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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북한에 終戰선언보다 큰 변화 시사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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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북한에 終戰선언보다 큰 변화 시사했을 것"

서주석 "北 합의 지연은 美의 진정성 확인 과정"

서주석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수석은 22일 북핵 2.13합의의 배경과 관련해 "공식적으로는 미국이 북한과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는 것만 보도됐지만 평화협정, 관계정상화, 안전보장 등과 관련해 훨씬 더 큰 변화가 있을 것임을 북한에 시사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 전 수석은 이날 저녁 서울 마포에서 열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정책포럼에서 "지난해 11월 베이징 북미접촉, 12월 6자회담, 올 1월 베를린 북미협의 등 일련의 과정을 이끌어 낸 변화의 계기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근본적인 (대북)정책 변화"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 지난해 12월 1일까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기획실장과 통일외교안보수석을 역임한 서 전 수석의 이같은 발언은 한반도 정세가 미국의 확고한 정책 변화 의지와, 그에 대한 북미 양국의 공감대 속에서 급물살을 탈 것임을 예고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 서주석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수석 ⓒ연합뉴스

북미 공감대에 따른 합의

서 전 수석은 "평화협정, 관계정상화, 안전보장 같은 큰 목표에 대한 선택은 (미국이) 이미 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도 큰 문제가 풀려나가는 마당에 관계정상화 협의 단계에까지 가서 경제제재가 해제된다면 에너지 지원 같은 이슈는 그리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11월 베트남 하노이 아태경제공동체(APEC)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가능성을 언급한 때부터 감지됐다. 서 전 수석의 말대로라면 북한은 그같은 미국의 변화를 11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베이징 협의 등을 통해 알아차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12월 열린 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제재 해제가 선결조건'이라고 못박고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묶여 있는 자신들의 자금을 풀지 않으면 핵폐기 논의를 할 수 없다고 버텼다.

서 전 수석은 당시 북한이 또다시 선결조건을 내세운 것에 대해 "미국은 이미 11월에 크게 바뀌었는데 북한이 초반에 질질 끌었던 것은 미국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의 실사구시적 정책 변화"를 2.13합의의 핵심 배경으로 꼽은 서 전 수석은 북한의 태도 변화 가능성도 둘째가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김계관 부상이 그랬지만, 북한도 미국의 정책전환을 수용하는 입장을 계속 보였다. (미국에) 진정성이 있다는 얘기를 계속 했었다"며 "북한도 내부 사정상 대결적인 입장을 지속하는 데에 한계를 느낀 게 아니냐는 판단이다"고 설명했다.

쌀·비료 중단 정책효과 평가는 유보적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의 상관관계에 대해 서 전 수석은 "앞으로 대북정책을 (핵문제를 푸는) 무기화 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고 말해 지난해 7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우리 정부가 대북 쌀·비료 지원을 중단한 결정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함을 사실상 시인했다.

그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전이라도) 인도지원 재개에 대해서는 적극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가 정부 내부적으로 있었다"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 전 수석은 "쌀·비료 지원 중단의 효과를 확실히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그로 인해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으로 나타났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북한도 대결적인 자세로 끝까지 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데 일정한 기여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도 남북관계가 국제관계 속에서 종속화·부차화되는 게 아니라 남북관계를 통해 치고 나가야 할 부분을 찾아야 한다"며 "대북 접촉을 통해 북이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진 핵폐기 남아공도 20개월 걸렸다"

서 전 수석은 미국의 변화와 북한의 변화 가능성이 있는 만큼 2.13합의의 이행도 그리 어렵지 않다는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각론의 이행에서 있을 수 있는 난관을 조목조목 짚었다.

우선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에 대해 그는 "9.11 테러 이후 북한과 미국이 국제 테러리즘에 대한 공동 코뮈니케를 발표한 적도 있고, 북한이 테러리즘 방지 국제 조약 2개에도 가입했다"며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벗어나기 위한 요건을 따져봤더니 상대적으로 해결 가능성이 높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대 적성국교역법 해제는 미국 의회의 분위기도 있고 법적인 조치라서 시간이 많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문제, 핵 프로그램 신고 범위, 핵시설 불능화의 수준 등도 난제로 꼽았다.

하지만 서 전 수석은 "이번 합의로 그런 많은 문제를 식별하고 갈 길을 확인했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크다"고 합의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그는 "남아공의 경우 정부 스스로가 핵을 폐기하겠다고 한 뒤 옆에서 확인만 하는데 20개월이 걸렸는데 북핵은 합의를 해 나가면서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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