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원가 공개 및 분양가 상한제 실시를 골자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 심의를 둘러싸고 범여권과 한나라당 사이에 대립구도가 그어졌다.
건교위는 23일 새벽까지 이어진 법안심사소위에서 개정안 처리 문제를 두고 마라톤 협의를 벌였으나 한나라당이 시장 원리에 어긋나고 민간 주택공급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반대해 조율에 실패했다.
이날 회의에서 당초 분양원가 공개 등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온 통합신당모임은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들과 함께 주택법 개정에 협력키로 했다.
분양원가 공개 및 분양가 상한제 도입 시 적용되는 택지비 책정가격을 놓고 열린우리당은 정부안인 감정평가액을 지지했다. 감정평가액은 감정평가기관이 주변 시세를 감안해 택지비로 정한 가격을 말한다. 1.11 대책 발표 당시 시민단체들은 분양가가 토지매입 당시의 원가가 아니라 분양 시점의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산정되면서 거품이 형성돼 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분양원가 공개의 취지를 크게 후퇴시킨 내용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나라당은 이같은 후퇴한 안조차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건교위 한나라당 간사인 윤두환 의원은 "민간택지의 분양원가 세부내역을 완전공개할 경우 민간건설업체의 주택공급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건교위는 이날 오전 법안심사소위를 속개해 개정안 심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한나라당의 반대 방침에 변화가 없는 가운데 열린우리당은 쟁점별 합의가 어려울 경우 표결을 통해서라도 강행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열린우리당 건교위 간사인 정장선 의원은 "한나라당은 뚜렷한 대안 제시도 없이 분양원가 공개 확대 및 분양가 상한제 도입 모두를 반대하고 있다"며 "쟁점별 합의가 어려울 경우 통합신당모임, 민노당 소속 의원과 함께 표결 처리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위원장을 포함해 건교위에 5명이나 있는 통합신당모임도 이에 호응했다. 통합신당모임의 최용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전원회의에서 "민생을 정략적인 볼모로 잡고 있는 한나라당에 엄중히 경고한다"며 "필요하다면 주택법 강행 처리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교위는 한나라당 11명, 열린우리당 6명, 통합신당추진모임 5명과 함께 비교섭단체인 민주당 이낙연, 민주노동당 이영순, 민생정치준비모임 정성호, 국민중심당 정진석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비교섭단체 의원 가운데 이낙연, 이영순, 정성호 의원도 주택법 개정안에 찬성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표결 시 통과 가능성이 높다.
범여권 "한나라당, 말로만 민생 외치나"
이에 따라 주택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는 한나라당에 맞서 범여권의 정책공조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날 오전 열린우리당과 통합신당모임에서는 공히 한나라당을 성토하는 발언이 터져 나왔다.
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모처럼 부동산 가격이 잡히고 국민들이 안도감을 갖기 시작하는데 (한나라당이) 부동산 정책도 발목을 잡으면 국회의 존재 이유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민생 법안에 적극 협력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김진표 정책위의장도 "한나라당은 강재섭 대표가 청와대 민생회담에서 약속했음에도 주택법 개정안에 모두 반대하고 있다"며 "지난 2003년 국회 입법이 안 되면서 2004년, 2005년 수도권 아파트값 폭등으로 이어진 쓰라린 경험을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등 주택법 개정안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통합신당모임도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일현 의원은 통합신당모임의 입장 변화와 관련해 "한나라당이 우려하고 있는 공급 축소 부작용에 대해서는 우리도 걱정하는 바가 있다"며 "그러나 마치 골절된 환자에게 일정기간 완치될 때까지 깁스를 해주듯 지금은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많이 들어 있다는 국민적 여론에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아파트 가격의 현실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라는 데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를 '2중규제'라고 했던 주승용 의원도 "한나라당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고 주택 시장이 요동을 쳐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반사적으로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모처럼 안정되는 주택시장이 다시 요동치지 않도록 민생 경제정책 해결에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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