문화적 주체성과 연결된 부분이기 때문에 우리가 싸구려 외국의 방송프로그램을 도입해서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건 큰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뉴미디어의 지나친 본격화에 너무 신경써서는 안 되겠다. 콘텐츠 개발이 중요하다, 그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지금 공영방송 위기라는 말이 많이 나와요. 뉴미디어, 상업방송이 많이 나오면서 재정적으로도 위기고 정체성, 정당성의 위기도 있다는 말씀도 많이 하는데 강대인 교수께서 보시기에는 공영방송이 진짜 위기에 있다고 보십니까?
강대인 : 저도 그런 판단과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지금 KBS 같은 경우도 2TV뿐 아니라 상당 부분 너무 시청률, 상업성에만 급급하고 있다, 이런 지적을 하고 있는데 공영방송들은 어떻게, 살아나갈 길이 어떤 게 있을까요?
강대인 : 공영방송에 대한 경영문제에 직접적으로 고민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연구자 입장에서 1980년대 들어서 전 세계적으로 공영방송이 도대체 왜 위기를 맞게 됐는가 하는 부분, 그것을 들여다보면 우선 방송환경이 급속도로 변해가는 변화내용 자체에 적절히 대응하거나 부응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요,
우선 1980년대 들어서게 되면 대부분 공영방송 중심으로 운영되면 유럽의 방송이 케이블이나 위성과 같은 상업방송이나 유료방송이 급속히 확산됩니다. 그러면서 기존의 공영방송들이 가졌던 영향력이 줄어들게 되면서 궁극적으로 재원조달 문제가 큰 쟁점이 되고, 그리고 정체성 문제는 대부분 편성원칙의 문제를 어떻게 정하느냐 하는 거였는데, 종전의 공영방송 중심으로 운영되던 방송체제에서는 공영방송에서 모든 걸 다 볼 수 있었지만 더 재밌고 유익한 프로그램들이 다른 민간채널에 수없이 많으니까 사람들의 관심이 그런 쪽으로 쏠리니까 그럼 대체 공영방송의 정체성은 어떻게 정립하는 것이, 또 구체적으로 어떤 편성원칙을 지켜가는 것이 공영방송다운 것이냐 이런 문제에 직면하게 된 거죠.
그런 한 흐름 속에서 KBS의 경우에도 똑같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수 있는데 문제는 재원구조 문제를 해결해 가기 위해서 너무 쉽게, 소위 상업적 재원, 쉽게 말하면 광고를 통해서 공영방송 재원을 충당해 간다 이것은 너무 쉬운 접근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광고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적 작용이나 특성때문에 그것이 주재원이 될 때 방송편성원칙에까지 영향을 주게 돼 있거든요. 그러니까 가능하면 공영방송의 편성의 틀과 원칙을 지켜낼 수 있는 재원은 가능하면 수신료라는 큰 재원을 중심으로 이뤄져야겠다는 생각이고. 그런 점에서 대표적 공영방송인 영국의 BBC나 일본의 NHK가 전체 운영자원의 80~ 90% 이상을 수신료로 충당하는 데 반해서 KBS 경우에는 한 50~55% 정도가 수신료고 나머지는 광고라는 재원을 가지고 운영된다는 이런 불합리한 구조를 갖고 있는 부분을 어떻게 해소하느냐 이게 숙제일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광고보다는 수신료에 의존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재원조달 방법으로는 이상적이다. 그런데 KBS 같은 경우는 81년도의 2500원이 몇 년째 계속되고 있고, 아마 국민들도 이걸 올린다는 부분에 선뜻 동의하지는 않는 것 같고. 가장 이상적이긴 한데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해내느냐, 그게 가장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강대인 : 국민들이 현재 케이블TV나 위성방송과 같은 유료방송을 시청하기 위해서 최하 5천 원에서 많게는 2~3만 원씩 매월 지불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있거든요. 지금 케이블TV 가입자가 1400만입니다. 그러면 1400만의 가입자가 적어도 기본 5천 원 이상의 가입료를 내고 있다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KBS 공영방송의 수신료가 2500원에 묶여 있다. 이건 산술적으로도 적절치 않다는 생각을 하고 계시단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동의하지 못하는 원인은 어디 있을까.
그건 우리가 다 아는대로 80년대 중반에 편파방송, 불공정방송이라는 딱지가 붙으면서 시청료 거부운동을 일으켰던 국민들의 저항과 같이 연결된 부분이거든요. 적어도 그 이후 KBS가 이만큼 달라졌다는 것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동의를 얻어내는 일이 필요하고. 또 매체환경이 급속도로 변해가면서 내부적으로 우리가 조직을 슬림화 하는데 이렇게 우리가 기여하고 있고 노력을 해왔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보다 더 저렴한 가격의 좋은 프로그램을 확보하기 위해서 아웃소싱하는 체제를 이만큼 해결했다. 이런 것들을 국민들과 소통의 문제를 통해서 해결하다 보면 2500원 가지고는 되지 않는다 .적어도 NHK나 BBC처럼 한 달에 한 만 원이나 2만 원 쯤 받아도 되겠다, 이런 합의들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박인규 :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80년대 이후로 공영방송에 대한 불신 같은 게 우리나라뿐 아니라 영국 BBC나 일본 NHK도 그런 게 상당히 많이 보여요. 어떻습니까.. 영국 BBC나 일본의 NHK가 공영방송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이랄까요. 간단히 소개해 주시죠.
강대인 : 우선 재원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분들도 광고라는 재원을 확대하는 유혹을 받은 게 사실이고. 그렇지만 전혀 그 부분에 사회적 동의를 받아내지 못하고 수신료라는 주 재원으로 가야겠다는 쪽에 동의한 상황이라고 봐지고요. 다만 나름대로 BBC같은 경우에는 여러 가지 방송사업을 통해서 기타 재원들을 좀 더 보완해내는 일이죠. 그리고 수신료 같은 경우에도 물가인상에 따른 연동률을 가지고 수신료를 현실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든지 이런 부분이죠.
우리의 경우 81년 국민소득하고 지금 2007년의 국민소득이 어마어마하게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2500원의 수신료는 그대로 묶여있는 것 가지고는 문제접근이 되지 않는 거죠. 그러니까 적어도 외국의 공영방송이 그런 변화의 운동들을 했다는 것과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는 편성원칙을 버리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그러니까 너무 지나치게 재밌고 오락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것은 다른 민간방송이나 유료방송에 넘겨줘도 이제 되지 않겠나. 공영방송다운 편성의 정체성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하는 진지한 고민이 저는 KBS의 지향점이 돼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박인규 : 누가 뭐래도 KBS는 국가 제일 기간방송이고. 강대인 교수님 말씀하신 대로 수신료를 올려도 좋겠구나 할 정도로 자기혁신의 모습을 보이고, 공영성에 충실한 모습을 보일 때만이 공영방송으로서의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방송 80년 공영방송주간 특집'으로.. 건국대 강대인 교수를 초대해.. 공영방송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말씀 나눠봤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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