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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과잉확장의 위기'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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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과잉확장의 위기'에 서다

월든 벨로 "'파월 독트린' 배반해 이라크 실패 자초"

"지난 150여 년간 끊임없이 '전략적 팽창'을 추구해 온 미국이 최근 들어 '과잉확장의 위기'를 겪고 있다."

반세계화 운동의 지도자인 월든 벨로 필리핀대학 교수(사회학)는 미국이 '과잉확장의 위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고립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영향력의 세계화를 지향하며 구사한 전략이 오히려 미국을 '국제적 왕따'로 만들 것이란 전망이다.

'공습의 전통' 물려준 클린턴이 '비둘기' 된 역설

벨로 교수는 23일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 연구소 주최로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 룸에서 열린 '아시아 시민사회 석학초청 연속강연'에서 이라크 전쟁 실패를 중심으로 미국이 앓고 있는 위기를 다층적으로 분석했다.

벨로 교수는 우선 미국이 이라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를 '파월 독트린의 배반'에서 찾았다.

아버지 부시 시절 합참의장으로 임명된 콜린 파월은 다른 국가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항상 따를 수 있는 '과잉확장'의 위험을 경계하며 미국이 군사적 분쟁에 개입해야 할 때 따라야 할 기준, 즉 △군사력을 단계적으로 투입하지 말고 초기에 압도적으로 우위인 군사력을 사용할 것 △분명한 퇴각 전략을 미리 수립할 것 둥을 제시한 바 있다.
▲ 월든 벨로 교수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

이는 레이건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캐스퍼 와인버거가 제시한 △미국의 사활이 걸린 긴박한 이해관계가 있을 것 △군사적 승리 획득이라는 분명한 의도를 갖고 개입할 것 △개입의 정치적, 군사적 목표를 분명하게 정할 것 △의회와 국민으로부터 상당한 지지가 확실시 될 것 △개입의 목표와 투입되는 군사력의 규모와 구성, 투입 양쪽의 관계에 대해 지속적인 평가를 할 것 △군사력 사용을 최후의 수단으로 할 것 등 6가지 기준에 두 가지를 추가한 것이다.

그런데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이 기준을 근본적으로 위반하며 시작된 것이었다.

초기에 투입키로 했던 병력 50만 명을 13만5000명으로 대폭 감축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전쟁을 시작한 지 3년이 지난 2007년 1월에서야 이 초기전략의 실패를 인정하며 그 해결책으로 추가파병 방침을 내놓았다.

지상군을 거의 투입하지 않고 1만2000미터 상공에서 폭탄을 퍼붓는 정밀폭격으로만 '해결한' 1999년 코소보 사태 경험이나 2001년 정밀폭격과 제한적인 지상군 투입으로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킨 아프가니스탄 침공의 경험을 통해 '공습의 효과'에 대한 믿음이 강해진 결과였다.

코소보 사태가 터지자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을 비롯한 소위 '클린턴주의자'들이 공습을 강하게 주장했고 부시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에서 이를 주요 전략으로 계승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요즘 클린턴 정권과 민주당이 부시 정권과 대비돼 '비둘기파'로 여겨지는 상황은 아이러니라는 것이 벨로 교수의 지적이었다.

벨로 교수는 부시 행정부가 게릴라전에 대한 대비 없이 전쟁을 벌여 대책 없는 전쟁을 끌고 나가고 있는 것도 "'퇴각 전략'에 대한 파월의 충고를 무시한 패착"이라고 풀이했다.

"부시, '치고 빠졌던' 레이건 본받아야"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밀어붙인 대가는 동맹국의 외면과 국제적 고립으로 돌아왔다. 영국이나 한국처럼 미국의 깃발을 따라 전쟁에 참여했던 정부는 국민들의 외면에 직면했다.

반면, 미국의 공격을 받았던 이슬람 세력이나 이라크 전쟁을 맹렬히 비판했던 남미의 좌파 세력들은 오히려 그 입지가 강고해졌다.

벨로 교수는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할 때까지 이 상황은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내에서도 고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라크인들의 피해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미국 처지에 대한 위기감 때문에 철군을 주장하는 것이다.

벨로 교수는 "민주당 진영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레이건 전 대통령의 본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의 세계전략은 '우월한 군사력'을 기반으로 상대국과 대치한다는 면에서 레이건의 전략과 닮았다. 그러나 부시는 위기신호를 무시하고 팽창을 계속한다는 면에서 '치고 빠질 줄' 알았던 레이건보다 열등하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3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미국인 241명이 사망한 사건이 터지자 미군 철수를 결정했다. 1000명이 넘는 이라크 주둔 미군의 희생 앞에 추가파병을 결정한 부시 대통령과 대조를 이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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